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이루어지는 브루클린 라이크
박인영 지음, 고윤지 사진 / 낭만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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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예술가란 어떤 사람들일까?


막상 음악을 한다고 하면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많은 환상과 편견(?)을 가지신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조선시대 광대 패거리를 보듯 한심한 눈길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범상치 않은 기인을 만난 듯 모든 것을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같은 사람"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가장 편하긴 합니다. 

음악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아 살아온지 이제 10년이 넘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식어가 "학생"에서 "선생"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아직 한참 더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느새 제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거죠. 매 주 차세대의 음악가, 내일의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과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공부하던 때보다도 더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 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유난히 "예술"에 관한 책들에 눈이 많이 갑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 분야(음악, 영화, 사진 혹은 미술)에만 국한되어 있었다면, 조금 더 폭 넓은 의미의, 자유로운 "예술개념"을 찾아나서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 소개를 읽자마자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이 한 권 있었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할 <내 꿈이 이루어지는 브루클린 라이크>입니다!




사진집? 매거진? 포트폴리오? - 아니, 브루클린!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는 출판사 낭만북스의 신간 <브루클린 라이크>는 브루클린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 두 여성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글을 쓴 박인영 씨는 우리나라의 <코스모폴리탄>의 에디터로 일하다 2009년부터 뉴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룸메이트 고윤지 씨는 그보다 1년 일찍인 2008년부터 뉴욕에서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이고요. 두 사람이 브루클린을 우연찮에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진 것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예술가적인 성향이 있거나 예술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면 그녀들이 말하는 브루클린은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메카라 할 수 있을테니까요.


마치 한 권의 잘 만들어진 사진집을 보는 듯 멋지게 편집된 <브루클린 라이크>는 전 페이지가 컬러로 되어있으며 종이재질 역시 우수해 몇 년을 두고 봐도 색이 바래거나 페이지가 손상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제본 역시 튼튼하게 잘 되어있어 책을 180도로 쭈욱 펼쳐 보아도 뜯어지거나 보기 흉하게 벌어질 일도 없고요. 특히 두 페이지 크기의 사진이 실려있는 책이 180도로 예쁘게 펼쳐지지 않을 때면 참 속상했었는데 <브루클린 라이크>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 모든 페이지에 서로 다른 일러스트가 그려진 다이어리처럼 한 장 한 장 넘겨갈 때마다 전혀 새롭고 다양한 사진과 디자인들이 읽는 내내 시각적인 기쁨을 더해줄 것입니다. 다양한 공간의 윤곽과 깊이를 감성적으로 담아낸 고윤지 씨의 사진은 깊이, 그리고 멀리 보면 볼 수록 매력적입니다. 각 인물의 컨셉과 성격에 맞게 구성된 페이지와 인터뷰 질문들은 그야말로 12인 12색을 잘 나타내기에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지루할 틈이 없을 거에요.



예술가들의 새로운 메카, 브루클린을 말하다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열두 명의 아티스트를 만나 그들의 삶의 공간에 들어가보는 것. 그들이 말하는 예술과 예술가의 삶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것. 이 책에 대해 듣자마자 '어머, 이 책은 읽어야 해!' 하며 당장에 손에 쥐게 만든 컨셉입니다. 사실 주위에서 "예술 좀 한다"는 사람들이 정작 예술활동에는 그닥 큰 무게를 두지 않고 겉모습이나 말하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예술가같다"는 말이 겉멋이 잔뜩 든 워너비 예술가를 폄하하는 말처럼 느껴지다보니 브루클린의 예술가들은 어떤 모습과 일상을 가지고 있는지 더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미지의 무언가(?)를 향한 기대가 충족이 되는 것을 느꼈고요. 


