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uckoo's Calling (Hardcover)
Robert Galbraith / Little Brown & Co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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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이 쓴 추리 소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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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이의수 옮김 / 인사이트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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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사람이든 약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그리고 스타들도 보통 사람처럼 자신만이 아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약점 때문에 다른 사람이 혹시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거나 다른 사람 앞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 책에 나온 주인공 올리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치여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 그 후 올리버는 자신의 다리가 아픈 것을 단점으로 삼고 친구들을 사귀지도 않고 가족과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올리버 앞에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난다. 쇼쇼니 인디언의 후예인 쏟아지는 폭포수, 필라 존은 과거에 올리버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올리버와 함께 살며 친구가 된다. 필라 존은 올리버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옆에서 도와주며 깨달음을 주는 스승 같은 존재이다. 그 후, 올리버가 사랑하는 여자인 줄리엣과 과학을 좋아하는 앤드류,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 등을 알게 되고 자신이 잘하는 노래 합창으로 대회에 나가면서 올리버 자신이 정말 무엇을 잘하는지, 다리가 아프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과 같은 약점을 극복해 나가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올리버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남들을 생각하지도 않는 나의 약점을 가지고 끙끙 앓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누구나 잘하는 것은 하나쯤 있듯이 올리버는 노래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도 각각 잘하는 분야가 있다. 그러나 그 재능을 찾기도 전에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는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고 말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재능을 찾기 위한 준비물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단지 그 재능을 찾기 위한 단 하나의 끈기와 노력이 부족할 뿐이다. 그 노력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배우지 않고 무덤덤하게 있기에 재능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는 단 하나만을 강조한다. 100도의 끓는 물을 위해 단 1도만 올리라고 한다. 그 1도를 위해서 자신이 잘하는 분야, 좋아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약점으로 숨기지 말고 당당히 내세우며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약점이 있다. 그 약점으로 인해 더 잘할 수 있는 강점마저 버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 안에 있는 재능을 끌어오르는 것만이 더욱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99도의 물은 뜨겁긴 하지만 100도가 넘어서야 끊습니다. 끓는 물은 증기를 만들어 내고, 증기는 자동차나 기관차가 달리도록 하는 힘을 갖습니다. 자, 생각해 보십시오. 단지 1도 차이이지만 단지 뜨거운 것과 기계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힘을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바로 그 차이가 올리버의 성취에 필요한 것입니다. 100도에 도달한 그의 삶은 바로 그 차이를 만들었죠. - p.5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설 때는 오른발을 먼저 디뎌야 할지, 왼발을 먼저 디뎌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오른발을 먼저 내딛는 것은 내가 이집에 손님으로서 머문다는 뜻이고, 왼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단순히 방문객이란 뜻이지.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오른쪽 다리가 없거나 왼쪽 다리가 없거나, 심지어 두 다리가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너는 두 다리가 모두 있잖아. - p.14

 

우리 인간은 전부 고독해. 남을 잘 모르기 때문이지. 또한 나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지. 하지만 인간의 고독감은 삶의 공포일 뿐이야. - p.20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경건한 사람은 약속은 적게 하지만 일은 많이 하고,, 약한 사람은 약속은 많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네가 약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돼 - p.23

 

너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네 가슴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른다고. 네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가슴속에 있는 것을 캐내란 말이야. "그게 뭔데?"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마. 네 가슴의 깊이는 몇 미터일까? 100미터라 가정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면 몇 미터를 파야 할까? "적어도 50미터는 파야 하지 않을까?" 틀렸어. 단 1미터만 파면 돼 - p.47

 

배운다는 것은,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돼. 그 말의 의미를 꺠달아야 해. 깨달은 뒤에는 행복을 해야 하지. - p.57

 

사랑은 꽃과 같은 거야. 그 향기가 반드시 퍼지기 때문에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지. 하지만 그 꽃을 따기 위해서는 벼랑 끝까지 갈 용기가 있어야 해 - p.58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편의 시를 완성해야 하고, 천 편의 시를 습작해야 하고, 만 편의 시를 읽어야 해. 우리는 이제 겨우 163번 불렀을 뿐이야. 천 번에서 837번이나 부족하지 - p.90

 

아주 단순하지만 매우 의미심장하지 않니? 물은 100도에서 끓어오른다는 게? 단 1도라도 부족하면 안 돼. 다만, 순수한 물이어야 하지 - p.101

 

