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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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고 잘 팔리는 최고의 작가는 누구일까? 그는 다름 아닌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대부분 한 번은 봤을 법한 '용의자x의 헌신', '백야행', '유성의 인연' 등 책, 영화, 드라마로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는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그는 1년에도 여러 번 신작을 내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번 신작인 질풍론도 역시 발간 일주일 만에 100만 부가 팔릴 만큼 그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그렇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봤을 때 그는 어느 연령대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추리 소설을 쓴다. 그는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을 하면서 책을 발간할 때마다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궁금증을 유발해내고, 수학, 물리학, 역사와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이야기해주고 매번 참신한 분야의 소재를 이용하여 치밀한 구성과 함께 날카로운 문장으로 그의 스타일을 질리지 않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이번 책 질풍론도의 주제는 바로 '바이러스'이다. 나는 여태까지 다양한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바이러스라는 주제를 사용한 추리 소설은 처음 읽어봐서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했다. 간단한 책 속의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구즈하라라는 인물이 다이어 대학 의과 대학에서 K-55이라는 초미립자 바이러스를 훔쳐 아무도 모르는 스키장의 한 공간에 묻는다. 그는 바이러스를 땅에 묻을 때 테디베어 인형을 나무에 묶어 수신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 후, 의과 대학 소장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하는데 의과 대학 소장인 도고 마사오미는 구리바야시에게 그 물건을 어떻게든 찾아오라고 말하는 순간 바이러스를 묻은 구즈하라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소지품에서 나온 수신기와 여러 장의 사진들을 가지고 구라바야시는 자기 아들 슈토의 도움으로 그 스키장을 찾아가게 된다. 구라바야시는 아들 슈토와 가료다케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가서 테디베어 수신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부상을 당하게 되고 그곳에 있던 안전 요원인 네즈 쇼헤이와 세리 치아키에게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백신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그 물건을 찾게 한다. 바이러스를 찾는 과정에 중간중간 의문의 인물인 오리구리 에이지가 방해를 하지만 스키장에 있던 사람들이 협력하여 결국 K-55 바이러스를 찾게 된다. 하지만 오리구리가 그 바이러스를 다시 훔쳐 달아나는데 그 후의 상황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정말 최고의 추리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300~400페이지가량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책 속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 자신이 꼭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 책은 궁금증과 긴장감 있는 진행 과정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이한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어떻게 매번 다양한 아이디어로 추리 소설을 쓰는지 궁금하였다.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와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과 추리력을 키워낼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인지 매번 감탄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 실력이 정말 감탄이 나오게 한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스키장이 번창하는 조건은 단 한 가지다. 스키나 스노보드 인구가 늘어나는 것, 그것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늘어나는가.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 화제가 되면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취미로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인간관계가 생명선이 아닐까 하는 대답에 종착한다. 어떤 취미든 놀이든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권유를 받음으로써 흥미를 갖게 되는 살계가 대부분이다. - p.82


구리바야시는 K-55 용기가 깨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봄바람을 탄 초미립자는 거침없이 산기슭까지 내려올 것이다. 여름을 맞이할 때까지 사토자와 온천 마을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 흡입탄저 증세는 인플루엔자와 아주 비슷하다. 아마 치료는 나중 문제일 것이다. 설령 탄저라고 판명이 나도 페니실린 등의 항생물질은 전혀 듣지 않는다. 명색이 유전자 조작을 한 생물병기다. - p.146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야. 일확천금을 노리려면 어딘가에서 한탕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 그때가 올 때까지 가만히 수더분하게 기다려야 해. 느려 터지고 둔해서 경계할 필요가 없는 인간, 주위 사람에게는 그런 식으로 보이며, 숨죽이고 있는 거야. 그러면 분명 기회는 와. 중요한 것은 그때 절대 주저하거나 정에 얽매이지 말 것.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돼. - p.218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리 없잖아. 유키, 이것만은 알아주렴. 자신이 불행하다고, 다른 사람도 불행해지길 바라는 건 인간으로서 실격이야.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마저 행복해지길 바라야 해. 그러면 분명 그 행복이 넘쳐흘러 우리에게도 돌아올 테니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불행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들도 같은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힘껏 행복을 만들어서 그 가엾은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돌아가도록 애쓰는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믿어주었으면 좋겠구나. 노조미가 죽어서 괴롭지만, 이렇게 가게에 나오는 것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즐겁길 바라기 때문이야.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알아주겠니? - p.350


그것도 그렇지만, 다카노 씨네 가족 얘기에도 감동했어. 어딘가에서 불행을 만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자신들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걸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내게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걸 계속하는 것이 분명 누군가를 위한 것도 된다. 그렇게 믿기로 했어.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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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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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여러 이야기 중 이카루스 이야기가 있다. 미노스왕을 거역한 죄로 감옥에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감옥을 탈출하는데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몸에 붙어 있던 날개를 이카루스에게 붙여 주며 너무 높이 날지 말라며 당부한다. 그러나 처음 하늘을 날아 본 이카루스는 비행에 도취한 나머지 하늘을 높이 날아 태양에 날개를 잃고 바다에 추락한다. 이 이야기는 과욕을 부른 이카루스의 비극 이야기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며 돈을 번다. 처음에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높은 보상과 안락함에 대부분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도마뱀 뇌에 길들어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함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자신이 정한 목표를 따라 꾸준히 진행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정해진 규칙 없이 자신만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인 세스 고딘은 그런 사람들을 바로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스티브 잡스, 헨리 포드, 마틴 루서 킹을 거론하며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현재 우리가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느꼈던 안전지대가 점점 이동하고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무한 경쟁 시대에 예전과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세상 '연결 경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전의 안락지대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 세스 고딘은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그 외 아이디어와 창조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일을 창조해야 하고, 연결 경제 시대에는 누군가 죽고 살고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한다. 그러면서 아티스트가 되려는 과정에서 위험할 수 있는 요소를 이야기하며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이 외에,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의 조직에 의해 자신의 말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산업 경제의 안전함 속에 빠져 버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는 모두가 살아남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자폭할 수 있어 하루빨리 그곳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롭고, 실질적이고, 중요한' 아트를 추구하도록 말하고 있다.


