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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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들을 수 있다.

'내 힘든 걸 말하자고 하면 몇 날 며칠을 말해도 다 못할 것' 또는 '책으로 쓰면 몇 권'이라는 말을.

이 말은 곧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속엣말이 그만큼이나 많고, 절실하다는 것을 대신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제목만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계발서 정도로 추측했는데 내가 가진 편견이었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받은 차별과 사랑 그리고 책임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이자, 마음속으로 누르기만 했던 그 때 그 감정들을 글로 쏟아낸 한 사람의 삶이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소박한 꿈을 싣고 있다.


아들과 딸의 차별, 이건 참 흔한 이야기지만 끝내 변하지 않을 부모 세대에 오래도록 지켜져 내려온 관행과도 같은, 그 속에서 힘들어야 하는 것도 그 차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하는 것 또한 딸의 몫이다. 15대에 걸쳐 400년을 한집에서 살아온 가문의 딸로 태어난 정순임 저자는, 어머니의 손에서 시작된 매질과 차별을 받아들여야 했고, 온전한 사랑을 받고자했지만 무책임한 남편과의 이혼으로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 딸에게 가장으로 엄마로 책임을 다하고 사랑을 안기며 함께 성장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지금 이 자책을 쓰는 것은 앞으로 똑바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심각한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피해자가 선택한 침묵은 동조도 용서도 아니다. 심각한 차별이 종용한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79쪽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저자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학생운동을 했던 시절, 결혼이란 굴레에서 애쓰며 살았던 8년의 시간, 고향으로 내려가 성인 대 성인으로 엄마 앞에 선 모습까지 독자에게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에서 올라오는 안쓰러움과 순응하지 않고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애씀이 그대로 전해진다. 삶은 누구에게나 혹독하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사기 위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못사는 사람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안고 있으며, 잘난 사람은 잘남을 내세우기 위해 애쓰고, 못난 사람은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둥바둥거린다. 이렇게 우리는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 하루, 다가올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저자가 살아낸, 지나간 삶의 흔적들을 통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난 매일 뾰족한 칼로 심장을 찔리는 기분이야. 나가 사는 동안 떠올리지 않았고 잊었다고 믿었는데, 우리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데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하면 세 살쯤 어린아이가 되는 거 같아. 그 아이가 자꾸 떼를 쓰고 울어. 내 안에서.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133쪽

 

'가족'이라는 관계는 매우 가깝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사랑을 받고, 똑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내가 받은 사랑과 차별을 누구와 나눌 수 없으며, 사람은 누구나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먼저이기에 나의 모든 감정을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이해하고 알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집안의 셋째로 태어난 나에게 가족은 울타리가 아닌 울타리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그 또한 가족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돌아서도 남이 되지 못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슬픔도 아픔도 힘겨움도 다 겪어 내야만 하는 거라고 입술을 앙다물고 걸어왔는데, 울부짖지 않아도 슬펐고, 악쓰지 않아도 충분히 아팠으며, 주저앉지 안았어도 죽을 만큼 힘겨웠다. 그동안 그러려니 밀쳐두었던 슬픔, 괜찮으려니 외면했던 아픔, 다 이러고 살아 포기했었던 힘겨움이 해일처럼 밀려와 마지막 버팀목 하나 툭! 하고 부러뜨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잔잔하고 보드라운 바다가 얼굴을 보여준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156쪽

 

정순임 저자는 두 딸을 키우고 난 후, 엄마에게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된장, 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 엄마 곁으로 내려간다. 딸의 결정은 자신이 이제껏 가꾸어온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 내려가 엄마 곁을 지키지만 엄마에게 딸은 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고, 그대로의 말로 상처주고, 상처딱지마저 떼어내려한다. 엄마와 딸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작은 그슬름 하나가 평생 가슴에 담가 상처를 내기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를 통해 나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딸이자 딸을 둔 엄마인 나, 딸과의 관계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하며, 더 깊이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함을 배운다.

 

혼자 걷고 있는 내가 참 좋다. 나만 나를 쓸 수 있는, 나만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는, 나만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나만 나를 웃게 할 수 있는 시간에 닿으니 마구 행복하다. 자책이나 원망 없이 무엇이든 볼 수 있을 거 같다. 자만이나 악다구니 없이도 자존할 수 있겠다. 오로지 혼자서 걷는 길, 비로소 나는 나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226쪽

 

외로웠을 정순임 저자 뿐만 아니라, 차별받은 상처로 괴로웠을 많은 딸들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의 존재함을 귀하게 여기라 말하고 싶다. 나의 상황에서 나의 존재가 '을'일지라도 분명 나는 존재하고 있고, 난 언젠가 갑을병정으로 순서를 매기지 않는 "나"로 설 수 있는 날이 분명 올거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귀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주가 말해주고 싶다.


