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식빵 그린이네 그림책장
종종 지음 / 그린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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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식빵

종종 글 ·그림

그린북



우리는 때로 자신을 낮추거나 겸손함을 표현하기 위해 "평범"하다는 말을 사용할 때가 있어요. 평범하다고 말하는 그 사람을 잘 살펴보면, 나보다 잘하는 것이 한 가지 이상은 되고, 첫인상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요. 우리는 그럴 경우 '반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모두 평범함 속에 자기 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내공을 적립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 중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가끔보다 자주 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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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름도 표지도 귀여움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그림책 『평범한 식빵』을 만났어요. 제목이 없다면, 마치 잔뜩 심술이 난 어린 아이를 그린 듯한 모습의 그림은, 가만히 보아도, 두고 보아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표지만으로도 웃음이 빵 터질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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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심술이 난 식빵,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식빵은 평범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이 못 마땅하대요. 갈색 테두리 속에 담긴 뽀얀 속살이 곱기만 한데, 무엇이 맘에 들지 않는 걸까요? 식빵이 말한 평범함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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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알았어요.

식빵은 크루와상의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 알록달록 도넛의 화려함, 시럽과 과일로 단장한 케이크의 자태가 부러웠던 거에요. 친구들에 비하면 식빵은 밋밋하고 너무나 평범했거든요. 식빵은 자꾸만 비교가 되고, 친구들이 가진 그 무엇 하나 없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식빵은 자신의 매력을 아직 못 찾은 것 뿐인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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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 식빵이에게 샌드위치를 말해요.

"우리 식빵이들은 모두 평범하게 태어나지.

평범함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단다.

다른 재료와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우리가 그 재료를 돋보이게 만들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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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이는 자신이 가진 평범함이 곧 특별함이 될 수 잇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재료와 어우러져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식빵만의 매력을 이제 알게 되었대요. 식빵은 있는 그대로의 맛을 즐기고, 풍성한 재료와 어우러진 그만의 맛을 즐기는,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최고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요.

우리 아이들 중에도 잘하는 것도 없고, 예쁘지도 않다고, 스스로를 낮추며 의기소침해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요. 식빵이의 밋밋함과 단조로움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모두 식빵으로 태어나 서로의 밋밋함을 채워주는 특별하고도 쓸모있는 존재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채워가면 좋겠어요.

평범한 식빵은 특별한 식빵이며, 쓸모있는 존재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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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토요일에 I LOVE 그림책
오게 모라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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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토요일에

오게 모라 지음 /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몇 년 전에 나온 S기업 광고에 하교한 소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를 찾아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을 씻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손을 씻고, 엄마가 없는 줄 알면서도 거실로 안방으로 엄마를 찾아 나서는 소녀, 집에 혼자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오지요. 소녀는, “집에 엄마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다”라는 말로 광고는 마무리가 되지요.

소녀가 집안을 살피며 "엄마"를 살피는 모습이 짠해 보이면서, 소녀만큼 워킹맘들 또한 맘 졸이며 직장을 지키고 있겠지 생각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와 엄마의 마음 한편엔 자리한 그리움의 크기는 그 깊이 알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오늘 만날 친구는, 엄마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일주일 중 유일한 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는 '에이바'예요. 에이바와 엄마, 단둘만의 시간 속으로 함께 따라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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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에이바예요.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이에요.

우리 엄마는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해요. 엄마가 일하지 않는 토요일 오늘은 엄마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에요. 아침부터 엄마도 나도 싱글벙글, 행복해지기 딱 좋은 날이라는 걸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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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토요일은 이미 계획되어 있어요. 도서관에서 "주간 이야기 시간"에 참여하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고,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며 편안한 오후를 맞이하고, 버스를 타고 단 하룻밤만 하는 인형극을 보러 시내에 나갈 거예요.

엄마와 나의 계획은 아주 완벽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맞춰진 스케줄은 우리의 토요일을 더욱 알차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걸 엄마와 나는 잘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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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날, 정말 특별한 날을 꿈꿨던 나와 엄마는 쏜살같이 집을 나섰어요. 기다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 주는 도서관 사정으로 "주간 이야기 시간"이 취소되었대요. 나도 엄마도 울먹였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 첫 번째 계획인걸요. 엄마는 나를 달래주었어요.