몇 달 전, 한 대학교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로 전국이 들썩였던 적이 있었다. 그 또한, 이카루스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계를 깨야 한다는 점이 저자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허물을 무너뜨리고 바꿔라. 지도에 의존하지 마라. 고통을 즐겨라. 행동하라. 자신을 드러내라.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도마뱀의 뇌'는 떨쳐버려라"는 세스 고딘의 말처럼 나 역시 나의 길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당신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당신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지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당신이 열정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 p.8


안락지대를 새로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것은 수영을 배우는 것과도 같다. 수영은 물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는 동안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을 때 불안해지고, 상황이 바뀌지 않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며, 최근에 전혀 실패를 맛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수영을 배우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당신은 새로운 안전지대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그 환경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p.31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정해진 규칙 없이 시도하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트다. 다시 말해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 p.33


컨설턴드와 스프레드시트로 이뤄진 냉정한 세상에는 전략과 전술이 넘쳐난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그 외부의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가져다 쓴다 해서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는 외부의 어떤 것도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아트가 필요한 이유다. - p.35


'새롭고, 실질적이고, 중요한'이란 수식어는 아트를 정의하는 세 가지 요소다. 연결경제는 이 세가지 가치가 꾸준히 공급되어야 돌아간다. 연결경제는 새로운 자산, 즉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고 주목받게 된 자산을 쌓아나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건물이나 규칙, 포장과 같은 것들이 중요치 않게 되었다. 가치는 이제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만들어지는데, 그러한 통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아트다. - p.40


용기란 죽음에 과감하게 맞서는 영웅적인 자질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또한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만큼 거대한 모험에 도전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고, 그러한 생각을 지키려는 의지를 뜻한다. - p.43


우리는 새롭게 배우기보다 정답을 외우고,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 우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 p.45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을 손보고 스프레드시트를 만지작거리지만, 아티스트 집단은 그 시간에 사람들을 연결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연결경제는 끊임없이 기적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기존의 안전지대에 존재했던 낡은 가치들을 파괴해간다. 묵은 것은 신경 쓰지 말자.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 p.55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아이슈타인) - p.62


아트는 선택을 받음으로써 느닷없이 찾아오는 성공이 아니다. 따라 하기만 해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평생의 습관이자, 계속해서 더 많은 새로움을 창조하도록 스스로를 격려하는 점진적인 습관이다. - p.68


독창성이란 항상 새롭고, 검증되지 않고, 신선하고, 위험스러운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친구나 동료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게 지루하고, 뻔하고, 흔해 빠진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음으로써 좋은 친구를 잃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p.70


리더십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리더십에는 어떠한 지침이나 규칙도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호통치는 상사도 없다. 혹시 리더십에 관한 안내서를 찾고 있다면, 당신이 정말로 되고자하는 것은 리더가 아니라 관리자인 셈이다. 진정한 리더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다른 이들을 완전히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값싸고, 빠르고, 복종적인 안전한 세상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 p.71


당신이 페이스북에 얼마나 많은 친구를 두고 있는지 또는 트위터에 얼마나 많은 팔로워가 있는지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당신의 참된 친구도 아닐뿐더러 진정한 추종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이 있는 건 내일 당신이 당신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리워할 것인가이다. - p.76


우리가 사라졌을 떄 사람들의 그리움을 받게 될 존재(린치핀linchpin) - p.77


연결경제가 매력적인 것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관계가 넓어지고, 하나의 정보가 더 많은 정보로 이어지면서 풍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자체적으로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확장되면서 접근성은 더욱 높아진다. 재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네트워크의 힘을 활용하려 들기 때문이다. - p.77


세뇌는 미묘하게 작동한다. 세뇌는 안전을 지향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미끼로 삼는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이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배운 대로, 들은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이다. 복종의 유혹을 느낄 때마다 그 실제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러노라면 자신이 어떻게 훈련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다가오는 기회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p.90


아티스트란 인간적인 그리고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가치를 최초로 창조한 사람이다. 루이스 하이드가 <선물>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어떤 행위가 아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을 영혼과 꿈의 세계로 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카소의 작품을 볼 때마다 선물을 받는다. 그의 작품과 만나는 순간, 피카소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 자신의 것이 된다. 우리는 그가 주는 선물을 그냥 받으면 된다. - p.92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습관 : 혼자서 조용히 앉아 있기, 특별한 이유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사람들에게 솔직한 대답을 요구하기, 듣기 좋은 칭찬을 외면하기,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먼저 격려의 말을 건네기, 변화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 자신이 만든 것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 p.115


우리는 항상 '성공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도 '실패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언제나 자신감을 갖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확신하고 세상에 뛰어드는 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트의 세계로 진입할까 말까를 소심하게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외적인 성공 가능성은 처음에 아주 미미하다. 그러므로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평생을 바쳐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끝없는 과정이다. 조금 맛보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식으로는 아트를 할 수 없다. 이제 당신에게 아트가 일이 되어야 한다. - p.123


혹시 사랑에 빠져본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누군가가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게 어떤 상황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이어서가 아니라 무조건 좋은 경우 말이다. 아트에서 어떻게 하든 사랑받으리라는 확신이 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대신 더욱 심오한 가치를 파고들 것이다. - p.127


산업주의자들과 당신의 상사는 모든 것이 확실하고, 효율적이고, 위험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아티스트는 그렇지 않다. 아트와 가치는 위험에 직면하고, 실패의 가능성을 용감하게 받아들이는 의지에 달렸다. 바로 신들처럼 말이다. 변화의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아티스트는 실패의 가능성 때문에 변화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실패할 수도 있어'라는 주문을 외면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 - p.142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수영의 중요성에는 주목하지 않으면서, 익사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했다. 더 많은 이들이 도전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물에 빠질 것이다. 그건 옳은 말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수영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면 더 많은 연결이 이루어지고, 더 많은 아트가 존재하게 된다. 아트에는 지도도, 따라할 지침서도, 확실한 길도 없다. 지도 없이 살아가는 삶은 산업 시대의 후손들을 불안하게 한다. 헛된 약속조차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험이 굉장히 큰 만큼 지루할 틈이 없는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 - p.143