정순임 저자의 살아온 흔적은 자신의 푸념을 쏟아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글이었겠지만, "나"로 서기까지의 시간을 찬찬히 담아내어, 같은 입장이 아닐지라도 읽는 동안 순간순간 숨이 막혔고, 순간순간 속이 시원했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흐뭇했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는 제목 그대로 아픈 나를 아픈 눈으로 바라봐주고, 힘든 나를 쉬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안겨주고, 슬픈 나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안위를 걱정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되새기는 날이 되었음 참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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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해방일지 - 우리 내면의 빛을 깨워줄 교사들의 아름다운 성찰일지
권영애.버츄코칭리더교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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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버츄카드 곧 미덕의 카드를 알게 된 것은 휴직을 하고 육아할 무렵 아이의 초등학교 학부모 교육에서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소녀들이 긍정의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으로,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거창한 목표를 두고 시작한 나이 미덕 교육은 순간마다 흔들리고,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시간이 미덕이란 말조차 잊혀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천사 선생님이 교육계에 사랑의 불씨를 심고 있다. 메마른 세상에 따뜻한 작은 희망, 작은 등불이 될 것이다. 나 하나 불씨 심는 게 소중하고, 나 하나 등불 꺼뜨리지 않는 게 소중하다. 나 하나가 세상의 희망이다. 부모, 교사가 위대한 건 이미 그 힘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빛을 품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프롤로그 중에서



나의 가슴에 남아 있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라는 제목과 닮은 "선생님의 해방일지"라는 책제목과 '버츄'라는 단어에 마음이 쏠렸다. 『선생님의 해방일지』는 미덕의 카드가 사용되는 실례보다는 미덕이 행해지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16분의 선생님의 시간으로 채워진 책이다. 선생님의 성향, 환경, 아이들, 모두가 다른 조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진 학교라는 장소에서 생겨난 다양한 사례들과 선생님들이 이겨내고자 한 유년 시절의 아픔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겨 있다. 읽는 동안 참 많이 울었다. 꿈꾸던 일을 가졌던 설렘이 현실과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 나의 애씀이 아이에게 닿지 않은 텅 빈 메아리가 되었을 때, 내가 속한 현장에서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을 때, 나의 조급함이 아이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자책이 들어 나도 모르게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교육'으로 만난 선생님과 아이는 한 배를 타고 일년이란 시간동안 항해를 잘 마치고 새 학기를 맞이해야 한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갖고 태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각기 다른 양육방식으로 길러진 아이들은 한 명의 선생님과 만나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서로 다른 폭으로 안아주고자 노력하며 책임을 다하지만, 그 폭의 넓이와 깊이가 항상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처음이기에 애씀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일은 다반사이고, 그 때마다 좌절하고 주눅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시간과 깨닫는 시간을 걸쳐 미안함을 전달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며 다가서본다. 이런 시련과 연습이 수도 없이 반복되면서 선생님도 아이도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래도록 선생님의 가슴에 빠지지 않는 가시로 남게 되겠지.


"아무리 사랑을 보내도 지금 응답하지 않을 수 있어요. 상대의 반응에 기대지 마세요 선택한 것을 정성을 다해 실천하면 됩니다. 함께하는 동안 정성으로 대하면 충분해요. 내 사랑을 의심하지 마세요 나머지는 그 아이의 몫이에요. 사랑하는 과정에는 힘도 들어요 선생님도 존중과 사랑이 필요해요."

『선생님의 해방일지』 39~40쪽



교실에서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아이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때로는 짐작한 것으로 그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편견을 가지고 아이를 대할 때가 있다. 빠른 시일 내로 나의 착각이 깨어지면 좋지만, 꽤 시간을 걸린 뒤에 아님이 밝혀지면 미안한 마음과 창피함에 종전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 때 나의 용기가 아이에게 정직한 사과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솔직한 나의 사과는 분명 아이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을 수도 있는데, 난 그 기회를 몇 번이나 놓치고 나서야 표현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다. 좋은 선생님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먼저였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간다.


