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의 탐나는 하우스파티 (탐나는 파티세트, DVD 포함) 탐나는 스타일 DVD북 시리즈 4
변정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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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 크게 달라진 것 중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동안 그 위력을 무시해(?)왔던 호르몬의 영향력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내 몸의 상태를 정말 모르겠구나"는 깨달음입니다. 호르몬이 분비되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에이, 설마 이렇게 드라마틱 하려고' 하며 대충 넘기곤 했는데 임신한 후 호르몬의 변화가 신체와 감성변화에 직결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고, '이 정도는 가뿐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힘에 부치고 스스로의 마음과 결심과는 관계없이 여러 제약을 받게 되면서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막달이 다가올 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몸 탓에 조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뱃속 아기가 커질 수록 요즘엔 세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예비 엄마라면 누구나 생각할 "이런 엄마가 되어야지"부터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행동, 이벤트까지 고민할(?) 것이 참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나 유행에는 워낙 관심도 취미도 없는 저희 부부인지라 하고 싶다가도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하더라고"라는 말에 오히려 관두는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곤 한답니다. 때문에 뭔가 더 특별하고, 뭔가 더 우리스러운(?) 것을 찾다가 드디어 특별한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카리스마 넘치는 모델이자 패셔니스타인줄만 알았던 변정수씨의 더 대단한 이야기. <변정수의 탐나는 하우스 파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반 수퍼맘들은 가라! 진짜 수퍼맘의 진짜 파티 이야기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뭔가 틀에 매여있지 않은 우리만의 파티를 열고 싶어서였답니다. 베이비페어에 가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교육보험을 권하고, 소위 '요즘 엄마'들이 선호한다는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돌잔치 혹은 생일파티 패키지를 예약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아직..."이라고 대답하면 "요즘은 다 미리미리 해두시는데, 안그럼 나중에 후회하세요"라는 획일적인 멘트가 날라오곤 하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아보험은 들어두었지만 거기까지. '더이상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겠어!'라고 다짐한 터라 꿋꿋하게 돌아서면서도 진짜 내 아이만 생일파티를 거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속상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렇다고 단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지 않거나 시쳇말로 "꿇리지 않기" 위해 거액의 파티 계약을 하는 것도 전혀 내키지 않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변정수씨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답니다. 젊은 나이에 힘겨운 암투병 생활을 하며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꾸준하고 열정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계셨는지는 몰랐어요. 바쁜 일정과 두 아이의 육아만으로도 벅찰텐데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의 엄마로써, 태어나자마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버린 불쌍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만 했습니다 (이 책의 모든 판매 수익금은 SOS 어린이마을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생일 파티와 할로윈, 자신의 특별한 생일과 리마인드 웨딩까지 말 그대로 "특별하게" 준비하고 해내는 그녀는 진정한 수퍼맘인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모두 여섯 번의 특별한 파티를 위한 준비과정과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무슨무슨 파티는 이렇게 하라"는 직접적인 조언이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파티를 디자인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체력도, 손재주도, 추진력도 모자란 저로써는 엄두가 안나는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었답니다. "아니, 세상에, 이걸, 어떻게 혼자 다 했지!!"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변정수씨처럼 멋진 파티를 해내려면 여간 힘이 넘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엿보면서 '아, 이것은 이렇게 응용해도 되겠다'는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기도 했답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아도 (적어도 처음엔) 부분적으로 파티를 계획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파티 문화"가 생소한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살 때는 나름 이런 저런 파티에 다녀보고 직접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었어요. 파티라고 하니까 거창해보이지만 제 주변 친구들의 파티는 말 그대로 형식도 규칙도 없는 "내맘대로" 파티였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다하지?" 겁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 결국 어떤 파티가 될 지 정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파티의 주인인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하는 파티는 돈을 많이 들이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아도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를 열기 전 변정수씨의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아직까지는 부족한 파티 문화에 대한 의식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로, 즐겁게 준비했다 하더라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손님들이 불편해하거나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변정수씨는 파티에 처음 온 손님들까지도 즐겁게 참여하고 어색하지 않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의 파티를 거친다면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는 특별한 파티를 기다리고 즐길 수 있는 지인들이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요? 준비하는 사람도, 초대받은 사람도 끝까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파티를 위한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변정수씨 덕분에, 한국에서도 이색적인 파티를 계획해볼 용기가 생겼답니다!



엄마의 진심은 '통한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전통을 만들고 싶어."