 

 

"실망하지 말아라, 에이바!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될 거야. 오늘은 멋진 날이 될 거야.

토요일, 토요일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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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이상해요. 엄마와 내가 세운 계획이 계획대로 잘되지 않았어요. 왜 그런 걸까요? 비도 오지 않는데 물 벼락을 맞고, 고요하고 평온했던 공원이 갑자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엄마는 나와 함께 울먹이면서도 나를 달래주었어요.


"실망하지 말아라, 에이바!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될 거야. 오늘은 멋진 날이 될 거야.

토요일, 토요일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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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는 버스 덕분에 시간에 맞게 도착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린 기쁨의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어요.

 

오늘은 엄마와 나의 특별한 날, 멋진 날 토요일이에요. 설렘을 가득 안고 출발한 우리의 계획은, 처음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인형극을 보기로 한 계획마저도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속상해하지 말아요, 엄마.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어요. 오늘은 멋진 날이었어요.

토요일은 끝내주게 좋잖아요.

왜냐하면 엄마랑 함께 보내잖아요."

 

엄마는 우리의 특별한 날을 망쳤다고 울었어요. 나는 엄마를 꼭 안아주었어요. 우리가 세운 계획은 어느 것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나는 엄마와 쭉 함께 있어요.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날, 멋진 날인 걸 엄마에게 말해 주었어요. 엄마도 나랑 맘이 같을 거예요. 엄마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나에겐 특별한 날, 멋진 날인 거예요. 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 토요일이에요.


우리의 계획은 언제든 틀어지기 마련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생기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말이에요. 계획들로 설ˠ던 아침과 하나씩 어긋나는 오후,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여전히 엄마와 함께 한다는 거예요.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하고 멋진 날이 될 수 있다는 것, 에이바와 엄마의 토요일 외출을 통해 우리에게 잔잔히 일깨워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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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소녀
톰 이스턴 지음, 임현석 옮김 / 북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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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으며, 현대에 와서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변화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조성해 가는데 그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톰 이스턴 작가의 『권투소녀』에는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의 삶으로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플레르와 그녀의 절친이자 페미니스트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블러썸 그리고 겁많고 바보스럽지만 플레르의 곁을 지켜주는 핍, 열여섯의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익숙한 십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조차 알지 못 한다. 확신할 수 없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플레르와 블러썸, 핍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때로는, 지나치다 싶기도 하고, 어수룩함에 안타까움이 피어나기도 하며,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십대는 자신의 삶 속으로 한 발 깊게 들어가는, 스스로 서기 위한 준비단계인 것이다.



플레르는, 동네 복싱 체육관 전단지의 시간표를 보고 체육 교사에게 항의하고 있는 블러썸의 곁을 지킨다. 남성부와 여성부로 구분된 시간표는, 성별에 의한 분리수업이며 여성부를 따로 편성된 것은 차별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로서의 당당함과 진취적 성향의 블러썸은 바로 복싱 체육관을 찾아가고, 그 곁을 지키던 플레르는 처음으로 만난 복싱이란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시작한다.




“나는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야. 나쁜 친구고 못된 딸이고 끔찍한 페미니스트야.”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리야. 네가 한 말 중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왜 네가 끔찍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건데?"

"나는 너처럼 행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위에 나가 본 적도 없어. 도움이 되기는커녕 실없는 농담만 해대잖아. 트위터에 엠마 왓슨에 관해서도 헛소리만 써놨어.”

블러썸이 나를 보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게 바로 가부장 사회가 하는 짓이야.”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자신을 의심하게 하고 서로 싸우게 만들지. 플레르, 너는 훌륭한 페미니스트야.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똑같아. 단지 서로 다른 길로 가는 것일 뿐이야.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있어. 그리고 정말 멋진 건, 너는 너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는 거야.

