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처녀' 김삼순을 아시나요?

   
 
ⓒ시사저널 안희태
 
요즘은 무엇이든 '국민' 수식어가 붙어야 모양이 나오는 것 같다.'국민 가수, 조용필' '국민밴드, 윤도현 밴드' '국민 배우, 안성기' '국민 여동생, 문근영' '국민 타자, 이승엽' 등등. 얼마 전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진영에서는 박대표를 '국민 언니'라 부르자며 흰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 '국민'자 항렬에 새 식구가 들었다.바로 '국민 노처녀' 김삼순이다.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오는 김삼순은 '나이 많고, 얼굴 안 되고, 몸매 안 되고, 성격 안 되고, 집안 안 되고, 능력 안 되는' 대한민국 노처녀다. 이 '국민 노처녀'를 시집 보내기 위해 지금 전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진을 치고 있다.

'국민 노처녀' 김삼순

김선아와 현 빈을 내세운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 안방극장을 평정하고 있다.방영 2주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한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삼순 어록’까지 유행시키며 <파리의 연인> 이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서른 살 노처녀의 일과 사랑 이야기’라는, 그리 흥미로울 것 같지 않은 주제를 내세운 이 드라마가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명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 이름은 김삼순>은 사실 클리세(상투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사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의 뼈대는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구성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평범한 처녀와 ‘현대판 백마 탄 왕자’에 해당하는 재벌 2세의 사랑 이야기 역시 ‘캔디렐라’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길 가다가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서른 살 노처녀와 재벌 2세의 사랑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파리의 연인>이 그랬듯, 이 드라마 역시 두 남녀 주인공의 황당한 만남으로 시작한다.그러나 <파리의 연인>이 멜로적 성격이 강했던 것에 반해, <내 이름은 김삼순>은 로맨틱 코미디 성격이 강하다.

'캔디렐라' + 로맨틱 코미디 + 트렌디 드라마

   
 
ⓒ시사저널 안희태
 
<내 이름은 김삼순>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주인공 여성이 큰 단점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있다.주인공 남성은 초반에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둘의 첫 만남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각자 상대가 있거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커서 이루어질 것 같지 않게 보인다.다투다가 서로 변화한다.맺어진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트렌디 드라마의 주요 설정 역시 재현된다.기억상실증은 등장하지 않지만 트렌디 드라마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되는 불치병은 이 드라마에서도 애용된다.삼순(김선아 분)의 연적인 희진(정려원 분)이 미국에서 암을 치료받고 돌아왔는데 아직 완치되지 않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결론을 예감하게 만든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사실 대중 문화의 거대한 콜라주(찢어 붙이기)다.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 익숙한 캐릭터, 짐작 가능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기획 당시 김PD와 김도우 작가는 50 편이 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분석했다.덕분에 이 드라마는 캐릭터 구축과 스토리 전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착실한 사전 기획은 드라마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현실성을 가지면서도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는 남녀 주인공 캐릭터,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듯 모를 듯 모호하게 만들어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 구조,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특한 재미를 가질 수 있도록 완결성 있게 만들어진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드라마의 백미는 김삼순의 캐릭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김삼순의 캐릭터다.<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웨거와 <아멜리에>의 오드리 또뚜부터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까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두루 겸비했다.특히 ‘구로동 샤론 스톤’ 염정아와 함께 코믹한 여배우 캐릭터를 양분해왔던 김선아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성취를 그대로 브라운관으로 끌고 들어왔다.

김선아는 김삼순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데 이는 김선아가 자신이 주연했던 영화 속 캐릭터를 '자기 복제' 했기 때문이다.드라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김선아 혼자서 '원 우먼 쇼'를 펼칠 때다. 스크린을 통해 구축한 자신의 캐릭터를 브라운관에서 '원 소스 멀티 유스'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현실의 김선아, 김선아가 영화를 통해 쌓아온 캐릭터, 드라마 속 배역이 ‘삼위일체’를 이루어내며 드라마의 매력이 배가되었다.

갖은 욕설을 포함해 극단적인 구어체를 구사하는 김선아의 캐릭터가 드라마를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면, 현빈의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의 욕망과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맡는다.김삼순이 '있을 법한' 캐릭터라면 현진헌은 '있었으면'하는 캐릭터다.이 두 캐릭터를 통해 <내 이름은 김삼순>은 현실에 굳건히 두 다리를 딛고 피안의 세계를 조망하게 해준다.

<아일랜드>를 통해 일약 ‘MBC 드라마국의 황태자’로 떠오른 현빈은 냉정함과 따뜻함,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양날의 칼날로 여성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현빈의 캐릭터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남자주인공 상이다.그러나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과 이동건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동시에 구현되고, <발리에서 생긴 일>과 <봄날>의 조인성이 보여준 패션감각을 재현하는 현빈은 한 단계 진화된 캐릭터를 구현해 낸다. 

