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살아 있는 역사 인물 5
조희문 지음 / 다섯수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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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중반부만 접어들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전개와 답답하기까지 했던 신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유럽에서 자라서일까 유머 코드도 잘 맞지 않았고 코미디나 연애물은 어린 제가 보기에도 점 유치했기 때문에 딱히 마음을 붙일만한 장르를 찾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적은 기억하기론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랜 비엔나 생활이 지나니 한국 영화가 달라졌습니다. 가끔 독일 방송에서 한국 영화를 해줄때면 어줍잖은 번역에 괜시리 열을 내곤 했는데 (현지인 친구들이 그로 인해 한국 영화 자체를 가볍거나 실없이 여길까봐였죠)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세계 영화 선진국들과 경쟁할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언급하며 찬사를 쏟아낼 때면 괜히 제가 상을 받는 것마냥 으쓱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 한국 사람이면서 한국의 문화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닌데요, 관심을 가지고 직접 알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들 정도로 베일 속에 가려진 부분도 참 많다고 느낍니다. 국악이 그랬고, 한국 영화 역시 마찬가지고요. 지금 우리가 이만큼 발전된 환경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쳐가며 희생한 많은 분들의 피와 땀의 결실인만큼 우리 문화의 뿌리와 그 발전사에 대해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지난 10일 발간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 <나운규 - 한국 영화의 개척자>를 소개합니다!




한국 영화의 뿌리를 찾아서


영화는 수많은 예술 장르 가운데 아주 특별한 장르입니다. 음악을 비롯해 미술, 무용 등의 다른 예술 분야는 그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화는 그 시작점이 분명합니다. "움직이는 사진"이 발명되고 영사기가 도입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즉,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발전은 곧 영화사의 시작과 발전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여타 예술 장르보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역사의 한 부분 한 부분이 비교적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보전되어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우리가 의식하지도 않은 채 영화적 언어들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오랜 시간 영화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촬영과 편집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두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된 곳이라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단계였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때는 1920년대. 영화가 자라나기 좋은 환경은 커녕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옥살이나 심지어 죽음까지 피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 극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운규가 있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는 1937년까지 10여 년 동안 그의 활동이 곧 당시 영화계의 활동이라고 할정도로 나운규는 배우, 감독, 제작자 등 여러 분야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 12년 동안 한 해 평균 두세 편의 영화를 만든 샘인데, 당시 영화계에서 그처럼 많은 영화에서 활동을 한사람은 나운규밖에 없었습니다. (11 페이지)


이 책은 한국 영화의 개척자로 불리우는 나운규의 삶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영화가 발견되고 발전되었는지를 돌아봅니다. 책을 쓰신 조희문 선생님은 현재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학회 회장 등을 지내신 바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인 나운규의 삶을 통해 이 책은 우리나라에 어떻게 영화가 수입되었고 시작되었으며, 누가 어떻게 발전시켰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책은 연대순으로 되어있지만 몇몇 부분에서 잠시 나운규의 이야기를 멈추고 그 시대의 영화사 전반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한국 영화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영화의 기초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해놓았으므로 초보자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파란만장한 나운규의 삶과 그의 영화 인생


저도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유교 사상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배우나 뮤지션은 그닥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광대"나 "딴따라"라고 비하하며 천대받곤 했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실용음악을 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눈살을 찌뿌리는 것이 당연했고, 행여나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배우자감으로 소개하기라도 한다면 잔소리를 면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나운규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기 그지없던 시대에 태어나 어떻게 배우가 될 꿈을 꾸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이미 성공한 영화배우가 있어 그 발자취를 따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며 배워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은 배우가 되어야겠고 영화를 위해 인생을 바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1926년 10월 1일 초연된 영화 '아리랑'을 통해 나운규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영향력 있는 영화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 생활이 순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에피소드가 비교적 잘 알려진 다른 위인전과는 달리 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한 것이었기에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그의 삶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의 일생은 산 넘어 더 큰 산, 그 산 너머 더욱 더 큰 산이 연속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 모든 고난들조차도 그의 영화를 향한 의지와 사랑을 꺾을 수 없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배척받고, 의도치 않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비난을 받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으며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그의 열정은, 그의 육신의 기력이 다하여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끝을 맞이합니다. 


