편집에 정답은 없다 - 출판편집자를 위한 철학에세이 출판기획 시리즈 3
변정수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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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정답이 없는 편집에 저자가 답을 제시했다. 바로 판단, 가공, 조정 능력이다.


저작물을 인쇄하여 독자에게 배포하는 일을 출판으로 정의한다면, 그 모든 과정에서 편집자는 판단하고 조정한다. 편집자는 주어진 일정 내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지를 제때에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치열하게 생각해야 하고, 전체를 보는 통찰을 키워야 한다. 또한 감수성, 세계상, 상상력 등을 계발해야 한다.

 

판단능력은 가공능력으로까지 발현되는데, 그 핵심은 전략적 사고를 통한 텍스트 장악력에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정능력으로, 편집자의 판단이 집행되는 것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이때 조정능력은 결국 인생관의 문제라고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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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공부다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강성태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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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험을 하나 보았다. 후기를 검색해보니 죄다 2주면 괜찮은 결과가 나온다기에 나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웬걸. 블로거들은 죄다 시험과 관련된 전공이었나 보다. 2주는 밤새도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본 시험에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성적이 나왔다. 다음을 기약하며 시험을 잊을 즈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굳이 4부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냥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었다. 3부에 구체적인 공부법이 나와 있는 부분을 빼곤 비슷비슷했다.

 

3부의 공부법을 읽으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이 생각났다. 히라노 게이치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

저자가 주구장창 오답이며 보기를 분석한 모든 시간은 출제자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히라노 게이치로 또한 문제와 지문을 슬로리딩하며 알아내려 했던 것은 출제자의 의도였다. 둘 다 명문대를 졸업한 점으로 미루어보건대 먼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긴 한가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감갔던 것은 목차 암기다. 먼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아야 하는 점은 당연한 말이지만 가끔 책을 읽을 때 망각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옛날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 시절 자극을 받으려고 이런 책들을 읽곤 했다. 그리곤 반짝 열심히 하다 곧 헤이해지기를 반복했었다. 오랜만에 자극용 책을 읽었더니 공부가 하고 싶어졌지만 읽을 예정인 책들이 산더미라 공부는 다음으로 기약했다.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파악부터 하자.

 

오답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왜 이런 식으로 꼬아 놨을까? 여기서 어떻게, 왜 헷갈리게 만든 걸까? 오답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출제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내는지 엄청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분들의 출제 과정과 사고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오답은 출제위원들이 그야말로 창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오답들을 파헤치면 어떤 것들이 함정으로 주로 출제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함정을 미리 알면 당연히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된다.

나는 목차를 암기했다. 그것은 마치 서랍 정리를 하는 것과 같다. 공부하는 각 내용들이 마구 섞이지 않도록 구획을 나누는 것이다. 일단 목차로 머릿속에 틀을 만들어 놨다면 공부하는 내용을 그 칸막이 안에 차곡차곡 채워 넣는 느낌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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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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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75년, UN은 이 날을 기념일로 지정했고, 그 해 독일은 알리스 슈바르처의 『아주 작은 차이』로 쑥대밭이 되었다.


  사람들은 남녀에게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나의 신념으로 변질되어 서로를 감금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던 보부아르의 목소리로 더욱 힘이 실린다.


  아주 작은 차이의 인식은 사회적 권력과 계급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남녀를 구분하기 이전에 같은 인간일 뿐, 성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일침이 한국에는 좀 더 울려 퍼져야 할 것 같다.

 

"사회주의 혁명이 경제적 특권계급뿐 아니라 계급의 차이 자체를 종식시키려는 이상을 갖고 있듯, 여성주의 혁명은 남성의 특권뿐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차이 자체를 철폐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성기 모양의 차이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슐라미쓰 파이어스톤,『여성해방과 성혁명』

쉽게 말해서 인간은 먼저 인간일 따름이고, 그 다음 생물학적으로 살펴볼 때라야 여자 혹은 남자라는 것이다. 여자냐 남자냐를 가지고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따라서 여자가 하는 일과 남자가 하는 일로 구분한 채 억지로 그 역할을 떠맡기면서 사나이의 우월함과 아낙네의 열등함을 강요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겠다는 얘기다. 여자 일과 남자 일을 따로 나누고 이를 통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착취하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여성의 삶과 남성의 삶을 규정하는 패턴에 따라서가 아니라 개인적 성향이나 욕구에 따라 각자의 삶을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 남자라고 반드시 능동적일 리 없으며 여자라고 반드시 수동적일 리 없다. 여자라는 혹은 남자라는 제한 없이 훨씬 다양한 면모를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성적인 욕망은 나이와 인종 그리고 성별과 상관없이 어떤 인간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 공연한 권위나 억압이 없는 사회에서, 계급의 개념은 이미 의미가 없다.

"몸의 기능을 근거로 사회적 역할을 고정시키는 참 위험하고 치사한 계략이 있습니다. 아이는 물론 여자가 낳는 것이죠. 이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또한 자명한 사실은 여자 혼자 아이를 배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애비 없이 태어나는 아이가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어머니 뱃속에서 보내는 열 달이야 어머니 혼자서 감당하는 기간이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아기를 돌보는 기쁨과 노고는 엄마 아빠 두 사람이 함께 나누어야 할 몫입니다. 아기가 살았던 자궁이 어머니 뱃속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후에도 아이 양육은 모두 어머니 몫이라는 얘기는 정말 터무니 없는 주장입니다." -맥브라이드, 『넋빠진 가정주부의 평범한 일상』

여자들은 이제 드디어, 여성다운 미덕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던 그 여성다움을 결연히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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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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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살 순 없을까? 여기 환경과는 전혀 상관 없던 한 남자의 도전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1년간 ‘노 임팩트 맨‘이 되었다. 노 임팩트 맨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람이다.


