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야구장에 갔다.

날씨는 더웠고, 바람 한점 없었다.

난 미녀한테서 선물받은 부채를 열심히 부쳤다.

바로 이 부채

친구가 부채를 빌려달라기에 난 부치던 부채를 주고

길거리에서 받은, '팁3만원'이라고 쓰여 있는 유흥업소 부채를 꺼냈다.

그런다 문득 친구를 봤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친구는 부치라고 준 부채로 이를 쑤시고 있었다.

하도 기가 막혀 수시로 관찰했더니

부채를 접어 코에 갖다대기도 하고,

심지어 팔의 때를 미는 데 사용하는 거였다.

 

그냥 너 가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연이 있는 부채인지라 그러지 못하고 가방에 담았고

집에 와서 엄청나게 열심히 닦았다.

다음날 그걸로 바람을 냈더니 왠지 바람에서 냄새가 나는 듯했고

기분도 영 찝찝하고 시원한 것도 전보다 덜해서

구별을 위해 손잡이를 분리한 뒤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난 지금 다른 부채로 부채질을 한다.

이것 역시 그 미녀가 준 것이며

어느 학생의 말에 의하면 "짱 귀여운" 부채다.

바로 이거...

 

앞으로는 함부러 부채를 빌려주지 말아야겠다.

정 그래야 할 사정이 생긴다면 팁 3만원이 적힌 부채를 빌려주리라.

이 세상에는 부채를 부채질에 쓰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니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7-08-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팁3만원 부채, 힛트치겠어요. 하하

해적오리 2007-08-0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 친구 분 인간이 아니신가요?
어케 그 부채로 이를 쑤실 수 있어요? 코평수가 얼마나 되길래 부채를 접어 코에 갖다댈 수 있나요? 팔의 때가 저 부채로 밀려요?

앗 근디 진짜 궁금한건 혹시 저게 지난 토욜 이전에 벌어진 일인가요???

가시장미 2007-08-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부채를 전 책받침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귀여운거네. 그치? -_-;
근데. 짱 귀여운 부채..! 나도 있는데, 형꺼보다 더 귀여울 것 같은데? 으흐
나 오늘 결석깨려고 쇄석술 받았는데.... 맥주 많이 먹어야한데...
형도 참이슬만 먹지말고, 비어도 많이 마셔. 그래야 나처럼 고생안하지. ㅋㅋ

Mephistopheles 2007-08-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신기한 분이시군요....
냅두면 화장실 갈때 두루마리 대신 들고 갈 기세입니다..

비연 2007-08-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부채를 소재로 이런 재밌는 이야기가!^^

푸른신기루 2007-08-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채를 그런 엉뚱한 데 쓰시다니..;;;;

nada 2007-08-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구린 페이퍼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저도 부채로 때 미는 사람 봤어요. 아마 제가 빌려 준 부채로 그랬으면 목을 졸라버렸을지도..후.

부리 2007-08-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좀이 아니라 많이 구리죠 호호. 저도 목을 조를 걸 그랬어요^^
푸른신기루님/안녕하세요 부리라고 합니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지요^^
비연님/재밌으셨다니 기뻐요
메피님/으음, 부채로 화장실 뒤처리를....생각만 해도 소름이 쫘악.
정아무개님/아앗 님두? 저렇게 예쁜 부채라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가시장미님/부채는 원래 훌륭한 책받침이 될 수 있소. 글구 전 비어 마시면 배나와서 안되요되요
해적님/사실은...한 열흘 된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글을 못썼을 뿐이죠
다락방님/호호 히트까지야...부끄럽습니다.

2007-08-0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8-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그건...다른 버젼의 부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