나운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몸조차 가누기 어려웠고,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하면서도 다음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새롭게 구상한 작품은 <황무지>, 지친 몸을 이끌고 대본을 써 나갔습니다. 큰 눈은 더욱 커졌고, 몸은 가시나무처럼 여위어 갔습니다. 나운규는 마지막 힘을 몰아쉬면서 쓰고 또 썼습니다. 하지만 <황무지>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1937년 여름, 나운규가 쓰러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1937년 8월 9일 새벽 1시, 나운규는 서른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69 페이지)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던 그 시절. 영화의 무엇이 나운규를 그토록 움직이고 그 열정에 불을 지폈는지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선생이나 멘토 없이는 무엇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본의 기술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애쓴 나운규 등의 영화인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영화가 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살아있는 역사 인물 나운규 


이 책은 다섯수레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살아있는 역사 인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입니다.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남긴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역사 인물 평전"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한 인물의 업적과 사회적 공헌을 토대로 그의 인생을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특별한 것은 이 시리즈에서 소개된 인물들은 세계역사가 아닌 우리나라 역사의 인물들인데요, 지금까지는 우장춘 박사와 실학자 박지원, 화가 이중섭 그리고 의사 허준의 평전이 발간되었습니다. (출판사에 따르면 앞으로 정약용, 김구, 한용운, 윤이상 등의 평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워낙 시리즈의 색이 분명하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 아닌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을 읽는 느낌도 들었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문에 중간에 잠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뭔가 위인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미화시켜 "그러니까 그는 언제나 훌륭했고, 끝까지 훌륭했으며, 그래서 위인입니다"라는 옛날 위인전 스타일에 심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끝까지 큰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나운규라는 인물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세세한 내용을 다루었으면 하는 점인데, 영화인이나 매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책이다보니 심화된 내용 자체가 시리즈의 취지에 어긋날 것 같았습니다. 즉,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거나 전공하시는 분들께는 조금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베일에 싸여있던 우리나라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는 몇 안되는 책이기 때문인데요,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영화이론과 분석학 출간 사업에 새로운 불이 지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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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의 기획 실무 노트 - 전략가를 지향하는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권의 경영 전략 실무서
조철선 지음 / 전략시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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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가 즐겁게 읽고 끝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두고 두고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는 책이 있습니다. 어떤 책들은 다 읽은 후에는 소장하기도 그렇고 누구에게 주기도 그래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워낙에 많은 책을 사고, 받다보니 집안 곳곳이 책들에게 점령당해있는지라 정기적으로 좋은 책들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교회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다 읽은 책만 다른 분들에게 나누어드리고 있지만 가끔은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이 섞이게 되기도 하고요.

정기적으로 책나눔을 하면서 이제 "이번에는 어떤 책을 나눠볼까?" 하며 책장을 훑어보는 것이 점점 익숙해집니다. 이 경험은 참 뭐라고 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경험인데요, 한 권 한 권의 책 제목을 읽으면서 읽었을 때의 추억과 대강의 내용이 머리에 스쳐지나갑니다. 신기한 것은 책장에 오래 있던 책들일 수록 더욱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보자면 오래 가지고 있었으니 새 것으로 다시 채우고 싶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 책들은 책장이 누렇게 바랠때까지 계속해서 간직하게 되곤 합니다. 그런 책들을 저에게 마치 "평생의 친구이자 스승"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여러 책들을 만나다가 새로운 "평생의 친구"를 만나는 것은 독서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하고 보람찬 경험 중 하나입니다. 책을 받아들었을 때부터 쿵쿵 뛰던 심장이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더욱 뜨거워지면, "아, 드디어 한 권을 또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책 역시 두고 두고 곱씹고 되뇌이며 읽고 또 읽을 책이랍니다. 전략가를 지향하는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권의 경영 전략 실무서! <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의 기획 실무 노트>를 소개합니다!

