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싸이코지?
싸이코 짱가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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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갔다. 책 한권을 읽은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해. 역시나, 책을 안읽은 사람들의 어깨는 처져 있었고, 얼굴에는 생기라곤 없었다. 나는 평소 안피우던 담배를 꺼내물었다. 달았다.


‘팝콘심리학’(이하 팝콘)>에 엄청난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보다 두달 전에 나온 장근영의 첫 번째 책, <너, 싸이코지?>를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은 두 번째 책보다 못했다. 두 번째 책이 워낙 뛰어난 탓도 있지만, 테마 자체가 인간 심리에 국한된, 약간은 더 학술적인 책인지라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놔도 지루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뭐, 내가 정신과에서 어느 정도 이 책에 나오는 장애들을 배웠던 탓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팝콘에서 읽었던 내용이 나오기도 하는데, 특히 44쪽의 easy child 얘기는 팝콘에도 나왔을 뿐 아니라 불과 열페이지 뒤에 다시금 상세히 설명을 해놨다. 사람들은 중복에 민감해 아무리 재미있는 거라도 두 번째 읽으면 식상하기 마련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책을 쓸 때 한번에 왕창 써내려가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쓴 걸 모아서 책을 냈기 때문이다. 편집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대목. 그렇기는 해도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저자가 그린 멋진 카툰들이 도처에 산재해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팝콘이 어디 가서 유식을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이 책은 실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다음 대목,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야 하는 경우... 그런 서먹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한바탕 한 친구를 오늘 만나는데, 이 방법을 써봐야겠다. 그런데, 뭘 도와달라고 하지? 등을 긁어 달라고 할까?

“어떤 사람이 당신과의 만남에 자꾸 늦는다거나 빠진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만나고 있는 상황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진우맘님이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안비치는 건, 우리가 싫어졌기 때문일까.


저자는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라면서, 감옥과 회사의 비유를 든다. 몇 개만 옮긴다.

-감옥에서는 4평짜리 방에서 지내고,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한평짜리 책상에서 지낸다.

-감옥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면회올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전화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감옥에는 가끔 변태적인(가학성이 있는) 교도관들이 있다. 회사에서 우리는 그들을 ‘상사’라고 부른다.


마지막 ‘상사’ 얘기에서 소리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중에는 글을 잘쓰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이제 겨우 두권의 책을 냈지만, 장차 그가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스타 심리학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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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3-1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트까지 써 먹으시네요. 강의를 몸소 실천 중? 흐흐

로드무비 2005-03-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안 푸세요? 뻔뻔한 로드무비.^^
(지송해서 추천 누르고 가유.)

클리오 2005-03-1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강의를 몸소 실천하시는 노력을 보니, 눈물겹습니다.. ㅎㅎ

부리 2005-03-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부끄럽습니다^^
쥴님/어맛, 들켰다! 리뷰를 읽고나니 괜히 저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로드무비님/죄송합니다. 풀어야 하는데 요즘 제가 어려워져서요...
깍두기님/제가 아니면 누가 실천하겠습니까. 솔선수범해야죠

하루(春) 2005-03-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와서 흔적 남겨요.

플레져 2005-03-2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트에 가다... ㅎㅎㅎ 이제서야 보았네요.
책 읽고 나서 갈 만한 다른 장소를 물색중입니다, 요새.

진/우맘 2005-05-2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이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안비치는 건, 우리가 싫어졌기 때문일까.

설마!!!!! ^^

인터라겐 2005-06-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콘...그책 재밌었지요...전 그책을 읽음으로서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잖아요..
쓸데없는데 신경안쓰고 사는게 얼마나 큰 행복일런지...ㅎㅎ 그런의미에서 추천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