당신의 아트에 대해 당신에게 수치심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당신의 청중이 아니다. 당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볼 자격도 없다. 아티스트의 삶은 청중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고, 그러므로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청중을 선택해야 한다. 단지 편해서가 아니라 재능을 발휘하고 인정을 얻어야만 최고의 작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56


앞으로 계속해서 아트를 하고 싶다면, 당신이 하는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 당신의 과제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사람들을 멀리하고, 자신이 선택한 청중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마케터와 기업가에겐 모든 청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아니다. 우리는 오직 소수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 p.167


도마뱀 뇌는 재빠르게 경고 신호를 보내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우리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 진화를 거친 지금, 우리 인류는 더는 예전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고등이 자주 번쩍인다. 아미그달라는 그대로 남이 있으며, 밤길에 불량배를 만나거나 클럽에서 이성을 찾는 등의 특별한 상황에서 고개를 쳐든다.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가치 있는 작품을 창조하려는 순간에도 아미그달라가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 p.170


아트에 도전하는 순간, 도마뱀 뇌가 만들어내는 회의감은 아미그달라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감정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두엽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아마도 스스로를 위험으로 내모는 힘든 도전을 외면하려 할 것이다. 저항이 느껴진다는 것은 당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 p.174


연결경제는 우리에게 빼장을 가질 것을,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에서 벗어날 것을, 불완전한 아트에 도전할 것을 요구한다. 오나벽함은 지루하고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 뜻이며, 결함이 없다는 말은 아무런 흥밋거리도 없다는 말과 같다. - p.185


아티스트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트는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며, 첫 번째 도전이다 맨 처음 하는 이야기여야 한다. 우리가 아트를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작품이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일 때,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는가? - p.191


예측이 틀렸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아니라 세상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거나 기존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운명을 탓하고, 예외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판단착오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안목에 대해 고민하고 더 다듬어나갈 수 있다. 그럼으로써 시장의 근본적이 수요,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소를 이해하게 된다. - p.194


자신의 세계관을 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없다. 물론 세계관은 일상생활에서 쓸모가 있다. 일련의 전제와 편견, 믿음으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관계를 맺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외부와 접촉할 때마다 매번 모든 것을 검토하고 판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익숙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일관되게 행동할 수 있다. - p.196


아티스트는 전체를 바라보는 법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이름은 잊고, 그 대신 신선함을 불러올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행위다. 불을 켜기 전에 무엇을 보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무엇을 보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어둠이 아닐 것이며 거기서는 빛을 밝히는 아트가 존재할 수 없다. - p.199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쉴 새 없이 분류하고, 판단하고,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것들을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기회를 보지 못한다. 고통과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데 따른 위험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보지 못하면, 아트는 성공할 수 없다. - p.201


아트를 우리 사회와 문화 또는 시장으로 가져오기 어려운 이유는 지루함과 어리석음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용수가 매번 완벽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듯 치밀하게 계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그러고 나서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기까지 우리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무용수는 늘 실수를 한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춤을 춘다. 완벽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춘다.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보고, 만들자. 그러고 나서 다시 백지상태로 돌아가자.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연결을 이룰 때까지 반복하자. - p.210


문제 해결에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문제를 많이 만나보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적이고, 안전하고, 결과에 대해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도전해야 한다. - p.240


도마뱀 뇌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불가능한 프로젝트, 불가능한 꿈, 가치는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목표로 여기게 해 눈길을 돌리게끔 하는 것이다.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면, 그걸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핑계를 늘어놓으면서 조용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변화는 힘든 작업이다. 변화를 위해 아티스트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규범을 무너뜨리고,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를 앞서 가는 사람으로, 변화의 사신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때로는 의기소침한 겁쟁이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 p.243


'내가 했고, 내가 만들었고, 내가 말했다.' 예전에 비해 우리는 훨씬 더 쉽게 실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를 세상에 내놓고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일도 훨씬 더 쉬워졌다. 건물도, 학위도, 광고 예산도 필요 없다. 권위자의 승인도 필요 없다.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백 년 동안의 세뇌에 갇혀서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 안 된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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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 -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당신의 연애를 위한 과학적 충고
김성덕 지음 / 동아엠앤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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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청춘남녀가 연애 문제로 고민한다. 여태까지 부모님이나 혼자서 살다가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사귀는 순간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나 이벤트, 선물 등으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오붓하게 지나가는 좋은 추억을 쌓는 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서로가 이해하지 못해 다투거나 심지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좋던 그(그녀)지만, 가끔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을 내거나 외부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풀기도 한다. 주위를 보면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잉꼬부부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싸워 바로 이혼까지 하는 커플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 잉꼬부부와 사소한 싸움으로 쉽게 이혼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성을 위한 연애 지침서이다.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당신의 연애를 위한 과학적 충고'라고 앞표지부터 여성들을 궁금하게 하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바로 <롤러코스터>, <세친구>, <남자셋 여자셋>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봤을법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남자 김성덕 감독님이다. 김성덕 감독님은 어떤 이론이나 현상들을 남녀 관계로 비유하는 것을 가장 잘하며, 특히 남녀의 생활을 좀 더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카이스트에서 과학 저널리즘과 미래학까지 공부하셨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공학 석사와 예술 석사 학위를 동시에 가진 사람이며, 주위에서는 남녀공학 석사가 되라는 농담까지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김성덕 감독님은 여자들을 위해 어떤 연애 방침을 알려주는 것일까? 책 제목부터 '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남자들의 실체를 까발리는 내용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책은 여성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남자인 내가 봤을 때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지 궁금하였다.