 

 


 

 

 

기획과 전략의 모든 것을 담았다

 

처음 책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게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했지만 839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과 오랫동안 사용해도 끄덕없을 견고한 제본은 역시 포스부터 달랐는데요, 특이하게도 이 책은 A4 크기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세로 형식이 아닌 가로(Portrait)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몇 장을 읽고 나니 저자가 어째서 이러한 종이 레이아웃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종이 포맷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전 책읽기와 전혀 다른 형태로 독서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는 도저히 들 수 있는 무게나 모양이 아닐 뿐더러 옆으로 길고 위아래로 짧다보니 정자세로 읽지 않으면 목까지 아파오더군요. 

가로로 긴 페이지에는 그렇게 많은 (저자의) 글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생각하고 분석해봐야 할 모형들과 도표가 가득하고 한쪽에는 그것과 관련된 사례가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서 머무르게 되는 시간이 다른 책들보다 길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책이 아니라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 오래도록 보면서 과연 이것이 나타내고자 (혹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종이 레이아웃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줄이야, 읽으면서 내내 놀라웠답니다. 이러한 "종이 선택 역시 저자의 전략 중 하나겠지"라고 생각하니 새삼 기획과 전략의 효과가 실감이 나더군요.

 

어마어마한 분량 덕분에 길을 잃기 쉽지만 이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전략과 전략적 사고에 대하여

2. 반드시 알아야 할 사업 전략 기획

3. 성패를 좌우하는 마케팅 전략

4. 전략적 리더에게 필요한 전사 기업 전략

5. 사례와 함께 알아보는 기획서 작성 스킬 

 

각 파트는 세 개 혹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어떤 지침서나 조언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사전 혹은 백과사전의 개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먼저 읽고 그 주위의 내용을 읽어나간다면 엄청난 분량에도 겁먹지 않고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영같은 방대한 분야에서 "단 한 권의 경영 전략 실무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처음에는 '조금 지나친 광고 카피 아냐?'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절대 허투루 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가 하는 일이 직접적인 경영과는 거리가 멀고 경영 전문가는 커녕 초보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획은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힘이다

 

기획이나 이론 등의 개념에서 가장 오해받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들이 '탁상공론'이라는 선입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습이 없는 이론은 존재할 수 없고, 음악에 있어서 대부분의 이론들이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오랫동안 유지되어 고착된 음악적 현상들을 체계화시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론'이라는 말에는 어딘가 '현실(실습)과는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기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마케팅부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거대 프로젝트의 기획자여야지만 기획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크고 작은 것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사실 매일매일 기획이라는 과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정해진 시간과 버짓 안에서 일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할 때 스스로가 기획자로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전문 기획가가 일을 도와준다면 그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겠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웬만한 것은 스스로의 선에서 해결하게 됩니다. 이 때, '나는 뮤지션이니 기획은 몰라' 같은 변명은 자기 자신에겐 통할지 몰라도 칼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선 공허한 메아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기획력은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소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략적 사고라고 하면 분석적이거나 계획적인 사고에 국한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는 분석적이거나 계획적인 사고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열린 사고와 비판적 사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37 페이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현대에도 컴퓨터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바로 이 '전략적 사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에 대한 통계를 내는 데에는 컴퓨터가 유용할지 몰라도 그것을 구조화하여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특히 요즘은 정보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일일히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고요. 수많은 정보 가운데서 가치있는 것을 찾아내어 가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전략적 사고이며 기획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페이지가 멀다하고 소개되는 수많은 사례(Case)들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조금 더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례를 읽으면서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되곤 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여 정리한 뒤 가장 적절한 부분에 삽입한 저자의 노고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간결한 설명과 핵심을 이미지화한 그래픽 혹은 도표, 그리고 실제 사례의 3박자가 자칫 놓치지 쉬운 디테일까지도 확실하게 잡아주는 듯 합니다.

 

 

한 권으로 충분하다 

 

요즘 기획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말 그대로 초보 중 상초보이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것이 저는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획은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며 효과적인 가치판단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은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하루를 계획하는 것도, 과제나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모두 기획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굳이 대형 공연이나 큰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말입니다.

