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부른다 I LOVE 그림책
밥티스트 폴 지음, 재클린 알칸타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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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을 깡시골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앞집 아기가 왜 우는지, 옆집 할머니가 오늘은 왜 집에 안 계신지 그냥 다 알게 되는, 좁지만 나에겐 온세상 같았던 곳에서 지냈다.

우리 집 마당 한 켠에는 돌공기와 비석치기 납작돌이, 대문 옆 고리에는 검정 고무줄, 잠자리채와 채집통, 배드민턴와 자전거, 축구공이 "누구야~ 놀자!" 소리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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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 의 책표지에서 힘차게 뛰어가는 소년과 높이 뜬 채 날아오는 축구공이 마치 브라질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 하다.

브라질 축구를 연상하며 그림책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놀이를 항상 받아준 어린시절 동네 앞마당이 그리워진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모여드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동네 앞마당, 서로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다 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하는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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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연물은, 무궁무진한 놀이감이 될 수 있고,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된다.

운동장의 부름을 듣고 모인 아이들, 아이들은 대나무로 골대를 세우고,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한다. 일부러 편을 짜지 않아도 된다. 모두 몇명이 뛸 지 인원수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하지 않는 동물이 있어도 된다. 먼저 뛰고 있으면 불편한 동물이 한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뛰고 있음 어디선가 한명씩 한명씩 채워져 팀이 되고, 우리편이 된다.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활기참이 느껴지고, 그들의 최선에서 자연이 주는 배움도 친구와의 추억도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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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비가 와도 즐겁고, 우리 편이 점수를 내지 못해도 즐겁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즐겁고, 흘린 땀 위로 쏟아져내리는 비가 있어서 즐겁다. 그리고 넘어진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어서 즐겁다.

우리편을 위해 열심히 달린 나에게 내민 친구의 손은, 훈장같고, 내일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거칠게 표현된 그림 사이로, 악수하는 두 소년의 표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짧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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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누비며 온 세상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멈춤'의 신호를 알리는 소리, 바로 "누구야, 밥 먹자!"하며 외치는 우리 엄마 목소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 사이로 "누구야, 밥 먹자!" 소리가 들려오면, 놀이는 서서히 끝을 바라본다.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앞마당은 조용해진다. 하루의 놀이가 끝남을 알려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

집집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저녁 반찬을 알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앞마당을 누비며 뛰어놀던 그 친구들도 오늘 밤은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렸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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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의 작가 밥티스트 폴의 말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은 나의 경험과 더불어 성장해 더욱 의미있는 현실로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한 그 기억이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의 성장은 더욱 의미있음을 깨닫는다.

『운동장이 부른다』은 크레올어와 함께 담긴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언어와 그 언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언어를 따라해 보는 색다른 경험을 덤으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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