여기에 상대를 감동시키기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 주는 정도의 센스, 네티즌이 여기저기 퍼 나를 감각적인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 주는 정도의 센스, 아줌마 팬을 위해서 남자 주인공이 목욕 장면 등을 통해 살짝 몸짱 몸매를 보여주는 정도의 센스를 보여주며 그는 여성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관습적인 설정보다 새로움으로 승부 걸어

그러나 <내 이름은 김삼순>은 이런 ‘안전장치’에만 의존하는 드라마는 아니다.비슷하면서도 2% 다른 드라마를 만들려는 MBC 드라마국의 자존심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HD베스트극장 <늪>으로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김윤철 PD는 기존 드라마의 장점을 재활용하는 것만큼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에도 나름으로 주목했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드라마의 곳곳에 배어 있다.<겨울연가> 이후 트렌디 드라마의 주요 코드로 등장했던 것이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그러나 <내 이름은 김삼순>의 두 주인공은 출신 성분이 분명하다.‘방앗간집 셋째 딸, 김삼순’과 ‘여관집 둘째 아들, 현진헌’은 전대에 어떤 인연으로도 얽혀 있지 않다.김PD는 “출생의 비밀은 매력적인 극적 장치다.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또 다른 특징은 악역이 없다는 점이다.‘캔디렐라’ 드라마에 꼭 등장했던 ‘이라이자’가 이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삼순(김선아 분)의 연적인 희진과 희진을 사모하는 헨리 모두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단순한 선악구조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트렌디 드라마보다는 정신 연령이 높다.김PD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서 관습적인 설정을 많이 포기했다. 쿨하게 만들겠다.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취재후기>

김삼순 역을 소화하기 위해 김선아씨가 몸무게를 6kg이나 불렸다고 하는데, 촬영 현장에서 직접 보니 16kg은 불린 것 같더군요. 멀리서도 김선아씨의 '우람'한 체격이 돋보였는데, 특히 하체가 튼튼해 보여서 마치 역도선수를 보는 듯햇습니다(실제로 드라마를 보면 여자들만 사는 김삼순의 집에 역기가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아마 김삼순의 캐릭터를 위한 설정인 듯) . 

그동안 영화에서 나름대로 육감적인 몸매를 보여준 배우였는데,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과감히 망가졌더군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해 연예인이 몸무게 늘이고 줄이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버리고 과감히 드라마에 '올인'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앞으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이번주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지난 걸 뒤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선아가 왜 저렇게 뚱뚱해 보이나 했더니 일부러 캐릭터를 위해 살을 찌운 것이로군. 그것만으로도 존경할 만 하다.

현빈이 침대에서 자기 몸 위로 술취한 채 엎어지자 "나 오래 굶주렸거든? 이러면 곤란하거든?"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대사를 읖조릴때 뒤로 넘어갔다. 내숭이 없어서 좋다. 게다가 집안도 안 좋고, 얼굴도 별로고, 몸매는 꽝이고, 딱 나랑 동일시하기 딱 좋은 모냥새로 내사랑 현빈과 로맨스를 엮을 참이니 그야말로 대리만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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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찬양가는 우발적" 유홍준 청장 사과
유홍준 문화재청장(사진)이 17일 북측 주최의 만찬석상에서 북한 간첩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주제곡을 불러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유 청장은 이날 평양을 떠나기 전 ‘사과의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가 한 일로 인해 문제가 야기되고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어 “특별한 의도를 갖고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다”며 “만찬 중에 북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우발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우리나라의 레드 컴플렉스는 정말 뿌리 깊고도 깊다. 이 기사 밑에 달린 리플들 정말 가관이더군.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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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전인권파문의 전말을 밝힌다
<뉴스엔=최윤정기자>

△시작하며=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15일 밤부터 소용돌이 친 '전인권 파문'을 보면서 너무나 처참할 따름이다. 이제는 전인권이 고 이은주를 사랑했다는 이유 때문에 유족들이 고소를 검토중이라는 기사까지 보도되고 있다. 고 이은주의 가족은 물론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전 소속사와 팬들도 모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전인권 옹호'나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 '사실 전달'을 위해 딱 한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좀 더 담담한 마음으로 돌아볼 것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인권 파문'으로 치닫게 된 일련의 경위를 정리한다.

△6월9일=조선일보가 '세상과 부딪치기 보다 끌어안고 싶어'라는 제목으로 가수 전인권의 자서전 '걱정말아요, 그대' 출간 소식과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책 머리말에 한 줄 적어 넣은 "은주가 살아있다면 '애썼어요, 전인권 만세' 문자 하나 보냈을텐데"를 인용하며 전인권과 고 이은주의 남다른 친분이 짤막하게 언급돼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다 아는 사실. 세상을 떠난 이은주에 대한 전인권의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고 그게 전부다. "은주가 문자 보냈을텐데"라는 말에 팬들이 발끈할 이유는 없었다.

