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사건'이란 글에서 

내 딴엔 풍자를 한답시고 버킹검대 운운했는데 

많은 분들이 그걸 진짜로 믿으셔서 당황스러웠다. 

이전 페이퍼에서 내가 언급한 대학은 버킹검대가 아닌, 동숭동에 있는 모 대학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그 사건은, 대학의 교수-ㅅ교수-가 조작을 지시했고, 

막상 탄로나자 조교에게 뒤집어씌우고 조교만 자른, 

힘있는 조직에서 이따금씩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언론에다 알리겠다는 날 주임교수는 "4년간 승진을 안시켜서 자르겠다"고 만류했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ㅅ 교수는 부교수 승진이 확정됐다. 

 

그 사건이 외부로 흘러나가 KBS 기자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집단에서 보인 행동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반성이 아닌, 

어떤 놈이 일러바쳤는지 알아내는 거였다.

작년의 일이 있는지라 난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고, 

내가 아니라고 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너니?" "혹시 너야?"라며 

범인을 알아내느라 바빴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사건을 제보한 건 내가 아니지만, 

앞으로 그 대학을 기자가 조사한다면 그 제보자는 무조건 나라는 것.  

사제지간이고, 이번 사건으로 내가 얻는 건 하나도 없다해도 

부도덕한 집단에 대한 응징이 반드시 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핵심증인인 조교가 증언을 거부하고, 그 대학 측이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한 탓에  

기자는 결국 취재를 그만두고 말았지만,  

난 내가 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과 싸울 생각이다. 

 

지금 내겐 그 교수가 조작한 연구결과 보고서가 있다. 

그리고 그 조교가 데이터를 베꼈던 원 논문이 있다. 

그 논문에 있는 그림과 결과보고서의 그림은 정확히 일치한다. 

그 교수는 답변서에서 "실수로 참고문헌의 자료가 들어갔다. copy & paste의 실수다"라고 썼지만 

뒤에 붙은 참고문헌의 목록을 보면 일본사람이 쓴 그 논문이 나와있지 않다. 왜? 

그 논문에서 데이터를 베꼈는데 그걸 참고문헌에 쓸 수는 없었으니까. 

ㅅ교수는 그 데이터를 연구결과 발표회 때 그대로 발표했고, 

그 슬라이드를 보면 그 그림은 물론이고 거기 대한 설명까지 붙어 있다. 

그럼에도 그게 copy & paste의 실수일까? 

그 데이터를 빼면, ㅅ교수의 발표 중에서 남는 데이터는 거의 없는데? 

 

기자의 질문에 내 주례를 맡으셨던 지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교수간의 알력에서 비롯된 음해다.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명백한 조작을 음해로 단정짓는 선생님의 현실인식이 안타깝다. 

그분의 말씀이 맞다면, 조교는 도대체 왜 잘렸는가? 

그리고 작년에 지도교수가 내게 전화해 "네가 제보하면 나까지 다친다"고 떠셨던 이유는 뭘까? 

내가 기자에게 자료를 넘겨줬다고 인정하자 주임교수님은 말한다. 

"그렇게하면 안되지. 요 며칠간 우리 아무일도 못하고 있어. 거의 마비상태야." 

교수님, ㅅ교수를 절대로 승진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르겠다는 작년의 공언은 

전혀 기억나지 않으신지요? 

우리 동문들은 그 말이 담긴 메일을 다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건을 바로잡으려는 대신 

은폐만 하려고 하는 조직에서 내일은 없다.  

그 사건이 기사화될때까지 싸워야 하는 이유다.

* 기사화가 되면 뭐가 달라지냐고요? 달라질 건 없어 보입니다.  

제가 죽일놈이 되는 걸 뺀다면요.  

하지만 전 ㅅ교수가 며칠이라도 발뻗고 잠을 못잔다면, 그걸로 만족할래요.  

그 조교가 겪었던,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을 ㅅ교수가 맛보는 것만으로도  

이 일은 의미가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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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리님 대단하시네요
    from 하늘 받든 곳 2009-02-13 23:34 
    힘 내시고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학계가 사회보다는 깨끗하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부리님 같은 분들이 계시니 다행입니다.   알라딘의 양심 부리님, 화이팅! ^^
 
 
2009-02-13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2-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동숭동에 있는 성대는 아니겠죠?

마늘빵 2009-02-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숭동이라면 서울대 의대를 말씀하시는거 같은데요? ^^ 저는 버킹검대가 거기일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이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그 기자분은 왜 멈추셔서는... -_- 이런건 피디수첩 감인데. 피디수첩이나 W같은데서 한번 다뤄주면 좋을텐데 말여요. 아니면 시사인이나 한겨레21 이런데도 좋을 듯 하고.

2009-02-13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9-02-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어..제가 존경스러울 것까지야.. 제 사익이 그다지 걸려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까 밖에 있어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거죠. 물론 많은 불편함, 예를 들어 학회를 더이상 못나간다는 등의 일이 있긴 하지만, 그건 먹고사는 문제는 아닌지라... 있잖아요, 누구나 가끔은 정의롭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 제가 그럴 때일 뿐이고요. 님도 돌이켜보면 정의로운 적이 있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해도 말입니다
아프님/그 조교가 끝까지 증언을 안하니, 자칫하다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깐요. 글구 님이 말씀하신 매체들, 하나하나씩 해볼 생각입니다
메피님/어...이런 쪽집게!!! 어케 아셨죠?^^
속삭님/뒷감당은 당근 자신없지요. 제가 남한테 싫은소리하고나면 오래도록 피해다니는데, 제 은사님들한테 저런 일을 벌이면, 어휴...

기인 2009-02-1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저도 '버킹검대'의 의미를 알아들었는데, 몇몇 분들 오해하시는 것 보고 신기^^; 했어요. 부리님 힘내세요. 마음 속으로부터 지원합니다.

새초롬너구리 2009-02-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중학교때 무슨 캠페인만화 그리기 대회를 했는데 (뭐 아시죠? 담임인지 미술샘인지 몇몇학생 찍어서 "제출해." 하면 그중에서 뽑혀서 또 높은데 올리고 하는거), 제가 구청장상인가 교육감상인가 탔어요 (일부러 어디에서 수상한지 물흐리고 있음). 전 베꼈는데. ㅡ.ㅡ

그때 정말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상받으러 가는날까지 고민고민해지요. '자수하자', '아니다. 나중에 밝혀지면 말하자', '아니다. 밝혀질일 없다. 사실 그건 니가 공부잘해서 선생님이 좋게 봐준걸로 괜히 이런 상을 빗댄거다. 너만 입다물면 된다' 등등.

여하간 멋진 만년필을 부상으로 탔지만, 전 다시는 꿀릴짓 하지 말자고 결심했지요. 그 만년필은 볼때마다 찔려서 아마 어디론가 제 머리 몰래 제 손이 어딘가로 숨겼습니다.

양심을 속이지 말자!!! 잘못한거 결국은 다 죄값치른다!!!!

전 무슨 죄값을 치렀냐면...ㅡ.ㅜ

2009-02-1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2-1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밝히시니 비밀 댓글을 했던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으흐흐흐

2009-05-2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