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부른다 I LOVE 그림책
밥티스트 폴 지음, 재클린 알칸타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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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을 깡시골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앞집 아기가 왜 우는지, 옆집 할머니가 오늘은 왜 집에 안 계신지 그냥 다 알게 되는, 좁지만 나에겐 온세상 같았던 곳에서 지냈다.

우리 집 마당 한 켠에는 돌공기와 비석치기 납작돌이, 대문 옆 고리에는 검정 고무줄, 잠자리채와 채집통, 배드민턴와 자전거, 축구공이 "누구야~ 놀자!" 소리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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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 의 책표지에서 힘차게 뛰어가는 소년과 높이 뜬 채 날아오는 축구공이 마치 브라질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 하다.

브라질 축구를 연상하며 그림책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놀이를 항상 받아준 어린시절 동네 앞마당이 그리워진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모여드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동네 앞마당, 서로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다 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하는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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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연물은, 무궁무진한 놀이감이 될 수 있고,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된다.

운동장의 부름을 듣고 모인 아이들, 아이들은 대나무로 골대를 세우고,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한다. 일부러 편을 짜지 않아도 된다. 모두 몇명이 뛸 지 인원수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하지 않는 동물이 있어도 된다. 먼저 뛰고 있으면 불편한 동물이 한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뛰고 있음 어디선가 한명씩 한명씩 채워져 팀이 되고, 우리편이 된다.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활기참이 느껴지고, 그들의 최선에서 자연이 주는 배움도 친구와의 추억도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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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비가 와도 즐겁고, 우리 편이 점수를 내지 못해도 즐겁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즐겁고, 흘린 땀 위로 쏟아져내리는 비가 있어서 즐겁다. 그리고 넘어진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어서 즐겁다.

우리편을 위해 열심히 달린 나에게 내민 친구의 손은, 훈장같고, 내일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거칠게 표현된 그림 사이로, 악수하는 두 소년의 표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짧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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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누비며 온 세상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멈춤'의 신호를 알리는 소리, 바로 "누구야, 밥 먹자!"하며 외치는 우리 엄마 목소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 사이로 "누구야, 밥 먹자!" 소리가 들려오면, 놀이는 서서히 끝을 바라본다.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앞마당은 조용해진다. 하루의 놀이가 끝남을 알려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

집집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저녁 반찬을 알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앞마당을 누비며 뛰어놀던 그 친구들도 오늘 밤은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렸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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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의 작가 밥티스트 폴의 말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은 나의 경험과 더불어 성장해 더욱 의미있는 현실로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한 그 기억이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의 성장은 더욱 의미있음을 깨닫는다.

『운동장이 부른다』은 크레올어와 함께 담긴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언어와 그 언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언어를 따라해 보는 색다른 경험을 덤으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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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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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고 산다는 것이 큰 축복인지 알지 못했다.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나에게 별은 항상 반짝이고 항상 많아서 반가울 것도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 속 하나의 장면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난 별 하나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꽤나 감수성이 깊은 사람이 되어 있다. 별자리의 이름도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되는 별도 하나 모르면서 까만 밤하늘을 콕 박혀 빛을 내는 별이 나는 참 좋다. 그 별이 어떻게 태어나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지만,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빛을 내주는 그 순간을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별이란 존재는 나에게 그렇다.

나에게 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을 주는 존재이다. 바라만볼 수 있는 존재였던 별이 '이티'라는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살고 있구나, 살고 있을 수도 있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면, 평온함을 주는 별빛은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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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이티'가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별빛 전사 소은하'가 있어 지구가 아닌 또 다른 별의 존재를 상상하며 나래를 펼치지 않을까?

친구들 사이에서 '외계인'으로 불리는 은하는, 눈치도 없고 친구도 소령 밖에는 없는, 별똥별에게 우주 평화를 소원으로 비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밀고 나가는 뚝심을 가진 소녀이다.

