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말하기 수업 - 말과 글을 무기로 바꾸는 18가지 철학 도구들
김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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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철학의 유익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지금 내 삶과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있어 보이긴’ 하지만 자칫 말장난이나 궤변에 머무를 수 있어, 실생활에 적용하기란 여간 쉽지 않으니까요.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께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지난 9월 출간된 신간, 바로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여러 철학자들의 명언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설명해 줍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과 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힘을 지니는지 체감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철학적 지혜를 통해 보다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이죠. 제목만 보면 ‘말하기’에만 집중한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을 풀어내는 데 있어 말하기와 글쓰기는 결국 한 결을 이루기 때문에, 이 책은 아웃풋을 위한 사유의 과정과 방법론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시중에는 이미 수많은 말하기와 글쓰기 책이 나와 있습니다만, 이 책만큼 본질에 다가서는 책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스 철학의 전통을 뿌리로 삼은 책답게, 말하기와 글쓰기가 무엇이며 그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화려한 문장이나 미사여구보다는 지금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들고요. 스스로 메시지를 점검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효과적인 설득의 첫 관문은 이미 열리게 되니까요.


책의 마지막에는 앞서 소개된 열여덟 가지 ‘철학 도구’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것이 다시금 프리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의 흐름을 만드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반복해서 읽고 복습하다 보면, 그동안 습관적으로 쓰고 말하던 빈 껍데기 같은 아웃풋이 점차 알맹이를 갖추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난 척하며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복잡한 것을 쉽게 풀어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이 책은 철학 입문서로서도 훌륭해요. 이 책을 계기로 조금씩 범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 간다면, 막연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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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관은 어때? 초등학생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54
문용수 지음 / 토크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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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들의 장래희망은 ‘스팸’이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해맑게 “맛있으니까!”라고 대답하던 시절이 있었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막연하게 친구들을 따라 유튜버나 e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장래희망이 무생물에서 생물로 옮겨간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일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십중팔구 비슷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직업이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토크쇼 출판사에서 펴내는 ‘잡프러포즈 시리즈’는 참 반가운 책입니다. 어느덧 54번째 권이 출간되었는데, 이번 주제는 과학수사관이었어요.


책은 초등 중학년 정도면 혼자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구성되어 있지만, 고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만합니다. 단순한 직업 소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일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자인 문용수 과학수사관님은 5천 건이 넘는 사건 수사 경력을 가진 분으로, 이제는 은퇴를 앞두고 청소년 진로상담과 멘토링도 하고 계신다고 해요.


막연히만 알던 과학수사관의 실제 업무, 하루 일과, 이 직업을 꿈꾼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어 아이들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글밥이 많아 보이지만 구성이 탄탄해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고, 마지막에는 과학수사관처럼 직접 탐색하고 실습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어 함께 활동하기에도 좋습니다.


태권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체력을 꾸준히 길러 과학수사관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다시 물어도 여전히 같은 대답을 하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쉽게 떠올리는 유튜버나 e스포츠 선수 말고도 세상에는 매력적인 직업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을 만난 것에 감사했습니다. 다른 시리즈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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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결전 이종 수중 생물 올스타 대결전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29
Creature story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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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한 번도 안 본 아이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아이는 없다는 최강왕 시리즈. 적어도 아들을 가진 부모님이라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아들의 최강왕 사랑은 초등학교 졸업이 머잖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들 책장에는 이미 닳고 닳은 최강왕 시리즈 책이 스무 권 가까이 꽂혀 있고, 지금까지 총 29권이 나왔다고 하니 웬만한 시리즈는 다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일러스트가 꽤 과격하고 정신없어 보여서 아이가 읽는 것이 조금은 못마땅했어요. 하지만 괴물 일러스트나 전투 장면을 따라 그리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괴물, 1대1 전투, 토너먼트 등 남자아이들이라면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보니 말려서 될 일은 아니었거든요.


이번에 새로 만나 본 <정상결전 이종 수중 생물 올스타 대결전>에서는 실존하는 생물, 멸종한 생물, 상상 속 생물들이 함께 격돌합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있는데 일본 원작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들도 보여요. 게다가 인어공주, 사오정, 후크 선장 같은 의외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배틀이 이어집니다. 사실 개연성이나 과학적 근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펼쳐진 느낌이에요. 안트로포르니스와 비버의 전투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중요한 것은 승부의 결과가 아닙니다.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결승전에 다다르게 되니까요. 전투 장면마다 곁들여지는 깨알 같은 정보도 몰입도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아르켈론이 아나콘다에게 패배한 이유가 머리를 등껍질 안으로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라니, 참 기발하지 않나요.


