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해방일지 - 우리 내면의 빛을 깨워줄 교사들의 아름다운 성찰일지
권영애.버츄코칭리더교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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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버츄카드 곧 미덕의 카드를 알게 된 것은 휴직을 하고 육아할 무렵 아이의 초등학교 학부모 교육에서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소녀들이 긍정의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으로,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거창한 목표를 두고 시작한 나이 미덕 교육은 순간마다 흔들리고,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시간이 미덕이란 말조차 잊혀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천사 선생님이 교육계에 사랑의 불씨를 심고 있다. 메마른 세상에 따뜻한 작은 희망, 작은 등불이 될 것이다. 나 하나 불씨 심는 게 소중하고, 나 하나 등불 꺼뜨리지 않는 게 소중하다. 나 하나가 세상의 희망이다. 부모, 교사가 위대한 건 이미 그 힘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빛을 품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프롤로그 중에서



나의 가슴에 남아 있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라는 제목과 닮은 "선생님의 해방일지"라는 책제목과 '버츄'라는 단어에 마음이 쏠렸다. 『선생님의 해방일지』는 미덕의 카드가 사용되는 실례보다는 미덕이 행해지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16분의 선생님의 시간으로 채워진 책이다. 선생님의 성향, 환경, 아이들, 모두가 다른 조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진 학교라는 장소에서 생겨난 다양한 사례들과 선생님들이 이겨내고자 한 유년 시절의 아픔까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겨 있다. 읽는 동안 참 많이 울었다. 꿈꾸던 일을 가졌던 설렘이 현실과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 나의 애씀이 아이에게 닿지 않은 텅 빈 메아리가 되었을 때, 내가 속한 현장에서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을 때, 나의 조급함이 아이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자책이 들어 나도 모르게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교육'으로 만난 선생님과 아이는 한 배를 타고 일년이란 시간동안 항해를 잘 마치고 새 학기를 맞이해야 한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갖고 태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각기 다른 양육방식으로 길러진 아이들은 한 명의 선생님과 만나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서로 다른 폭으로 안아주고자 노력하며 책임을 다하지만, 그 폭의 넓이와 깊이가 항상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처음이기에 애씀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일은 다반사이고, 그 때마다 좌절하고 주눅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시간과 깨닫는 시간을 걸쳐 미안함을 전달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며 다가서본다. 이런 시련과 연습이 수도 없이 반복되면서 선생님도 아이도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래도록 선생님의 가슴에 빠지지 않는 가시로 남게 되겠지.


"아무리 사랑을 보내도 지금 응답하지 않을 수 있어요. 상대의 반응에 기대지 마세요 선택한 것을 정성을 다해 실천하면 됩니다. 함께하는 동안 정성으로 대하면 충분해요. 내 사랑을 의심하지 마세요 나머지는 그 아이의 몫이에요. 사랑하는 과정에는 힘도 들어요 선생님도 존중과 사랑이 필요해요."

『선생님의 해방일지』 39~40쪽



교실에서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아이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때로는 짐작한 것으로 그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편견을 가지고 아이를 대할 때가 있다. 빠른 시일 내로 나의 착각이 깨어지면 좋지만, 꽤 시간을 걸린 뒤에 아님이 밝혀지면 미안한 마음과 창피함에 종전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 때 나의 용기가 아이에게 정직한 사과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솔직한 나의 사과는 분명 아이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을 수도 있는데, 난 그 기회를 몇 번이나 놓치고 나서야 표현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다. 좋은 선생님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먼저였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간다.


우리 반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똑같은 아이들을 보며 어떤 선생님은 발표를 잘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하고,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부정적으로 보았던 아이가 정말 나쁜 아이일까? 아이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보고 쉽게 판단해버린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아이들의 1퍼센트가 아닌 99퍼센트를 보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평가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선생님, 아이의 한 가지 모습으로 전체를 평가하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46쪽



내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이상을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여전히 난 선생님이라는 이름표가 좋고 그 이름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며 성장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감정적이고 섣부른 판단으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어설픈 선생님이다. 그 동안 좌절하며 주눅들었다면,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믿고 아이들이 문을 여는 순간 내가 그 앞에서 서 있을 수 있는 여유로움과 기다림을 배울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나를 성장시키는 최우선이며, 믿음을 주는 선생님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빛이다. 때론 배움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기도 하고, 때론 아프고 숨고 싶은 마음을 따뜻하고 잔잔하게 비춰주는 달빛이기도 하다. 삶에서 꼭 필요한 자양분을 건네주는 햇빛이기도 하며, 바람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나 절대로 꺼지지 않는 촛불이기도 하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나의 빛을 각자의 프리즘에 통과시켜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로 바꾼다. 그렇게 모인 빛은 학급 공동체에서 우리만의 빛깔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존재하며 빛과 같이 나아간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139~140쪽



교권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는 현실, 그 속에서도 여전히 선생님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곁에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 받고 있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한 곳으로 모여지는 학교라는 공간은 의미 있는 장소이자 사회에 나가기 전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나는 그 곳에서 기다리고 믿어주고 손 내밀어주는 한 사람이고 싶다. 『선생님의 해방일지』를 통해 성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용기와 아이들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빛으로 발산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해주리라 다짐한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선택한다.

『선생님의 해방일지』 121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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