새로운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유니콘피아'라는 게임 속 세계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레벨을 갖춘 별빛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사지샵을 하는 엄마와 피씨방을 운영하는 아빠를 둔 은하는,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엄마의 기술과 말솜씨, 당장의 이익보다는 언젠가는 단골들이 찾아와 줄 거라 믿는 아빠의 긍정 마인드를 보며,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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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손목에 별 무늬 표식이 나타나고, 엄마는 은하에게 일어난 변화에 숨겨진 진실을 말해준다. 혼자이기에,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불리기 시작한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원인은 다르지만, 절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은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서게 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라는 별에 오게 된 엄마는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힘을 발휘하는 엄마는, 은하에게 헥시나 행성에서 지구로 오게 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은하에게 자기장을 이용한 힘을 발휘하는 방법들을 전수하기에 이른다.

은하는 엄마가 찾고자 하는 마지막 행성 개조 칩이 멈춘 지역에서 식중독이 번지고, 섬세한 전파를 내뿜는 나비, 낮에 떨어지던 별똥별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를 비롯한 많은 헥시나 행성인들이 우려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임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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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는 단순하게 지구와 헥시나 행성을 연결하는 엄마 그리고 딸 은하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헥시나 행성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지구로 내려온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원들과 그들을 막기 위한 우월주의자간의 힘겨루기와 우월주의자가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면서 자신들의 힘을 키워내기 위한 게임을 이용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힘과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구의 많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용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정교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독자들의 상상에 더 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게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어, 에너지의 흐름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느껴본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 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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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또 다른 행성, 지구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또 다른 행성인들이 펼치는 상상 그 이상의 싸움 속에서 가족과 친구의 관계를 담아 따듯하면서도 우리가 속해있는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책장을 열면서 한 자리에서 읽어내는 흡입력있는 이야기가 게임이라는 소재로 아이들을 충분히 유혹하겠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부모도 함께 빠져들 수 있을 만큼 매우 튼튼하게 지어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헥시나 행성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발휘하며, 은하와 아빠에게 사랑을 전하며 눈을 감은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자 은하의 엄마에게 지구를 지켜준 수많은 시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우주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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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활동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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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인 거야?"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나에게 다가온 첫 문장. 액션 스릴러 소설임을 알고 읽고자 마음먹었지만, 책장을 열자마자 시작된 문장이 나의 숨을 멎게 만든다. 마치 독자에게 질문하듯 던지는 말에는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별일 아닌 듯 물어오는 김세연의 물음에서 사건은 이미 일어났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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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와 똑같은 등교길, 골목길에 버려진 여학생의 시체를 본 이영과 김세연, 이영은 최초 목격자로 얽히고 싶지 않다. 이름 대신 불리는 '부모를 죽인 패륜아' 란 꼬리표만으로도 충분하다. 더이상은 경찰과 그 어떤 일로도 부딪히고 싶지 않다. 공부 잘하고 예쁜,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김세연이 모든 걸 책임져 주길 바라는 것이 이영의 진심이다.

여학생의 시체를 목격한 지 네 시간이 지나 이영에게는 여학생을 죽인 살인자라는 또 하나의 꼬리표가 붙고, 그의 신상은 SNS에 낱낱이 공개되고 만다. 도망갈 곳도 더이상 피할 곳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김세연만이 유일한 언덕이 된다. 과연 김세연은 이영의 언덕이 되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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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혼자가 된 김세연과 타인에 의해 혼자가 된 이영, 앞에서 1등과 뒤에서 1등인 두 사람이 우연한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게 됨으로 시작된 사건 그리고 동지가 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외활동』.

