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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평점 :
1980년부터 1990년 초중반인 M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부르는 'MZ세대'에서 30대 중반인 나는 일명 '낀 세대'다.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입식 교육과 권위적 의식을 상대했지만 30대가 되고 회사 직급이 오르면서 직원을 대할 땐 이전에 배웠던 방식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하긴커녕 동료들 사이에서 도태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책 '그냥 하지 말라', '상상히자 말라', '한 우물에서 한눈팔기',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를 출간하고 현재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한국데이마이닝학회 부회장이자 고려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통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변화와 Z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상세히 알려준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핵가족', '대가족'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핵개인화'에 대해 크게 다섯 가지 주제(학벌 인플레이션, 돌봄 과도기, 투명 사회, 효도의 종말, 이연된 보상)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통해 미래의 흐름과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는지 말해준다.
나같은 경우는 30대 초반 회사에서 나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로그와 SNS을 운영하면서 직접 경험했던 내용을 콘텐츠화시키며 자료를 축적했고 현재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됐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블로그와 SNS에 축적된 기록을 통해 타인에게 나의 모습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고 그만큼 유명세와 함께 수익 창출도 되었기에 'SNS는 시간 낭비'라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수가 됐다.
송길영 작가는 책을 통해 커리어뿐만 아니라 소속감, 언어 습관, AI 비서, 투잡, 투명 사회, 나이듦, 세계관 등을 통해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 공동체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와 트렌드를 핵개인화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여러 내용 중에서 가장 공감 깊었던 주제는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라는 말로 30대 중반을 지나 40대, 50대, 60대가 됐을 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멋지게 나이 드는 것'과 동시에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든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현재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팀장급 이상의 리더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에게 권장하고 싶은 도서로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감에 있어 더욱 발전하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권위는 인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수용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권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권위를 유지하려는 사람도, 권위를 찾는 사람도 원하는 것은 합당한 인정입니다. 정당한 인정이 권위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위로부터 아래로 억압적인 기제로 유지되던 권우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이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 19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K가 적어도 '국가'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문화이고 사람입니다. 종종 주고받는 표현 속 나라보다 부모, 뿌리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 역시 생물학적 연결성이 아니라 역시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숱한 '한국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동점심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한국 엄마'를 공유하는 정서에서 오는 것입니다. 엄마의 국적이 한국이라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로부터 한국식 삶의 양식과 정서를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차려준 음식과 엄마의 말투, 심지어 잔소리까지 그 음성들을 생각할 때에 국가적 정체성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해외에서 성공한 연예인들이 시상대에 오르면 한국의 팬들, 가족에게 고맙다고 하지 '나의 조국 대한민국' 영예를 돌리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 37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히어로물을 발표할 때, 게임 회사에서 새로운 게임 시리즈를 론칭할 때, 연예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이 데뷔할 때마다 왜 그토록 '세계관 만들기'에 몰두하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개인들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관'을 선택해서 살기를 원합니다. 답답한 현실 속의 나보다 내가 원하는 세계관 속 자아를 진짜 자신이라 느끼기도 합니다.
물리적 현실의 나와 상상의 세계 속 나의 유격이 너무 클 때 분열이 일어나고, 길을 잃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가주의 세계관에만 머무른 시각으로는 여러 세계관을 동시에 가진 복수의 정체성을 가진 핵개인들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지'와 같은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어느새 사라지는 상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한 집단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에서 개인의 소중함 역시 중요하다고 보듬는 사회로 이행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이후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고 다변화되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며 각자는 발밑과 머리 위의 격변에 현기증을 느끼며 숨 가쁘게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각자가 서로의 어려움을 감싸 안기에는 아직 버거운 것입니다. 그래서 대화는 더욱 어렵고 상호 이해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 45
국경의 문화적 윤관이 희미해질수록 더 디테일한 '구별짓기' 체계가 생겨난 셈입니다. 유니버스는 다층화되고 세계관은 넓어지는데 물리적 공간의 구별 짓기는 더욱 세세하게 심화되고 있으니, 인간의 모순성이 새삼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도시 안에서도 집값 높고 분위기 좋은 핫 플레이스 단위로 자신의 공간을 세밀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소속감과 준거 집단에 대한 열망일 것입니다.