이 책의 시작은, 남자와 여자의 본능으로 시작한다. 여자들은 보통 남자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1순위가 바로 경제력이라 말한다. 이 말은 여자를 욕보이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 남자들이 사냥을 나갔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심리학자의 이론을 빌려 현재까지 진화해왔다는 말에 남자인 내가 봐도 수긍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는 남자는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따지는 1순위가 바로 외모이다. 이것 역시 진실광고(truth in advertising) 이론까지 설명해주며 말하고 있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역시 그런 것 같다. 이 외에, 여자가 쇼핑을 즐기는 이유, 남자의 바람 혹은 바람기, 여자들의 성급한 결혼,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들의 착각까지 폭로하며 다양한 실제 사례와 과학 이론들로 무장하여 현실성 있게 연애 조언을 해준다.


그 다음 장에서는, 실전 연애를 위한 체크리스트로 구성하여 남자친구와의 더욱 행복한 생활을 보내기 위한 팁과 조언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내와 있었던 에피소드와 더불어 남자친구와의 대화, 성적 취향, 향기(냄새), 소비 스타일, 음식 취향, 언어 외 심지어 MBTI 검사와 음양오행까지 다양한 이론들로 무장하여 여자들의 진정한 짝을 찾기 위한 조언을 이야기하는데, 남자인 내가 읽어봐도 공감이 되는 글귀가 많았고 여자친구를 위해 더욱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체크리스트 장이 끝나고 그 다음 장에서는 바로 현실적인 결혼 조언에 들어가는데, 남자의 3대 재앙(폭력, 주정, 마약)과 트라우마, 질투, 부모, 남자친구의 친구, 스타일, 가치관 등 남자에 대해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은 정말 여성을 위해 쓴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으며, 절대 이러한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는 여성들에게 말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는데 이 부분까지 다 읽고 나서는 남자인 내가 봤을 때 정말 연애란 어렵고 힘들 거라는 생각과 내가 사소하게 놓쳐서 여자친구를 힘들게 하였다라는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시중에 널려 있는 사소한 연애 지침서와는 다르게 다양한 과학 및 경제학 이론, 책, 예술 등으로 비유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쉽게 다가온다. 남녀공학 석사의 명성에 걸맞게 남자와 여자를 정말 잘 아는 김성덕 감독님의 말씀들이 하나하나가 정말 와 닿고 여자들이 연애 및 결혼을 하기 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연애와 결혼은 힘들다고 피하는 여성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바로 남녀의 사랑이며, 그 행복을 찾기 위해 현실적이고 더욱 까다롭게 굴어야 한다는 김성근 감독님의 말씀이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김성근 작가님이 '네 여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라는 후속편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헐크가 다른 사람한테 화내는 건 괜찮은데 자기 여자한테까지 성질을 부리면 그 영화 안 된다. 네 남자가 다른 사람한테 화내는 건 괜찮은데 당신한테까지 성질을 부리면 그 연애 안 된다. 헐크가 밖에서는 아무리 화를 내도 자기 여자한테만은 온순해져야 영화가 재밌다. 내 남자가 아무리 밖에서 화를 내고 고집을 피워도 나한테만큼은 온순해져야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 - p.8


소개팅을 할 때 여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남자의 직업이다.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 밑바탕엔 깔린 본심은 물론 '돈'이다. 남자의 경제력 터놓고 물어보지 못하니까 간접적으로 돌려서 물어보는 것이다. - p.16


여자가 남자의 경제력을 따지는 건 결코 속물이어서가 아니다. 본능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그렇게 진화해 왔다. 그러니 남자를 만날 때 거리낌 없이 경제력을 따져라. 대신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제대로 따져라. 지금 당신에게 돈 많은 남자를 경제력 있는 사람으로 성급히 판단했다가는 뼈아픈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그 남자의 경제력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돈인지, 자기 능력으로 번 돈인지 미래 경제력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성실하게, 빚 없이 약속을 지켜 가는 사람인지도 꼭 파악해야 한다. - p.24


유치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돔과 집전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원자력 발전소가 꼭 남자 같구나! 화려한 겉모습으로 열심히 물을 끓여 대는 돔의 모습은 여자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하기 위해 멋진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좋은 음식 먹이고 꽃이며 명품 가방을 안기는, 잔뜩 폼을 잡는 남자의 모습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남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집전기처럼 작은 침대에 여자를 데려가는 것이다. 이 생각을 얘기했더니 함께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 학우들이 "감독님은 어쩜 그렇게 과학 논리를 남녀 사이로 바로 연결하세요?"라고 했다. 함께 자리했던 교수님께서는 '모든 걸 남녀에 갖다 붙이는 영험이 있으니 당신은 카이스트 최초 남녀공학 석사가 되시오"라고 했다. 이리하여 나한테 남녀공학자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 p.47


남자는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남발하고 능력과 재산을 과시하며 장기적으로 관계를 원하는 척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데이트할 때 여자의 조카들을 보면 괜히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자식에 대한 양육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지 사실 크게 관심은 없다-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깡패를 만나면 괜히 흥분하여 용감한 척한다. 혹은 얌전히 지나치고는 그건 비겁해서가 아니라 여자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음을 묻지도 않았는데 입에 거품을 물며 해명하기 바쁘다. 이 모든 것이 남자가 용감하고 헌신적이며 능력 있음을 보여 주어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는 행동이다. 여성의 '감정'을 자극하여 공략하는, '감정적 사기꾼'으로서의 전략인 것이다. - p.60


어쩌면 연애란 서로 속고 속이는 공범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남자의 본성을 잘 파악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믿든 안 믿든 선택과 그 결과는 이미 벌어진 이상 남자의 말과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스스로 한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 p.64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남성은 하루 평균 여성 8명을 2분 이상 쳐다본다고 한다. 그 시간을 합치면 남자는 일생에서 약 6개월을 여자에게 곁눈질을 하는데 보낸다는 것이다. 남자의 내면에는 늘 또 다른 이성을 만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바람피우고 싶은 욕망', 이것이 바로 바람기다. 그런데 대다수의 남자들이 바람기는 있지만 쉽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바람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바람'이다. 즉 바람기와 바람은 '눈길만 주고 그치느냐, 실천하느냐'의 차이다. - p.67