소개된 열두 명의 아티스트들의 하는 일과 현재 작품활동도 흥미로웠지만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주거 공간입니다. 자신의 개성만큼이나 제각각 꾸며놓은 그들의 방과 아파트를 보면서 문득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국에는 집을 지을 때 이미 안방과 작은 방이 있고, 거실에는 심지어 TV를 걸 수 있는 아트월까지도 이미 마련되어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자신의 집이라면 스스로가 결정하고 꾸미고 싶을텐데 미리 "이건 여기에, 저건 저기에 놓아라" 하고 결정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원한다면 두번째 욕실을 드레스룸으로 꾸밀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작업실을 주거지처럼, 주거지를 작업실처럼 마음대로 꾸민 그들의 공간을 보면서 한편으로 참 부러웠습니다. 내 돈 주고 사는 집에서만큼이라도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느새 집을 꾸밀 때 조차 '어떻게 하는게 정상이지'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생각나서 말이죠. 이참에 인테리어를 확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서른다섯 살이니 결혼해야 하고, 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돈을 모아야 하고… 서울에 잠시 들어온 후 나이에 맞추어 사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2년에 걸쳐 지금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뉴욕에서의 내 삶을 추억하며 나이에 맞게 사는 것보다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변의 시선,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잣대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20 페이지)


하늘로 치솟는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브루클린. 이렇게 형성된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지"는 그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다채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 다양함 가운데서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 된 듯 합니다. 그렇다면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예술가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요? 예술을 한다고 하면 "그걸로 살 수 있나?" 혹은 "한달에 얼마나 벌어요?"를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브루클린에서는 예술의 길이 '선택된 자' 혹은 '이상한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서울에서는 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든, 자기가 좋아한 일이든 몇 가지 직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별 상관없다. (83 페이지)




그녀들의 부러운 도시, 환경, 그리고 친구들 


제가 오스트리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한국 사람이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니었기에, 작고 까무잡잡한 한국 여자아이에게 궁금해하는 것이 참 많았습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부터 "너네도 너네만의 언어가 있니?"라는 원시적인 질문까지(한글은 유네스코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이제는 워낙 세계가 글로벌해진지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가끔 그 때가 생각나면 피식 웃곤 합니다.

비교적 먼 나라의 외국인들이 늦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우리나라나 오스트리아에 비해서 미국은 애초부터 "인종의 전시장"이라 불리울만큼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곳이니만큼 조금 더 수용적인(tolerant) 것 같습니다. <브루클린 라이크>의 두 저자가 만난 친구들만 해도 벌써 다양한 출신과 국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이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문화는 미국 문화도, 이들의 출신 국가의 문화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멀티컬쳐의 "브루클린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형화된 것도, 정해진 것도 없기에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엔나의 친구들이 참 많이 생각났습니다. 음악이라는 (혹은 디자인, 미술, 연기와 같은 예술 분야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만난 출신지도, 성격도, 추구하는 것도, 목적도 제각각인 친구들. 사실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생각해보면 "정상인"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개성 만점의 친구들이 참 많았었으니까요 (어쩌면 예술을 하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인"만큼이나 따분하고 지루한 파트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로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조차 없다는 사실은 이따금 저를 참 서글프게 합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 조차 사회에 나온 후로는 1대 1이 아닌 복잡미묘한 관계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 관행인 문화가 원망스럽기도 하더군요. 


자신의 꿈을 위해 커다란 도시 뉴욕에 왔다가 떠나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진짜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릴레이션쉽은 어디서든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직관을 믿는 것." 이라고 대답한다. 어떤 기대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즐기고 관계 그대로에 감사해야 한다. (97 페이지)


2014년 우리나라를 휩쓸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SWAG이라는 말을 듣고 내심 기뻤습니다. 어쩌면 이제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다차원적인 취향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이상적인 바람 때문이었는데, 2014년 하고도 1월이 모두 지난 지금, 아직까지는 크게 체감하는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모두 똑같아지는 것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라는 큰 틀 안에 서로 배려하고 조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움직임의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야지만 <브루클린 라이크> 같은 다른 나라의 멋진 이야기가 먼 나라의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아닌 조화롭게 영향받고 발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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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케네스 & 글로리아 코플랜드 지음 / 사랑의메세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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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단 1%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곧 집단으로부터의 따돌림이자 외면을 뜻하는 태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교회는 다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통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어떤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겪는 일이 없기 때문이죠. 불교 인구가 95%가 넘는 태국에서는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낯설고 마치 극소수의 이상한 종교집단처럼 치부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그들에게 우리의 믿는 환경은 참 부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리나라의 기독교 인구가 많다는 것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는데요, 기독교 저변인구의 확산으로 인한 놀라운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리들을 볼 때가 그렇습니다. 메인스트림 음악시장에선 경쟁성을 구비할 수 없어 믿음을 가장한 채 CCM 가수를 하고, 조잡한 기독교 용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기독교 행사들을 겨냥하여 잡다한 행사와 물건을 파는 것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뿌려지는 것은 물론 '도대체 저 사람들에게 성역이란 없는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어쪄면 그 때문에 유난히 책을 읽기 좋아하면서도 기독교 관련 서적은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는 저자라면 모를까, 수많은 기독교 인구에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어필하여 판매량을 높여볼까 편승하는 책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신앙에 대한 문제가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이질감이 생기면 읽다가 곧장 거부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케네스 & 글로리아 코플랜드 부부의 일명 "사랑" 시리즈 중 한 권인데요,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사실 1978년부터 2001년까지 부부가 쓴 글을 모아 출간된 책입니다. 총 열 개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이들은 모두 "사랑"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지만 그가 나를 배반할까봐 두려워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느낌입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두려워진다는 이상한 논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겪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웬지 나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 철저하게 무방비상태에 들어선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바로 여기서 이 책이 주는 주 메시지가 시작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다니엘을 더 좋아하셔서 그를 보호하시고 구원해 주신 게 아니었다. 성경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넣기 위하려 하신 일도 아니었다. 하나님은 믿음으로 하나님 안에 거하는 사람을 항상 구원해 주시기 때문에 다니엘을 구원해 주신 것이다. (147 페이지)