소년은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는 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단다. 늘 손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 나갔지. 나는 손가락 두 개가 없다. 그러니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또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게 나 자신을 채찍질했지. 올리버,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아니?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란다. - p.107

 

나는 너의 외모에는 관심이 없다. 무슨 뜻이냐면, 나는 너 자체를 볼 뿐이다. 우리 인생에는 적어도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들 하지.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단다. 기회는 백 번이 올 수도 있고, 천 번이 올 수도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이야. 더욱더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지. - p.119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찾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었어. - p.122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습니다. 100도에서 단 1도만 모자라도 물은 펄펄 끓지 않습니다. 그 1도의 부족으로 물도 아니고 수증기도 아닌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펄펄 끓기 위해서는 1도가 더 필요했습니다. - p.141

 

이것이 나의 모습입니다. 나는 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노래는 그것을 찾기 위한 길이었습니다. - p.148

 

3년 만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뻐. 네가 힘찬 발걸음을 내딛지 않는다면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을 거야. 너에게 정말 고마워. 이제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멋지게 날아봐 - p.154

 

그렇습니다. 나는 뜨겁게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불이 되었습니다. 그곳은 나를 시험하는 무대가 아니라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붉은 암석 산이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힘차게 바위에 올라 아주 높은 곳에 우뚝 섰습니다. 어머니의 한 맺힌 눈물과 아버지의 굵은 핏줄 같은 바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넓은 대평원이었습니다. - p.158

 

올리버의 목발처럼 성장하면서 갖게 된 인생의 한계점들은 나를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장애가 아니라 힘이 된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한 번도 제외시켜 본 적 없는 목발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내 안에 있는 나만의 장점을 바라보야아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순간 내 안에 잠재해 있던 1도가 보인다. - p.167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워야 한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라. 그곳에서 재능을 즐겁게 발휘할 수 있으면 내 인생은 팔팔 끓는 100도가 된다. - p.169

 

오랜 갈등과 번민, 외로움 끝에 나는 내 자신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1도를 더 높여 펄펄 끓기 위한 아픔이었습니다. 내가 만약 99도에서 멈추었다면 나는 여전히 '콰지모도'라는 지옥에 갇혀 살았을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 꿈과 좌절, 성취와 포기, 열정과 나태함의 차이는 단 1도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원한다면 결코 99도에서 멈추지 마십시오. - p.161

 

가슴의 깊이를 1미터만 파면 되듯이 문제도 1미터만 더 파면 희망의 새싹을 발견할 수 있다. 100도의 끓는 물은 1도에서 시작한다. 고작 1도가 100도의 끓는 물이 되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실패들은 100도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 p.172

 

한 번 더 살펴보고, 한 번 더 읽어보고, 한 번 더 연습하면 인생의 부족함은 채워질 수 있다. 한 번 더 노력하는 순간 내 인생의 온도는 언제나 100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한 번 더 도전하라.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다면 내 인생은 100도를 향해 끓어오르는 것이다. 100도로 펄펄 끓는 인생을 위해 한 번 더 최선을 다해보자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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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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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자신의 목숨보다 더욱 소중한 친구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잃게 되면 얼마나 우울할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쓰쿠루는 고등학교 시절 흔히 말하는 오총사처럼 그룹 멤버 5명과 함께 소중한 추억들을 쌓게 된다. 아카마쓰 게이(미스터 레드), 오우미 요시오(미스터 블루), 시라네 유즈키(미스 화이트), 구로노 에리(미스 블랙), 그리고 이름에 색채가 없는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 자신 혼자 이름에 색깔이 없어서 친구들 사이에 외로움을 느꼈던 쓰쿠루에게 어느 날 큰 시련이 다가온다. 자신과 친구들의 고향이었던 나고야를 떠나 도쿄에 대학을 가면서부터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친구들에게 연락이 모두 끊기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쓰쿠루에게 친구 아오가 연락이 와서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이유도 알 수 없이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친구들과 멀어진 쓰쿠루는 큰 절망과 함께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색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중립적인 마음으로 다시 인생을 살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던 철도 설계사로 일하게 된다. 친구들과 멀어지고 16년 후, 도쿄에서 생활하며 만난 2살 연상인 사라와 사귀게 되고 쓰쿠루는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사라에게 들려준다. 사라는 쓰쿠루의 아픔 속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한다. 쓰쿠루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 한 명씩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과 비밀들을 알게 된다. 처음 만난 친구인 오우미에게 들은 이야기는 쓰쿠루가 16년 전 시로를 강간했다는 것, 시로의 말이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쓰쿠르를 버리게 된 것이라고. 그리고 시로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목에 졸려 살인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쓰쿠루의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멤버 중 여자였던 구로를 만나기 위해 직접 핀란드까지 찾아가 구로가 말하는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친구들이 그러지 못했던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안쓰러웠다. 한때 서로가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여겼던 우정,  친구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구로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 역시 한때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우정을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이름에 색채가 없었던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은 개성도 없고 친구들처럼 내밀 수 있는 재능 또한 없었기에 텅 빈 그릇처럼 자신을 깎아내린다. 그러면서 언젠가 친구들처럼 현재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라도 떠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부분을 읽었을 땐 현재 대한민국의 청춘들 역시 자신들이 쓰쿠루처럼 색채가 없고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나도 마찬가지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재능이 있음에도 그저 빈 그릇만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빈 그릇이라도 아름다운 그릇이면 충분하다는 구로의 말을 들었을 땐 쓰쿠루와 나, 그리고 재능과 색채가 없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받을 수 있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 p.51

