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있었다. 구름이 끼지 않은 저녁이면 더비셔의 언덕들은 붉은 석양으로 활활 타올랐다. 반짝이는 하늘에서 태양이 가라앉으면서 그 너머로 부드러운 푸른색을 남기고 그 사이 서쪽 하늘은 모든 불꽃이 헤엄쳐 몰려들 듯이 붉게 타오르며 그 뒤에 종 모양의 하늘은 한 점 티 없이 푸른색으로 덮이는 것을 모렐 부인은 바라보았다. (중략)
모렐 부인에게 이러한 순간은 자질구레한 조바심이 사라지고 사물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정적의 순간이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평안함과 힘을 얻었다. -'아들과 연인'중에서
아들과 연인을 읽고 있다. 로렌스의 자연묘사는 늘 신선하고 생동감이 있다. 주말부터 비가 내린다하여 어제 아침부터 기다렸다. 그러나 밤늦도록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늘 늦은 아침을 먹고 났을 때에야 비가 내렸다. 여름비처럼 장대비가.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다가 오후 늦게 나가서 강변을 걷고 흠뻑 젖어 들어 왔다. 내 몸이 그리고 영혼이 살아나는 것 같다. 비는 내게 그런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