여학생의 시체는 사고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아닌, 누군가가 계획했고, 자신들의 능력과 재미를 위해 저질러진 행위이다. 이영의 과거부터 현재의 행동까지 파악한 그들은 그의 약점을 잡아 그들이 몸담고 있는 동호회의 회원으로 영입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CCTV로 살인 현장의 목격자를 신고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영에게 그들의 치밀함은, 이영을 점점 가두고 어떠한 선택도 무의미함을 깨닫게 한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 의문이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미친 놈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나와 달리 김세연은 더 파고들어 볼 생각인 것 같다. 무엇 때문에? 나를 도와주려고? 이건 명백하게 나를 도와주는 것 맞지? 그렇다면 김세연은 왜 나를 도와주는 걸까? 할 수 있으니까? 재미로?

『과외활동』 80쪽.

 

세연은 중학교 때 세계 해커 대회에서 우승한 전적과 보안 전문 업체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나름 유명하고 능력있는 영재이다. 세연은 살인 현장의 목격자인 이영에게 CCTV 화면 캡쳐로 살인자 누명을 씌우며 접근해 오는 그들의 경로를 쫓아가며 이영에게 드리워진 그늘이 무엇인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설치한 CCTV를 제어하고, 그들의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 루트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세연이 깊게 침투하고, 이영이 세연의 명령을 받아 상황을 모면할수록 동호회 회원들 역시 그들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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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동호회, 그들은 약점을 가진 미약한 이들을 찾아내 약점을 미끼로 자신들의 하수인 역할을 맡긴다. 그들에게 길들여지면 불법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불법동호회의 정식 회원이 되고, 명령만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적이고 밝혀지지 않는 살인을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키워지게 된다. 그것이 그들의 최종목표일까.

고등학생 이영을 상대로 하는 불법동호회. 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다양한 직업군들이 모여 자신들기 가진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른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고, 또 다른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이 불법 행위에 미끼로 사용해가는 약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실 속에 감추고자 하는 약점은 대체 무엇이기에 잃을 것을 손에 쥐고도 불법 동호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동호회라는 모임에 감춰진 비밀까지는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김세연 군은 양 떼들의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늑대들이니깐! 어쩌면 이 세상에 오직 둘밖에 없는! 그 누구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역시 타인들을 이해하기 힘들지. 왜냐하면 저들의 본성은 ……."

선생의 석궁으로 나를 찌르기라도 할 듯 팔을 뻗어 나를 가리킨다.

"풀을 뜯어 먹으며 서로서로 어울려 사는 데에 있지. 하지만 우리의 본질은 …… 양 떼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그 공포를 즐기며 그들의 고기를 뜯어 먹는데 있어. 김세연 군의 부모도 어느 순간부터 김세연 군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체 모를 괴물을 보듯 대했지?"

학교 아이들 모두가 김세연을 두려워한다. 저 남자의 말대로 모두가 다 본능적으로 김세연의 정체를 안 걸까?

『과외활동』 237쪽.

 

너무나 뛰어난 김세연, 누구도 다가서기 쉬운 상대가 아닌 사람이 된 김세연, 외롭지만 외롭다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던 김세연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아빠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이영, 혼자 살아남게 되어 부모를 죽인 자가 된 이영, 그립지만 외롭지만 혼자 꾹꾹 누르며 살아가야 했던 이영. 둘은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혼자 라는 것과 누구도 곁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세상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현실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SNS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이야기 『과외활동』 은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빠져들어 단숨에 읽히는 청소년 액션 스릴러 소설이다.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묘사가 우리 몸의 여러 감각들을 동시에 깨우고, 이영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것만 같아 몸이 경직되어 옴을 느끼게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오기까지의 이영의 숨가쁜 추격과 마지막 발악까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함께 하였다.

 

"난 그 때…… 집에 불이 난 날 이후로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살아서 먹고, 숨 쉬고, 잠을 잤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날이 하루도 없었어. 매일매일이 죽는 날이 오기 전까지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순간처럼만 느껴졌어. 그런데 그때 골목에서 너를 만나고 …… 다시는 되돌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너랑 같이……

우리가 …… 우리가 같이 겪고 헤쳐나갔던 모든 순간에……

처음으로 느꼈어. 나는 살아 있구나. 이게 사는 거구나……

라는 걸."