『권투소녀』 241쪽




전통적인 성 역할에 익숙한 남학생들의 편견과 선입견,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부당한 제약 등을 열변하는 블러썸이 부딪히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들이 상대의 의견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화는, 새로운 변화와 함께 유연적인 사고로 변형될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이는가 하면, 서로가 가진 상대방에 대한 생각은 차별이란 벽에 가려진 차이임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저질체력을 가진 플레르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면서 복싱이란 스포츠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배운다. 매사에 걱정이 많은 엄마와 중립을 지키기 위한 두리뭉실 아빠 사이에서 자신을 숨기고만 있었던 플레르가 당당한 소녀로 다시 태어나는, 성장 이야기를 담아낸다.




"나는 이제 알겠어, 네가 복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가 말했다.

"바로 그 복싱 때문에 내가 차였다고!" 내가 말했다.

"아니야. 복싱 덕분에 너는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거야. 조지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거고, 조지가 그런 네가 싫다면, 그런 사람하고는 헤어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블러썸이 말했다.

"솔직히 모르겠어. 이게 진짜 나인지." 블러썸이 내가 모르는 대답을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아."

"그럼 어때? 왜 네가 이전의 너여야만 하는데? 너는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되면 되는 거야. 그게 복싱 선수라도!"

블러썸이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권투소녀』 218쪽





열아홉의 남자 친구 조지와의 이별, 이겨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보니타와의 대결, 안전제일주의 엄마에게 복싱 경기를 보여주는 것, 모두 플레르의 삶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과감히 포기하는 것을 배운 플레르, 그녀의 당당하고도 열정적인 모습은 십대의 모습이자 우리가 바라는 십대의 모습일 것이다.



『권투소녀』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된 플레르가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십대들을 응원하는 책, 바로 지금 '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열정을 채우는 십대가 되길 희망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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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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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노을

이희영. 글

자음과 모음 』

몇년 전, 둘째 소녀가 친구 생일 파티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엄마, 우리 친구들 엄마 중에 나이가 제일 많아. 그리고 친구 ○○네 엄마가 엄마랑 10살 차이가 나."한다. 친구 생일파티 다녀온 소녀의 말에 너무나 의아해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생일 주인공 엄마가 아이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가 하는 일과 나이를 물었다고 한다. 손님으로 온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 것이겠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가족의 일부를 들킨 것만 같은 불쾌감이 엄습해 온다.

우리는 '편견, 선입견없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며 교육하면서, 정작 실천해야 하는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판단하고 상처를 준다. 상처를 줬다는 일말의 양심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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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의 『보통의 노을』 의 열여덟 노을이는, 서른 넷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노을이를 낳은 노을이의 엄마 최자혜씨는, 노을이의 누나로 보일 만큼 어려보이고 젊고 작다. 남매로 착각하는 그들에게 항상 엄마라고, 아빠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최자혜씨, 한번 보고 말 그들에게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엄마를 노을이는 반갑지 않다.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최자혜씨는 나이 차가 많지 않아 받는 오해에 당당하다. 당당하기까지 그녀가 겪은 수많은 눈총과 편견 그리고 외로움은 얼마나 깊었을까, 곪고 터진 상처에 새살이 돋고를 반복한 세월만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회복력이 생겼을 것을 생각하니, 어린 그녀가 감당할 삶의 무게를 감히 나 따위가 잴 수나 있을까.



손끝에 딱딱하게 박인 굳은살과 여기저기에 난 상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툰 칼질로 어린 아들에게 이유식을 해 먹이던 시절에는 자주 칼에 베이고 끓는 기름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 상처들이 지금까지도

수강도 가능했다.

고스란히 엄마 손등에 남아 있다.

지금 내 또래의 아이들, 멀리 갈 것도 없이 성하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말괄량이 천방지축이냔 말이다. 그보다도 어렸던 엄마였다. 차마 엄마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던 10대 소녀였다. 친구들과 군것질하고 연예인을 동경하며 시험 문제 하나에 웃고 울던 소녀가 하루 아침에 어른도 아닌 엄마가 되어 버렸다니. 그 삶이 어떠했을지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나 보러 온거야〉중에서 33쪽



최자혜씨에게는 엄마보다 훨씬 큰 키에 단단한 몸을 가진, 엄마와 단 둘이 살게 된 배경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궁금하지 않은, 엄마가 하는 말만을 믿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전부인 아들인 최노을이 있다.