얼마 전 신랑에게 뜬금없이 건네본 말입니다. 생일이면 친구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어린이날에은 놀이공원에 가는 틀에 박힌 이벤트가 아니라, 생일은 물론 새해 첫 날과 마지막 날, 크리스마스와 다른 기념일을 조금은 색다르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빠의 생일에는 가족 모두가 헹글라이더, 번지점프 같은 체험을 하러 떠난다거나 매 달 첫번째 목요일에는 좋아하는 단골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던가. 뭔가 아이가 조금 자라서도 즐겁게 함께하고 훗날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싶더군요. 특히 어느 순간 부모와 정신적으로 멀어질 사춘기가 오기 전에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놓고 싶었답니다.


어느새 부쩍 자라 사춘기에 들어선 첫째딸을 위한 변정수씨의 조금 더 특별한 파티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 나름대로 딸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점점 다른 사람(특히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녀야말로 정말 "친구같은 엄마"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아무리 반항하고 싶고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는 사춘기라도 엄마의 진심을 통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결국 파티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금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술을 마셔야 서로 친해진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알코올 없이는 서로 가까이 갈 수 조차 없는 일부 사람들의 사회능력 부족에 씁쓸해지곤 한답니다. 술에 취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고, 술을 마시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파티"가 아닐까 싶네요. 저 자신도, 주위에서도 조금 더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활성화되어서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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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서 협력자로 -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내 편을 만드는 관계의 기술
밥 버그 지음, 정영은 옮김 / 윌컴퍼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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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에선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것이라고.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거쳐 전혀 다른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모인 직장이라는 공간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더 어색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동료를 "사우"라 부르며 가족같은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 역시 따뜻한 가슴과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안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소중하다는 명목하에 지나친 충성과 희생을 강요하는 데 남용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가족 안에서는 어떨까요? TV 프로그램을 보면 한 집에 사는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몇 년 째 단 한마디도 서로 건네지 않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넓지도 않은 집에서 저렇게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아해지지만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이야기는 이미 몇 사람의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넓게, 많이 퍼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사춘기의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있어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마저 아군이 아닌 적이 되어버린 요즘. 학교와 직장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그대로 가족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집에 와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긴장 속으로 들어와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견을 이해시키고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의미없는 갈등과 싸움을 반복하며 언제까지 긴장의 나날을 보낼 것인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MUST-READ 신간이 발행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강연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밥 버그가 알려주는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내 편을 만드는 관계의 기술, <적에서 협력자로>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적을 협력자로 만드는 최고의 영향력


처세술이라는 개념은 양면적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환경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의 처세술은 그것보다는 상대방과의 정신적 싸움에서 승리하여 (때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뜻하곤 합니다. 나에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임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거나, 까다로운 동료 (혹은 상사) 와의 관계에서 승리하는 법 정도가 될 수 있겠죠. 많은 책들이 도덕성과 당위성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기는 법"에 집중하다보니 "처세술=조종의 기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밥 버그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합니다. 적의 반대말은 아군이 아니라 협력자이며 누군가를 자신의 협력자로 만드려면 조종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개발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협력자는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득이 되리라는 판단을 해서 우리의 편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19 페이지)


그리고 이러한 협력자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최고의 영향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최고의 영향력만이 상대방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들이 우리의 협력자가 되도록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에 누군가를 단순히 이용하고 마는 것이 아닌 특별한 윈-윈 관계를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위해서는 다음 다섯가지의 원칙을 늘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 감정을 다스려라

2.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라

3. 상대방의 자존심을 존중하라 

4. 적절한 프레임을 설정하라

5. 완곡하게 표현하고 공감능력을 발휘하라 


그리고 이 다섯 가지의 원칙에 각각 한 챕터씩 할애하여 조금 더 자세히, 실질적으로 설명합니다. 언뜻 보면 다 아는 이야기 같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면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어쩌면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에 소홀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힘든 시간을 겪을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더군요. 다섯 가지의 원칙을 설명한 뒤 마지막 장에서는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하여 한번 더 복습하며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싸우지 않는다면 적대관계란 없다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갈등을 전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다 (토마스 클리어리, <손자병법> 영어판 서문 중)


네 번째 원칙인 "적절한 프레임"을 설명하며 저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즉, 애초에 싸움이 없다면 적도, 갈등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싸우지 않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도대체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가!'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바로 "프레임 설정"에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통하여 상대방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81 페이지)