한 번의 바람도 상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러니 평생 또 바람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면 헤어지는 편이 낫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뭔가 불만이 생기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일을 떠올리고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옛날에 바람피운 주제에..'라는 식의 이야기는 남자는 물론 그 말을 하는 여자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고민하라. - p.74


결혼할 남자를 택할 때 명품 가방보다 덜 따지는 여자들이 있다. 아니, 많다. 정들었으니까, 청첩장을 돌렸으니까, 이미 잠자리를 했으니까, 내 나이도 있는데 어디서 또 사람을 만날까 등등의 이유로 결혼을 결정한다.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여자로서의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위기감까지 복잡하게 뒤엉키며 판단력이 흐려진다. 문제를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도 막연한 믿음으로 나에게 그렇게까지 불행한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뚜벅뚜벅 결혼식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제발 좀 따졌으면 좋겠다. 최소한 명품 가방보다는 남자를 더 따지고 골라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 착하게만 행동하길 기대받고 자라다 보니, 남자에 대해 따지는 것이 속물처럼 보일까 봐 그러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남자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남이 뭐라고 하든 내 인생을 위해서 따지고 따져서 선택해야 한다. - p.78


신발 하나도 내 발에 맞지 않으면 고통스러운데 60~70년을 같이해야 할 결혼 상대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그 고통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연애와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난 어김없이 여자친구의 명품 구두 사건과 신데렐라의 구두 이야기를 예로 들며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결혼은 구두'라고, 그리고 연애는 그 '구두'를 찾는 과정이라고. - p.89


과연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는 노래와 영화가 있을 만큼 '좋은 사람'이란 말은 흔하다. '좋은 사람' 소개 시켜 달라는 여자들에게 어떤 남자가 좋은 사람이냐고 물으면, 돈 많고 성격 좋고 키 크고 잘생기고, 그런데 심지어 나만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이 말하는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나도 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별의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같다. '나와 맞지 않아서.' 좋은 사람이란 좋은 조건의 남자가 아니라 나한테 맞는 남자다. 그런데 연애 때는 제대로 맞춰 보지도 않고 좋은 조거만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가 정작 결혼하고 나서야 뒤늦게 맞춰 보니 안 맞는다며 결국 헤어지는 것이다.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90


두 사람이 함께하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또 싸울 것이다. 싸워라, 피하지 말고, 대신 규칙을 만들고 싸워라. 모든 경기에 규칙이 있듯이 둘만의 규칙을 정하고 싸워라. 규칙 중 한 가지만 지켜도 엄청난 효과가 있다. 거의 90%는 해결된다. 왜냐하면 갈등이 있을 때는 상대방의 한 두가지 행동으로 스트레스가 극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소통이 잘되는 연애를 할 때는 같이 있어 주는 남자가 최고이고 불통이 된 결혼 후에는 출장 가는 남자가 최고가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극복할 수 없는 '소통'이 있다면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 p.103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키스도 결국 냄새로 상대를 탐색하기 위한 행위라는 주장이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키스를 하며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으면 상대가 강한 자녀를 갖게 할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는지 아닌지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7년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진화심리학자 크리스틴 가버아프가 교수가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자들은 유전자가 다른 남자들에게 육체적으로 더 끌린다. 특히 남녀의 MHC(주조직적합성복합체)가 다를수록 서로에게 더 호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실제로 여자들은 유전자가 자신과 다른 남성의 티셔츠를 더 좋게 평가했다고 한다. 반면 같은 유전자를 가진 남성에게는 성적 충실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키스가 낭만의 서곡이 아니라 이별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 - p.119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다. 더구나 먹는 음식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가족이 비슷한 병을 앓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고기를 자주 해 먹는 집에서는 고기 때문에 생기는 질병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여자의 입맛이 건강해야 한다. - p.136


지금은 이 신발을 신고 출근하지만 나중에는 꼬 벤츠 타고 출근할 수 있게 해 줄게 - p.142


나는 남자를 볼 때 그 사람의 사회 성격과 구분해서 사랑 성격을 따져 보라고 권한다. 연애하고 결혼할 때는 사회 성격이 아닌 사랑 성격 스타일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키스하는 기간이 6개월이 걸리는 소극적인 남자는 소극적인 성격대로, 사귀자마자 일주일 안에 침대로 향하려는 급한 남자는 급한 성격대로, 남자는 저마다 자신의 사랑 성격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이런 사랑 성격의 차이에 따라 남녀 연애사는 확연히 달라진다. 남녀의 연애사는 곧 남녀의 인생사다. 그러니 남자의 사랑 성격은 사회 성격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 - p.147


집착은 병이다. 당신은 당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그의 지나친, 질투를 넘어선 집착까지도 받아들일 것인가? 당신 남자의 질투는 어느 정도인지, 질투심을 표현할 때 그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귀여워 웃음이 나오는 정도인지, 아니면 답답하고 짜증나다 못해 가끔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인지,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어느 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꼭 체크해 보기 바란다. - p.188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만날 때 그 무리들이 잘 다니는 곳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는 단골 아지트가 어디인지, 분위기는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이 남자친구의 성향 파악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구장도 따라가 보라. 짜장면 폭풍 흡입하고 당구를 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레이더를 켜고 들어라. 적당히 농담도 받아 주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어울려라. 그러면 남자들이 편해져서 평소에 하던 말투, 이야기가 다 나온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의 말버릇, 술 마실 때의 술버릇이 파악되면 그 사람의 본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 p.197


연애와 결혼에서 웃음은 윤활유다. 유머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 좋은 대화로 일상에 생기가 넘친다. 일상이란 로맨스가 아니라 유머를 바탕으로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머가 통하는 사람과의 한 시간은 1분처럼 빨리 지나가지만 나를 지루하게 하는 사람과는 3분만 있어도 집에 가고 싶어지지 않던가. 그런데 일생을 지루하게 할 것 같은 사람이 집에 딱 버티고 있다면? 하룻밤이 아니라 몇 십년 동안 당신을 미소 짓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슬플 때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만나기 바란다. - p.207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연애를 시작하면 1분 1초라도 더 붙어 있으려고 안달을 낸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스타일, 사소한 문화적 취향과 습관 하나하나가 이 둘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별것 아닌 것들이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너무 사소해서 이야기도 못하겠고, 괜히 지적했다가 찌질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말을 못하다 보면 결국 쌓이고 쌓여서 엉뚱한 데서 터진다. 그러고서는 헤어지면서 서로 스타일이 안 맞았다고 변명한다. - p.210