노을이는 엄마가 자신을 선택했던 그 어린 나이를 지나왔고, 그 선택이 엄마에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엄마의 결정은 가족과의 인연을 끊어야 했고, 사회가 주는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으며,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강한 책임을 져야 하는 외롭고도 고단한 삶이었음을 짐작한다.



노을이는 엄마보다 '최자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최자혜씨의 보호자이자 동거인이고, 밤길을 걱정하는 오빠이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살아간다.

“아들, 우리 잘하고 있는 거야. 맞지?"

나는 엄마의 이 말이 좋았다. 그래, 우린 잘하고 있었다. 좀 더 잘해 내려 노력했다. 그 결과 고작 열두 살의 나이로 방세니 생활비 같은 말들을 내뱉었지만, 누군가는 이런 내 유년을 두고 너무 철이 일찍 들었다며 안타까워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나는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는 엄마를 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가 조금 더 일찍 잘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엄마는 늘 우리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우리란 말 속에는 내가 너를 위해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협력이었고, 한 명이 앞서 걷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는 뜻이었다.

〈식어 버린 붕어빵〉중에서 75~76쪽



최노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리얼하기도 한 여자 사람 친구 성하가 있다.


엄마의 악세사리 공방과 성하네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과 같은 건물이기에 자연스럽게 만나 친구가 된 성하, 늘 혼자였던 노을이에게 거침없는 성하는 친구이자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성하는 오빠의 마음이 최자혜씨에게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챘지만, 그것은 오빠의 마음이라고 누구의 인정도 필요치 않다고 하지만, 노을이는 세상의 잣대에 또다시 상처받을 엄마가 걱정된다. 이젠 엄마를 건들면 그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을 만큼 자랐지만 엄마의 곁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자신의 바람과 뒤섞여 혼란스럽기만 하다.


엄마는 세상의 냉대와 차별을 온몸으로 견뎌낸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게 단 한 번도 생물학적 아적 아버지를 입에 올리지 않았던 건 그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는 뜻이다.

엄마의 마음은 전장을 누비는 장수와도 같았다. 세상에 베이고 찔리고 뜯긴 상처가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차라리 몸에 난 상처는 아물 수 있겠지만 마음속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안으로 곪아 들어간다. 엄마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엄마가 장난처럼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 말했던 것은 사실 외모가 아닌 마음이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가 엄마의 마음 속에서는 오래 전부터 작동되고 있었다.

〈평범함이 뭔데〉중에서 100~101쪽



노을이는 여자 사람 친구로 못박은 성하를 소개시켜달라는 동우, 처음으로 먼저 손을 내민 친구 동우, 동우라면. 그런데 자꾸만 신경쓰인다. 소개팅을 다녀온 성하의 무성의한 말투에 노을이는 동우에게 따져묻는다. 돌아온 동우의 대답이 노을이를 당황케 한다. 하지만 노을이에게 동우는 여전히 친구이고,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하는 동우에게서 세상의 편견과 마주서고 있는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동우에게도 노을이에게도 특별하다는 것을. 다름을 틀림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앞에서 자신의 삶을 최선으로 살아가는 둘의 교집합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당겼나 보다.

 


세상은 절대 객관식 문제가 될 수 없다.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란 뜻이다.



『보통의 노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된 최자혜씨와 열여덟 아들 최노을의 특별함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의 길을 선택했던, 지는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이가 태어나면 나중에 꼭 보여 주고 싶다고 지은 이름 '노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남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님을 세상에 당당하게 보여준 그들의 이야기.