타인과 교류할 때는 어떤 상황이든 프레임이 설정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레임을 설정하는 주체다. 우리가 설정할 것인가, 상대가 설정하게 둘 것인가? 프레임은 항상 우리가 설정해야 한다. (182 페이지)


예를 들어 상대와 어떤 마찰을 빚게 되어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말이나 제스쳐, 행동을 통하여 프레임을 재설정할 수 있고 바로 이 때 상대는 (프레임에 관한 개념조차 알지 못하더라도) 적이 아닌 협력자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애초에 싸울 생각이 없었는데도 상대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화가 나 큰 싸움이 되는 것을 심심찮게 보곤 합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일어나는 운전자들 간의 시비도 그렇고, 물건을 사고 팔 때, 식당에서,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서로 리액션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버리는 것이죠.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프레임의 설정으로 완화 혹은 해결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프레임을 재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다섯 가지의 원칙 중 네번째 원칙을 특별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감정을 다스리고,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존중하며, 완곡하게 표현하고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나머지 네가지 원칙이 이 "프레임을 적절하게 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이며, 반대로 적절한 프레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 안에서 적절한 프레임이 설정되었을 때 스스로의 감정도 다른 사람의 자존심도 생각할 수 있고 상황에 맞는 대처도 할 수 있게 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다섯가지의 원칙은 이 "프레임의 설정"과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프레임의 원칙은 비즈니스나 직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관계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무조건 내가 하는 일을 막고 나를 방해한다는 프레임을 바꾸어 부모님은 나를 돕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려 하는 분들이라고 설정한다면 굳이 부모님과 사사건건 다툴 일이 없습니다.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안드는 배우자를 원수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고 재설정한다면 한 마디 건네는 말조차 달라질 것입니다. 때때로 이유 없이 밉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순한 프레임의 재설정 만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프레임을 재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갈등이 완화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운전 중 경적을 울리거나 속칭 "하이빔"을 쏘는 운전자에게 화가나 위험천만한 도로 상황을 연출하거나 급기야 상해나 살인으로 치닫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뒷차가 경적을 울리거나 하이빔을 쏘면 마치 육두문자나 쌍욕을 들은 느낌이 든다는 대답이 우세했습니다. 사실 경적도 하이빔도 쌍욕이 아닌 "조심하세요!"의 의미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죠. 뒷 차는 단순히 "트렁크가 열렸어요, 확인해보세요!" 혹은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시는데 혹시 졸고 계시는 건 아니죠?" 하는 뜻으로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받은 앞차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육두문자를 들은 듯한 느낌이라니 얼마나 잘못된 프레임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인 것은 상대방이 프레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우리 스스로가 프레임을 재설정하면서 상대방을 우리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영향력"이죠!).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프레임을 설정할 능력이 있으며 그 능력으로 상대 역시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끌어들일 때 상대는 우리를 적이 아닌 협력자로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자신 역시 기꺼이 우리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적"이 필요없는 이유


저자는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 오 사다하루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는 상대편 투수를 가르키며 "내가 홈런을 칠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10 페이지). 야구는 투수와 타자와의 신경전이지만 결국 투수의 도움 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반대로 타자의 도움 없이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투수도 없겠죠). 즉, 두 선수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한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며 이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모든 프레임을 재정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원수 같아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는 사람이 적이 아니라, 적 또한 우리에게는 필수불가결한 협력자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보다 우리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우리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같은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그 일에 반응하고 영향받는 것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에서 우리는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적을 협력자로 만들 수도 있고, 그나마 있던 협력자마저 적으로 돌릴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결국 자신의 환경이나 처지를 비관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갈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게 되면서 요즘은 처세술에 관한 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짧지만 다양한 사회생활을 해나가며 느낀 것은 대화가 소통의 시작이 아닌 불통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충분한 대화로 풀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상대방은 원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던 때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너무 스스로의 관점에서 듣다 보니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메시지만 받아들인 경우도 많았고요. 처음엔 대화의 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시켜 준 책이 바로 <적에서 협력자로>입니다. 

