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협력자로 -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내 편을 만드는 관계의 기술
밥 버그 지음, 정영은 옮김 / 윌컴퍼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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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에선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것이라고.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거쳐 전혀 다른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모인 직장이라는 공간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더 어색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동료를 "사우"라 부르며 가족같은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 역시 따뜻한 가슴과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안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소중하다는 명목하에 지나친 충성과 희생을 강요하는 데 남용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가족 안에서는 어떨까요? TV 프로그램을 보면 한 집에 사는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몇 년 째 단 한마디도 서로 건네지 않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넓지도 않은 집에서 저렇게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아해지지만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이야기는 이미 몇 사람의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넓게, 많이 퍼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사춘기의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있어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마저 아군이 아닌 적이 되어버린 요즘. 학교와 직장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그대로 가족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집에 와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긴장 속으로 들어와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견을 이해시키고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의미없는 갈등과 싸움을 반복하며 언제까지 긴장의 나날을 보낼 것인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MUST-READ 신간이 발행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강연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밥 버그가 알려주는 조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내 편을 만드는 관계의 기술, <적에서 협력자로>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적을 협력자로 만드는 최고의 영향력


처세술이라는 개념은 양면적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환경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의 처세술은 그것보다는 상대방과의 정신적 싸움에서 승리하여 (때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뜻하곤 합니다. 나에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임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거나, 까다로운 동료 (혹은 상사) 와의 관계에서 승리하는 법 정도가 될 수 있겠죠. 많은 책들이 도덕성과 당위성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기는 법"에 집중하다보니 "처세술=조종의 기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밥 버그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합니다. 적의 반대말은 아군이 아니라 협력자이며 누군가를 자신의 협력자로 만드려면 조종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개발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협력자는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득이 되리라는 판단을 해서 우리의 편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19 페이지)


그리고 이러한 협력자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최고의 영향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최고의 영향력만이 상대방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들이 우리의 협력자가 되도록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에 누군가를 단순히 이용하고 마는 것이 아닌 특별한 윈-윈 관계를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위해서는 다음 다섯가지의 원칙을 늘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 감정을 다스려라

2.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라

3. 상대방의 자존심을 존중하라 

4. 적절한 프레임을 설정하라

5. 완곡하게 표현하고 공감능력을 발휘하라 


그리고 이 다섯 가지의 원칙에 각각 한 챕터씩 할애하여 조금 더 자세히, 실질적으로 설명합니다. 언뜻 보면 다 아는 이야기 같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면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어쩌면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에 소홀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힘든 시간을 겪을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더군요. 다섯 가지의 원칙을 설명한 뒤 마지막 장에서는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하여 한번 더 복습하며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싸우지 않는다면 적대관계란 없다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갈등을 전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다 (토마스 클리어리, <손자병법> 영어판 서문 중)


네 번째 원칙인 "적절한 프레임"을 설명하며 저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즉, 애초에 싸움이 없다면 적도, 갈등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싸우지 않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도대체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가!'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바로 "프레임 설정"에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통하여 상대방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81 페이지)


타인과 교류할 때는 어떤 상황이든 프레임이 설정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레임을 설정하는 주체다. 우리가 설정할 것인가, 상대가 설정하게 둘 것인가? 프레임은 항상 우리가 설정해야 한다. (182 페이지)


예를 들어 상대와 어떤 마찰을 빚게 되어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말이나 제스쳐, 행동을 통하여 프레임을 재설정할 수 있고 바로 이 때 상대는 (프레임에 관한 개념조차 알지 못하더라도) 적이 아닌 협력자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애초에 싸울 생각이 없었는데도 상대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화가 나 큰 싸움이 되는 것을 심심찮게 보곤 합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일어나는 운전자들 간의 시비도 그렇고, 물건을 사고 팔 때, 식당에서,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서로 리액션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버리는 것이죠. 저자는 이 모든 것이 프레임의 설정으로 완화 혹은 해결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프레임을 재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다섯 가지의 원칙 중 네번째 원칙을 특별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감정을 다스리고,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존중하며, 완곡하게 표현하고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나머지 네가지 원칙이 이 "프레임을 적절하게 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이며, 반대로 적절한 프레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 안에서 적절한 프레임이 설정되었을 때 스스로의 감정도 다른 사람의 자존심도 생각할 수 있고 상황에 맞는 대처도 할 수 있게 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다섯가지의 원칙은 이 "프레임의 설정"과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프레임의 원칙은 비즈니스나 직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관계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무조건 내가 하는 일을 막고 나를 방해한다는 프레임을 바꾸어 부모님은 나를 돕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려 하는 분들이라고 설정한다면 굳이 부모님과 사사건건 다툴 일이 없습니다.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안드는 배우자를 원수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고 재설정한다면 한 마디 건네는 말조차 달라질 것입니다. 때때로 이유 없이 밉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순한 프레임의 재설정 만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프레임을 재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갈등이 완화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운전 중 경적을 울리거나 속칭 "하이빔"을 쏘는 운전자에게 화가나 위험천만한 도로 상황을 연출하거나 급기야 상해나 살인으로 치닫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뒷차가 경적을 울리거나 하이빔을 쏘면 마치 육두문자나 쌍욕을 들은 느낌이 든다는 대답이 우세했습니다. 사실 경적도 하이빔도 쌍욕이 아닌 "조심하세요!"의 의미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죠. 뒷 차는 단순히 "트렁크가 열렸어요, 확인해보세요!" 혹은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시는데 혹시 졸고 계시는 건 아니죠?" 하는 뜻으로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받은 앞차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육두문자를 들은 듯한 느낌이라니 얼마나 잘못된 프레임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인 것은 상대방이 프레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우리 스스로가 프레임을 재설정하면서 상대방을 우리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영향력"이죠!).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프레임을 설정할 능력이 있으며 그 능력으로 상대 역시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끌어들일 때 상대는 우리를 적이 아닌 협력자로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자신 역시 기꺼이 우리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적"이 필요없는 이유


저자는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 오 사다하루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는 상대편 투수를 가르키며 "내가 홈런을 칠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10 페이지). 야구는 투수와 타자와의 신경전이지만 결국 투수의 도움 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반대로 타자의 도움 없이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투수도 없겠죠). 즉, 두 선수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한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며 이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모든 프레임을 재정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원수 같아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는 사람이 적이 아니라, 적 또한 우리에게는 필수불가결한 협력자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보다 우리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우리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같은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그 일에 반응하고 영향받는 것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에서 우리는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적을 협력자로 만들 수도 있고, 그나마 있던 협력자마저 적으로 돌릴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결국 자신의 환경이나 처지를 비관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갈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게 되면서 요즘은 처세술에 관한 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짧지만 다양한 사회생활을 해나가며 느낀 것은 대화가 소통의 시작이 아닌 불통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충분한 대화로 풀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상대방은 원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던 때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너무 스스로의 관점에서 듣다 보니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메시지만 받아들인 경우도 많았고요. 처음엔 대화의 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시켜 준 책이 바로 <적에서 협력자로>입니다. 

한 번 정독을 하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두었지만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반복해서 읽어 저자의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전히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이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관계의 기술이 단순히 상대방을 이용해 내 뜻을 이루려는 일방적인 욕심이 아닌 서로가 함께 행복해지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win-win 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습니다.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접근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협력자를 주변에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흔히 말하는 최고의 인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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