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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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이 되어도 곳곳에 세워진 가로등과 상가 불빛으로 하늘에 새겨진 이들의 존재를 잊기 마련인데, 요 며칠 낮 동안 파란 하늘을 보여주더니 밤하늘에 별들이 아주 선명하게 비춘다.


그와 더불어 구름이 많고 안개가 낀 날에도 그  사이로 모습을 보이는 달은 밤길을 향하는 많은 이들의 외로운 발걸음과 항상 함께 하기에 난 밤하늘 달 보는 걸 참 좋아한다.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달은 나에게 반가움과 감탄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존재이다.

한 주 동안 천천히 읽은 『울지 않는 달』은, 「팥빙수의 전설」 「이파라파 냐무냐무」 「친구의 전설」등으로 이미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 성인들에게 알려진 작가 이지은의 첫 소설이다.


'전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팥빙수와 완벽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달'과 관련된 우화가 만들어질 만큼 우리에게 따스함을 상징하는 존재와 '울지 않는'이라는 수식어를 연결한 『울지 않는 달』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지은 작가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던 거 같다. 

오래전 하늘에서 달이 몇 해 간 사라졌던 그때 그 이야기로 『울지 않는 달』은 시작된다.


달은 인간의 그 어떤 내용의 기도도 들어 줄 능력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온 마음 다해 기도하는 인간의 연약함이 한심해 실망감이 커지면서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사람들은 달이 자신들을 보살핀다고 생각했다. 부모처럼 미소 짓고, 눈물짓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은 눈을 움직이지 못할 뿐이고 입꼬리를 내리지 못할 뿐이었다. 그리고 달은 울지 못했다. 그뿐이었다. 

… 달은 표정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인간을 무섭게 노려보고 싶었고 손이라도 있으면 귀를 떼어버리고 싶었다. 울 수 있다면 매일 울고 싶었다. 

『울지 않는 달』 9쪽

그러던 어느 날 사나운 기도가 하늘을 덮고 귀를 때리는 듯한 공포가 묻힐 무렵 달은 영문도 모른 채 땅에 떨어지고 만다.


어디인지 모르는 달에게 어렴풋이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우는 아기에게 무엇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음소리를 찾아 서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이의 몸이 좀 더 세게 떨렸다. 달이 아이 옆으로 자리를 옮겨 바람을 막아 줬다. 

달이 나지막이 입을 뗐다. 

"원래 삶은 완벽하지 않단다."

처음이었다. 달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그 순간 달의 배 속에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울지 않는 달』 23쪽

달은 늑대 한 마리가 멧돼지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는 모습을 본다. 늑대 카나가 스스로 아기의 보호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곁을 달도 묵묵히 함께 하게 된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카나가 아기가 아이가 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아이가 동물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규율을 정하고 그에 맞춰 양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달은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 의아하면서도 그 둘의 모습에 점차 익숙해지고 그 모습이 눈에 박히고 그들이 전하는 온기에 새로운 감정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짐승과 인간이 언제까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끝을 보고 싶었고, 꼭 보아야만 했다. 달은 처음으로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 생겼다. 

『울지 않는 달』 40쪽

아이의 양육자인 카나와 달은, 서로 다른 언어와 다른 생이 주어진 이들이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진 이들답게 서로의 마음을 느끼게 되며, 무엇이 옳은지를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되어간다. 

달은 카나가 아이를 보살피는 동안 땅에 있는 식물과 동물들을 관찰하고, 먹을 수 있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들을 직접 먹어보면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며 다른 방식으로 아이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 

"너의 용기로."

카나가 늑대의 인사를 전했다. 늑대들은 배려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인사는 '너의 배려를 잊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울지 않는 달』 52쪽


하늘 위에 있던 달은 사람들의 기도에 지쳐있었다. 그 어느 것도 들어줄 수 없는 자신에게 차고 넘치도록 들려오는 기도는 고통이었다. 여전히 달은 많은 것을 하지 못한다. 다만 눈을 감을 수 있고, 가느다랗고 힘이 없는 두 팔을 가졌을 뿐이지만 온 힘을 다해 카나와 함께 아이의 옷을 만들어 입히고, 수영을 가르치고, 숨바꼭질을 하며 아이의 삶은 외롭지 않게, 위험한 숲이지만 안전할 수 있게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맡긴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와 아기를 보살피고자 보호자를 자처한 늑대 카나를 통해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역할과 사랑, 배려와 감사, 용기와 의지가 무엇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달은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일까 궁금했다. 달에게 감정이란 늙지 않는 쥐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만큼 어려운 숙제였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무지개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순간이 정말로 아름다웠다고 확신했다. 