 

경영 초보가 읽기에는 책의 내용이 상당히 방대했습니다. 또한 여러 개념들이 (아마도 경영에서는 너무도 당연시되어지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고 지나가 따로 찾아보아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던 것은 아까 언급한 3박자(간결한 설명과 이미지, 그리고 사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한 쪽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다른 쪽으로 인해 보충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획 실무 노트"라는 전문적인 제목과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나는 경영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런 책은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이야말로 두고 두고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조금씩 기획과 친해지고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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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앱경제 시대 유틸리티 마케팅이 온다 - 정보가 보편화된 시대의 소비자와 마케팅의 본질적 변화
제이 배어 지음, 황문창 옮김, 이청길 감수 / 처음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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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로그를 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대."

 

이 한 문장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블로그들이 생겨났습니다. 언젠가부터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이상 소비자를 유혹하기는 커녕 관심조차 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 그리고 발전과 함께 진화하고 있었고, 전문가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블로거의 말을 듣고 제품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이 이슈화되면서 파워블로그는 많은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프리패스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방문자수를 자랑하는 블로그의 주인들은 전문가를 방불케하는 대우를 받았는데 이러한 파워블로거들을 모방하여 그 성공에 편승하려는 블로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결론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대로입니다. 이제 월드 와이드 웹(www)은 말 그대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ww)가 되었기에 현존하는 최고의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검색엔진을 통해서조차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검색엔진의 패턴을 교묘하게 이용한 수많은 블로그 글들과 투명하지 않은 - 기업의 입김이 다수 작용한 - 허위 "리뷰"는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할 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까지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넘쳐나고, 범람하고, 임계점에 다다른 지금 이 시대에는 도대체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요? 광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잠재고객들은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데 말입니다.

 

"정보가 보편화된 시대의 소비자와 마케팅의 본질적 변화"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오늘의 책은 바로 이 문제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이미 소비자의 패턴은 크게 변했지만 마케팅에서는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이상 광고가 통하지 않는 지금,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제안하는 <SNS 앱경제 시대 유틸리티 마케팅이 온다>를 함께 만나보시죠.

유-틸리티란 무엇인가?

 

유-틸리티(Youtility)는 마케팅을 위아래로 뒤집은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마케팅이다. 유-틸리티는 무료로 제공되면서 매우 유용한 정보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기업과 고객 사이의 장기적인 신뢰와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23-24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 생각을 남의 머리에 집어넣는 것과 남의 돈을 내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이라고 하니 마케팅 전략가들이 얼마나 골머리를 썩어야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고객은 무엇을 원할까?" 오늘도 이 한 문장을 수없이 되뇌이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광고할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엄청난 불황의 시대에 '야외 수영장' 사업을 하던 리버풀 앤 스파의 공동소유주 마커스 셰리단의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경제가 말할 수 없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문화와 사치에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승승장구하던 셰리단의 리버풀 앤 스파도 도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여기서 그는 "유-틸리티" 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사업을 지켰으며 오히려 성장을 시킬 수 있었는지를 설명합니다. 다른 수영장 건축회사들이 모두 고객을 잃고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을 때 셰리단의 리버풀 앤 스파는 단순한 수영장 건축회사가 아니라 유-틸리티로 거듭났고 때문에 미국 전역에 있는 수영장 건축회사들이 연이어 폐업을 하고 있을 때 그의 회사는 점점 점유율을 올려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일을 가능케한 "유-틸리티"란 과연 무엇일까요?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 "마케팅을 위아래로 뒤집기 (1-3장)", "유-틸리티의 세 가지 측면 (4-6장)", 그리고 "자기만의 유-틸리티를 구축하는 여섯 장의 설계도 (7-9장)" 등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번째 카테고리에서 이전 마케팅 방식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두번째 카테고리에서는 "유-틸리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마지막 세번째 카테고리에서 스스로 어떤 유-틸리티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앱경제 시대를 리드하는 새로운 마케팅

 