사자굴에 들어가서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다니엘의 이야기. 저자는 이것이 다니엘만의 특권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든 사람들이 응당 하나님게 받을 복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모든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신 하나님에 대한, 그리고 그 약속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순종이기 때문입니다. 
열 개의 에세이들이 서로 다른 제목과 서로 다른 시작 그리고 끝으로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사는 삶이라고 무조건 평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에 하나님을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오히려 더 파란만장하고 고단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가운데 있을지언정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평안함과 신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평안함과 신뢰가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그들의 믿음이었고요.

아무래도 영문으로 된 책을 번역하다보니 - 번역이 나쁜 것이 아닌데도 -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색한 표현과 문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요즘 쓰여진 글도 아닌 길게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글들인지라 세대의 차이가 더 느껴졌을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읽는 내내 강력하지만 온유하고 따뜻한 문장에 오랜만에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읽었던 기독교 서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너무 많은 것을 한 권에 담음으로써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힘들지도 않고, 간결하면서도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다방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보니 책 한권을 다 읽고 다면 머릿속에 한 문장만은 확실히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죠. 또한 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우리의 "믿음"이고요. 같은 출판사에서 케네스 & 글로리아 부부의 다른 서적들 역시 발간되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시리즈 전체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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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파리 주소록
샹탈 토마스 지음 / 낭만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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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유럽에 오래 살았건만 파리에 방문한 것은 고작 세 번. 그것도 공연과 콩쿨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잔뜩 흐린 날씨에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 먼 발치에서 에펠탑을 구경한 것을 빼면 제대로 관광조차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파리의 CDG 공항을 방문한 적은 많아도 정작 이 아름답고도 다각적인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되네요.

마지막으로 파리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빈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였는데 경유지인 파리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서울행 비행기가 이미 떠나버렸다는 엄청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답니다. 폭설이 내릴 때면 상습적으로 연착과 불발이 난무하는(?) 파리 공항이었기에 이미 저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요.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다음 서울행 비행기가 무려 다음날 아침에 출발한다는 것이었는데, 비행사에서도, 공항에서도 이 많은 사람들에게 숙소나 쉴 곳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결국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던지 비싼 숙박료를 내고 공항 근처 호텔에서 지내라는 답만 돌아왔고요.

울기 직전이었던 그 때 다행스럽게도 파리에 사는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감사하게도 하룻밤을 보낼 장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타고 향하는 길이 어찌나 어둡고, 음침하던지… 마치 "파리"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느낌이 들더군요. 더군다나 신랑과 장거리연애중이었기 때문에 너무 보고싶은 얼굴을 하루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잔혹하게까지 느껴졌답니다.

그렇게 그날 밤을 보내고 다시 일어난 아침, 이제는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행복하고 가뿐했답니다.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택시요금도 그다지 개의치 않을 정도로 말이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야 파리 시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그토록 음산하게만 보였던 작고 큰 골목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워보이던지! 머릿속에는 아코디언이 연주하는 파리 왈츠가 들려올 정도로 택시 안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그제서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제대로 구경이나 한번 해볼걸.'


