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규환이가 건방진 소리를 한다.

5학년짜리 아들녀석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에 혀가 찬다.

 

" 저는 사람하고 몇마디 하다보면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거든요"

 

" .........헉@@@ 

야~~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라 .. 니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면서 시건방지게 그게 뭐냐? 

어디보자...  그럼 12년을 같이 살아온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부터 얘기해봐 "

 

잠시 생각을 골똘이 하더니

 

" 첫째. 엄마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둘째,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열정이 있지요.

  세째, 근데 결정적으로 노력이 좀 부족해요"

 

아들이 나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데 난 그만 뜨끔 했다.

나의 용두사미식 생활 방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은근히 나무라는 것이다.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추고 옆에 있는 아빠를 끌어들였다.

 

" 그럼 너희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

 

역시 잠시 생각을 하던 아들 왈,

 

" 첫째, 아빠는 여러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요.

  둘째, 규칙을 잘 지키려고 하지요

  세째, 근데.. 시간개념이 좀 부족하지요"

 

아들은 아빠가 자주 모임에 데리고 나가서 같이 활동하는 것을 통해 아빠의 지인들과 여러번 관계를 가지면서 가정에서의 아빠 모습 외에 사회에서의 아빠 모습도 파악한 모양이다. 그리고  깊은(?) 신앙심으로 아들에게 율법(?) 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늘 약속시간에 촉박해서 허둥지둥 나서는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잠자기전 침대 위에서 우리 부부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한 마디 꺼낸다.

 " 잘 좀  해~~"

 
역시나 남편도 한소리 거든다.

 " 거 봐~~ 너도 잘~~ 해"

 

자식이 무섭다고 하더니.. 이래서 나온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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