  먼저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회용품을 끊는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실천하고자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만 먹고 해본 적도 없는 요리는 일상이 된다. 대중교통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니 당연히 자전거를 탔고, 심지어 집에서 전기까지 끊었다.


  저자의 실천중심의 환경운동은 블로그로 생중계되었다.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극을 받았다. 그는 사람들을 혼내지 않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국에도 노 임팩트 맨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참고: 아래 밑줄긋기에 첨부한 내용은 저자가 '노 임팩트 맨'으로 살기 전의 이야기다.

 

미셸, 당신에게, 내 가장 깊은 사랑과
언제까지나 벽에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아내와 어린 딸과 나는 1년 동안 뉴욕 시 한복판에서 살며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생활을 시도해보았다. 이것은 결국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따라서 테이크아웃 음식은 이용할 수 없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따라서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었다), 유독성화학물질을 하수구로 흘려보내지 않고(따라서 세탁세제를 쓸 수 없었다), 먼 지역의 농산물을 구입하지 않도록(따라서 뉴질랜드 산 과일은 먹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두말할 필요 없겠지만 엘리베이터, 지하철, 포장된 제품, 플라스틱, 에어컨, 텔레비전, 새 물건 구입도 당연히 금지사항이었다.

먼저 배경 설명 : 미셸은 아빠의 아멕스 골드 카드, 택시회사와의 외상 거래, 큼지막한 보트, 컨트리클럽 세 군데, 국기에 대한 맹세 속에서 자랐다. 반면에 나는 어깨까지 머리를 기르고, 명품을 한심하게 여기고, 징병을 기피하고 LSD를 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기를 바라고, 대안학교에 다니고, 돈에 쪼들리고, 고래를 살리고, 물질만능주의라면 질색이니 부자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공짜인 데다 여우는 이미 죽었다는 게 미셸의 주장이었다.
여우가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가 들어갔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나는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 내가 고결해진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정치적인 의사를 표시하거나 생활방식을 양보하는 일은 거의 없이 슬그머니 지나가면서도, 그 정도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는 데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그런 진보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느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로워진다.

"그런 책이라니 좌절인데요. 따분하겠어요. 선생님 말씀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24달러 95센트를 내고 자기가 얼마나 헛살았는지 깨우쳐주는 책을 살거라고 제가 무슨 수로 출판사를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만의 하나, 자기가 얼마나 헛살았는지 듣고 싶어하는 독자가 있더라도 이쪽 방면에는 경력이 전혀 없는 역사책 서술가인 선생님을 찾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소설을 쓰는 건 어떠세요?"

나는 스스로 진화하고 있을까, 아니면 저 잘난 맛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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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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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제목은 『'기원'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온갖 것들의 기원이 나온다. 쌍의 관념이나 원근법에서부터 레디메이드나 오브제까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개념들의 흔적을 밟아가다 보면 가지고 있던 미의 관념이 이해가 된다. 즉 어째서 사람들이 명작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다.


 붓다는 만물이 끊임없이 변한다고 했다. 미술사에서 아름다움도 그랬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천민의 상징일 때도, 예술가의 상징일 때도 있었다. 인간에게 고정된 상이었던 자연은 열차의 발명 후 흐릿한 상이 되었다. 열기구의 발명 후엔 르네상스의 원근법도 소용 없었고 그림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흘러갔다.


 아름다움은 사회적 합의이기에 변화의 대상이다. 역사가 그 다양한 ’눈의 황홀’을 증명해준다.

 

(사족)

 그나저나 참 예쁜 책이다. 책의 배 부분엔 남녀의 그림이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의 배를 엄지손가락으로 48밀리미터쯤 펼쳤을 때 그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에서 향기도 난다. 저자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자라서 그런지 책에 참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인다. 480여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읽는데 불편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끝에 후기를 보니 매 페이지를 모두 마침표로 끝냈다고 한다. 이는 본문을 읽으면서 사진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길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여러 면에서 예쁜 책이었다.

처음이 없었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만들어졌거나 다른 데서 그 자리로 온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는 것, 그 순간을 상상해 보는 것은 그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 354p (옮긴이의 글)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변하는 것인지 주변이 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보는 것과 주변을 보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 안의 문제든 주변의 문제든 처음으로, 그러니까 그것이 만들어진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문제가 잘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있다. 기원으로 돌아가 보는 일은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354p (옮긴이의 글)

이 책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의 기원을 탐색한 것이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기원‘ 이야기와 480개 남짓한 도판은 우리의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 354p (옮긴이의 글)

빅토르 위고는 1837년에 쓴 편지에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대해 "밭 언저리에 핀 꽃은 이미 꽃이 아니라 색채의 반점, 아니 오히려 빨갛고 하얀 띠일 뿐입니다. 곡물 밭은 엄청나게 긴 노란 띠의 행렬, 클로버 밭은 길게 땋아 늘어뜨린 초록의 머리로 보입니다. 마을도 교회의 탑도 나무들도 춤을 추면서 미친 듯이 곧장 지평선으로 녹아듭니다. 마침 하나의 그림자가, 모습이, 유령이 입구의 문 있는 데에 떠올랐다가 재빨리 사라집니다. 그것은 차장입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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