국가와 국적은 태어나는 순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지지만 그들은 내가 살아갈 도시만큼은 내가 선택하는 자기 결정권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은 더욱 코즈모폴리턴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뉴요커의 라이프를 선망하던 서울 사람들은 뉴욕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해 보거나,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문화적 시차 없이 동일한 라이프 스타일을 수입해 '서울러의 삶'으로 치환합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과 뉴옥이 다양성, 역동성으로 경쟁하는 현실이 도래한 것입니다. 미래의 국가는 도시 국가가 될 것이라는 학자들의 연구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 51
단언하면 곤란합니다. 내가 새로운 걸 발견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유추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연역과 귀납의 차이입니다. 연역은 주어진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고, 귀납은 구체적 사레를 관찰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법칙을 만들어 나갑니다.
최근에 귀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귀납이 바로 머신 러닝, 즉 기계 학습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기계 학습은 발생하는 현상을 기반으로 패턴을 바라보고 규칙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가 빅데이터와 AI 덕분입니다. 다양성 시대에 맞는 인간의 태세를 정해야 합니다. '오리너구리'를 수용하는 것뿐 아니라 본인이 '오리너구리'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계를 버리고, 감각을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 64
서양의 개인주의가 인간다움, 인본주의의 연장선에서 발현되었다면, 한국의 개인주의는 권위주의의 반대 역학으로 돌출되었습니다. 1995년의 한 신문 기사를 보면 '개인주의 팽배로 사회 붕괴 우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당시 개인주의자는 악당의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 우리는 이제 건강한 개인주의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논의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결국 역학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선진화된 것이 아니라 개인이 힘을 더 갖게 된 것뿐입니다. 집단으로 작동하던 새상 모둠의 집함 시스템이 개인 중심의 플래폿 사회로 바뀌면서 기성세대가 생각을 수정하기도 전에 갑자기 힘의 흐름이 바뀐 것입니다.
굴뚝 산업이 IT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커지게 된 것과 같습니다 - 75
언어 표현은 현행화를 게을리하면 다음 세대의 혐오를 받습니다. 대상을 타자화시키지 않도록 계속 사유해야 합니다. '유니섹스'란 말은 '젠더리스'라는 표현으로 진화합니다.
유니섹스는 '내가 옷을 만들었는데 남성도 여성도 입을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젠더리스는 '성 구분 자체를 하지 말자'라는 겁니다.
이 모든 변화가 결국 생각의 변화와 연결되기 시작하여 이전의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거부됩니다. 과거에는 영화 '300'의 주인공들처럼 근육과 활동성이 뛰어난 남성을 이상적으로 규정했다면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화장품 광고 모델, 색조 화장 전문가로 남성이 등장합니다. 여성이 근육을 만들고 뽐내는 것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회 문화적으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역할에 대한 족쇄가 풀리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꺼려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젠더리스라는 말조차 구분을 전제로 한다는 의견도 있으니 표현은 끊임없이 현행화해야 합니다 - 85
※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2장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2016년 2월부터 구성원 50인 이상 기업은 업무시간 외 이메일, SNS, 전화 등으로 업무 관련 연락을 금지하는 '엘 콤리'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이에 영향을 받아 2017년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제정했습니다. 원격근무 같은 스마트 워킹을 할 때 구성원과 기업이 서면 합의를 통해 휴식 시간과 연결 차단권을 보장할 방법을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사회마다 규범의 편차가 있겠으나 최소한 확실한 것은 전화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AI 채팅,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콜센터에 많은 투자를 했던 조직이 어려워집니다. 글로벌 콜센터를 많이 유치했던 인도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콜포비아 트렌드는 나비효과처럼 전 세계에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 방식을 바꾸게 됩니다.
'바뀐 것들을 어떻게 나에게 적용할 것인가' 이것이 숙제로 남을 것입니다. RPA, 스마트 팩포리, 자동화 시스템 등 이 모든 것이 협업의 대안이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99
기술의 보급과 AI의 확산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며 협업하는 것보다 더욱 진보된 편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맞춤형 비서가 생기는 일인 동시에 내가 가르쳐 육성해야 하는 보조자가 생기는 일입니다. 오랜 시간 당신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고의 체계를 나누며, 능력과 선호를 전수받은 AI는, 당신의 판단 논리와 사고방식을 습득하여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이심전심, 심심상인의 든든한 아군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 115
지금도 학술과 산업 정보의 우위에 선 기존의 주류들은 정보 접근과 생성에도 앞서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작은 규모의 언어권 국가들은 빛을 향해 움직이는 주광성 식물처럼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따라가게 됩니다.
