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 대통령을 모방하고 나섰다.

언제부터인가 머슴론을 내세우며 나를 아내님이라며 추켜 세운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 .. 먹을 거 없다고 했던가.

남편의 머슴론은 입에서 시작해 늘 입에서  끝난다.

 

추석이 지나고  오늘 아침  바로 재활용품 버리는 날이다.  어제 밤에 버렸어야 하는데. 시댁에서 고스톱 치다가 새벽 2시 넘어서 오는 바람에 그냥 잤다. 마침 재량 휴일이라서 모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새벽까지 놀다 오고..

 

아침에 눈뜨자 마자 난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명절 끝 유난히 많은 상자와 폐품들을 정리해 식구들을 깨웠다. 엄마좀 도와달라고.. 아내좀 도와달라고..

 

침대 내 옆에서 자던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제일 시원한 방.. 예선의 방 침대에서 자고 있다..

 

그럼 그렇지... 무슨 머슴~~

말이라도 꺼내지 말던가..

 

다행히아들하고 딸이 도와줘서 금방끝냈다.

 

아침 해 먹고. 지저분한 냉장고 청소하느라고 집이 또 난리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어지러운동안 우리집 자칭 머슴님 ..

신문을 수능 시험보는 학생이 공부하듯이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외우시는 듯 하다. 두어시간 신문하고 씨름을 하신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소리 했다.

무슨 머슴이 왕비 일하는 동안 꼼짝을 안하냐고..

다른집은 다 남자들이 재활용 정리를 하는데.. 나만 여자가 혼자 정리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재활용 버리는 날인지. 생각도 못 했단다.

 

그러면 그렇지. 다신 머슴소리 하지도 마라.. 그렇게 머슴 노릇 했다간 축복 받긴 영 글렀다고  악담을 퍼 부었더니.. 반응도 없다.

 

오후에 의환이 치과 데리고 갔다가 와서 저녁 해 먹고

잠깐 쉰다는게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지 깜빡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났더니만

냉장고 청소하고 나온 음식쓰레기는 버려져 있고. 내가 깨뜨린 유리그릇 3개가 정리되어져 있고. 안방 옷정리도 되어있다.

 

남편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 이 머슴 ... 아직 쓸만하지 않아? 

  버리지 말고 .. 잘~~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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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규환이가 건방진 소리를 한다.

5학년짜리 아들녀석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에 혀가 찬다.

 

" 저는 사람하고 몇마디 하다보면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거든요"

 

" .........헉@@@ 

야~~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라 .. 니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면서 시건방지게 그게 뭐냐? 

어디보자...  그럼 12년을 같이 살아온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부터 얘기해봐 "

 

잠시 생각을 골똘이 하더니

 

" 첫째. 엄마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둘째,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열정이 있지요.

  세째, 근데 결정적으로 노력이 좀 부족해요"

 

아들이 나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데 난 그만 뜨끔 했다.

나의 용두사미식 생활 방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은근히 나무라는 것이다.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추고 옆에 있는 아빠를 끌어들였다.

 

" 그럼 너희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

 

역시 잠시 생각을 하던 아들 왈,

 

" 첫째, 아빠는 여러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요.

  둘째, 규칙을 잘 지키려고 하지요

  세째, 근데.. 시간개념이 좀 부족하지요"

 

아들은 아빠가 자주 모임에 데리고 나가서 같이 활동하는 것을 통해 아빠의 지인들과 여러번 관계를 가지면서 가정에서의 아빠 모습 외에 사회에서의 아빠 모습도 파악한 모양이다. 그리고  깊은(?) 신앙심으로 아들에게 율법(?) 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늘 약속시간에 촉박해서 허둥지둥 나서는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잠자기전 침대 위에서 우리 부부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한 마디 꺼낸다.

 " 잘 좀  해~~"

 
역시나 남편도 한소리 거든다.

 " 거 봐~~ 너도 잘~~ 해"

 

자식이 무섭다고 하더니.. 이래서 나온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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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전에 학교 공지사항으로 개학 하면 독서 퀴즈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학교 대표를 뽑고 1지구에서 골든벨 형식으로  또 대표를 뽑아 북부교육청에서 열리는 독서 퀴즈 대회에 참석할수 있는 자격을 주고. 독서왕을 뽑는다는 가정통신문이었다.

 

난 그날로 규환이와 예선이에게 책을 20권씩 사주었다. 학교에선 지정해준 책은 모두 10권이었지만  교육청에서 보는 목록이 20권이었기 때문에 모두 사주었다. '학교에서야 당연히 되겠지' 하는 자만심에 별 꺼리낌 없이 투자했다. (빌려주어도 되겠지만  이 엄마는 게을러서 그런 열심을 내지 못한다) 

 

방학중에 2주 가까이를 중국에 다녀올 계획이어서  가기전에 읽고. 갔다와서 읽으면  충분히 읽을 것 같았고, 그냥 독서도  좋지만 이런 경험도 해보면 아무래도 정독의 필요성도 느낄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예선이와 규환이가 책을 반복해서 여러번 읽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북퀴즈라는 싸이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수 있는 문제 은행이 있어서 나와 같은 엄마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다행하게도 시험을 앞둔 3일전에 발견해서 퀴즈대회에서 지정된 책들의 문제를 일부 인쇄 할수 있었다. 물로 공짜는 아니고.. ㅠ.ㅠ.