한 번 정독을 하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두었지만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반복해서 읽어 저자의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전히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이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관계의 기술이 단순히 상대방을 이용해 내 뜻을 이루려는 일방적인 욕심이 아닌 서로가 함께 행복해지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win-win 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습니다.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접근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협력자를 주변에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흔히 말하는 최고의 인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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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엄마처럼 -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한 프랑스식 긍정 교육법
오드리 아쿤, 이자벨 파요 지음, 이주영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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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덧 임신 7개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몸매도 영락없는 임산부 D라인이 되었고 나날이 씩씩해지는 아이의 발차기를 느낄 때마다 이제 곧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이 행복해집니다. 어떤 아이일까? 얼굴은 아빠를 닮았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까? 엄마 아빠와 무엇이 비슷할까 등등 끝도 없는 행복한 궁금증과 기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이제는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손에 잡힐만큼 가까운 현실인만큼 닥치는 대로(?) 육아서적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초보엄마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하면 어떡하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생각하다 보면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니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아직 뱃속의 우리 아이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지만, 생각보다는 빨리 다가올 그 시간을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랍니다. 우리나라 엄마라면 도저히 손놓고 지나갈 수 없는 교육의 문제! 이리보고 저리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그야말로 막막하고 답없는 한국 교육 현실 속에서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가져다줄 신간 <프랑스 엄마처럼 -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한 프랑스식 긍정 교육법>을 소개합니다!




모두가 불행한 교육,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공부를 잘 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부를 잘 해야 합니다. 간단합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는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떠한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의 성적을 관리하고 공부를 독려하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일반 학부모님들에게 „공부를 왜 잘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럼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냐“고 묻게 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곤 하죠. 당연하지만 „왜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냐“고 다시 물으면 그 때부터는 조금씩 답변이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행복해지려고,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등등…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상대는 더욱 당황합니다. 예컨대, 좋은 직장이란 어떤 직장이며, 돈을 얼만큼 벌어야 많이 버는 것이고, 행복이 정말 좋은 직장을 얻으면 따라올것인가에 대한 확신과 성공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 수 있냐 정도로 말이죠. 


애초부터 공부를 왜 잘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천재였던 아인슈타인과 에디슨도 우등생은 아니었습니다. 모범생은 더더욱 아니었고요. 반면 우리 자신이 어렸을 때 반에서,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친구들이 과연 지금 얼마나 성공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극히 드물 것입니다. 단 한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어린시절과 10대의 찬란한 시절을 왜 공부라는 엄청난 괴물에 짓눌려 괴롭게 살아가야 하는지 깔끔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애초부터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주는 압박감이 교육 현장까지 압박하는 등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과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 무조건 빨리 습득해야 하는 지식, 완벽주의 등의 무거운 압박감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지나친 기대를 하고, 아이는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24 페이지)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될 것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할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면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공부“라는 절대적인 잣대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각 과목에 대한 점수가 매겨지는 순간 더 이상의 개개인이 존재하기 보다는 숫자로 가늠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개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 성적이 형편없었던 혁신가들은 이전에도 오늘날에도 존경합니다.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가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하길 바랄지는 몰라도, 스티브 잡스같은 학생이 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아이에게 소리 지르는 이유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프랑스 역시 사교육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나라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반대로 사교육이 너무나도 발달하여 유럽 내 1위로 연간 20조원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2위인 독일이 10조원 정도이니 중유럽 국가 가운데 프랑스가 얼마나 교육과 성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학부모들과 어린 학생들이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요. 

오스트리아에서 14년을 살면서 자식의 (특히 중고등학교)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님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종사하고 있는 음악 분야가 전반적으로 성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소위 일류 김나지움(Gymnasium, 중고등학교)을 다니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본인이 아닌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학업에 개입하여 성적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는 다른 어떤 유럽 국가들보다도 교육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는 동기는 간단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들 자신을 위해서이니까요.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과시하기 좋아하는 학부형들에게는 어쩌면 자식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 더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서 오늘도 아이와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공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공부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체벌하다 죽이기까지 하고,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하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아이와의 관계를 영원히 단절시키는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하지만 딱 하나 해 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일이다. (109 페이지)


자식과 싸우고 싶어서, 자식과 멀어지고 싶어서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고성이 오가고 때로는 심한 말을 뱉으며 후회할 행동을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해결방법은 간단하지만 고무적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일방적인 잔소리와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면 한순간에 이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이 낯간지럽고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할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 자신도 서투르고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부진한 성적에 고민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자녀에게만큼은 혹독해지는 것이 현실이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어머니들도 어렸을 때 공부하는 즐거움으로만 살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려해준다고, 이해해준다고 하면서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아이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마음으로의 긴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더이상 아이에게 공부 때문에 소리지를 일은 없지 않을까요?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자