결과가 더 잘 생성되는 언어로 영어가 될 것이라는 말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글로벌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라고 합니다.
이 언어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가면 엄청난 사용량으로 인해 더 많은 정보가 쌓이게 됩니다. 반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은 축적되는 정보량이 점점 줄면서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정보의 양은 문서 생성자의 수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저 정보 사용자에 불과했던 사람들은 이제부터 소프트웨어의 입력 역할도 맡게 됩니다. 사람들이 남긴 말이 문서가 되면서 더욱더 확장되는 것입니다 - 124
그간 조직에서는 작은 규모이 팀이 큰일을 맡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의 규모를 더 키워왔습니다. 그에 비례해 조직의 복잡성도 커집니다.
반면 자율성과 재량권을 갖는 핵개인들의 세포 조직은 중세 시대 상인 연합의 길드처럼 수평적인 최적화 형태를 선호합니다. 규모와 복잡성의 폭증을 원치 않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실무를 맡지 않는 직무가 빠르게 사라집니다. 형식적인 서열 관계가 와해되면 관리로 '자리보전하던 L부장'의 의자는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L부장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문성이라는 권위를 갖고 있지 않은 L부장의 경우입니다. 전문성 없이 권위 시스템의 일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L부장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133
문제 해결 1.0은 내가 문제를 정의하고 전문가가 해결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2.0은 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에 필요한 것을 파악해서 직접 해결하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3.0은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AI가 문제 인식과 정의, 해결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세 번째 단게인 3.0에 주목합니다. 가장 큰 시장은 '문제를 정의하지 못한느 사람에게도 해결책을 제공해 주는 시장'입니다. 가령 1.0은 어떤 분쟁이 생겼을 때 증거룰 수집한 후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행위입니다.
2.0은 세법을 다 이해한 다음 그것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신고하는 행위입니다. 3.0은 '그냥 세무사에게 물어보자'입니다. AI가 이 3.0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 순간ㄴ부터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력화됩니다 - 138
앞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거나 숙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의 직업이 일을 없애는 것이라면, 그 사람 본인은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모순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내 일이 일을 없애는 것이라면, 하나의 일을 없애면 다시 다른 일을 없애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없애다 보면 조직 내에서 없앨 일이 더 이상 남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 모순은 사실이기도, 사실이 아니기도 합니다. 혁신이 이루어진 뒤 안정화되어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극단적 효율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과제가 됩니다.
결국 그 일을 없앤 사람은 다음에 할 일을 찾기 어려워지는 모순에 빠질 것입니다. 이 경우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조직에서 모든 일을 마친 후 그 경험을 발판으로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 145
※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
권위 빅뱅으로 탄생한 핵개인은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성인입니다. 당사자, 양육자, 인사권자 모두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과거에 기관이나 조직만 제공할 수 있었던 교육과 훈련을 온전히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체 역량 강화가 가능한 시대에 스승은 유튜브이고, 그것을 돕는 조교는 AI입니다. 기업은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가능성 있는 신입'이 아닌 '처음부터 완성된 숙련자'를 모시게 될 것입니다. 신입사원이라는 용어 자체가 살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 175
새로운 세대들의 보상에 대해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싶다'는 전략적 야심과 동시에 '조직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 납득할 만한 명분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당부이기도 합니다.
규칙에 대한 명목화와 공표는 거부할 수 없는 압력입니다. 무엇보다 핵개인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제껏 받은 교육 자체가 매우 양가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성장기에 공식적으로 두 번의 사회화 교육을 받습니다. 첫 번째 학령기 시스템에서 '만민이 평등하다'라고 배우지만, 두 번째 사회 적응기에서 위계와 출신에 따른 촘촘한 계급의식을 주입 받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평가 기준을 세우고 발탁의 권한을 가져왔습니다. 구조화된 권력하에서는 추월이 어렵고 그러한 이유로 선망은 더욱 계층화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역사가 길면 그 역사를 만든 예전 권위자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까지 혁신은 어렵다는 탄식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신생 조직은 적층된 서열이 없기에 비교적 쉽게 보상체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 182
요즘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본명보다 닉네임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개발자가 다니는 회사로 인력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회사의 타이틀과 처우가 선택의 주요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존경받는 개발자가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조직보다 개인의 이름값이 더 커지는 상황은 마치 글로벌 스타가 소속된 작은 연예기획사에 신진 유망 배우들이 지원하는 일과 같습니다.