 

나는 정말로 죽어 버린 것인지도 몰라. 쓰쿠루는 그때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전해 여름, 친구 네 명에게서 존재를 부정당했을 때, 다자키 쓰쿠루라는 소년은 사실상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존재의 겉모습만은 겨우 유지되었지만 그마저 약 반년 사이에 크게 바뀌어 버렸다. 체형도 얼굴도 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다.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이나 흐르는 물소리나 구름 사이로 비쳐 드는 빛의 기운이나 계절의 꽃 색깔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또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여기 있는 것은, 이렇게 거울에 비치는 것은 언 뜻 다자키 쓰쿠루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p.57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 넣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물론 나가려고 자기가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감옥은 그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질투의 본질인 것이다. - p.60

 

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인데 섬세한 심상 풍경을 그리듯이 리스트를 치지요.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일반적으로 기교적이고 표층적이라는 평을 받아요. 물론 개중에는 기교 위주의 작품도 있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내면에 독특한 깊이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장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요. 특히 이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이 그래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에서 리스트를 올바르고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 p.80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뺴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을 살기 싫어요. 자유롭게 생각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육체를 벗어난다는 말과도 같아요. 자기 육체라는 한정된 우리를 벗어나, 사슬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논리를 비약시키는 거예요. 논리에 자연스러운 생명을 주는 거죠. 그것이 사고에서 자유의 핵심입니다. - p.83

 

무슨 일이건 반드시 틀이란 게 있어요. 사고 역시 마찬가지죠. 틀이란 걸 일일이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돼요.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틀에 대한 경의와 증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이중적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예요. - p.85

 

분명 재능이란 건 때때로 유쾌하기도 해, 폼도 나고 남의 눈을 끌기도 하고 잘만 하면 돈이 되기도 해. 여자도 붙어. 그야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하지만 재능이란 말이야. 하이다, 육체와 의식의 강인한 집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나사가 하나만 빠지거나, 아니면 육체의 어딘가 연결선 하나만 툭 끊어지면, 집중 같은 건 새벽 안개처럼 사라져 버려. 예를 들어 어금니 하나가 욱신거리기만 해도, 어깨가 심하게 결리기만 해도, 피아노는 제대로 칠 수가 없어. 사실이야. 난 실제로 그런 걸 체험했으니까. 고작 충치 하나 때문에, 뭉친 어깨 근육 때문에 모든 아름다운 비전과 울림이 확 사라져 버려. - p.104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을 시각화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는 것처럼,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그 차이뿐이야. 단순한 방향성 문제에 지나지 않지. - p.225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 - p.230

 

자, 여기 자네한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하나씩 있어. 먼저 나쁜 뉴스, 지금 자네의 손톱 또는 발톱을 펜치로 뽑으려 한다. 안됐지만 이미 결정 난 일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나는 가방에서 아주 무섭게 생긴 커다란 펜치를 꺼내 보여 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놈을 보여주지. 그리고 말해. 다음은 좋은 뉴스란 손톱을 뽑을 건지 발톱을 뽑을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거야. 어느 쪽으로 할 텐가. 10초 내에 결정 해야 해. 만일 스스로 어느 한쪽을 정하지 못하면 손과 발 두 쪽을 다 뽑아 버릴 거야. 나는 펜치를 손에 든 채 10초를 카운터 해. '발로 하겠습니다.' 거의 8초가 지나서 그 친구가 말해. '좋아, 발로 정해졌어. 지금부터 이놈으로 자네 발톱을 뽑도록 하지,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 왜 손톱이 아니라 발톱을 선택했지?' 내가 물어봐, 상대는 이렇게 대답해.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픈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발톱으로 한 겁니다.' 난 그 친구와 따스한 악수를 나누고 이렇게 말해. '진짜 인생에 온 걸 환영해.'라고, 웰컴 투 리얼 라이프 - p.246