각각 세 아이와 네 아이의 엄마인 두 명의 저자 오드리 아쿤과 이자벨 파요는 새로운 긍정 교육법으로 학습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상담은 뒤쳐지는 학습을 도와 아이가 보다 원활하게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큰 쟁점입니다. 저자들은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배웠을 때를 회상해보라고 권합니다. 처음부터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수 많은 시도 끝에 간신히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서게 되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한 걸음을 떼는 것으로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그런 아이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부터 응원하던 엄마의 그 마음을 기억하라고 저자들은 강조합니다. 사실 공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습 장애로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이 나날이 어려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며 (혹은 또래보다 뒤쳐진다며) 걱정하는 엄마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바로 그러한 부모의 조바심이 아이를 더욱 더 혼란에 빠뜨린다고 경고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며 노력할 수 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조건 들이밀거나 자신이 원한다고 아무렇게나 밀어붙이는 것과는 다르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직접 부딪쳐 보며 실수도 하고 중간에 생각도 바꿔 보는 등 시행착오를 통해 ‚분명한‘ 선택을 해 보는 시기다. (49 페이지) 


때문에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일단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이 어떻게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지 알려주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시작합니다. 오감을 사용한 교육법, 연상법,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돕는 방법 등 다양한 실제 사례가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나이 또래의 자녀와 함께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마법의 주문처럼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외워지고 성적이 올라간다“가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질서를 잡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아이와 함께 연습하며 더욱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엄마가 옆에서 아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면 아이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부가 꼭 해야만 하는 괴물같은 존재가 아니라 배워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면 무엇보다도 건설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위한 상담소를 열기 전 사무실의 디자인부터 고심했다는 두 저자의 철학이 반영된 듯 책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귀여운 글씨체와 눈에 쏙 들어오는 일러스트들을 읽다 보면 부모님을 위한 책인지 아이를 위한 책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니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책의 디자인은 엄마로 하여금 조금 더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들의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원서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전제 안에서의 이야기지만요).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아이와 꼭 해보고 싶은 연습 문제들을 꼼꼼히 표시해두었답니다. 물론 그 시간이 올 때까지는 아직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 때까지 <프랑스 엄마처럼>은 책장의 한 켠에서 꾸준히 기다려 주겠죠. 어느 것 하나도 실수하고 싶지 않은 예비 초보엄마가 정말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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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 전진하는 진실 위대한 생각 시리즈 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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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많은 비극과 참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왔지만, 지난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아버린 수많은 생명들 만큼이나 가슴에 깊이 파고든 사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탄식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었고, 믿고 싶지 않은 우리의 못난 자화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사건의 전말보다도 더 우리를 좌절하고 분노케 했던 것은 하나의 "진실"을 두고 난무했던 여러가지 억측과 "카더라 통신", 그리고 이 일을 기화삼아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많은 이들의 저질스러운 행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끔찍한 현실보다도 더 끔찍했던 사후의 여러가지 해프닝과 사건들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잃어버리게 했으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더이상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지 못하게 된 혼돈의 시대. 지난 한달 반간 우리가 견뎌온 시간입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읽게 된 책이 있습니다. "대지"의 작가로 잘 알려진 에밀 졸라의 특별한 글을 모아 새로이 발간된 <전진하는 진실(은행나무 출판사)>이었는데요, 세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레퓌스 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답니다. 583 페이지의 책을 읽는 동안 동시에 세월호 사건과 그 후의 셀 수 없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서 마치 한 권의 예언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는데요,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현실에 생각을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면밀하게 역사적 사건을 연구하고 되돌이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드레퓌스 사건을 말하다



대통령 각하, 진실은 이처럼 단순한 것입니다. (212 페이지, "나는 고발한다…!" 중) 

드레퓌스 사건은 사실상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려 수 년동안 고통 속에서 감옥살이를 하게 된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를 둘러싼 프랑스의 정치적 스캔들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전반에 펼쳐져 있던 반유대감정으로 인해 드레퓌스 대위는 제대로 된 재판도, 변호의 기회도 갖지 못한채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마섬으로 유배당하게 됩니다. 문제는 진짜 간첩이었던 에스테라지 소령을 감싸려던 세력과 드레퓌스에 대한 억지 판결을 정당화하려는 세력 모두 당시 프랑스의 막강한 정치 세력이었기에 그의 무죄는 정치적 거물들의 유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힘없는 대위 한 사람이 대항해야만 하는 적은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그의 무죄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조차 그가 다시 세상에 나와 빛을 볼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의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진실을 주장하고 요구하고 나섰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에밀 졸라입니다. 