소속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명성이 조직보다 더 객관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외의 특정 커뮤니티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이름이 대한민국보다 더 유명하다는 농담이 회자됩니다.
우리는 지금 국적지의 여권 이름보다 협업 도메인에서 불리는 닉네임이 더 큰 명성을 갖는, 그런 시대를 살아갑니다 - 190
※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지금처럼 유동성이 커지는 시기가 오면 이 보상 체계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경력의 연한이 짧은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가치에 맞는 성과급과 급여 현실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 시스템에 대한 그들의 의문을 반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한쪽에서는 '오래 다니면 이익을 보니 당신도 수혜자다. 그러니 기다려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좋은 이야기지만 난 곧 그만둘 것이다'라고 합니다.
현재의 환경과 역학이 항구적이라면 이 전제의 수헤는 믿을 만합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성장과 세계화, 지능화와 글로벌화의 무한 경쟁의 시기가 도래하면 그 어떤 약속도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믿지 못하니 '즉각 보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부도날지도 모를 어음 말고 현금을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 223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하지만 늘 과거로 회귀해서 질문합니다. 그때 수능을 잘 봤으면 내 삶은 바뀌었을까요? 그때 관계를 깨지 않았다면 지금은 더 행복했을까요? 거꾸로 그 선택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왜 옛날만 후회하고 지금은 함부로 살까 생각해 봅니다.
모든 것은 '나이듦'의 문제가 아니라 혹시 나의 문제가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멋지게 나이 든다'라는 이야기는 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든 것'입니다. 나이 들수록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열광과 지지를 받는 관록의 아티스트들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안 멋진 사람이 멋있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멋졌던 사람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발견한 것입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삽니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의 허세를 팔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살아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나는 소중하기에' 내 소중한 삶을 유예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관계 속 책무는 자신이 지켜나가야 할 '내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부양하기 위한 도구로 내가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삶의 중심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부양의 의무는 '내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일 뿐이지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는 늙었기 때문에 무언가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는 행위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인간의 도리로 정착됐지만 사회적 설계로 그 무게를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현명해지고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를 지킬 수 있는 핵개인들의 사회를 꿈꿔봅니다. 문제는 '나이'기 아니라 '나'입니다 - 261
※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5장 '핵개인의 출현'
우리는 앞으로 서로에게 작은 팬덤이 되어주고, 그 팬덤에 기대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팬덤이라도 계속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성장세를 표현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 졸업장, 기업의 사원증 같은 것은 이제 성취 인증 시스템에서 구시대적 유몰로 통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검증된 깃허브의 스코어나 블로그의 구독자, 인스타그램의 달리기 기록처럼 '측정된 권위'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계의 누구도 하지 않은 고민을 계속하면 적어도 그 누구보다 앞에 선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맨 앞에 있다면, ㅁ너저 최대한 많이 고민해 본 것이라면, 그때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산의 정상에 오른 뒤에야 산의 높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목표가 아니었음을 깨다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인정의 정점에서 나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 이르면 밖으로부터의 인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행하는 것이 결국 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자유로워집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최고'라는 상대값이 아니라, 가장 앞에 선 자가 맛보는 '최선'이라는 절댓값입니다.
이 저선의 앞에 서기 위해서는 희귀함을 추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희귀함이 쌓이면 고유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다시 요구될 수 있습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성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성과 진정성의 단서가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내러티브라는 것은 이지 말아야 할 필수 과제가 됩니다 - 296
우리를 길러준 세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상호부조와 이연된 보상 시스템으로 서로 의존에 의존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든다면 결국 그 선순환이 돌고 돌아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돌봄이 닿을 것입니다.
마음의 빚짐과 실천의 되갚음을 이전의 세대로 한정하지 말고 전체 사회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납니다 - 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