 

우리네 인생에는 어떤 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는 법이죠.  - p.308

 

누군가에게 떠밀린 건지, 아니면 제멋대로 떨어져 버린 건지, 그건 잘 몰라. 아무튼 배는 항해를 계속하고 나는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갑판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봐. 배 위에서는 아무도, 승객도 선원도 내가 바다에 빠졌다는 것을 몰라. 주위에는 붙잡을 것도 없어. 그때의 공포를 난 지금도 품고 있어. 자신의 존재가 느닷없이 부정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밤바다 속에 내팽개쳐지는 공포, 아마 그 때문에 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을 거야.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늘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었지. - p.343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 p.363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 p.378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만약에 그렇다 해도 넌 정말 멋진,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그릇이야.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히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 p.381

 

그것은 올바른 가슴 아픔이며 올바른 숨 막힘이었다. 그것은 그가 확실히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그 차가운 중심부를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녹여 내야 한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동토를 녹이기 위해서 쓰쿠루는 다른 누군가의 온기를 필요로 했다. 자신의 체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p.388

 

세상에는 호감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것이 아주 많다. 인생은 길고 때로는 가혹하다. 희생자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람의 몸은 무르고 쉽게 상처 입고 자르면 피가 흐르게 되어 있다. - p.434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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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 이스라엘 최고 랍비 하임 샤피라의 명강의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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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곰돌이 푸우와 어린 왕자에 나온 구절은 인용하며 그들의 대화 관계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철학과 동화를 통해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사람의 감정과 욕망, 상상력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는지 말해주고 있다. 여러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마지막은 죽음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로 마무리한다.


첫사랑이 마법같은 이유는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그것이 마지막 사랑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온갖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가진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존재라고 확신한다. 두 번째로 사랑에 빠졌을 때는 마법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 이미 예전에 느껴본 감정인 데다 끝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계속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더 이상은 그런 의문을 떠올리지 않는다. 사랑이 한순간에 끝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척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 p.182

 

행복의 유형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행복의 의미 또한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행복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아이슈타인은 행복해지느니 차라리 복잡한 방정식을 풀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존경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하건대 아이슈타인도 분명히 행복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방정식을 푸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그만의 길이었으리라.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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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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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민이든 털어만 놓는다면 편지로 답변을 해주는 나미야 잡화점. 이야기의 시작은 범죄에 노출된 3명의 아이들이 나미야 잡화점에 숨었다가 그 곳에서 고민 편지를 받게 되고 답변을 해줌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재미를 이끌어준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나미야 잡화점을 기준으로 단편 소설로 생각하여 읽었었는데 모든 등장 인물들이 연결이 되고 그래서 전체의 이야기와 진실이 파헤쳐지는 부분에서 이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고민 편지에 답변을 해주는 인물들과는 달리 다양한 사건사고과 일어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이 속에 있는 나미야 잡화점처럼 실제로도 내 고민을 읽고 답변해주는 곳이 있다면 마음속에 있는 근심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복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거야.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 무시해서는 안돼

 

내가 몇년째 상담글을 읽으면서 깨달은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곽가 다르기 때문이지. - p.167

 

당신의 지도는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죠.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하다. 그들 앞에는 그래도 길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의 지도 앞에서 막막한 답답함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절망조차 사치스러운 애기인지도 모른다. - p.452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 난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붙인 변명 같은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거야.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 한다는건 충분히 알겠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조금씩 마음이 편해질거라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예요. 꿈을 포기할 결심이 서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어떻게 해야 꿈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말하자면 짝사랑에 빠진 심정이에요.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잊지 못하고 있는..

 

특별한 빛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누가 알아봐준다. 가쓰로 스스로 잘 알면서도 지금껏 외면해온 사실이다. 단순히 아직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왔지만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운 따위는 별로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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