아직까지 파리와 친하게 지낼만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에 조금 더 특별하게 읽고 싶었던 책이 있습니다. 패션을 책임지는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가 말하는 파리지엔의 "Hot Place". 그녀만의 아주 특별하고 사적인 주소가 공개된 <그녀의 파리 주소록>의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어머, 이 책은 읽어야해!'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요, 유럽에 있을 땐 잘 알지 못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 더욱 궁금하고 관심을 갖게된 파리의 패션 중심에 서있는 그녀가 우리에게만 살짝 알려주고픈 주소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기대가 되더군요. 샹탈 토마스의 <그녀의 파리 주소록>을 함께 만나보시죠!





지금 파리에 있다면 이곳에 가라


패션의 메카, 파리.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오직 "밀라노!"를 외치던 노홍철에게 패션의 열쇠는 밀라노가 아닌 파리로 넘어갔다던 디자이너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사실 패션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기까지 한 제가 패션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에 샹탈 토마스의 패션 감각에 있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뭔가 그녀의 패션을 동경해서 이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매력적인 도시 파리의 크고 작은 특별한 로케이션을 알고 싶었기에 읽기 시작했고, 이 책 역시 그녀가 자신의 패션을 논하기보다는 그녀 자신의 일상과 일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녀의 파리 주소록>은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 보다는 "여자 샹탈 토마스" 혹은 "파리지엔 샹탈 토마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자주 방문하는 곳들, 좋아하는 곳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곳들부터 깨알같은 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까지…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년동안 살았던 빈에 대해서 책을 쓰라고 한다면 저는 부담부터 될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이 책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파리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파리 외곽에서부터 이태리, 뉴욕까지, 그녀의 사적인 주소들은 세계지도를 종횡무진합니다. 특히 그녀가 일상에 지쳐 힐링을 위해 찾는 조금은 은밀한 장소들까지도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지 않고,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그녀가 사랑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공개되어버리면 너무 혼잡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굳이 다른 사람의 추천 때문에 어딘가를 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진심어린 애정과 한없는 사랑으로 소개하는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훌쩍 떠나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의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등장한 장소 중 94곳이 실제로 파리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알려주는 지도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 지도만 가지고 찾아가긴 어려울지라도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았던 로케이션들이 파리 어느 지역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는 충분합니다. Google Map에 주소나 상호명을 입력하여 Google Earth로 둘러보니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된다면 꼭 들르고 싶은 곳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답니다.



읽는 눈도 보는 눈도 즐거운 책 


그렇다면 '지금 파리에 있지도, 갈 수도 없는데 이 책이 무슨 소용이람?'이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방문할 수 없지만 핫한 세일이 벌어지는 아웃렛 전단지만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째서 낭만북스에서 이 책의 발간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조금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어도 잘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몇 천 킬로 떨어진 파리의 주소록이라니요.

하지만 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의문들은 조금식 사그라들었습니다. 물론 직접 방문할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도 책을 펴드는 순간 감각적으로 구성된 페이지와 크고 작은 사진들을 보면서 점점 파리의 거리에 빠져들게 될테니까요. 


물론 이 책에는 목차가 있습니다. 프랑스 부제인 "De A à Z"에 걸맞게 목차는 A부터 Z로 시작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고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딱히 목차를 생각하게 되지 않는 것은 얼핏 보면 산만하게 이것 저것을 소개하는 듯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실제로 주제가 되는 단어와 실제적으로 소개하는 글과 장소가 그렇게 큰 관련이 있어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요 (역시 디자이너의 사고는 따라가기 어려운 걸까요?). 

때문에 읽다가 딱히 쉴 곳(?)도 없었고,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답니다. 마치 멋지게 정리된 잡지를 읽듯 처음에는 사진을 둘러보고 그 다음에는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고, 마지막 지도에 표시된 리스트에서 다시금 그 장소에 대한 페이지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이 만약에 패션이면 패션, 휴양지면 휴양지, 레스토랑이면 레스토랑 등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었다면 얼마나 매력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샹탈 토마스의 삶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저 역시 "나만의 사적인 주소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주소록에 담긴 인생의 메시지