『보통의 노을』은 평범함의 기준과 '보통'이라는 말이 가진 이중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남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있어야 하고 이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시선만 달리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

때에 따라서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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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한 기준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들을 사회가 바라는 이상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 기준만이 옳다고 여겼던 나의 짧은 견해가 다름을 틀림으로 각인하고 그 틀에 모든 것들을 넣어 재고 따진 것은 아니었을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보통','평범'은 누가 잴 수 있나. 우린 모두 특별하다. 그 누구도 기준에 맞춰 살 수 없으며, 특별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으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특별한 우리만큼이나 우리의 삶 또한 특별하며 그 누구도 기준에 맞추라 강요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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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학년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4
이지현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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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1학년

이지현. 글

청어람주니어 』



가끔, 아주 가끔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알지 못하지만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표지만 보고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 바로 김지현 작가의 『우리는 1학년』이다.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와 함박웃음을 짓고 양손으로 가방끝을 꼭 잡고 신나는 발걸음을 한 할머니와 그 뒤를 따라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표지만으로도 그들의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된 느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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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오늘 아침 설렘으로 시작된다. 부녀회원들과 함께 온천으로 가기로 약속된 날 아침, 박또출 할머니는 반려견 독구의 아침밥을 끓여주고는 신신당부를 하고 집을 나선다. 독구와 할머니의 관계는 단순히 주인과 개가 아닌, 대화가 통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는 가족이다.



할머니가 떠난 조용한 빈 집, 독구는 방학을 맞아 조용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 노는 것이 제일 즐거운 독구는, 창문 너머로 글자도 배우고 시도 짓는, 독강을 아주 착실하게 한 학생이자, 박또출 할머니의 가장 소중한 가족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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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온천을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바람에 일행과 헤어지게 된다. 서둘러 온천 앞에 세워진 버스를 찾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분명 온천 앞에 세워진 파란색 버스였는데, 온천을 마치고 나오자 버스는 내릴 때보다 몇 배는 늘은 데다 파란색 버스마다 내린 그 버스가 아니다.



"천마관광"이라고 쓰인 버스라고 했는데, 박또출 할머니는 그게 어떻게 쓰인 글자인지 모른다. 바로 글자를 모른다는 것이 박또출 할머니의 약점이자, 잘난척 쟁이 안동댁이 미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박또출 할머니, 딸로 태어나 배움보다는 살림을 배워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당당함과 타고난 입담으로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박또출 할머니이기에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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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버스를 못 찾은 이유가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밝혀져 심통 가득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다. 덕구는 할머니의 기분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다. 그 원인까지도.



할머니는 덕구가 글자를 알고 시를 짓는다는 것, 학교 창문 너머로 익히게 된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충격과 함께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남들은 늦었다고 하겠지만, 할머니는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수줍지만 굳은 의지로 학교를 찾아가 받아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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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제 심정 모르실 겁니다. 글을 모르면 답답한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중략] 저는요 선생님, 읍내 중국집에 가서도 짜장면 밖에 못 사 먹습니다. 차림표에 음식 이름이 마흔 가지도 넘게 적혀 있는데 글자를 몰라서 주문을 할 수가 없어요."

[중략]

"글자를 몰라 불편하신 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큰 탈없이 살아오셨잖아요.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여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받을 수가 없어요. 혹시 짜장면이나 탕수육이 드시고 싶으시면 저를 찾아오세요. 제가 사 드릴게요."

"내가 언제 짜장면 먹고 싶다 했습니까? 글자 배우고 싶다고 했지!"

박또출 할머니는 서운한 마음에 교장 선생님에게 벌컥 화를 내고 말았어요.

『우리는 1학년』 53~55쪽



덕구도 아는 글자를 모르는 것, 남들 배울 때 배우지 못하고 산 것이 너무나 후회되는 박또출 할머니가 학교에 들어가는 과정과 1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글자를 배우는 과정이 담겨진 『우리는 1학년』은, 재미와 더불어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할머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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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누구나 '까막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다니는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의 한글 간판보다는 영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본어와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즐비하기에 우리 모두는 '까막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박또출 할머니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배움의 시기를 놓치면 답답할 수 있다는 현실과 언제든 배움은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박또출 할머니의 긍정적인 사고와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 녹아내린 『우리는 1학년』은, 아이와 함께 배움에 대해 재미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동화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객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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