『울지 않는 달』 92쪽

서로가 다른 어휘와 다른 습성을 가진 셋이 숲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 하나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생동감 있으며 따듯하고, 잔잔하면서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들이 나누는 삶의 여정을 감히 아름답고 숭고하다 말하고 싶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몰랐던 달이 카나와 아기와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서서히 알아간다. 


아기를 양육하는 카나의 동반자, 위험한 숲에서 아기를 지키는 보호자로서의 의미가 다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시간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그 과정은 함께의 의미와 그 속에 나란 존재가 함께 하고 있음을 자각함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울지 않는, 울지 못하는 달이 땅으로 내려와 동물과 인간의 사랑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하는 시간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지켜내고자 희생을 선택한 용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다름의 인정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녹여낸 『울지 않는 달』이 길을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스한 손이 되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달은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매일 벅찼다. 땅의 세계는 곳곳이 완전히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았고, 완벽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에게 치밀하게 엮여 있었다. 

『울지 않는 달』 59쪽

[ 출판사로부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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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늬 - 청소년을 디카시집
박예분 지음 / 책고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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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평생학습사 실습을 하던 실습기관 프로그램에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작은 약초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이 진행되다가 데생 수업으로 이어져 그림 전시회까지 무사히 마치신 후, 이번에는 사진 시라고 하여 핸드폰을 활용하여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시를 쓰는 활동으로 이어가면서 시 창작에 몰두하셨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습생인 우리들도 디카시에 도전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가 실습이 끝나고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참 괜찮은 작업이다' 생각하던 나였지만, 그 후 잊고 있었다. 그런 중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디카 시집이 출판됨을 알고 무척 반갑고, 도전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밀려왔다.


십 대들의 어깨에 지워진 학업과 입시, 진로의 고민들은 적립금처럼 쌓여만 갈 뿐 해소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 어른의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데 '디카시'라는 새로운 창작 분야가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꼭 디지털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항상 손에 들린 핸드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자신의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짤막하게 적으면서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은 쌓인 무게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디카시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는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의적인 도구가 되어 준다. 박예분 시인은 “디카시는 사진이나 영상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깊이 바라보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시인의 작품을 통해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연과 사물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너의 무늬』 책소개 중에서.



『나의 무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물의 사진에 새로운 시선을 담은, 짧은 시 속에 하고 싶은 말, 생각해 볼 만한 시선, 미처 느끼지 못한 생각들을 실었다.

십 대들이 읽고는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글귀부터 한번쯤 스쳐 지나갈 법한 감정을 담담하게 적어 울컥하게 만드는 글귀까지 다양한 사진만큼이나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있는 디카 시집이다.


디카 시의 시작을 박예분 시인이 열어주었다. 청소년에서 어르신,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주변에 관심을 갖는 누구나 디카 시에 도전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사물 그리고 현상을 보고 나만의 언어를 담아내는 작업은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무늬』는, 시를 읽는 즐거움과 익숙한 장면들이 찍힌 사진을 보는 반가움, 시가 주는 여운이 함께 어우러진 시집이다. 『나의 무늬』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빛깔을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참 반갑고 고마운 책 한 권을 만났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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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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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유퀴즈에 나온 나민애 교수님이 나오셔서 

아버지 나태주 시인과의 대화를 짤막하게 들려주셨는데

시 한 편을 읽는 듯 언어의 아름다움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따듯해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와 같은 자연을 보고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면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시'라는 고운 그릇에 담아내서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읽게 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는,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 보고 싶은 일

로 구분하여 삶과 만남, 감사와 그리움을 

고이 담은 따듯하고도 애잔한 시들이 채워진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에 매료되었다.

사계절 그리고 우리의 삶과 똑닮은 자연의 그림과

 나태주 시인으로 짐작되는 이의 모습이

그림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시 한 편에 그림 하나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였다. 


시도 그림도 나에게는 완벽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막동리 소묘(2016년 출간된 시집) 172.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알았으면, 알은 체 해줬으면 하는 그 마음보다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네가 없어도 좋아할 수 있는 그 마음

얼마나 깊이있는 좋아함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너를 좋아하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너도

분명 행복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그리움4. 206쪽

 





딸 아이 방에 꽃을 꽂아 본다

 

빈방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봄이다, 프리지아.

노랑. 중에서 69쪽


자연과 사람이 하나됨을 표현하는 시에서

예쁨에 한 번, 표현력에 한 번,

놀라움의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된다. 

예쁜 모습을 사진첩에 담느라 바쁜 나의 손길,

시인은 고운 시어에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구름의 잔에 

음악을 풀어 넣는다.


비어 있는 인생이

문득 향기롭다. 

오후2. 218쪽





모르는 것도 가볍게

처음 해 보는 일도 가볍게

낯선 사람하고도 가볍게

낯선 곳을 찾을 때도 가볍게

익숙한 일은 더욱 가볍게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볍게. 134쪽


우리는 온 몸에 힘을 실어 살아간다. 