우리나라의 이른바 "명품패션"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세계적으로 (사실상)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비단 상대적 박탈감이나 가지지 못한 자들의 변명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이 "이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 "사야겠어"가 정상인데, "이것은 유명 브랜드의 것이야" -> "사야겠어" 혹은 "이것을 사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을 받겠지" -> "사야겠어"로 진행되는 과정 자체가 참 병든 사고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유럽에 살면서 제가 어떤 물건을 사는 기준은 "내 마음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건 그렇지 않건, 중고건 새것이건 그닥 상관이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조금 낡은 것이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중고 시장에서 구매할 때도 있었고, 완벽하게 새것 보다는 추억이 담긴 물건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죠.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고 난 뒤 저의 생각도 참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네 나이라면 이정도는 가지고 다녀야지" 혹은 "이정도 입지 않으면 남들에게 무시받아"라는 공공연한 가치관을 접하게 되었는데,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사실 눈을 감고 귀를 막지 않는 한 영향받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심지어는 브랜드를 상중하로 나누어 그것이 마치 자신(혹은 타인)의 스펙인양 판단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과연 저 사람들은 상표를 떼어버려도 저 제품을 구매할까'하는 의문이 들었고요.


샹탈 토마스의 글을 읽다 보면 패션은 그녀에게 있어서 어떤 "로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실제로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고 그것으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있어서 패션은 마치 어린 소녀가 꿈꾸듯 바라보는 로망의 세계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얼마짜리 상품인가" 혹은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의 것인가"가 아닌 "이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가" 혹은 "나는 얼마나 이것을 좋아하나"의 세계인 것이죠.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 고가 브랜드로 휘감아 걸음을 걸을 때마다 "억, 억" 소리가 난다 하더라도 정작 그 중심이 자기 자신이 아닌 명품에 있다면 누가 주인공이 되는 것일까요. 샹탈 토마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패션은 무엇이고,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녀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어줄 패션을 찾은 듯한 모습이 참 부러웠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한 투자에 너무도 인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막상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사회가 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따거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자기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샹탈 토마스가 (몸매 관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즐기면서 일상의 행복을 느낀다던가 필요 이상의 레이스를 수집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파리 주소록>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 역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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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있는"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 읽었던 소설의 작가들은 이미 몇 십, 몇 백년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기다리는 기분"을 전혀 알지 못했죠. 2011년 한국에 귀국하고 난 뒤 교회 도서관을 섭렵(?)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본 소설로 현대 소설에 입문하게 되었답니다. 책 사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면서도 내심 소설을 구입한다는 것에는 이상하리만치 인색한 저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준 셈이었고요.


그렇게 해서 접하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와 통칭 미미여사님이신 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치밀하고 심각하지만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그의 문체와 스토리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용의자 X>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때문에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 그의 새로운 장편소설 <질풍론도>의 소식은 더욱 기뻤는데요, 감사하게도 발매하자마자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겨울이 가기 전 꼭 읽어야 할 추리소설, <질풍론도>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질풍 -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먼저


방문하는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아름다운 시골의 한 스키장.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곳에서 사는 주민들도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인류 최대의 위기가 닥치게 됩니다. 돈에 눈이 먼 한 남자의 욕심으로 어마어마한 치사율과 전염성을 가진 탄저균이 설산 어딘가에 숨겨지게 된 것이죠. 빠른 시간 내에 회수되지 않으면 눈이 녹으면서 자동으로 온 지역에 퍼지게 될 수 밖에 없는 탄저균의 행방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완벽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고, 스키의 "스"자도 모르는 중년의 연구원 구리야바시는 엄청난 압박과 함께 회수원정을 떠나게 됩니다. 탄탄한 체력도, 대단한 용기도, 과감한 패기도 가지지 않은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어떠한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과연 의지와 노력만 가지고 수퍼 히어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그 때, 그의 위험천만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바이러스와 설산, 그리고 테디베어라는 뜬금없는 조합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처음부터 쉴새없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질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심지어 책을 잠시 접어둘 타이밍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잠시 읽다가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던 책을 두시간 반이 채 안되어 다 읽어버렸는데요, 긴장이 고조되면 될 수록 점점 더 숨가쁘게 읽어나갔던 스릴넘치는 경험이었답니다. 지구를 구할(?) 인물과는 거리가 먼 구리야바시와 아들 슈토, 우연한 기회에 그들을 돕게 된 네즈와 치아키까지 네 사람이 탄저균에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탄저균의 행방은 점점 묘연해지고, 의외의 인물들의 개입과 활약으로 사건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악화되고 마는데, 그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탄탄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14년동안 오스트리아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스키를 타보지 못한 제가 이렇게 읽었으니, 스키를 즐겨 타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하고 상상하면서 즐겁게 읽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첫장에 적힌 히가시노 게이고의 친필을 보고는 사실 좀 놀랐답니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나 자신도 놀랐다.

