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밥상 - 건강.젊음.활력을 되찾는
방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로푸드가 목표였지만 채식주의자에게조차 관대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그보다 두세 계단 위인 로푸드 식단을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일단 고기나 생선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우유나 치즈도 고사한채 가열된 음식까지 먹지 않는다고 하면 열이면 열 모두 "도대체 왜이러는거야!"라고 비판하기 바빴고,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사라져버렸고요. 더군다나 먹는 것(그중에서도 특히 고기)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러한 결정은 거의 반사회적 행동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죠.

로푸드로 갈 길은 아직 멀고 멀었습니다만 채식 식단은 나름 잘 유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1년간 구독한 우유도 정기적으로 마시기 때문에 비건(vegan)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외에는 식단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채식을 포기하고 남들 먹는 것을 먹는다면 저도 옆사람도 참 편한 일이겠지만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면서 채식을 고집하는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도 다시 입에 대지 않는 이유 말입니다.


스스로의 건강과 동물 보호 등 복합적인 이유로 채식을 고집하던 중 만난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국민 주치의"라 불리우는 방기호 원장님의 따끈따끈한 신간인데요, 사실 이 책을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내용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착해보이는(?) 책 디자인도 그랬지만 책 소개 어디에도 이렇게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고는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여러분이 정말,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았던 음식의 불편한 진실을 <남자의 밥상>을 통해 만나보시죠!





당신의 식탁은 안녕하십니까?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바로 하루 세 끼 식단이었습니다. 샐러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삼시 세끼를 샐러드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게다가 외출이라고 하려 한다면 샐러드를 도시락으로 싸기 어려울 뿐더러 밖에서 구입하는 샐러드는 말도 안되게 비쌌습니다. 집에서 만들면 기껏해봐야 2천원 정도 할 샐러드가 빠리바게트나 뚜레쥬르에서 구입하게 되면 갑자기 7,8천원으로 둔갑해버리기 때문이죠. 아무리 채식이라지만 이쯤되면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양도 너무 적은지라 곧 또 배가 고플가 걱정되어 결국 다른 메뉴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어떤 샌드위치도 육류나 치즈가 없는 제품은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그야말로 너무 좁았고요. (여담이지만 요즘에는 김밥집에 들어가 "계란과 햄을 빼고 야채만 넣어서 싸주세요"라고 주문한답니다. 대부분은 원조김밥의 가격으로 풍성한 야채김밥을 만들어주시더라고요)


매일매일 식단으로 고민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참 쉽게 말합니다. 뭣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사냐고요. 그냥 다들 먹는 거 함께 먹으면 되는거지 유별나게 그렇게 먹어서 좋을게 뭐냐며 주는 핀잔이 처음에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저 관심의 표현이겠거니 하고 넘기곤 합니다. 더불어 "모두가 해서 괜찮으니 너도 해라"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야말로 우리 식단을 점점 더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것을 가끔 설명하기도 하고요. 


많은 의사들이 환자의 밥상에 대해 자신이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병을 예방하는 식품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약으로 모든 병을 치료하려는 태도에 있다.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라.'고 말했다. (17 페이지)


세 명 중 한 사람이 암이나 성인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나머지 두 명 역시 건강하게 살다가 죽지는 않습니다. 암이나 성인병으로 사망하지 않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암이 발병하였을 때 치료를 받기 위해 암 보험을 몇 개씩 들 생각을 하지 암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식단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매달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것이 식단을 조절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일까요? 애초에 암이 발병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거나, 발병하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힘겹고 괴로운 항암치료나 수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국민 주치의"로 알려진 방기호 원장님의 폭로는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그간 많은 책을 읽으며 웬만한 사실은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읽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도저히 알고 싶지도 않은 음식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며, 스스로가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지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이런 책을 읽고 난 뒤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그럼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야!" 저 역시도 로푸드 식단에서 권장하는 콩을 다른 전문가가 "대표적 유전자변형 식품이므로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는 같은 말을 하곤 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식탁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식단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What I eat is what I am