여자들이 간혹 농담처럼 '힘들면 시집가지 뭐' 이러는데 이 말은 '힘들면 시골 가서 농사짓지 뭐'와 같은 소리다. 농사만큼 힘든 게 없다.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만큼 힘든 것도 없다. 그런 결혼 생활을 편하게 하겠다는 애기는 남자 등에 업혀 가겠다는 놀부 심보다. 업혀 가면 편할 것 같은가? 억지로 업고 업혀서 가다 보면 업는 사람도 힘들지만 업히는 사람도 엄청 힘들다는 걸 아유회 운동회에서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업히는 순간 자기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 자기 존재감을 잃어버리면 행여 결혼 생활이 깨지거나 아이들이 다 크고 남편도 밖으로만 나돌 때, 인생의 황혼기에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 - p.221


당신이 만나는 돌싱 남자친구가 이혼의 사유를 전부 전처에게 돌린다면 남자의 결혼 성숙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부부 문제는 반드시 양쪽에 잘못이 있다. 여자를 잘못 만나서, 라고 한다면 그 잘못 만난 것에도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적어도 반, 50%는 자기 잘못으로 인정하는 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다. - p.228


부동산 불황보다, 정권이 바뀌는 것보다 더 절박한 것이 나의 결혼이다. 결혼이란 게 잘못했다고 다시 환불하기가 정말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수습한다고 해도 상처 없는 행복한 결별이란 있을 수 없기에 신중하고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 p.238


몽골은 가장 추운 지역의 경우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그런데 몽골 특유의 게르(Ger)라고 불리는 움막 안은 굉장히 따뜻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집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드넓은 초원에서 유일하게 시원하고 따뜻하며 가족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은 오직 내 집뿐이기 때문이다. 결혼도 그래야 한다. 척박한 외부 환경 속에서 지칠 때 찾아가면 즐거움과 행복이 있는 피난처가 연애이고 결혼이어야 한다. 그러나 결혼을 잘못 디자인하면 무리를 하며 힘들게 장만한 내 집이 지옥이 되고 만다. - p.243


영국 통계청에서 영국 시민 16만 5000명을 대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결론은 '행복하려면 결혼하라'였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고액 연봉이나 종교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것이다. 나도 동감이다. 그러나 단, 잘했으면 좋겠다.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연애도 미친 듯이 잘했으면 좋겠고 결혼도 과학적으로 잘했으면 좋겠다. - p.246


로버트 트리버스 - 부모 투자와 성적 선택 이론

진실 광고 - 제임스 브라운

연금술사 - 파엘로 코엘료

도시의 비가시성

크리스마스 음악의 진실 - 제인 무어

칵테일 파티 효과

나노 기술

클러지 효과

영국 왕립학술원 회보

남편이 달라졌어요

열전달 3법칙

포아의 자원이론

성 선택 이론

바넘 이론

음양오행 학설

깨진 유리창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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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소유하며 살기 - 심플하게 사는 무소유 생활
카네코 유키코 지음, 나은정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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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주말마다 집 청소를 한다. 일주일 동안 썼던 쓰레기 및 분리수거 정리를 하고, 이불을 개고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TV와 테이블을 닦은 후 바닥을 청소기와 밀대로 쓸고 닦는다. 그렇게 30분에서 1시간 동안 청소에 시간을 투자하지만, 청소를 끝내고 봐도 집 안이 깨끗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로 간다. 그곳에서는 기간 한정 세일 상품이나, 덤으로 주는 사은품까지 다양한 행사들을 많이 하고 있다. '나중에 쓸 수 있겠지?' '미리 비축해두면 더 절약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물건들을 잔뜩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귀찮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물건들을 정리할 생각보다는 한 구석에 쌓아두거나, 대충 보이는 곳에 물건들을 놔두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일주일, 한 달, 몇 개월이 지나가면 집 안은 사람이 사는 것인지, 창고로 쓰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TV 속이나 인터넷상에서 보는 실내 인테리어와 연예인들의 집을 공개하는 것을 보면 정말 넓고 깨끗하기만 한데 "우리 집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울과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사는 공간만 하더라도, 예전에 신었던 신발들(이제는 신지 않는)이 신발장을 다 차지하고 있고, 작년 여름, 겨울에 입지도 않았던 옷들이 옷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 외에 1000원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차지하는 상자들과 식탁에는 음식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쯤이면 우리 집이 왜 깨끗하지 않은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넓지도 않은 공간에 반이나 넘게 차지하는 물건들을 놔두고 말이다.


책의 저자인 카네코 유키코는 10년에 걸친 독신 생활 경험을 통해 '적은 물건으로 느긋하게 생활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심플 라이프'의 가이드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심플 라이프 실천을 통해 현재까지도 집안을 깨끗하게 장식하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심플 라이프의 비법은 바로 '무소유'다. 여기서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필요충분'에 맞는 물건들만 소유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 책의 시작은, 무소유를 함에 있어 삶의 방향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흘러가는지, 지금처럼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아늑한 자신만의 집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청소나 정리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 덤벙거리는 사람에게 무소유 생활을 추천하고 있는데, 정리할 물건 자체가 적어서 정리하는 것이 서툴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건이 적으면 정리나 청소를 대충 해도 꽤 정성을 들인 것처럼 보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물건을 놓지 않고, 식탁에 물건을 두지 않고, 한정된 물건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며 물건이 없을 때 주변 사람을 통해 빌리거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추천해 주고 있다.