- 히가시노 게이고


와우. 도대체 작가가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어떤 책일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확실히 그럴만하다!"고요.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 그리고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에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고 읽을 수 있었으니, 정말 대단하고도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론도 - 돌고, 돌고, 돈다?


음악용어인 "론도(Rondeau, Rondo)"에는 계속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후렴(Refrain)" 부분이 있습니다. 론도의 테마이기도 한 이 주제 부분은 길고 짧은 삽입부를 중간에 두고 계속하여 반복되는데요, 대부분 론도 형식의 곡은 춤곡에서 유래한 것이라 모두가 함께 추는 부분(테마)과 한 커플이 추는 솔로 부분(삽입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소설 제목이 무척이나 직접적이고 소설의 주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질풍론도>의 의미는 조금 모호합니다. 한겨울,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 눈길을 헤쳐나가는 "질풍"이야 그렇다 하지만 "론도"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지 소설을 읽기 전부터 참 궁금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음악적 용어인 "론도"의 의미라고 확신했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류 최악의 감염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생소하고 위험한 길에 나선 연구원 구리야바시와 그의 아들 슈토. 끈끈한 가족애는 커녕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이 부자의 아슬아슬한 모험을 함께하다보면 소설의 제목이 더욱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합니다. 과연 작가는 이 제목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치명적인 탄저균 사냥이 무르익을 수록 어쩌면 탄저균과 그에 대한 공포는 소설의 메인 테마가 아닌 보조장치 정도로만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 탄저균은 (실제로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단지 그 존재와 위험성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속 깊숙이 감추어져 있던 많은 것을 꺼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탄저균이라는 극적인 장치가 없었다면 아무도 인정하거나 언급하지 않을 그런 것들 말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엇갈린 욕망과 사명. 자칫하다간 모두가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주 의외의 "악역"입니다. 주인공격인 구리야바시가 수퍼히어로와 거리가 먼 만큼이나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와 거리가 먼 이 "악역"의 등장과 전개로 인해 스토리는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요, 궁금해지셨다면 꼭 <질풍론도>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론도"의 의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저런 조사를 해보았는데, 독일어권에서는 "론도"가 배의 회항 혹은 선회(방향을 바꿈)를 뜻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독일어권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오스트리아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사투리격이라 과연 작가가 이 의미를 생각하고 제목에 사용했을까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계속하여 후렴이 반복되는 음악용어 "론도"보다는 탄저균이라는 어마어마한 위험으로 인해 인생의 노선이 바뀌게 된 구리야바시와 슈토, 네즈와 치아키를 생각한다면 이쪽이 조금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질풍론도 - 겨울이 가기 전 꼭 읽어야 할 한 편의 추리소설


소설 리뷰를 쓸 때마다 고민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괜찮은가"입니다. 어떤 분들은 소설을 읽기 전 많은 정보를 읽기 원하시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은 필요 이상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참 싫어하시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속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께 이 소설을 권하고자 할 때면 "그저 좋으니까 그냥 읽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곤 합니다. 


오늘도 눈이 한참 내렸습니다.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인 것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이는데요, 사실 사상 초유의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전혀 평화롭지 않은 하루를 보냈답니다. 은행은 걱정을 한가득 안고 카드를 해지하고자 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하루종일 모든 ARS 전화와 콜센터, 그리고 홈페이지는 마비되다시피 했으니까요. 뉴스에 알려진 것은 겨우 하루이틀이지만 이 일이 일어난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일이 터져버렸다니, 뭔가 <질풍론도>와 일맥상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하얀 눈이 온통 뒤덮인 창밖을 다시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질풍론도>가 이상하리만치 재미있는 것은 그 전개가 너무 현실적이어서가 아닐까하고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버렸지만 소설은 그 "어마어마한 일"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에는 "과연 지금 위급상황 맞아?" 할 정도로 유머러스하게 진행됩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꼭 그 일만 생각하지 않는 우리 현실과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눈의 계절이 끝나기 전에, 스키장에 갈 여유가 아직 없었다면 <질풍론도>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장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한시라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선사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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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밥상 - 건강.젊음.활력을 되찾는
방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로푸드가 목표였지만 채식주의자에게조차 관대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그보다 두세 계단 위인 로푸드 식단을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일단 고기나 생선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우유나 치즈도 고사한채 가열된 음식까지 먹지 않는다고 하면 열이면 열 모두 "도대체 왜이러는거야!"라고 비판하기 바빴고,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사라져버렸고요. 더군다나 먹는 것(그중에서도 특히 고기)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러한 결정은 거의 반사회적 행동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죠.

