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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2 - 고전을 찢고 나온 괴물들 ㅣ 우리 신, 우리 괴물 2
송소라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5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우리 신, 우리 괴물>의 두 번째 이야기는 ‘고전을 찢고 나온 괴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괴물 나열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기하고도 풍부한 연구 자료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하게 되었어요. 발간 전부터 텀블벅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는 이야기가 전혀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이 책은 ‘귀신’, ‘도깨비’, ‘요괴’를 구분해 소개하는데, 이들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먼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귀신’은 ‘귀(죽은 뒤의 생명체)’와 ‘신(인간을 넘어서는 힘)’이 합쳐진 개념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긍정적인 모습 역시 함께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중 ‘원귀’는 원한이 남아 저승으로 가지 못한 귀신을 뜻하는데,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비정상'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생의 흐름(성장–결혼–출산–장수)을 완수하지 못할 때 삶에 큰 한이 남는다고 보았던 조상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 꽤나 의미심장합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처녀 귀신’의 모습이 사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이미지라는 사실이었어요. <장화홍련전> 속 장화와 홍련은 산 사람과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에도 시대의 귀신 그림이 유입되며 ‘흰 소복에 긴 머리’라는 현재의 이미지로 굳어졌다고 하네요.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도깨비’는 우리 전통 괴물 중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아요. 도깨비는 문헌과 구전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사람 곁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수룩해서 사람의 꾀에 속아 곤란을 겪기도 하는 실로 독특한 존재죠. 실제로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도깨비 신앙이 남아 있어,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도깨비의 힘을 빌리는 굿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도깨비는 우리 문화 속 깊이 자리 잡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젠 일제강점기의 잔재에서 벗어나, ‘뿔과 방망이’가 없는 본연의 도깨비 모습이 더 널리 회복되었으면 좋겠어요.
신기한 건,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무조건 내쫓아야 할 존재로 보지 않았다고 해요. 오히려 달래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여겼다니 놀랍지 않나요? 반면 강력한 ‘소아귀’를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납치하고 살해했다는 대목에선, 시대를 막론하고 끔찍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생각에 씁쓸하더라고요.
결국 ‘무서운 이야기’란 당시 사회에 만연한 공포, 충격, 부조리, 그리고 경고의 메시지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촘촘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우리 괴물’ 이야기가 책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