우리 반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똑같은 아이들을 보며 어떤 선생님은 발표를 잘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하고,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부정적으로 보았던 아이가 정말 나쁜 아이일까? 아이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보고 쉽게 판단해버린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아이들의 1퍼센트가 아닌 99퍼센트를 보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평가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선생님, 아이의 한 가지 모습으로 전체를 평가하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46쪽



내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이상을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여전히 난 선생님이라는 이름표가 좋고 그 이름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며 성장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감정적이고 섣부른 판단으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어설픈 선생님이다. 그 동안 좌절하며 주눅들었다면,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믿고 아이들이 문을 여는 순간 내가 그 앞에서 서 있을 수 있는 여유로움과 기다림을 배울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나를 성장시키는 최우선이며, 믿음을 주는 선생님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빛이다. 때론 배움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기도 하고, 때론 아프고 숨고 싶은 마음을 따뜻하고 잔잔하게 비춰주는 달빛이기도 하다. 삶에서 꼭 필요한 자양분을 건네주는 햇빛이기도 하며,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나 절대로 꺼지지 않는 촛불이기도 하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나의 빛을 각자의 프리즘에 통과시켜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로 바꾼다. 그렇게 모인 빛은 학급 공동체에서 우리만의 빛깔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존재하며 빛과 같이 나아간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139~140쪽



교권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는 현실, 그 속에서도 여전히 선생님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곁에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 받고 있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한 곳으로 모여지는 학교라는 공간은 의미 있는 장소이자 사회에 나가기 전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나는 그 곳에서 기다리고 믿어주고 손 내밀어주는 한 사람이고 싶다. 『선생님의 해방일지』를 통해 성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용기와 아이들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빛으로 발산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해주리라 다짐한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선택한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121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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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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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는 우리말로 '해바라기'를 뜻한다. 해를 쫓아 줄기를 쭉 뻗어올려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히마와리 하우스』 를 찾아온 세 소녀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나를 향한 해바라기를 시작하였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나오와 싱가포르에서 온 티나, 한국에 무작정 떠나온 혜정이는, 히마와리 하우스에서 만나 일상을 나누는 관계를 맺는다.

사는 곳도 떠나온 이유도 다 른 세 명의 소녀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겪어나가는 성장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 『히마와리 하우스』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면서 고민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나오는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일본에서 또한 그녀는 완전한 일본인일 수 없으며, 사는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서서히 체감하게 된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다고 생각한 나오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부모의 노력과 희생에 힘입어 혜정은 대학 진학에 성공했지만, 과감히 접고 일본행을 선택한다. 명확한 길을 정한 것이 없는 혜정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찾게 된다. 자유라는 숨이 혜정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을 안겨준 것이다.

혜정이를 보면서 나의 기대가 우리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는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부모의 희생과 대리만족이 자녀에게 꿈꿀 수 있는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과제이다.


『히마와리 하우스』는, 자신을 찾아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을 시작한 세 소녀의 고민과 상처, 꿈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자유, 그것이 바로 용기이다.

자신을 위한 최선을 선택하고, 자신이 걸어갈 길 앞에서 당당한 소녀들이 되길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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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I LOVE 그림책
피비 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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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연두빛 새순이 돋고, 우리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질 쯤

참 예쁜 그림책 한 권을 받았다.

초록빛 나무와 색도 모양도 각기 다른 꽃들이 피어난 산 속 어디쯤에

빨간 모자를 쓰고, 바구니에 딸기를 담은 작은 마녀 헤이즐이 있다.

헤이즐이 자연 속에서 보내는 네 개의 계절과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따스한 봄 향기를 싣고 나에게 왔다.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피비 월 지음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은 마녀 헤이즐이 사는 숲 속 지도가 실려 있다.

이끼숲 마을과 요정 마을, 트롤 마을이 있고,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의 집 위치를 알려주고,

도서관과 우체국, 방앗간과 편의점, 구두 수선집까지 숲 속 동물들의 생활을 짐작해 봄직한 상점들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걸어보고 싶을 만큼 자연과 어우러진 마을이 참 정겹다.



헤이즐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길을 잃은 알 하나를 발견하고

주인이 나타나길 한참을 기다려보지만 시간만 흘러갈 뿐,

헤이즐은 기꺼이 엄마가 되어주겠노라 다짐하고 알을 굴려 집으로 돌아온다.

 

알을 깨고 나온 것은 부엉이,

부엉이 오티스는 헤이즐의 보살핌을 받고 잘 자란다.

오티스는 스스로 날개짓 연습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훈련을 마친다.





계절은 여름은 바뀌어 가고, 작은 마녀 헤이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매일 매일 쑥쑥 자라나는 열매를 따야 하고,

도서관에 책도 반납해야 하고,

가을이 되기 전에 부츠도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한다.

그런데

숲 속에 있는 이들은 모두들 여름을 즐기기에 어느 누구도 일할 맘이 없는 모양이다.

도서관 사서는 휴가중, 우편요정은 낮잠을 즐기는 중이며

구두 수선공은 수영하러 갔다는 메모가 꽂혀 있다.


 

좋은 계절을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그들과 달리

헤이즐은 오늘 계획한 일들을 모두 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헤이즐은 친구들의 부름에 마지 못해 뗏목에 앉아 연못 속에 발을 담근다.

