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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김주현 지음 / 책세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여성 신체는 남성이 그것을 사랑스럽게 여길 때만 아름다움과 관련된다...
남성들이 보기를 원하고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여성 신체만이 고귀한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외모가꾸기 미학과 페미니즘>이란 책을 읽으면서
난 생뚱맞게도 미스코리아를 생각했다.
어릴 적엔 별 생각없이 보던 미스코리아건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
1) "올해 미스코리아는 좀 이상해. 서울 선이 어떻게 전국 진이 될 수가 있을까?"
그러니까 미의 기준은 서울과 전국이 다르다는 걸까?
2) 미스코리아 진의 인터뷰에 의하면 서울 선이 됐을 때 그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희 언니가 나갔으면 진이 됐을 걸...."
대단한 딸들을 두셨다, 그 아버지는.
3) 게다가 요즘 들어 부쩍 생각나는 것이, 미스코리아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1등을 가리는데
왜 1등을 '진' 2등은 '선' 3등은 '미'인지?
당연히 '미'가 1등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진'은 학문의 세계에서나 구할 것이고, '선'은, 그게 '미'보다 낫다고 우긴다면 다들 웃을 거다.
옛날이라면 모르겠지만 요즘의 선함은 바보같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가? (이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4) 게다가 올해는 선을 두명, 미를 네명 뽑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모르겠다.
입상자를 늘림으로써 선심을 쓰자는 뜻?
하여간 이 책에 의하면 외모지상주의에 저항하는 길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남자처럼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를 권력화함으로써 여성의 수동성을 극복하는 것인데
두 개가 다 어렵다는 게 책 전체에 걸친 저자의 고민이다.
그럼 대안은 없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그로테스크한 반미학을 삶의 가치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초성별적이고 사이보그적인 외모 꾸미기를 과감하게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346쪽)"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 책은 대안보다도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저기 미녀 간다!"고 하면 "어디?"라고 하면서 득달같이 그쪽을 바라보겠지.
나란 놈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