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엄마처럼 -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한 프랑스식 긍정 교육법
오드리 아쿤, 이자벨 파요 지음, 이주영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덧 임신 7개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몸매도 영락없는 임산부 D라인이 되었고 나날이 씩씩해지는 아이의 발차기를 느낄 때마다 이제 곧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이 행복해집니다. 어떤 아이일까? 얼굴은 아빠를 닮았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까? 엄마 아빠와 무엇이 비슷할까 등등 끝도 없는 행복한 궁금증과 기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이제는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손에 잡힐만큼 가까운 현실인만큼 닥치는 대로(?) 육아서적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초보엄마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하면 어떡하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생각하다 보면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니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아직 뱃속의 우리 아이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지만, 생각보다는 빨리 다가올 그 시간을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랍니다. 우리나라 엄마라면 도저히 손놓고 지나갈 수 없는 교육의 문제! 이리보고 저리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그야말로 막막하고 답없는 한국 교육 현실 속에서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가져다줄 신간 <프랑스 엄마처럼 -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한 프랑스식 긍정 교육법>을 소개합니다!




모두가 불행한 교육,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공부를 잘 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부를 잘 해야 합니다. 간단합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는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떠한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의 성적을 관리하고 공부를 독려하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일반 학부모님들에게 „공부를 왜 잘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럼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냐“고 묻게 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곤 하죠. 당연하지만 „왜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냐“고 다시 물으면 그 때부터는 조금씩 답변이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행복해지려고,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등등…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상대는 더욱 당황합니다. 예컨대, 좋은 직장이란 어떤 직장이며, 돈을 얼만큼 벌어야 많이 버는 것이고, 행복이 정말 좋은 직장을 얻으면 따라올것인가에 대한 확신과 성공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 수 있냐 정도로 말이죠. 


애초부터 공부를 왜 잘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천재였던 아인슈타인과 에디슨도 우등생은 아니었습니다. 모범생은 더더욱 아니었고요. 반면 우리 자신이 어렸을 때 반에서,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친구들이 과연 지금 얼마나 성공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극히 드물 것입니다. 단 한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어린시절과 10대의 찬란한 시절을 왜 공부라는 엄청난 괴물에 짓눌려 괴롭게 살아가야 하는지 깔끔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애초부터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주는 압박감이 교육 현장까지 압박하는 등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과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 무조건 빨리 습득해야 하는 지식, 완벽주의 등의 무거운 압박감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지나친 기대를 하고, 아이는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24 페이지)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될 것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할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면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공부“라는 절대적인 잣대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각 과목에 대한 점수가 매겨지는 순간 더 이상의 개개인이 존재하기 보다는 숫자로 가늠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개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 성적이 형편없었던 혁신가들은 이전에도 오늘날에도 존경합니다.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가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하길 바랄지는 몰라도, 스티브 잡스같은 학생이 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아이에게 소리 지르는 이유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프랑스 역시 사교육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나라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반대로 사교육이 너무나도 발달하여 유럽 내 1위로 연간 20조원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2위인 독일이 10조원 정도이니 중유럽 국가 가운데 프랑스가 얼마나 교육과 성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학부모들과 어린 학생들이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요. 

오스트리아에서 14년을 살면서 자식의 (특히 중고등학교)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님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종사하고 있는 음악 분야가 전반적으로 성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소위 일류 김나지움(Gymnasium, 중고등학교)을 다니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본인이 아닌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학업에 개입하여 성적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는 다른 어떤 유럽 국가들보다도 교육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는 동기는 간단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들 자신을 위해서이니까요.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과시하기 좋아하는 학부형들에게는 어쩌면 자식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 더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서 오늘도 아이와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공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공부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체벌하다 죽이기까지 하고,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하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아이와의 관계를 영원히 단절시키는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하지만 딱 하나 해 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일이다. (109 페이지)


자식과 싸우고 싶어서, 자식과 멀어지고 싶어서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고성이 오가고 때로는 심한 말을 뱉으며 후회할 행동을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해결방법은 간단하지만 고무적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일방적인 잔소리와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면 한순간에 이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이 낯간지럽고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할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 자신도 서투르고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부진한 성적에 고민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자녀에게만큼은 혹독해지는 것이 현실이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어머니들도 어렸을 때 공부하는 즐거움으로만 살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려해준다고, 이해해준다고 하면서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아이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마음으로의 긴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더이상 아이에게 공부 때문에 소리지를 일은 없지 않을까요?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자


각각 세 아이와 네 아이의 엄마인 두 명의 저자 오드리 아쿤과 이자벨 파요는 새로운 긍정 교육법으로 학습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상담은 뒤쳐지는 학습을 도와 아이가 보다 원활하게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큰 쟁점입니다. 저자들은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배웠을 때를 회상해보라고 권합니다. 처음부터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수 많은 시도 끝에 간신히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서게 되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한 걸음을 떼는 것으로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그런 아이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부터 응원하던 엄마의 그 마음을 기억하라고 저자들은 강조합니다. 사실 공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습 장애로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이 나날이 어려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며 (혹은 또래보다 뒤쳐진다며) 걱정하는 엄마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바로 그러한 부모의 조바심이 아이를 더욱 더 혼란에 빠뜨린다고 경고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며 노력할 수 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조건 들이밀거나 자신이 원한다고 아무렇게나 밀어붙이는 것과는 다르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직접 부딪쳐 보며 실수도 하고 중간에 생각도 바꿔 보는 등 시행착오를 통해 ‚분명한‘ 선택을 해 보는 시기다. (49 페이지) 


때문에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일단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이 어떻게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지 알려주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시작합니다. 오감을 사용한 교육법, 연상법,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돕는 방법 등 다양한 실제 사례가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나이 또래의 자녀와 함께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마법의 주문처럼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외워지고 성적이 올라간다“가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질서를 잡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아이와 함께 연습하며 더욱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엄마가 옆에서 아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면 아이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부가 꼭 해야만 하는 괴물같은 존재가 아니라 배워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면 무엇보다도 건설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위한 상담소를 열기 전 사무실의 디자인부터 고심했다는 두 저자의 철학이 반영된 듯 책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귀여운 글씨체와 눈에 쏙 들어오는 일러스트들을 읽다 보면 부모님을 위한 책인지 아이를 위한 책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니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책의 디자인은 엄마로 하여금 조금 더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들의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원서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전제 안에서의 이야기지만요).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아이와 꼭 해보고 싶은 연습 문제들을 꼼꼼히 표시해두었답니다. 물론 그 시간이 올 때까지는 아직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 때까지 <프랑스 엄마처럼>은 책장의 한 켠에서 꾸준히 기다려 주겠죠. 어느 것 하나도 실수하고 싶지 않은 예비 초보엄마가 정말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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