바쁜 하루 중 유일하게 쉬는 시간,

내내 계획한 일들을 시행하느라 긴장했던 몸도 느슨하게 풀어지고

헤이즐의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든다.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니?"





숲 속도 마을도 모두가 풍족한 시간을 갖게 되는 가을,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한다.

작은 마녀 헤이즐은 혼자 남겨 되어 외로운 트롤을 구해주고

마을 친구들과 그루터기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며 따스함을 나눈다.

헤이즐은 볕좋은 가을날도 어김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헤이즐은 추워진 날씨임에도 기꺼이 집을 나와 치통을 앓는 다람쥐 가족네,

가시가 박힌 두더지네, 외로운 요정네, 개구리가 목에 걸린 까마귀네로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부지런히 움직인다.




너무나 바쁜 하루를 보내서였을까?

가장 중요한 날씨를 살피지 못했고, 해가 저무는 시간을 체크하지 못했다.

작은 마녀 헤이즐은 눈보라에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눈밭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숲 속은 지금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가 마을로 돌아가는 길도 보이지 않고,

눈 소식에 눈밭을 뛰어다니는 동물 친구들의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그 때 헤이즐의 위로 어두운 그림자와 더불어 긴 날개를 펼쳐

작은 마녀를 꼭 끌어안는다.

마치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언제든 그녀에게 꼭 은혜를 갚으려는 듯

온기로 그녀의 피곤을 녹여준다.






숲 속 마을 작은 마녀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숲 속을 살아가는 생명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서로를 위해 나눌 줄 알고

서로에게 닥친 상황을 수용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순서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먼저라는 맘으로 기꺼이 손을 내미는

숲 속 마을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따듯하게 가슴을 녹인다.

 

 

봄날 나에게 온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우리는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으며,

함께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것은 서로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용기는

내 안의 따스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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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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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김시습 원저 / 강숙인 지음 / 보물창고

학창시절 참 열심히 외웠던 '한문으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은?' 《금오신화》

《금오신화》를 쓴 사람은? 조선 전기 천재 문인 '김시습'

강숙인 작가는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를 뿌리에 두고

'설잠' 스님이 쓴 이야기를

절에 머무는 '선행'이라는 어린 스님에게 읽어보라고 건넨다.

읽고 난 선행과 공감과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부터

그 시대에 풀어내지 못한 속내를 들춰내듯 하나씩 파헤쳐간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단순히 이야기 전달에 멈추지 않고,

설잠 스님의 옷을 입은 김시습을 이야기를 짓는 장인물로 배치하여

그 시대에 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전해주듯

역사의 순간부터 인물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감정까지 전달하여

마치 역사의 한 순간과 마주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하는 동시에

선행에게 독자를 대신해서 질문하고 공감하고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맡겨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이야기에 더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작가의 해설임과 동시에 김시습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조선시대에 있었던 사건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그럼 이야기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스님 시나 좋은 옛시를 감상하고, 제가 쓴 시를 스님께서 비평해 주시는 것이 시공부였잖습니까?"

"이야기 공부도 비슷하다. 네가 책을 다 읽고 나서 감상을 이야기하면, 나는 이야기를 지은 사람으로서 네 감상에 대해 평을 해 주는 것이지. 너는 이 이야기책을 읽고 느낀 점, 또는 질문하고 싶은 점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아라."

『이야기는 힘이 세다』 13쪽






즐거운 일이건 괴로운 일이건 모든 경험은 다 시를 쓸 때 소중한 재료가 된다고 스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 83쪽

이야기를 지은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썼던 간에 무엇을 깨닫고 느끼는가는 오로지 읽는 사람의 몫이다. 네가 그 책을 그렇게 읽었다면 너한테는 그게 맞는 것이겠지. 그래서 세상사든 책이든 다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 법이다. 그걸 학문에서는 해석이라고 표현하지.

『이야기는 힘이 세다』 101~102쪽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조선 전기 천재 시인으로 알려진 '김시습'의

《금오신화》 속 다섯 편의 이야기를

작가와 독자, 스님과 제자가 함께 읽고 함께 나누면서

이야기에 담고자 했던, 김시습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가까이에 다가갈 기회를 마련해 준다.

우리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는,

계유사화 그리고 그 뒤로 길을 떠난 김시습.

시를 쓰던 김시습이 이야기를 쓴 이유,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그가 겪었던 사건들의 진실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배운 토막난 글이 아닌

《금오신화》 속 다섯 편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은 것은 처음이다.

나의 느낌에서 작가의 해설이 담긴 이야기 속 이야기는

마치 독서모임이 함께 하는 일원이 된 것 같아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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