블로그와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것을 통한 파급력과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이것으로 돈을 벌어보겠다 하는 생각은 없었지만 새롭게 사용하는 툴(Tool)을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는 불과 1-2년 전 발간된 책들이 말하는 노하우조차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특히 우리가 웹마케팅의 정수라고 생각했던 검색 상위노출이나 최초상기 (무엇인가를 구매할 준비가 된 고객이 그 회사의 상품을 가장 먼저 마음에 떠올리는 것, 26 페이지) 마저도 예전처럼 생각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수입의 근원지'를 이해할 수 없는 콘텐츠나 마케팅을 접하게 되곤 합니다.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뷰티 커뮤니티 "미미박스(memebox)"에서는 매달 2만원이 채 되지 않는 적은 금액으로 7-1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대단한 퀄리티의 웹툰을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면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그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몇십만원 상당의 경품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퍼주고(?) 나면 도대체 무엇이 남아 이윤을 남길까 싶을 정도의 예가 수두룩하죠.
굳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예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품을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하면 유용한 정보를 무료로 개방하고 누구나 읽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웹사이트도 적지 않습니다. 정말 컴퓨터(혹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인터넷 연결만 있다면 "무료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죠. 그렇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드는 콘텐츠를 어떻게 무료로 풀 수 있는 것일까요?

놀랍게도 이것이 SNS 앱경제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유-틸리티 마케팅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또한 어떤 기업이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즉, 콘텐츠를 소비자로 하여금 구입하게 만들어 돈을 버는 시대는 갔으며, 이제는 마케팅을 거꾸로 뒤집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기업과 제품들, 엄청난 양의 콘텐츠들. 과연 어떤 것을 고르고 신뢰할 것인지가 현재 마케팅의 가장 뜨거운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이 책에서는 유-틸리티의 사용을 통해 전환점을 맞은 수 많은 회사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IT쪽도 아니고 네트워크나 정보통신 쪽은 더더욱 아니니 나와는 관련 없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해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경향과 마케팅 방법의 전환은 관련 분야라는 개념이 없이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산속에 들어가 절을 지을 생각이 아니라면 누구나 (적어도 윤곽적으로) 알아야 할 트렌드라는 것입니다.
왜 더이상 (예전 스타일의) 광고가 통하지 않는지, 소비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마지막으로 변화한 소비자에게 기업은 어떻게 진화하여 어필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이 책은 친절하게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마케팅 용어들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입문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기업들은 무조건 "좋아요" 수를 늘이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이미 우리의 모바일 생활은 "좋아요"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더이상 "좋아요"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도, 관심을 끌만한 요소도 되지 않는 것이죠. 발빠르게 변화하는 SNS 앱경제 시대.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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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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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유난히 추웠던 날, 잠실에서 열린 김난도 교수님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강연을 듣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도 많이 되었기에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일찌감치 강연장에 도착했는데요, 순식간에 강연장을 꽉 메운 관객들을 보고 다시한번 김난도 교수님의 인지도와 인기를 실감했답니다. 물론 이번 강연이 '핫'했던 것은 비단 김난도 교수님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무려 8년째 이어지는 '트렌드 코리아'의 새로운 신간을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연말을 맞아 다음 해의 트렌드를 가늠해보는 트렌드 코리아는 전통적으로 열 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키워드의 첫 이니셜을 연결하면 해당 년도의 12지 동물과 관련있는 하나의 단어가 완성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중 첫번째 이니셜을 가진 첫번째 키워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에센셜한 키워드라고 하는데 2013년은 레슬링 용어인 COBRA TWIST였고 그 중 첫번째 키워드는 City of Hi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였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전망이었는데요. 강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한 해의 정리와 내년 한 해를 내다볼 수 있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답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트렌드 코리아 2014"를 받아보았습니다. 강연 때 이미 들었던 키워드라 익숙하기도 했고 대략의 내용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DARK HORSES라는 타이틀로 돌아온 <트렌드 코리아 2014>를 만나보시죠!

 

 

 

 

경주마같은 한 해가 되어라, 2014

굳이 다른 부연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2013년은 정말 질풍노도와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도, 바람잘 날도 없었던 것 같았던 2013년을 보내면서 새롭게 예측해보는 2014년의 타이틀은 바로 DARK HORSES.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크호스'는 사실 경주에서 쓰이는 용어라고 합니다.