이 외에 무소유를 할 수 있는 습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집 밖으로 나가는 물건이 들어오는 물건의 양과 같으면, 물건을 늘어나지 않는다.','집 안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나가는 물건보다 많을수록 물건을 늘어난다.'와 같이 무소유란 다이어트와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무소유란 다이어트처럼 요요 현상(리바운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2주간의 습관을 통해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설문지를 작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실천 편에서는, 무소유 생활을 하기 위해 의류와 책, CD, DVD, 추억 및 취미로 모은 물건, 가구 가전, 종이류의 처리 방법(기부 및 판매, 폐기)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나 역시 수많은 책과 CD들이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은 몇 년간 모아둔 책들이 수백 권에 달하는데 '과연 이 책을 또 볼 것인가?' 아니면 '이 책이 평생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부나 판매를 통해 책을 처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늑하고 깨끗한 나만의 공간, TV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실내 공간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실천해 나간다면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저자 카네코 유키코가 말하는 무소유 생활 실천 방법으로 더 이상 청소를 할 때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친구를 부르지 못해 난처해지는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책 속에서 말하는 정리 비법과 무소유 실천 방법을 통해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형태가 있는 모든 물건은 언젠가 망가지게 된다. 망가지는 게 무서워서, 흠집이 나는 게 무서워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물건을 사용할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가장 어리석은 것은 아깝다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어느 샌가 방을 차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난 수납 능력이 부족해.", "정리를 잘 못해."라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사실 꽤 많다. - p.20


집에 물건이 잔뜩 있는 사람은 "이렇게 어수선해서는 친구도 부를 수가 없어."라는 말을 종종 내뱉는다. 어수선한 자신의 집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져서, 아무리 애써도 항상 치워지지가 않고 친구도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략) "다음에 또 놀러 와!"라고 말은 하면서도 좀처럼 불러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드디어 집에 초대해주었을 때, 만약 그 집이 너무나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거나 호화스런 접대를 받게 되면, '다음에도 또 한참 뒤에야 불러주려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 p.31


빠르고 편리한 것, 빠르고 이득인 것, 이것들은 결코 끝이 없을 인간의 욕망이다. 그리고 이 욕망을 점점 확대시켜 온 것이 현재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나 무소유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무소유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제 빠르고 편리한 건 됐어. 그보다 시간 그 자체를 좀 더 천천히 즐기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 p.35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왠지 답답해지고 마음속이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 답답함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그 답답함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함께 축적되다 보면, 결국엔 한계점에 달해서 '세일 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되거나',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계속해서 물건을 사게 되는' 행동으로 발산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소홀히 여기는 마음이 '쓸모없는 물건 구입'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p.61


물건을 멀리하는 대신 유대관계를 되찾아야만 한다. 물건과 달리 유대관계에는 귀찮은 일도 있을 것이고, 싫어졌다고 해서 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에는 물건에는 없는 따뜻함이 있고, 하나의 유대관계가 또 다른 유대관계를 불러서 관계가 넓어진다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풍요로움을 우리들의 생활에 틀림없이 가져다 줄 것이다. - p.65


단 하나의 간단한 습관을 2주간 유지한다. 그리고 확실히 정착시킨다. 그런 다음, 또 다른 간단한 습관을 2주간 계속 유지한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생활에 만연해 있던 물건을 늘리는 곤란한 습관이 없어지고, 더 이상 물건을 늘리지 않는 쾌적한 생활습관이 정착되어 간다. - p.78


'버리는' 습관에서 중요한 것은 '버리기까지의 보관 장소'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다. 특히나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전용 쓰레기 상자나 봉투, 놓아둘 자리를 확보해두지 않으면 여기저기 널브러지 쉽다. 버리는 것 자체가 즐거워지도록 깨끗한 봉투나 상자 등 버리기 쉬운 '보관 장소'를 확실하게 준비하여 '버리는' 습관 들이기를 조금 더 손쉽게 만들도록 하자. - p.90


'받지 않는다','사지 않는다.','비축해두지 않는다.','버린다.','대용한다.','빌린다.','없이 지낸다.' - p.95


사람의 욕망은 비록 강렬하게 보일지라도, 실은 의외로 부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물건을 손에 넣을 때까지 인간의 욕망은 펄펄 끓어오르거나, 활활 타오르거나, 엄청난 에너지를 토해내지만, 결국 그것을 손에 넣게 되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 물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있는 일이며, 물론 나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다. '이건 꼭 필요해!'라는 강한 충돌이 들 때,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 p.96


주변에 물건이 넘쳐나지만 그것들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모처럼 떠나보낸 자신의 시간을 조금도 회수하고 있지 않으며, 쓸데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이 시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라면 계속해서 소중히 여길 것이고, 잘 사용할 것이 틀림없다. 지금보다 더 좋은 물건이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모순일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팔아야 하니까. - p.175


'여유로운 시간'이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손에 넣게 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순간'이 아닐까? '오늘'이라고 하는 24시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30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순간은 매우 분명하게 존재한다. 언젠가 손에 넣을 장기 휴가보다도 훨씬 확실한 것이다. 그 확실한 이 순간을 눈으로, 손으로 맛보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유로운 시간'을 우리들 자신에게 선사하는 방법일 것이다. - p.181


물건은 적으로 돌리면 생활을 번잡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빼앗아 가지만, 자기 편으로 만들면 쓸데없는 물건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무소유 생활이란 딱 알맞게 소유하는 생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딱 알맞음의 정도'가 어렵다. 그것에는 평균치도 없고 정답도 없으니까. '가능하다면 소유하지 않고 살고 싶다. 또한 버리지 않고 살고 싶다. 물건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자신이 되고 싶다.' 매일매일의 생활이 이런 생각을 위한 레슨이자 수행이 될 것이다. - p.184