 

스스로 나와 같이 꼼꼼한 엄마가 있을까 대견하게 여기면서 출력해 문제를 풀게 하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한 번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복해서 여러번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틀린 문제의 경우 다시 찾아서 확인을 시키니 아이들이 아주 몸부림을 친다.

 

그래도 독려해가면서 드뎌 시험 당일.

아침에  시험 잘 보라고 격려해서 등교를 시키고 나니

나도 진이 쭉 빠졌다.

이렇게 하면서 책을 읽혀야 하나?

즐기라고 읽어야 하는 것이 책인데. 물론 교과서도 포함해서^^

극성 엄마도 아니면서 극성 엄마 흉내라도 내려니 아주 힘들다.

지정된 책이 아닌 책을 들고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지정된 책을 다시 권하는 나의 모습에서 또 다시 갈등 한판을 벌이고... 

 

얘들아 ~~ 미안하다. 이것도 엄마 욕심이지 싶다.

그러나 다 너희 좋으라고 하는 거야.

멀리서 아들의 음성이 들리는듯 하다.

'저는 안좋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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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소방관] 서평단 알림
나의 특별한 소방관 - 희망 가계부 프로젝트
제윤경 지음 / 이콘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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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평단 모집에 신청해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신청했는데  이 소방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씨를 제거해주는 소방관으로 실제 소방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마치 우리집의 재정적인 모든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 하여 나도 모르게 마음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지은이 제윤경씨는   한 가정에 낯선 소방관이 찾아가서 그 가정의 재정적인 문제를 터치해주고 재정적인 일때문에 얽혀있는 가족간의 갈등까지 해결해주는 설정으로  마치 소설처럼 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가정 경제에 대한 인문서적을 읽은 것처럼 여겨질 만큼 많은 감동과 지식을 남긴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지은이의 안목이다. 현대 가정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주어 마치   우리 가정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찌나 부끄럽던지.

우리 남편이  다른 아내와 나를 비교하며 심어준 쩐모양처 스트레스 .

내가 너무나도 바라고 바라는 부자 남편과 한번 살아보기.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한번은 생각해본 부동산 투자로 돈벌기.

그리고 우리집 살림을 한마디로 표현한 잡동사니 소비.

그리고 가정경제에서 군살을 빼고 가벼워 지는 법까지.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를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빌어서 읽게 되니   책속의 소방관이 마치 우리집에 찾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나도 "우리나라는 이사 몇번하면 부자가 되는 나라인데 왜 노동으로 어렵게 돈 벌려고 하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다시금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이 순간에는  친정어머니의 말씀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 많이 벌 생각말고  어떻게 하면 덜 쓸까를 생각해라. 그게 부자되는 방법이다. "

소비가  많은 만족을 주는 듯 여겨지는 세상에 살지만   오히려 무소유가 우리를 자유하게 해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기억에 남는 제윤경씨의 이야기 한 부분을 발췌한다.

"버는 것 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당장 돈 관리를 소홀히 한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사는지 모르는 일상이다.

당장 냉장고 속만 들여다 보아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적지 않다.

아파트 수납공간에는 몇 년째 꺼내 쓰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하고 가족들의 옷과 지난 아이들 장난감 등으로 방 하나를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우리는 잡동사니를 모시고 사느라 커다란 냉장고와 큰 집을 소유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서 막연히 버리기 아까워 모시고 사는 잡동사니들은 우리에게 전기세와 관리비를 초과 지출하게 만들고 있다.

잡동사니 소비의 함정을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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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평소에 책을 늘 가까이 한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먹고 남은 시간 주로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과 노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성격도  남자 아이치곤 온순하고 차분해서 장난많고 몸을 많이 사용해서 노는 친구들과는 잘 못어울리는 것 같다.

상식이 풍부하다 보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마도 지식적인 면에선 할 이야기가 많은가보다. 집에선 잘 나타나지 않지만 담임선생님 말씀으론 자기 주장도 뚜렷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잘난척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 인기 있는 편도 아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들이 가끔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책을 많이 읽어서 성숙한 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있는 듯해서 맘이 좀 아프다.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의 어려움이 단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알고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분나쁘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지식의 근본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란 말이 있다.

즉 인간의 지식은 한계가 있고.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신을 아는 것에는 미치치 못한다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겪었던 어려움이나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고 싶다.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의 약점(?)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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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9-1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으면 운동부족으로 나날이 살이 찝니다..ㅠ_ㅠ

작은소리 2008-09-1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서 운동부족으로 살이 쪘다면 그나마 보람 있을 것 같아요.
전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쪘기 때문에 눈물이 나네요.



tjsgh712 2008-09-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