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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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고 산다는 것이 큰 축복인지 알지 못했다.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나에게 별은 항상 반짝이고 항상 많아서 반가울 것도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 속 하나의 장면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난 별 하나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꽤나 감수성이 깊은 사람이 되어 있다. 별자리의 이름도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되는 별도 하나 모르면서 까만 밤하늘을 콕 박혀 빛을 내는 별이 나는 참 좋다. 그 별이 어떻게 태어나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지만,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빛을 내주는 그 순간을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별이란 존재는 나에게 그렇다.

나에게 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을 주는 존재이다. 바라만볼 수 있는 존재였던 별이 '이티'라는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살고 있구나, 살고 있을 수도 있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면, 평온함을 주는 별빛은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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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이티'가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별빛 전사 소은하'가 있어 지구가 아닌 또 다른 별의 존재를 상상하며 나래를 펼치지 않을까?

친구들 사이에서 '외계인'으로 불리는 은하는, 눈치도 없고 친구도 소령 밖에는 없는, 별똥별에게 우주 평화를 소원으로 비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밀고 나가는 뚝심을 가진 소녀이다.

새로운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유니콘피아'라는 게임 속 세계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레벨을 갖춘 별빛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사지샵을 하는 엄마와 피씨방을 운영하는 아빠를 둔 은하는,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엄마의 기술과 말솜씨, 당장의 이익보다는 언젠가는 단골들이 찾아와 줄 거라 믿는 아빠의 긍정 마인드를 보며,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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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손목에 별 무늬 표식이 나타나고, 엄마는 은하에게 일어난 변화에 숨겨진 진실을 말해준다. 혼자이기에,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로 불리기 시작한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원인은 다르지만, 절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은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서게 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라는 별에 오게 된 엄마는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힘을 발휘하는 엄마는, 은하에게 헥시나 행성에서 지구로 오게 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은하에게 자기장을 이용한 힘을 발휘하는 방법들을 전수하기에 이른다.

은하는 엄마가 찾고자 하는 마지막 행성 개조 칩이 멈춘 지역에서 식중독이 번지고, 섬세한 전파를 내뿜는 나비, 낮에 떨어지던 별똥별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를 비롯한 많은 헥시나 행성인들이 우려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임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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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는 단순하게 지구와 헥시나 행성을 연결하는 엄마 그리고 딸 은하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헥시나 행성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지구로 내려온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원들과 그들을 막기 위한 우월주의자간의 힘겨루기와 우월주의자가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면서 자신들의 힘을 키워내기 위한 게임을 이용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힘과 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구의 많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용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정교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독자들의 상상에 더 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게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어, 에너지의 흐름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느껴본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 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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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또 다른 행성, 지구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또 다른 행성인들이 펼치는 상상 그 이상의 싸움 속에서 가족과 친구의 관계를 담아 따듯하면서도 우리가 속해있는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책장을 열면서 한 자리에서 읽어내는 흡입력있는 이야기가 게임이라는 소재로 아이들을 충분히 유혹하겠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부모도 함께 빠져들 수 있을 만큼 매우 튼튼하게 지어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헥시나 행성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발휘하며, 은하와 아빠에게 사랑을 전하며 눈을 감은 헥시나 행성의 행동대장이자 은하의 엄마에게 지구를 지켜준 수많은 시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우주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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