『과외활동』 284~285쪽.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과외활동』 은 상상이상이다. 살인 현장의 첫 목격자라는 사건의 시작부터 누군가의 협박 그리고 천재 소녀의 전문 해킹과 불법 단체들의 실체까지, 그 동안 읽어왔던 책들과는 소재도 풀어나가는 과정도 사뭇 달라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한 채 단숨에 읽어낸 소설이다. 무서우면서도 화가 나고, 화가 나면서도 안심이 되는, 그러면서도 주변을 살펴보게 되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통해 색다른 흥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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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셋 달린 소 - 서석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12
김명희 지음, 안준석 그림 / 책고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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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래이야기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꽤나 오래 묵은, 묵직한 그릇 같다. 담담함 속에 숨겨진 감정들이 우리의 가슴 한 켠에 숨겨진 여린 살을 톡하고 건들면기도 하고, 어리숙한 말투와 허탕치는 꾀쟁이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짧은 글을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즐겁고, 아리고 슬픈, 가만히 흘러내리는 눈물로 이야기에 대한 감사평을 대신하는 것, 그것이 전래이야기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가을이 시작되는 지금, 나의 마음에 콕 박힌 가시 하나. 티는 잘 나지 않지만 움직일 때마다 콕!콕! 자신의 존재을 알리고자 하는 가시 하나. 가시 하나처럼 내 맘에 박힌 그림책 한 권이 있다. 어떠한 말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만 싶은 그림책 한 권, 김명희 작가님의 글 『뿔 셋 달린 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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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도봉 아래 김부자 집에 뿔 셋 달린 소가 태어났다. 삶의 밑천이 되고 농부의 동반자가 되어줄 소의 뿔이 셋, 이는 뿔 둘 달린 소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되고, 소 자신에게는 나도 그들과 같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지런함으로 무장을 한다. 그럼 김부자에게 뿔 셋 달린 소는 어떤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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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 힘든 일을 시켜도 많은 양의 일을 시켜도 싫다는 몸짓 한 번 내지 않는 - 뿔 셋 달린 소는 일을 시키기에 너무나 좋은 일꾼일 뿐이다. 여느 소와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졌기에 무엇이든 수용해야 할 처지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저급한 생각으로 일감을 몰아주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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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자는, 열심히 일하는 그에게 "뿔이 셋이 달리니 기운도 세구나."하며 그의 묵묵함과 부지런함을 남들보다 하나 더 달린 뿔에 공을 주고는, 보란듯이 일을 시키고 또 시킨다. 김부자네 일로도 차고 넘치는데, 동생네 일까지 도맡아 시키니, 어느 소가 버텨낼 수 있을까.

늦은 시간까지 동생네 일을 보고, 쌀을 가득 심고 김부자네로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다. 배도 고프고 허리는 휠 대로 휘어져 여물통에 담겨 있을 여물만을 생각하며 김부자네로 간다.

모두 잠들었을 밤, 아무리 소리를 치고 울어도 열리지 않는 대문. 소는 더이상 울 힘도 쌀을 받치고 서 있을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아 그래도 푹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친정에서는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살림 밑천이 되어야 했던, 한 남자를 만나 시댁에 온 힘을 다해 살아야 했던, 자식에게 좋은 건 모두 양보하며 살아왔던 우리네 어머니의 휘어진 허리가 겹쳐지면서 눈물이 차오른다. 휘어진 허리로 김부자네로 향하는 소에게 여물과 집은 얼마나 절실했고 간절했을까. 곧 열릴 문을 기대하며 소리 높여 우는 소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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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끝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숨진 소의 등에 올려진 쌀 가마니에서 비구미들이 한마리 두마리 기어나오더니 소의 몸을 모두 덮을 만큼 많아진다. 그 비구미들은 김부자네 집으로 들어가 창고에 가득 쌓인 곡식부터 집까지 모두 해치우고는, 고된 삶을 살아온 소를 위로하듯 온 몸을 감싸안는다. 가는 순간까지 너무나 외로웠을 그에게 비구미들의 복수는 삶을 정리하는 소에게 아주 조금의 위로는 되었을까.