 

과거 영국에서 경마를 할 때 다양한 색깔의 말이 출주했는데, 사람들은 주로 흰색과 황색 말에 베팅을 했으나 우승은 종종 검은색 말이 했다고 한다. 그것도 처음에는 앞장서지 못하지만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말이 치고 나가며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다크호스는 "경기나 선거에서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팀이나 후보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10페이지)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우리 주변에서 "말"에 관련된 단어들은 참 많습니다. 자동차만 해도 에쿠스, 포니, 갤로퍼, 랭글러, 머스탱 등이 말을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말은 현명하고 충성스러우며 역동적이면서도 고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도 말을 상징으로 사용하곤 한다는데, 트렌드 코리아 2014의 전망처럼 경주마 같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군요.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첫번째 키워드는 다름 아닌 "Dear, got SWAG? (참을 수 없는 '스웨그'의 가벼움)"입니다. 스웨그는 이미 2013년 우리나라의 매니아들 사이에서 '핫 키워드'로 떠올랐는데 2014년은 그것이 보다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한편으로는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고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사그러질 것이라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대체 '스웨그' 안에서 허용될 개인의 자유가 어디까지가 될런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미 '내 맘이니까!'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합리화되고 있지 않나 염려가 되더군요.

2014년 어떤 한 해가 될 것인가?

스웨그를 잇는 나머지 아홉개의 키워드를 더해 2014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열 개의 키워드를 소개합니다.

 

Dear, got swag?
Answer is in your body
Read between the ultra-nitches
Kiddie 40s
Hybrid Patchworks
Organize your platform
Reboot everything
Surprise me, guys!
Eyes on you, eyes on me
Say it straight

 

솔직히 말하자면 영어 키워드만 봐서는 무엇을 뜻하는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DARK HORSES를 이루어야 하는 이니셜 때문에 조금은 힘들게 맞춘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부제목을 읽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가 다른 트렌드 서적에 비해서 탄탄하고 알찬 구성도 있지만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열개로 구성된 키워드,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나타내는 한 해의 형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발한 아이디어이자 대단한 기획력이라고 감탄하게 되더군요.

책은 상당 부분을 지난 2013년을 재조명하는데 할애합니다. 지난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예견했던 내용들이 과연 2013년에 어떻게 실현되었거나 실현되지 않았는지를 결산해보는 부분입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스칸디맘" 붐이 일 것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거라는 부분이 가장 반가웠는데요, 새로운 의식을 가진 부모님들의 등장으로 기괴하기까지 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조금이나마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한 해를 주름잡았던(?) 신조어들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 역시 흥미로웠는데, 신조어나 유행어를 살펴보면 사회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들 하죠.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신조어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기발함과 상상력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 신조어들이 많았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바보같은 생각 중 하나가 "2014년에 이것이 맞을까 그렇지 않을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한 사회적 현상은 항상 양면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예측을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드 코리아에서 예견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것이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예견한다기 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서 그 미래를 예측하고 진행 방향을 예상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기만 합니다. 또한 (저처럼) 2013년 한 해동안 일에 치이고 살기 바뻐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놓치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복습하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2007년 처음 이 시리즈가 발간된 이후 이 책은 주로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는 마케팅 혹은 기획에 종사하는 독자층에 의해 소비되어 왔지만, 어느샌가부터 수능을 앞둔 수험생부터 기업 면접을 준비하는 취업생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7페이지).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그 내용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가독성 역시 높은 뛰어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두세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글쓰는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3년 말에 맞추어 출간을 하기 위하여 저자들은 여름부터 모여 심도깊은 연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을지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것을 8년째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대단한 역량이고요. 연말을 맞이하여 몇 권의 '트렌드 분석' 책을 읽었지만, <트렌드 코리아 2014>만큼은 모든 분야와 판단을 떠나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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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트렌드 2014
커넥팅랩 엮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10년 동안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습니다. 10년 전 지금, 그러니까 2004년을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으니까요. 페이스북 같은 SNS 서비스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리기 좋아하는 소수의 지지자들의 모임에 불과했고, 무엇보다도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일반층'에게 확산시킬 수 있었던 인터페이스, 즉 디바이스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과 나이드신 어르신까지도 스마트폰을 소유한 지금, 우리의 생활 모습과 패턴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며, 편리성과 편의성은 더이상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필수불가결적 요소가 되었습니다. '불편하다'라는 것은 고객의 불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도태와 존재의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는 위협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혹은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그만큼이나 없지 않을까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여 어떤 변화에 대비하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요즘, 2013년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였던 '모바일'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분석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바일 전문 포럼 '커넥팅랩'이 집필한 <모바일 트렌드 2014 -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모바일로 통한다>를 만나보시죠!