삼겹살 1인분


만약 누군가 되지의 피와 오줌, 땀, 호르몬 154밀리리터를 컴에 담아 '돼지 칵테일'이라고 이름을 짓고 당신에게 이를 권한다면 당신은 이를 들이킬 것인가? 삼겹살을 먹는 일이 바로 이런 행위이다. 오늘 삼겹살 1인분을 먹었다면 돼지 칵테일 154밀리리터를 들이마신 것이나 다름없다. 삼겹살 1인분(220그램) 중 154그램은 돼지의 수분이기 때문이다. (32 페이지)


우유 


(우유를) 칼슘 섭취를 위해 마신다면 굳이 소젖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구역질 나겠지만 그런 이유라면 물 200밀리리터에 바퀴벌레 50마리를 넣어 믹서로 갈아 마시는 것이 더 위생적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바퀴벌레의 내장에는 우유처럼 세균이 득실거리거나 죽은 고름이 들어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 소젖을 짜는 무시무시한 압착 쇠파이프를 본 적이 있는가? (…) 젖소 자신의 무게의 몇 배의 분비물이 유방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인데, 이것은 상식적으로 무리이다. 결국 이러한 무리한 착유 과정을 통해 유방 속의 우유와 함께 상피세포, 혈액(백혈구), 고름까지 모조리 빠져나온다. 그렇게 짜낸 우유는 고온살균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고온살균한다고 우유의 고름이 없어질까? (99~100 페이지)


한식 식단


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일일권장량은 2000밀리그램이다. 하루 2000밀리그램을 먹으라는 게 아니라 최대허용량일 뿐이다. 나트륨의 최적 섭취량은 1000밀리그램이다. 된장국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1490밀리그램. 김치찌개 1인분의 나트륨 함량은 약 4000밀리그램으로 하루 소금 권장량의 두 배를 훌쩍 넘어간다. 반찬까지 합하면 약 7600밀리그램이다. 평범한 한식 세 끼는 하루 염분 권장량의 열 배가 넘어갈 수 있다. (141 페이지)


그동안 우리가 괜찮다고, 심지어 건강하다고 믿어왔던 음식들이 차례차례 나열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은 경악으로 변했습니다. 한없이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우리가 매일 보는 방송에서는 새로운 맛집과 신기한 음식들, 한밤중에 시켜먹는 야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음식들이 단지 예쁜 몸매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근본적인 건강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이어트의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는 덴마크 다이어트 식단 역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살이 빠질 수 없는 식단이라고 합니다. 근육이 어떻게 조성되고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만 계산했지, 그 음식들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의 부족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What I eat is what I am (먹는 것이 곧 나다)


외국의 식단개선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한 이 캐치프레이즈는 음식이 먹을 것 그 이상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를 만들고 그것이 곧 나의 건강을 반영하게 됩니다. 즉 나의 건강은 내가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으며 자신의 건강에 있어 우리 모두는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당신의 선택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저의 삶은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가려먹는 음식이 생겨서가 아니라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육식의 문제점과 잔인성에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고, 즐겨 먹었던 음식에 (굳이 스테이크나 갈비가 아니더라도) 고기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안 뒤 숟가락을 내려놓는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속이 편했던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육식을 할 경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이 소화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채식으로 인한 에너지 절약이 대단한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고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식의 유혹은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 중 대부분이 고기로 만들어진 것이라 모른척하고 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니까요. 이전에는 육식을 하지 않던 이유가 무엇보다 동물사랑이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건강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추가된 셈입니다. 이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소개하려고 했지만, 서평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꼭 직접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 식단을 개선하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서워하는 암과 성인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요. 이 책을 읽은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먹던 대로 먹고 살겠다"라고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어째서 지금의 식생활이 문제이고 구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하지만 듣기 싫고 알기 싫다고 지나가기에는 우리를 위협하는 병의 위력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세계 암 발병율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암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더이상 "정상"이 아니라 "큰 축복"일테니까요. 


고기를 먹는다고 모두가 암에 걸리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반드시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단지 식단만 바꾸어야 한다면 그 유익한 결과에 비해 큰 희생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은 40대 이상의 중년 남자를 대상으로 더욱 활력있는 생활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젊음의 혈기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었던 때가 지나가고 찾아오는 중년의 시간. 하루라도 더 젊고 탄력있게 생활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식습관을 고쳐나가야겠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반문하곤 한다,

"저는 평생동안 빵을 먹어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식빵을 먹었고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는 거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병원에 온 것입니다." (12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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