이전 시리즈는 제본이 약해서 몇 번만 읽어도 낱장이 떨어져 나올 정도로 금세 망가지곤 했는데, 이번 정상결전 이종 수중 생물 올스타 대결전은 훨씬 탄탄하게 만들어졌고 가독성도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최강왕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생물들의 전투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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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1 - 우주와 생명 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1
알에스미디어 지음, 정수영 그림, 대치동 솬쌤(김소환), 111퍼센트 감수, 운빨용병단 원 / 서울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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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습만화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단순한 재미나 지식 전달을 넘어, 유니크한 구성과 탄탄한 내용으로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시리즈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놀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죠. 초등 고학년 아들을 둔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학습만화 시리즈가 나오면, 저는 첫 권만큼은 꼭 확인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부푼 기대를 안고 이번에 새로 만난 <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1>은 정말 마음에 꼭 드는 책이었어요! 앞으로의 시리즈도 빠짐없이 챙겨 봐야겠다고 마음먹은지라 이책을 꼭 소개하고 싶었답니다. 


흔히들 초등학교 4~5학년 즈음에 첫 번째 학습의 고비가 온다고 해요. 놀랍게도 이 시기에 벌써 ‘수포(수학 포기)’ 위기가 찾아온다고 하죠. 물론 교과 과정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지금까지 배운 개념들이 어떻게 심화되는지를 파악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과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초등 4학년까지는 교과서만 잘 읽어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5학년이 되니 예습과 복습 없이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어려운 단원에 부딪혔을 때는 무작정 붙잡고 씨름하기보다는, 한두 단계 앞선 내용을 되짚으며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시리즈는 초등 3학년부터 고등 통합과학 과정까지 서로 연결된 테마들을 한데 묶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앞으로 배울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어요. 배우는 내용의 흐름을 아이 스스로 감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우주와 생명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와 전개 방식으로 빅뱅 이론과 우주를 이루는 물질, 중력과 원소, 그리고 도체, 부도체, 반도체를 만드는 전기적 성질 등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개념을 나열하면 도대체 어떻게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싶은데, 이 내용들이 스토리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어 아이들이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개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처럼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이고 말이죠.


다만 살짝 어려웠던 건 등장인물이 많고, 개성도 강해서 초반에 저는 좀 헷갈리더라고요. 운빨용병단 캐릭터를 잘 알고있는 아들은 깔깔 웃는데, 저는 이 이야기가 여기서 갑자기 왜 나오나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세대 차이란! 


사실 학습만화를 읽다 보면 그림체가 너무 정신없거나 레이아웃이 복잡해서 눈이 피로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편이라 더 마음에 들었어요. 가독성이 좋고, 각 장의 요약과 퀴즈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답니다.

부록으로 함께 온 초중고 과학 연계표는 두고두고 잘 참고할 것 같아요. 얼른 다음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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꽥 만약에 3 - 생각을 더하는 가치 수업 꽥 만약에 3
김강현 지음, 홍거북 그림, 김필영 감수, 꽥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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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 <꽥 만약에>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세상을 뒤흔들 만큼 강력한 상상 에너지를 가진 주인공 ‘꽥’. 그림일기에 적어놓은 기상천외한 “만약에”들 때문에, 무려 온 태양계(!)가 위험에 빠지고 말았어요. 악마 꽥이 호시탐탐 꽥을 노리는 것도 모자라,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수상한 소녀 ‘꽁’까지 등장하면서 드림월드는 점점 더 위태로워집니다. 물론, 천진난만한 우리의 꽥은 여전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마냥 즐겁기만 하지만요.

<꽥 만약에>는 수많은 학습만화 중에서도 ‘철학’을 다루는 특별한 시리즈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철학은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르는 데서 시작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들에게 정말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 상상이 실제 에너지가 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롭고, 아이들에게 직관적으로 ‘생각의 힘’을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 초등학생 눈높이에 꼭 맞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꽥과 함께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챕터 사이사이에 실려 있는 “생각이 퐁퐁 가치 수업”에 있습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공리주의, 플라톤의 이데아 등, 어른에게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아이들도 부담 없이 철학적 사고에 접근할 수 있어요. 지난 시리즈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구성 덕분에 <꽥 만약에>는 단순한 학습만화를 넘어선, 아주 정성스럽고 깊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어도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좌충우돌 우당탕탕 굴러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평면적이지 않은 관계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단순히 웃고 끝나는 책이 아니에요. 이야기 후에 아이와 함께 나눠볼 만한 대화의 여지를 많이 남겨줍니다. 특히 이번 3권에서는 악마 꽥이 주인공 꽥에게 느끼는 감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두 인물의 관계와 전개가 더욱 기대되더라고요.

아들이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예전만큼 학습만화를 자주 보지 않게 되었지만, <꽥 만약에>만큼은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상상력으로 무장한 우리의 꽥이 흑막의 정체, ‘꽁’을 어떻게 물리치고 드림월드를 구해낼지…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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