'물건'은 '시간'의 대명사이기도 하므로, '계속 소유한다'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르며, 과도하게 '준비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고 지금을 사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만을 주목하고, '지금'을 사는 생활은 물건이 그다지 많이 필요없다. 그 대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알고 있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이의 이야기는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지금'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힘을 잃고 어찔할 바를 모르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 용기르 북돋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에외 중요한 것이 대체 있기나 한가?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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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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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주문할 때마다 보통 온라인 서점을 이용한다. 구매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쌓아두었던 포인트로 할인을 받고 가끔 덩달아 주는 사은품까지 편리하게 배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습관이 길들어 있었기 때문에 서점은 가끔 길거리를 지나다가 구경하러 가거나, 급히 읽고 싶은 책(이런 경우는 내가 원하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을 사러 가는 경우 외에는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이자 저자인 앤 스콧은 펭귄 책을 사모으려고 토요일 아침마다 서점에 가는 오빠를 따라나서면서 애서가가 된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어렸을 적부터 누나가 책을 많이 구매하고 읽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 역시 책을 읽는 습관이 길들었는데 주인공과 내가 그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 친근감이 들었다. 저자는 오빠와 함께 길을 지나가다 주운 오렌지 상자를 주워 자신만의 첫 책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책장이 나의 첫 서고였기에 작가와 나의 공통점이 정말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책에서는 자신이 사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영국의 런던, 미국 뉴욕, 아일랜드 코네 마라 등 총 18곳의 고서점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추억과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해 나간다. 몇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 낸 서점들과 지금은 없어진 서점들에 관해 이야기해 나가며 그곳의 풍경과 인테리어, 직원들과의 대화, 그곳에서 만난 유명한 작가와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 내용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그 서점들에 대해 얼마나 애착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점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주고받고, 지식과 교양을 쌓아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애서가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소개하는 서점에 있는 유명한 책들의 초판을 보며, 실제 유명한 작가와 예술인(셰익스피어, 루이스 스티븐슨, 모차르트 등)들이 이곳을 다녀오지 않았겠냐는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이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나오는 작품들과 작가들의 이야기들 대부분은 내가 처음 들어보고 생소하여 책을 읽는데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주인공이 그곳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읽으면서 과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이렇게 책을 읽었다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18곳의 서점들처럼 테마와 역사가 있는 서점들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내가 사는 이곳에서 보기가 힘들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진열하여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존재한다면 아무리 온라인 서점이 강세더라도 그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지 않을까? 이젠 중고등학생들의 참고서나 도서관에 낙찰 판매하는 것으로만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테마 서점을 기획하여 손님들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 역시 온라인 서점보다 그곳에서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온라인에서 쉽게 지나치는 책을 우연히 만나며 더욱 많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애서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거리에서 보면 컴펜디엄서점의 유리문은 늘 열려 있었고, 넓은 유리창 너머로 진열된 책들이 보였다. 그 거리는 얼마나 분주했던가, 고르지 않은 길 위에서 짐을 싣는 사람, 옮기는 사람, 차에 타는 사람, 출발하는 사람, 분주한 거리를 건너 서점 안에 들어서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준비된 지성, 새로운 발견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언제나 있었다. "혹시.. 있나요?" 하고 물으면 솔향기 풍기는 책장 사이로 서점 직원이 틀림없이 다가오곤 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에 익숙해졌고 내 삶 속에서 그곳의 형체와 질서를 이해했다. 내 마음 속의 세계, 이마고 문디(Image Mundi : 세상의 이미지) - p.19


자리를 지키고 앉은 서점 직원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말을 하더라도 작게 웅얼거렸다. 당연한 일이다. 이오나 출판사가 사라지고, 섬세하게 제본된 책들이 나무 책장에 말없이 꽂힌 이곳에서 소리를 낼 게 대체 뭐가 있을까? 그러나 서점 밖에는 거친 자연이 있다. 마을을 지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투명하고 거친 물살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서점 안에는 시간, 시간, 또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엽서를 쓰고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글의 형태도 내용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 p.53


그레일 서점은 내게 책 이상의 것을 선사했다. 토요일 아침마다 나 혼자서, 또는 아들과 함께 그레일 서점에 있을 때면 그곳의 밝은 음악과 대화, 그림, 책 읽기에 좋은 포근하고 조용한 공간 속에서 나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나의 고질적인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06


북스오브원더는 살아다가 어떤 질문을 봉착했을 때 찾아가면 좋은 서점이다. 무엇이 현실이지? 혹은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이런 질문, 나 역시 이 두 가지 질문을 품었었다. 그때야말로 무지개 너머 그곳으로, 거울 속으로 여행해야 할 순간이 아닐까? 책 선반에는 각기 다른 문화와 시대를 살았던 작가들이 고민과 삶을 통해 제시한 해답이 가득했다. 그들은 상상을 통해 마음과 영혼의 장소를 탐색했다. 곰돌이 푸의 100만 에이커 숲과 나니아, 오즈, 미시시피 강, 마법에 걸린 독일 숲을 여행했다. 스코틀랜드 작가들은 자신의 반쪽인 어둠과 씨름하면서 어린 시절의 빛을 찾아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 p.112


우리는 언젠가는 모두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날개 달린 마차를 알고 있었다. 일과 삶 사이의 뼈아픈 선택에 대한 예이츠의 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양심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던 햄릿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관념 중 무엇도 우리를 현실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실수가 두려워, 비난이 두려워 뒤로 물러섰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 성장했지만 협상의 경험이 없었다. 그 긴 지식의 순례길 끝에 내가 다다른 것은 강렬한 감정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감정을 불신했다. 내가 틀렸다. 나는 어려서 그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릴지 알지 못했다. - p.174


나는 온라인으로 책을 요청하고, 책값을 지불했다. 그랬더니 내가 요청한 책들이 진짜로 왔다. 누구로부터,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것 역시 또다른 종류의 전설이 될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도와 응답'의 관계 같기도 하다. - p.195


음악을 틀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큰 공간에서 리듬을 느꼈다. 어쩌면 내 심장의 리듬이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서점의 리듬이었는지도, 누군가 배달을 오고 사인을 하고 정리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일단 문이 닫히고 나자 서점은 다시 혼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었다. 아들이 부탁한 책이 다 포장되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들고 갈 책이 너무 많았다. 결국 그 아름다운 책들을 우편으로 보내기로 했다. 내 주소가 조용한 서점에 울러 퍼졌다. 지상에서의 나의 거처와 이곳의 마법이 서로 닿는 순간이었다. 나는 세상의 이미지, 이마고 문디에서 그게 어디쯤일까 생각해보았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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