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4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고 잘 팔리는 최고의 작가는 누구일까? 그는 다름 아닌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대부분 한 번은 봤을 법한 '용의자x의 헌신', '백야행', '유성의 인연' 등 책, 영화, 드라마로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는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그는 1년에도 여러 번 신작을 내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번 신작인 질풍론도 역시 발간 일주일 만에 100만 부가 팔릴 만큼 그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그렇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봤을 때 그는 어느 연령대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추리 소설을 쓴다. 그는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을 하면서 책을 발간할 때마다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궁금증을 유발해내고, 수학, 물리학, 역사와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이야기해주고 매번 참신한 분야의 소재를 이용하여 치밀한 구성과 함께 날카로운 문장으로 그의 스타일을 질리지 않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이번 책 질풍론도의 주제는 바로 '바이러스'이다. 나는 여태까지 다양한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바이러스라는 주제를 사용한 추리 소설은 처음 읽어봐서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했다. 간단한 책 속의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구즈하라라는 인물이 다이어 대학 의과 대학에서 K-55이라는 초미립자 바이러스를 훔쳐 아무도 모르는 스키장의 한 공간에 묻는다. 그는 바이러스를 땅에 묻을 때 테디베어 인형을 나무에 묶어 수신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 후, 의과 대학 소장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하는데 의과 대학 소장인 도고 마사오미는 구리바야시에게 그 물건을 어떻게든 찾아오라고 말하는 순간 바이러스를 묻은 구즈하라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소지품에서 나온 수신기와 여러 장의 사진들을 가지고 구라바야시는 자기 아들 슈토의 도움으로 그 스키장을 찾아가게 된다. 구라바야시는 아들 슈토와 가료다케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가서 테디베어 수신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부상을 당하게 되고 그곳에 있던 안전 요원인 네즈 쇼헤이와 세리 치아키에게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백신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그 물건을 찾게 한다. 바이러스를 찾는 과정에 중간중간 의문의 인물인 오리구리 에이지가 방해를 하지만 스키장에 있던 사람들이 협력하여 결국 K-55 바이러스를 찾게 된다. 하지만 오리구리가 그 바이러스를 다시 훔쳐 달아나는데 그 후의 상황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정말 최고의 추리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300~400페이지가량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책 속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 자신이 꼭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 책은 궁금증과 긴장감 있는 진행 과정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이한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어떻게 매번 다양한 아이디어로 추리 소설을 쓰는지 궁금하였다.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와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과 추리력을 키워낼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인지 매번 감탄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 실력이 정말 감탄이 나오게 한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스키장이 번창하는 조건은 단 한 가지다. 스키나 스노보드 인구가 늘어나는 것, 그것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늘어나는가.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 화제가 되면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취미로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인간관계가 생명선이 아닐까 하는 대답에 종착한다. 어떤 취미든 놀이든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권유를 받음으로써 흥미를 갖게 되는 살계가 대부분이다. - p.82


구리바야시는 K-55 용기가 깨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봄바람을 탄 초미립자는 거침없이 산기슭까지 내려올 것이다. 여름을 맞이할 때까지 사토자와 온천 마을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 흡입탄저 증세는 인플루엔자와 아주 비슷하다. 아마 치료는 나중 문제일 것이다. 설령 탄저라고 판명이 나도 페니실린 등의 항생물질은 전혀 듣지 않는다. 명색이 유전자 조작을 한 생물병기다. - p.146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야. 일확천금을 노리려면 어딘가에서 한탕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 그때가 올 때까지 가만히 수더분하게 기다려야 해. 느려 터지고 둔해서 경계할 필요가 없는 인간, 주위 사람에게는 그런 식으로 보이며, 숨죽이고 있는 거야. 그러면 분명 기회는 와. 중요한 것은 그때 절대 주저하거나 정에 얽매이지 말 것.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돼. - p.218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리 없잖아. 유키, 이것만은 알아주렴. 자신이 불행하다고, 다른 사람도 불행해지길 바라는 건 인간으로서 실격이야.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마저 행복해지길 바라야 해. 그러면 분명 그 행복이 넘쳐흘러 우리에게도 돌아올 테니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불행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들도 같은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힘껏 행복을 만들어서 그 가엾은 사람들에게도 행복이 돌아가도록 애쓰는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믿어주었으면 좋겠구나. 노조미가 죽어서 괴롭지만, 이렇게 가게에 나오는 것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즐겁길 바라기 때문이야.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알아주겠니? - p.350


그것도 그렇지만, 다카노 씨네 가족 얘기에도 감동했어. 어딘가에서 불행을 만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자신들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걸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내게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걸 계속하는 것이 분명 누군가를 위한 것도 된다. 그렇게 믿기로 했어.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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