존경받는 작가였던 에밀 졸라는 우연한 계기로 드레퓌스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 이후 드레퓌스 대위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한시도 펜을 놓지 않습니다. 자신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해 진실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 사건이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던 것이죠. 물론 이같은 행동에는 엄청난 결과가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작가로써의 삶이 한 순간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은 물론 사회적 거물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재판을 받는 등 파란만장한 시간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가 발표한 1898년의 <나는 고발한다…!>로 금고형을 선고받기도 하고 4년 뒤 의문의 가스중독으로 사망할 당시에도 타살 의혹이 제기되는 등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진하는 진실>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나는 고발한다…!>를 비롯하여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집필한 수많은 기고문과 공적, 사적인 편지, 인터뷰들을 모은 것으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연대별 사건 기록일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졸라가 사망한 뒤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장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레퓌스 사건의 발단서부터 그가 다시 풀려나 오명을 벗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하고 그를 위해 싸웠는지 읽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에밀 졸라는 어떻게 드레퓌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이렇게나 확신할 수 있었을까?"였습니다. 드레퓌스 대위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하더라도 사건의 전말과 관련인물(그리고 누가 누구를 어떻게 했는지까지)에 대해 세세하면서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이 의아했고,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전해들은) 사실에 대해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을까 놀라웠습니다.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에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그의 무죄를 주장한 이후로 졸라의 삶 역시 180도 변화했습니다. 정치적 우세에 있었던 반드레퓌스파의 계속적인 공격과 살해 위협을 감내해야 했고, 급기야 영국으로 망명하자 가족들과 하인들마저 그들의 표적이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졸라는 반드레퓌스파에게 제거해야 하는 반동분자일 뿐만 아니라 - 어쩌면 - 드레퓌스보다도 더 위협적인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1898년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가 공개된 뒤 졸라가 무죄판결은 받지 못했었어도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게된 것 역시 졸라와 무관하지 않을테니까요. 드레퓌스 사면 이후로도 막강했던 반드레퓌스파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졸라의 입을 막을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구석에 틀어박혀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는 작가이자 고독한 이야기꾼일 뿐입니다. 나는 선량한 시민은 조국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것이 바로 내가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이제 나는 책들 속으로 다시 파묻히고자 합니다. 이제 내게 주어진 임무는 끝났기 때문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완수했으며, 이제 결정적으로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자 합니다. (386 페이지, "공화국 대통령, 무슈 루베에게 보내는 편지" 중)

1900년 12월 말 기고된 이 편지에서 졸라는 더이상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기고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실제로 이 글은 <전진하는 진실>에 수록된 졸라의 마지막 기고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졸라는 의문의 가스 중독 사고로 목숨을 잃고, 그의 사랑하는 부인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그의 아들은 마지막까지도 졸라가 정치적으로 살해되었다고 믿었습니다. 가족 모두에게 비극을 안겨주면서까지도 지키고자 했던 "진실". 졸라가 죽은지 4년 뒤인 1906년 드디어 알브레드 드레퓌스 대위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다시금 육군에 복직하여 소령으로 승진한 뒤 제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그는 1935년 지병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일반 군인들처럼 생활했다고 합니다. 세기의 사건으로 기록될만큼 충격적이었던 사건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참 아이러니한 결말이 아닐까 생각했씁니다. 자신을 그토록 끔찍한 고통에 처하게 한 국가를 위해 끝까지 목숨을 바쳐 일했으니까요. 



정의는 없다? 진실은 언제나 저 멀리에…


세월호와 함께 진실마저 저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저것만은 분명 진실이겠지" 믿었던 것마저 우리들을 철저히 배신하면서 실망과 한숨은 분노로 변해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던 19세기 말의 프랑스 역시 지금의 우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치 이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졸라가 우리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졸라는 대중의 관심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언론들에게도 일침을 가합니다. 


우리는 마치 발정이라도 난 것 같은 저열한 언론이 그들의 추잡스런 신문을 팔기 위해 대중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그들의 불건전한 호기심을 자극해 돈을 벌기에 혈안이 되었던 것을 똑똑히 보아 왔다. 그런 신문들은 나라가 평온하며 건전하고 강해지는 즉시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121-122 페이지, "조서" 중)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 "관종(관심종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명 "관심병 환자"라고도 불리우는 이들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이들이죠.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나 관종이 많았는지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지지도를 올리려는 정치인들이나 사건을 이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기업들은 물론 전혀 무관해보이는 일반인들마저 단지 "관심"을 받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을 만드는 것을 보면 탄식마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는 않았더라도 의혹과 음모를 환영하는 다수의 무분별한 "퍼다 나르기" 역시 그들 못지 않은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죠. 