로푸드로 갈 길은 아직 멀고 멀었습니다만 채식 식단은 나름 잘 유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1년간 구독한 우유도 정기적으로 마시기 때문에 비건(vegan)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외에는 식단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채식을 포기하고 남들 먹는 것을 먹는다면 저도 옆사람도 참 편한 일이겠지만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면서 채식을 고집하는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도 다시 입에 대지 않는 이유 말입니다.


스스로의 건강과 동물 보호 등 복합적인 이유로 채식을 고집하던 중 만난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국민 주치의"라 불리우는 방기호 원장님의 따끈따끈한 신간인데요, 사실 이 책을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내용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착해보이는(?) 책 디자인도 그랬지만 책 소개 어디에도 이렇게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고는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여러분이 정말,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았던 음식의 불편한 진실을 <남자의 밥상>을 통해 만나보시죠!





당신의 식탁은 안녕하십니까?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바로 하루 세 끼 식단이었습니다. 샐러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삼시 세끼를 샐러드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게다가 외출이라고 하려 한다면 샐러드를 도시락으로 싸기 어려울 뿐더러 밖에서 구입하는 샐러드는 말도 안되게 비쌌습니다. 집에서 만들면 기껏해봐야 2천원 정도 할 샐러드가 빠리바게트나 뚜레쥬르에서 구입하게 되면 갑자기 7,8천원으로 둔갑해버리기 때문이죠. 아무리 채식이라지만 이쯤되면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양도 너무 적은지라 곧 또 배가 고플가 걱정되어 결국 다른 메뉴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어떤 샌드위치도 육류나 치즈가 없는 제품은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그야말로 너무 좁았고요. (여담이지만 요즘에는 김밥집에 들어가 "계란과 햄을 빼고 야채만 넣어서 싸주세요"라고 주문한답니다. 대부분은 원조김밥의 가격으로 풍성한 야채김밥을 만들어주시더라고요)


매일매일 식단으로 고민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참 쉽게 말합니다. 뭣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사냐고요. 그냥 다들 먹는 거 함께 먹으면 되는거지 유별나게 그렇게 먹어서 좋을게 뭐냐며 주는 핀잔이 처음에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저 관심의 표현이겠거니 하고 넘기곤 합니다. 더불어 "모두가 해서 괜찮으니 너도 해라"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야말로 우리 식단을 점점 더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것을 가끔 설명하기도 하고요. 


많은 의사들이 환자의 밥상에 대해 자신이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병을 예방하는 식품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약으로 모든 병을 치료하려는 태도에 있다.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라.'고 말했다. (17 페이지)


세 명 중 한 사람이 암이나 성인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나머지 두 명 역시 건강하게 살다가 죽지는 않습니다. 암이나 성인병으로 사망하지 않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암이 발병하였을 때 치료를 받기 위해 암 보험을 몇 개씩 들 생각을 하지 암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식단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매달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것이 식단을 조절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일까요? 애초에 암이 발병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거나, 발병하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힘겹고 괴로운 항암치료나 수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국민 주치의"로 알려진 방기호 원장님의 폭로는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그간 많은 책을 읽으며 웬만한 사실은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읽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도저히 알고 싶지도 않은 음식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며, 스스로가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지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이런 책을 읽고 난 뒤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그럼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야!" 저 역시도 로푸드 식단에서 권장하는 콩을 다른 전문가가 "대표적 유전자변형 식품이므로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는 같은 말을 하곤 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식탁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식단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What I eat is what I am


