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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소유하며 살기 - 심플하게 사는 무소유 생활
카네코 유키코 지음, 나은정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보통 주말마다 집 청소를 한다. 일주일 동안 썼던 쓰레기 및 분리수거 정리를 하고, 이불을 개고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TV와 테이블을 닦은 후 바닥을 청소기와 밀대로 쓸고 닦는다. 그렇게 30분에서 1시간 동안 청소에 시간을 투자하지만, 청소를 끝내고 봐도 집 안이 깨끗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로 간다. 그곳에서는 기간 한정 세일 상품이나, 덤으로 주는 사은품까지 다양한 행사들을 많이 하고 있다. '나중에 쓸 수 있겠지?' '미리 비축해두면 더 절약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물건들을 잔뜩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귀찮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물건들을 정리할 생각보다는 한 구석에 쌓아두거나, 대충 보이는 곳에 물건들을 놔두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일주일, 한 달, 몇 개월이 지나가면 집 안은 사람이 사는 것인지, 창고로 쓰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TV 속이나 인터넷상에서 보는 실내 인테리어와 연예인들의 집을 공개하는 것을 보면 정말 넓고 깨끗하기만 한데 "우리 집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울과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사는 공간만 하더라도, 예전에 신었던 신발들(이제는 신지 않는)이 신발장을 다 차지하고 있고, 작년 여름, 겨울에 입지도 않았던 옷들이 옷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 외에 1000원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차지하는 상자들과 식탁에는 음식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쯤이면 우리 집이 왜 깨끗하지 않은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넓지도 않은 공간에 반이나 넘게 차지하는 물건들을 놔두고 말이다.
책의 저자인 카네코 유키코는 10년에 걸친 독신 생활 경험을 통해 '적은 물건으로 느긋하게 생활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심플 라이프'의 가이드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심플 라이프 실천을 통해 현재까지도 집안을 깨끗하게 장식하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심플 라이프의 비법은 바로 '무소유'다. 여기서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필요충분'에 맞는 물건들만 소유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 책의 시작은, 무소유를 함에 있어 삶의 방향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흘러가는지, 지금처럼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아늑한 자신만의 집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청소나 정리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 덤벙거리는 사람에게 무소유 생활을 추천하고 있는데, 정리할 물건 자체가 적어서 정리하는 것이 서툴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건이 적으면 정리나 청소를 대충 해도 꽤 정성을 들인 것처럼 보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물건을 놓지 않고, 식탁에 물건을 두지 않고, 한정된 물건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며 물건이 없을 때 주변 사람을 통해 빌리거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추천해 주고 있다.
이 외에 무소유를 할 수 있는 습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집 밖으로 나가는 물건이 들어오는 물건의 양과 같으면, 물건을 늘어나지 않는다.','집 안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나가는 물건보다 많을수록 물건을 늘어난다.'와 같이 무소유란 다이어트와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무소유란 다이어트처럼 요요 현상(리바운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2주간의 습관을 통해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설문지를 작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실천 편에서는, 무소유 생활을 하기 위해 의류와 책, CD, DVD, 추억 및 취미로 모은 물건, 가구 가전, 종이류의 처리 방법(기부 및 판매, 폐기)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나 역시 수많은 책과 CD들이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은 몇 년간 모아둔 책들이 수백 권에 달하는데 '과연 이 책을 또 볼 것인가?' 아니면 '이 책이 평생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부나 판매를 통해 책을 처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늑하고 깨끗한 나만의 공간, TV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실내 공간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실천해 나간다면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저자 카네코 유키코가 말하는 무소유 생활 실천 방법으로 더 이상 청소를 할 때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친구를 부르지 못해 난처해지는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책 속에서 말하는 정리 비법과 무소유 실천 방법을 통해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형태가 있는 모든 물건은 언젠가 망가지게 된다. 망가지는 게 무서워서, 흠집이 나는 게 무서워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물건을 사용할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가장 어리석은 것은 아깝다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어느 샌가 방을 차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난 수납 능력이 부족해.", "정리를 잘 못해."라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사실 꽤 많다. - p.20