문제는 이렇게 거짓과 억측이 난무하다보니 한 줄기 진실마저도 오염되어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로써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도무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거짓과 함께 진실 역시 묻혀버리고 있지 않을까요? SNS와 발달된 기술로 인해 더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믿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기술의 눈부신 발전마저 진실을 가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졸라의 다른 글에서도 지금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감정이 왜곡당하고, 노망이 났다거나 매수를 당했다는 오명을 쓰지 않고는 정의를 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짓말이 넘쳐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 진지한 신문들에 의해 심각하게 재생산되며, 나라 전체가 광기에 휘둘리고 있다. (99 페이지, "조합" 중)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먼저는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졌던 독립투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다음은 민주주의를 위해 꽃다운 청춘과 인생을 바친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만큼이나 평범한 시민이었을 그분들이 어떻게 그런 거대한 사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막중한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 놀랍고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직접적으로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우리들은 너무 쉽게 좌절하고, 실망하고,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비판하거나 탓하기만 좋아했지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바꾸고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 때가 아닐까요?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참 쉬운 일입니다만,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더욱 좋은 방향으로 돌리는 일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고 힘겨운 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진 않더라도 지금의 우리가 꼭 해야할 일은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19세기 말의 졸라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21세기 초의 우리들에게까지도 간곡히 부탁하는 말일 것입니다. 


청년이여, 청년들이여! 그대들의 아버지들이 겪었던 고통과, 지금 그대들이 누리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승리를 거두어야만 했던 끔찍한 전투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기를! 지금 그대들이 자유롭다고 느끼며 마음대로 오갈 수 있고, 거리낌 없이 언론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어떤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대들의 아버지들이 그 모든 것을 위해 자신들의 지혜와 피를 바친 덕분인 것이다. 독재 정권하에서 태어나지 않은 그대들은 매일 아침 주인의 군홧발에 가슴이 짓눌리는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또한 독재자의 칼날과 사악한 심판자가 내리치는 무시무시한 철퇴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의 아버지들에게 감사하며, 거짓에 환호하거나 무지한 폭력과 광신자들의 불관용과 출세주의자들의 탐욕에 장단을 맞추며 그들과 함께 춤추는 죄악을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 이제 독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147 페이지,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깨끗한 눈처럼 새하얗던 책 표지가 이곳 저곳 들고 다니며 읽으면서 점점 때가 타고 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의 깨끗함은 사라지고 페이지 곳곳에 까만 때가 꼈습니다. 책을 지저분하게 보는 편이 아닌데 왜 유독 이 책만 이렇게 더러워졌을까 속상하려던 찰나, 이 책이 아무리 더러워진들 그 안에 담겨진 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안에 담겨진 강력한 메시지의 위력이 덜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실도 이와같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의 입과 손을 거쳐 때가 묻고 처음의 순결한 자태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그 "진실함" 만큼은 바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수많은 세월이 지나 결국 많은 사람앞에 드러났을 때에 그 힘을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에밀 졸라가 주장한대로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 "전진하는 진실"임을, 간절하게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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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 유치원 선생님이 알려주는 첫 아이 첫 유치원 보내기
허은미 지음 / 소리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올해가 가기 전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두근거리는 만남을 갖게 됩니다. 가족계획을 시작한지 3개월만에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준 소중한 아기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죠. 아직은 임신 7주의 초보임산부이지만 남부럽지않은(?) 입덧과 체력방전으로 그야말로 제대로 실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일도 줄었고, 매일 매일 현기증과 헛구역질, 그리고 메슥거림으로 괴롭긴 하지만 초음파 사진을 볼 때마다 힘이 쑥쑥 솟는 것을 보니 이런게 모성애인가 싶습니다.