뿔 셋 달린 소의 삶이 안타까운 이들이 그의 죽음을 위로하며 쌓아올린 돌들이 쌓이고 쌓여 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뿔 셋 달린 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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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놀림과 미움이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뿔 셋 달린 소. 그의 묵묵함과 버티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오늘따라 참 원망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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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왕 오스카 마음그림책 7
김수완 지음, 김수빈 그림 / 옐로스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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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안부 인사겸 여고시절의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같은 부모가 낳고 양육했음에도 생김새부터 성격, 식성까지도 모두 다른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나누었어요.

어느 누구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기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요. 그에 맞는 양육태도와 말투, 앞으로의 진로까지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기에 늘 새로움을 안기는 아이들, 키우는 즐거움과 성장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누구나 특별해요. 그리고 충분히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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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와 다르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놀림의 대상으로 만들어 다름이 가진 불편함과 좌절감을 느껴야 했던 오스카가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있어요. 김수완·김수빈 자매가 쓰고 그린 『수염왕 오스카』 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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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숲속에서는 곧 제22회 고양이 수염대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고양이들은 자신의 수염이 가장 멋지게 보이기 위해 다듬고 자랑하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요. 그런데 단 하나, 다른 고양이보다 몇 배는 더 긴 수염을 가진 오스카는 수염대회 자격 조건에 맞지 않아 대회 참석 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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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도 너무 긴 수염을 가진 오스카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평범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대회 참가조차 못 한다는 것은 오스카를 더욱 나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스카는 결심했어요. 길어서 밟히고 걸리고 끌리는 수염을 과감히 잘라버리기로 말이에요. 수염만 길지 않다면 오스카도 친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지낼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긴 수염을 놀리는 숲 속 친구들의 말에 상처만 받아오던 오스카가 긴 수염을 자르려는 순간, 낯설지만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네는 숲 속 친구가 있어요.

"정말 긴 수염이네. 멋진 수염이야. "           

바로 거미에요. 거미는 오스카의 긴 수염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부러워해요. 놀림과 원망의 대상이었던 긴 수염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오스카는 알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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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신이 나서 거미에게 달려갔어요.

"나도 너처럼 날아 볼래. 내 긴 수염을 써서 말이야."

"정말? 너는 수염을 자르고 수염 대회에 나가고 싶어 했잖아."

"이젠 아니야.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까."

 

오스카는 숲에서 어린 거미들이 날기 연습을 하는 중에 만들어놓은 거미줄이 모두 제각각인 것을 보았어요. 그 누구도 거미줄 모양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제각각인 거미줄이 춤을 추듯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빼앗기고 말지요. 같지 않기에 멋져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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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수염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아요. 오스카는 지금 긴 수염으로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긴 수염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스카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준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거미처럼 날아보고 싶다는 오스카의 꿈, 오스카는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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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신체적 다름으로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고양이에요. 적당한 길이의 수염을 가졌더라면 받았을리 없는 상처를 받은 셈이지요. 그랬다면 오스카는 수염 대회에 나가기 위해 수염을 다듬는 평범하고도 기준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겠지요. 그 삶도 오스카에게는 의미있을 수 있어요. 다만 오스카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은 없었겠지요.

긴 수염을 가진 수염왕 오스카는, 자신의 다름을 특별함을 바라봐 준 거미에게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털털숲속 위를 날아오르지요. 하늘을 나는 오스카,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상처가 특별함으로 전환되는 순간, 오스카는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지요.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달라요. 생김도 잘하는것도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모두 달라요.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특별하게 받아주는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기로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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