집에 물건이 잔뜩 있는 사람은 "이렇게 어수선해서는 친구도 부를 수가 없어."라는 말을 종종 내뱉는다. 어수선한 자신의 집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져서, 아무리 애써도 항상 치워지지가 않고 친구도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략) "다음에 또 놀러 와!"라고 말은 하면서도 좀처럼 불러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드디어 집에 초대해주었을 때, 만약 그 집이 너무나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거나 호화스런 접대를 받게 되면, '다음에도 또 한참 뒤에야 불러주려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 p.31
빠르고 편리한 것, 빠르고 이득인 것, 이것들은 결코 끝이 없을 인간의 욕망이다. 그리고 이 욕망을 점점 확대시켜 온 것이 현재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나 무소유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무소유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제 빠르고 편리한 건 됐어. 그보다 시간 그 자체를 좀 더 천천히 즐기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 p.35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왠지 답답해지고 마음속이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 답답함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그 답답함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함께 축적되다 보면, 결국엔 한계점에 달해서 '세일 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되거나',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계속해서 물건을 사게 되는' 행동으로 발산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소홀히 여기는 마음이 '쓸모없는 물건 구입'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p.61
물건을 멀리하는 대신 유대관계를 되찾아야만 한다. 물건과 달리 유대관계에는 귀찮은 일도 있을 것이고, 싫어졌다고 해서 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에는 물건에는 없는 따뜻함이 있고, 하나의 유대관계가 또 다른 유대관계를 불러서 관계가 넓어진다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풍요로움을 우리들의 생활에 틀림없이 가져다 줄 것이다. - p.65
단 하나의 간단한 습관을 2주간 유지한다. 그리고 확실히 정착시킨다. 그런 다음, 또 다른 간단한 습관을 2주간 계속 유지한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생활에 만연해 있던 물건을 늘리는 곤란한 습관이 없어지고, 더 이상 물건을 늘리지 않는 쾌적한 생활습관이 정착되어 간다. - p.78
'버리는' 습관에서 중요한 것은 '버리기까지의 보관 장소'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다. 특히나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전용 쓰레기 상자나 봉투, 놓아둘 자리를 확보해두지 않으면 여기저기 널브러지 쉽다. 버리는 것 자체가 즐거워지도록 깨끗한 봉투나 상자 등 버리기 쉬운 '보관 장소'를 확실하게 준비하여 '버리는' 습관 들이기를 조금 더 손쉽게 만들도록 하자. - p.90
'받지 않는다','사지 않는다.','비축해두지 않는다.','버린다.','대용한다.','빌린다.','없이 지낸다.' - p.95
사람의 욕망은 비록 강렬하게 보일지라도, 실은 의외로 부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물건을 손에 넣을 때까지 인간의 욕망은 펄펄 끓어오르거나, 활활 타오르거나, 엄청난 에너지를 토해내지만, 결국 그것을 손에 넣게 되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 물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있는 일이며, 물론 나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다. '이건 꼭 필요해!'라는 강한 충돌이 들 때,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 p.96
주변에 물건이 넘쳐나지만 그것들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모처럼 떠나보낸 자신의 시간을 조금도 회수하고 있지 않으며, 쓸데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이 시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라면 계속해서 소중히 여길 것이고, 잘 사용할 것이 틀림없다. 지금보다 더 좋은 물건이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모순일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팔아야 하니까. - p.175
'여유로운 시간'이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손에 넣게 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순간'이 아닐까? '오늘'이라고 하는 24시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30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순간은 매우 분명하게 존재한다. 언젠가 손에 넣을 장기 휴가보다도 훨씬 확실한 것이다. 그 확실한 이 순간을 눈으로, 손으로 맛보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유로운 시간'을 우리들 자신에게 선사하는 방법일 것이다. - p.181
물건은 적으로 돌리면 생활을 번잡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빼앗아 가지만, 자기 편으로 만들면 쓸데없는 물건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무소유 생활이란 딱 알맞게 소유하는 생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딱 알맞음의 정도'가 어렵다. 그것에는 평균치도 없고 정답도 없으니까. '가능하다면 소유하지 않고 살고 싶다. 또한 버리지 않고 살고 싶다. 물건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자신이 되고 싶다.' 매일매일의 생활이 이런 생각을 위한 레슨이자 수행이 될 것이다. - p.184
'물건'은 '시간'의 대명사이기도 하므로, '계속 소유한다'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르며, 과도하게 '준비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고 지금을 사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만을 주목하고, '지금'을 사는 생활은 물건이 그다지 많이 필요없다. 그 대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알고 있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이의 이야기는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지금'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힘을 잃고 어찔할 바를 모르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 용기르 북돋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에외 중요한 것이 대체 있기나 한가?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