삼겹살 1인분


만약 누군가 되지의 피와 오줌, 땀, 호르몬 154밀리리터를 컴에 담아 '돼지 칵테일'이라고 이름을 짓고 당신에게 이를 권한다면 당신은 이를 들이킬 것인가? 삼겹살을 먹는 일이 바로 이런 행위이다. 오늘 삼겹살 1인분을 먹었다면 돼지 칵테일 154밀리리터를 들이마신 것이나 다름없다. 삼겹살 1인분(220그램) 중 154그램은 돼지의 수분이기 때문이다. (32 페이지)


우유 


(우유를) 칼슘 섭취를 위해 마신다면 굳이 소젖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구역질 나겠지만 그런 이유라면 물 200밀리리터에 바퀴벌레 50마리를 넣어 믹서로 갈아 마시는 것이 더 위생적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바퀴벌레의 내장에는 우유처럼 세균이 득실거리거나 죽은 고름이 들어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 소젖을 짜는 무시무시한 압착 쇠파이프를 본 적이 있는가? (…) 젖소 자신의 무게의 몇 배의 분비물이 유방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인데, 이것은 상식적으로 무리이다. 결국 이러한 무리한 착유 과정을 통해 유방 속의 우유와 함께 상피세포, 혈액(백혈구), 고름까지 모조리 빠져나온다. 그렇게 짜낸 우유는 고온살균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고온살균한다고 우유의 고름이 없어질까? (99~100 페이지)


한식 식단


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일일권장량은 2000밀리그램이다. 하루 2000밀리그램을 먹으라는 게 아니라 최대허용량일 뿐이다. 나트륨의 최적 섭취량은 1000밀리그램이다. 된장국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1490밀리그램. 김치찌개 1인분의 나트륨 함량은 약 4000밀리그램으로 하루 소금 권장량의 두 배를 훌쩍 넘어간다. 반찬까지 합하면 약 7600밀리그램이다. 평범한 한식 세 끼는 하루 염분 권장량의 열 배가 넘어갈 수 있다. (141 페이지)


그동안 우리가 괜찮다고, 심지어 건강하다고 믿어왔던 음식들이 차례차례 나열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은 경악으로 변했습니다. 한없이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우리가 매일 보는 방송에서는 새로운 맛집과 신기한 음식들, 한밤중에 시켜먹는 야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음식들이 단지 예쁜 몸매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근본적인 건강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이어트의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는 덴마크 다이어트 식단 역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살이 빠질 수 없는 식단이라고 합니다. 근육이 어떻게 조성되고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만 계산했지, 그 음식들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의 부족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What I eat is what I am (먹는 것이 곧 나다)


외국의 식단개선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한 이 캐치프레이즈는 음식이 먹을 것 그 이상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를 만들고 그것이 곧 나의 건강을 반영하게 됩니다. 즉 나의 건강은 내가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으며 자신의 건강에 있어 우리 모두는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당신의 선택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저의 삶은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가려먹는 음식이 생겨서가 아니라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육식의 문제점과 잔인성에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고, 즐겨 먹었던 음식에 (굳이 스테이크나 갈비가 아니더라도) 고기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안 뒤 숟가락을 내려놓는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속이 편했던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육식을 할 경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이 소화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채식으로 인한 에너지 절약이 대단한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고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식의 유혹은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 중 대부분이 고기로 만들어진 것이라 모른척하고 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니까요. 이전에는 육식을 하지 않던 이유가 무엇보다 동물사랑이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건강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추가된 셈입니다. 이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소개하려고 했지만, 서평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꼭 직접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 식단을 개선하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서워하는 암과 성인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요. 이 책을 읽은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먹던 대로 먹고 살겠다"라고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어째서 지금의 식생활이 문제이고 구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하지만 듣기 싫고 알기 싫다고 지나가기에는 우리를 위협하는 병의 위력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세계 암 발병율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암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더이상 "정상"이 아니라 "큰 축복"일테니까요. 


고기를 먹는다고 모두가 암에 걸리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반드시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단지 식단만 바꾸어야 한다면 그 유익한 결과에 비해 큰 희생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은 40대 이상의 중년 남자를 대상으로 더욱 활력있는 생활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젊음의 혈기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었던 때가 지나가고 찾아오는 중년의 시간. 하루라도 더 젊고 탄력있게 생활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식습관을 고쳐나가야겠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반문하곤 한다,

"저는 평생동안 빵을 먹어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식빵을 먹었고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는 거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병원에 온 것입니다." (12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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