그래서인가 책 욕심이라면 남부럽지 않지만 한번도 크게 관심을 가진 적 없었던 태교와 유아 서적에 부쩍 눈이 간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맘인지라 임신과정과 출산도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지만, 본 게임(?)은 다름아닌 아이가 태어난 후이니까요! 오늘 소개할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를 비롯해 앞으로 다양하고 영양 만점의 육아 도서들을 만날 거라는 예감이 드네요^^





소중한 우리 아이, 첫 유치원은 어디로 보낼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이. 더군다나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모든 것에 있어서 신중하고 예민하고 까다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행여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면 어떡하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태산이지만 딱히 "믿을만한" 기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보통은 친구, 언니, 이웃, 아는 사람의 "카더라 통신"을 가장 신뢰하게 되는 이유도 아마 이것 때문이 아닐까요? 베테랑 유치원 선생님인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유아교육기관 중 특정 유티원이 좋다거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디가 더 좋고 나쁘고를 따지자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유아교육기관을 잘 골라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놓고 고르면 잘 고를 수 있는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나누고자 했다. 지금껏 유치원 교사로 지내면서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나누는 정도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머리말 중) 


총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진 이 책은 먼저 유치원을 비롯한 유아교육기관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하고,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유치원의 필수조건에 대해 말합니다. 또한 유치원에 보내기 전 엄마와 아이가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 짚어보고 초보학부형의 역할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상황별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처음으로 "사회"에 입문하게 되는 아이를 둔 부모로써 불안하고 마음이 복잡하다면, 이 책과 함께 즐겁고 효과적으로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꾸역꾸역 교육은 가라! 행복한 아이를 위하여

소위 입시에 대해 빠삭하다는 "강남 엄마"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졌습니다. 어느 강사가 쪽집게 강사이고, 어느 사회에 속해야 (그들이 생각하기에) 출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빠삭하면서, 어느 학원에 언제부터 어떤 코스에 등록해야 (그들이 생각하기에) 성적이 오를 수 있을지는 꿰뚫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과연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로는 아이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지만 그러한 부모의 혐오스러운 욕심 속에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이 양계장에 갖힌 닭처럼 갑갑한 생활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끔찍한 것은 이것이 입시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유치원을 비롯한 유아교육기관을 선별하는데 있어서도 "어떡하면 더 효과적으로 더 많은 교육을 시킬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합니다. 실껏 뛰놀고 웃고 떠들고 만끽해야 할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빨리 책상에 앉히고 싶은 나머지, 아직 한글에도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원어민 유치원에 보내는가 하면 특수 교육 프로그램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저자가 이러한 과열된 교육보다는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자연친화적인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자라도 먼저 영어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에게 저자는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공부를 시키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영어 단어를 알고 있어도 그 단어를 이용해 표현할 내용, 즉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유아기만큼은 아이들에게 영어 한 단어보다 경험을 풍부하게 해 주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67 페이지)


학부형 교육,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네번째 챕터의 제목은 "엄마의 유치원 적응하기"입니다. 유치원을 선택하고 등록했다고 끝이 아니죠. 아이만 잘 준비시켜 보낸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상당히 많은 아이의 문제 행동과 상황은 아이보다는 부모님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만큼, 초보엄마와 초보아빠의 학부형 교육 역시 정말 중요합니다.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야 학부형을 만날 기회가 없지만, 입시생들을 가르치면서 만나게 되는 학부형들의 유형은 정말 다양합니다. 체격이야 어른만큼이나 훌쩍 커버린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아직까지 여러모로 미숙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요하는 아이들인데도 방목한채 높은 성적만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의 아이만큼은 명문대에 입학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부모님들도 만나곤 합니다. 교육 철학이야 모든 부모님이 다 다른게 당연하지만 그러한 부모의 "무리한" 요구와 기대 가운데서 점차 자존감과 기쁨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깝답니다. 

생각해보면 "모범생"의 기준은 비교적 분명한 반면, "모범학부형"의 기준에는 그닥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아이들만 열심히 공부하고 잘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아이들을 지도하고 양육하는 부모님들 역시 상황에 맞는 행동과 요령을 배우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섯가지 기본적인 지침(준비물을 어떻게 챙기고, 유치원 차량 이용은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문제가 발생했을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을 읽으면서 스스로도 정말 많이 노력하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무조건 아이나 유치원, 선생님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부모의 입장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지만, 아이를 기다리면서 신랑과 아이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합니다. 어느 학교에 보내서 어떤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의무교육과정을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말이에요. 학교를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자니 교우관계나 사회적응이 걱정이 되지만, 학교를 보내기는 더더욱 거리끼게 되니 확실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사회를 배우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첫 단추인 유치원만큼은 <우리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덕분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에요. 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남은 8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많이 바뀌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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