어깨에 힘 팍 주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우리가 힘 주는 만큼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니

긴장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꿋꿋하게 

혼자 걸어가는 인생길 

틀리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 당당하게

나를 괴롭혀 힘들어하지 말아라,

뒤따라가느라 종종거리지 말아라,

갈길 당당하게 걸어가라 응원하고 싶다.

응원받고 싶다. 나도.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혼자서. 109쪽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는, 

따듯했고 든든했으며 그리움에 뭉클했다. 

마음에 폭죽을 터트리기도 한 듯 심쿵하게 했다가

그리운 이 떠올려 마음 한편에 촉촉함 안겨주다가

내 곁에 남아 있는 귀한 인연에 감사함으로 안아준다. 


볼 때마다 새롭고

만날 때마다 반갑고

생각날 때마다 사랑스런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섬에서. 중에서 77쪽


나의 사람들에게 나도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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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을 거야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2
이모겐 팍스웰 지음, 아냐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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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말을 들려주는 듯하고, 글로 하지 못다한 것을 그림이 더 많은 의미를 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전달받을 때가 있다.

나에게 온 지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펼친 그림책 한 권이 딱 그렇다.

진하고 투박하게 입혀진 색채감이 강렬하면서도 현실의 감각을 깨우는 솔직함을 표현하여 더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은 그림책.

넌 할 수 있을 거야

이모겐 팍스웰 글 / 아나 쿠냐 그림 /보물창고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29.



지구는 병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편리함에 길들여지면서 메말라가는 삶의 공간으로 지쳐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푸른 생명 하나 찾아보기 힘든 메마르고 뜨거운 나라에 한 소녀가 있다.

사막으로 변해가고 메말라가는 강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우연히 씨앗 하나가 발견되고, 소녀는 씨앗 하나지만, 어쩌면… 하는 간절함을 담아

작은 구멍을 파기 시작한다. 소녀은 씨앗 하나가 아닌 희망을 심어 내일을 기다린다.

분명 달라져있을 내일을.





소녀의 어쩌면… 은 간절한 맘으로 메마른 흙에 물을 주고, 삐죽 올라온 식물이 뜨거운 태양 아래 시들기라도 할까 우산을 받쳐주는 정성을 다하고.

소녀의 간절함은 정성이 되고, 식물은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길게 뻗어나가며 스스로 물을 찾아가는 성실함을 보인다.

아무도 희망을 품지 않았던 땅에 소녀와 씨앗 하나가 일으킨 변화는, 삶의 공간뿐 아니라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인간의 노력과 생명의 인내심이 만나 메말랐던 초원은 점차 푸르러지고, 메말랐던 강물엔 물이 흐르고, 안 된다고 포기했던 사람들의 마음에 된다의 불을 지핀 어쩌면…은,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에 담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어쩌면 나도,

어쩌면 내가,

어쩌면 지금이라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꽤 큰 용기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모두 포기하고 안 된다고 했을 때 어쩌면…으로 시작된 소녀의 시작은, 메말라가는 한 나라에 생명을 심고 키워낸 것이다.

어쩌면… 내가, 는 다음을 염두한 희망의 소리이며, 다음을 위한 실천이며, 다음을 약속하는 귀한 소리이다. 소녀에게 담겨진 용기가 지구를 살리는 첫 걸음이며, 내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넌 할 수 있을 거야』 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실천하는 것만이 다음을 내다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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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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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는 우리말로 '해바라기'를 뜻한다. 해를 쫓아 줄기를 쭉 뻗어올려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히마와리 하우스』 를 찾아온 세 소녀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나를 향한 해바라기를 시작하였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나오와 싱가포르에서 온 티나, 한국에 무작정 떠나온 혜정이는, 히마와리 하우스에서 만나 일상을 나누는 관계를 맺는다.

사는 곳도 떠나온 이유도 다 른 세 명의 소녀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겪어나가는 성장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 『히마와리 하우스』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면서 고민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나오는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일본에서 또한 그녀는 완전한 일본인일 수 없으며, 사는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서서히 체감하게 된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다고 생각한 나오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부모의 노력과 희생에 힘입어 혜정은 대학 진학에 성공했지만, 과감히 접고 일본행을 선택한다. 명확한 길을 정한 것이 없는 혜정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찾게 된다. 자유라는 숨이 혜정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을 안겨준 것이다.

혜정이를 보면서 나의 기대가 우리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는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부모의 희생과 대리만족이 자녀에게 꿈꿀 수 있는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과제이다.


『히마와리 하우스』는, 자신을 찾아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을 시작한 세 소녀의 고민과 상처, 꿈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자유, 그것이 바로 용기이다.

자신을 위한 최선을 선택하고, 자신이 걸어갈 길 앞에서 당당한 소녀들이 되길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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