 

모바일, 도대체 그게 뭔데?

페이스북을 시작하기 한참 전 StudiVZ(스투디파우제트)라는 플랫폼을 사용했습니다. 지역적 특성(이 경우는 독일어권에 있는 대학생)을 살린 네트워크였는데 페이스북 1.0의 디자인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때 페이스북이 이미 론칭이 된 상태였더군요. 아무튼 스투디파우제트를 지금의 SNS와 비교하자면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에 가까웠는데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아는 인맥들에게 보다 빨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용도로 많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여학생에게 작업을 거는 용도로도...)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효과나 파급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생일축하 메시지를 타임라인에 남기거나 그 사람이 속해있는 그룹의 리스트를 보며 (예를 들어 "고기 반대! 나에게 채소를 다오" 혹은 "저지방 우유를 마실거면 차라리 물을 마시지" 등) 성향을 추측해보는 정도였는데요, 간혹 한달에 한두번 접속하는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하면 그 대답이 왔을 때 정작 본인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파급력은 모바일 디바이스, 즉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푸쉬기능과 3세대 통신기술로 인해 유저는 더이상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도, 자신의 계정에 귀찮게 로그인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항상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 만으로 그는 언제나 "온라인"인 것입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푸쉬알림으로 인해 이른바 "모바일 스트레스"가 시작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감히 모든 푸쉬알람을 꺼버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원하지 않는 스팸성 정보라 하더라도 그것들을 배제하기에는 이러한 모바일 환경에 너무도 익숙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아무튼 여러가지 플랫폼과 네트워크, 그리고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모바일과의 관계에 깊이 얽혀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모바일 First? 모바일 Only!

처음엔 그저 문자메시지의 대안처럼 시작했던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 하지만 점차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와 수익 모델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던 모바일 커뮤니티와 게임, 그리고 기프티콘까지. 그들의 영역 확장은 아직까지 진행중에 있으며 그 여파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업분야 역시 아주 다양합니다. 어째서 단순한 메신저 앱이 이토록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커넥팅랩은 여기서 "모바일"에 주목합니다.

세계는 지금 모바일이라는 가상의 길 위에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모바일을 통하지 않고는 생존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자칫 방심하다가 이 트렌드에 뒤쳐지기라도 한다면 그것이 산업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서문 중)

즉, 지금까지의 비즈니스가 모바일 First였다면 이젠 모바일을 배제하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모바일 Only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모바일 Only가 모든 곳에서 통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인지도가 높은) 대형 기업들이 모바일 산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고객은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그들의 제품과 컨텐츠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커넥팅랩은 이러한 '모바일의 부재'가 기업들에 있어서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으며 늦어도 몇 년안에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저만 해도 예전에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꼼꼼히 가격을 따져보고 최저가로 구매했다면 보통 이동 중 쇼핑을 즐기는 요즘, 몇 천원을 더 내더라도 모바일 쇼핑이 원활한 쇼핑몰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집에서는 맥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왠만한 결제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앱을 찾기 마련이고요.

 

이제 모바일에 주목하라

트렌드와 IT,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지라 <모바일 2014>를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으로 갈 수록 주파수 전쟁, 이동통신의 유통 경로 등 복잡한 개념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확실히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했답니다. 다행인 것은 이해를 돕는 그래픽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정리가 되는 듯했습니다. 아마 이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저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걸쳐 2013년 이슈가 되었던 익숙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2014년을 리드할 트렌드를 읽고 싶다면 시간과 공을 들여 정독하시길 추천합니다. 1대 1로 적용하기보다는 트렌드를 자신의 사업에 맞추어 재구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2014년 마케팅 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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