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야구장에 갔다.
날씨는 더웠고, 바람 한점 없었다.
난 미녀한테서 선물받은 부채를 열심히 부쳤다.
바로 이 부채
친구가 부채를 빌려달라기에 난 부치던 부채를 주고
길거리에서 받은, '팁3만원'이라고 쓰여 있는 유흥업소 부채를 꺼냈다.
그런다 문득 친구를 봤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친구는 부치라고 준 부채로 이를 쑤시고 있었다.
하도 기가 막혀 수시로 관찰했더니
부채를 접어 코에 갖다대기도 하고,
심지어 팔의 때를 미는 데 사용하는 거였다.
그냥 너 가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연이 있는 부채인지라 그러지 못하고 가방에 담았고
집에 와서 엄청나게 열심히 닦았다.
다음날 그걸로 바람을 냈더니 왠지 바람에서 냄새가 나는 듯했고
기분도 영 찝찝하고 시원한 것도 전보다 덜해서
구별을 위해 손잡이를 분리한 뒤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난 지금 다른 부채로 부채질을 한다.
이것 역시 그 미녀가 준 것이며
어느 학생의 말에 의하면 "짱 귀여운" 부채다.
바로 이거...
앞으로는 함부러 부채를 빌려주지 말아야겠다.
정 그래야 할 사정이 생긴다면 팁 3만원이 적힌 부채를 빌려주리라.
이 세상에는 부채를 부채질에 쓰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