△6월10~14일=전인권의 책 홍보를 맡은 측에서 담당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출간소식을 알렸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기사를 필두로 전인권의 책 출간소식이 짧은 기사로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또 전인권 인터뷰가 연일 진행됐다. 홍보담당은 전인권의 매일 밤 공연과 주말 지방공연을 제외하고 인터뷰 시간을 여러 매체에 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만큼 '전인권에 대한 매체들의 높은 관심'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전인권은 14일의 경우, 무려 6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뉴스엔도 인터뷰 요청을 했고 뉴스엔과의 인터뷰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초입의 북카페 야외 뜰에서 진행됐다.

△6월15일 오후 2시=전인권을 처음 만나는 기자에게는 '52세의 로커' '자유분방한 야성의 가수' 같은 이미지가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 다소 대하기 어려운 인터뷰 상대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전인권은 최근 이어진 인터뷰에서 연일 받았을 비슷비슷한 질문에도 성심껏 답변을 들려줬다. 전인권이 뉴스엔 기자에게 고 이은주가 보냈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은주가 살아있다면 문자 하나 보냈을텐데"라고 책 후기처럼 쓴 한 줄짜리 때문이었다. 전체 인터뷰 중 이은주에 대한 이야기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인권의 대화법은 자유로웠고 계산된 틀이 아니라 종횡무진 달렸다. 전인권은 마치 아이처럼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서글픈 마음으로 이은주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전인권은 공개한 것처럼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였고 "은주 때문에 문자보내는 것을 배웠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은주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인권은 이 자리에서 "사랑했다" 앞에 "서로"라고 강조하거나 "우린 남녀간의 사랑이었다"는 말을 절대 한 적이 없다. "지울래야 지워지지가 않는다"는 말로 여전히 보관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은주의 죽음을 더 애통해했던 것이지 "이것이 연인의 문자였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받은 선물도 태엽을 감으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인형같은 것들이었다. 만약 전인권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사랑의 징표'라는 표현을 했을 법도 하지만 선물 얘기는 이은주의 세심하고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남녀간의 사랑'으로 몰고가려 했다면 적어도 목걸이나 반지 얘기라도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전인권은 이 자리에서 "그럼 이은주에게 선물한 것은 없냐"는 질문에 "딱 한 번, 핸드폰을 생일선물로 줬다. 그런데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바꾼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과연 유족들이나 팬들이 분노하는 것처럼 전인권의 사랑고백이 '남녀간의 은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이런 모습이 가능했을까.전인권은 분명 '전인권식 문법'으로 "(은주를) 사랑했다"고 말했다.수많은 팬들이 고 이은주에게 죽음 이후에도 식지 않은 사랑을 보내듯이.

다만 전인권은 "그런데 왜 이제 이런 (사랑) 고백을 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오해를 불러올까봐 그동안 자제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은주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나도 편안해지고 싶다"고 말했다.서로가 서로에게 열렬한 팬으로서 "친구 이상의 친분을 나눴다는 게 무슨 죄인가"라는 말과 함께.전인권은 또 "나도 이제 시간이 흘렀으니 말 좀 해야겠다"며 "외로워서 잊어야겠다"는 농섞인 말도 덧붙였다. 말 한마디가 아니라 대화의 앞 뒤 맥락을 생각하면, 너무나 빨리 세상을 떠난 '사랑했던 후배 이은주'에 대한 아픈 마음의 표현이었다.

△6월15일 오후 6시○○분=뉴스엔은 전인권과의 인터뷰 기사 1탄을 포털사이트에 전송했다. '전인권,(이)은주를 사랑했다'는 제목으로 전인권이 공개한 문자메시지,이은주를 사랑했다는 고백, 이은주를 위해 쓴 시나리오의 영화화가 그녀의 부재로 무산된 것, 고 이은주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언젠가는 발표할 계획이라는 것 등 주로 고 이은주와의 남다른 친분관계를 다룬 내용이다.

△6월15일 오후 9시20분=인터넷 매체 마이데일리가 이날 밤 전화인터뷰를 통해 '전인권, 이은주와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마이데일리는 앞서 뉴스엔에 보도된 것을 전인권에게 확인하며 '어떤 사랑'인가를 질문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월15일 오후 9시20분 이후='남녀간의 사랑이었다'는 표현을 둘러싸고 전인권에게 사실을 확인하려는 각 매체 담당 기자들의 전화통에도 불이 나기 시작했다. 전인권은 이중 일부 매체와 전화통화를 했다. 전인권의 한 측근은 "어떤 종류의 사랑이었냐는 질문에 전인권은 남자이고 이은주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럼, 남녀간의 사랑이냐'고 (전인권이) 대답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표현은 사랑의 에로스를 의미하면서 이은주의 가족과 전 소속사 측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소동을 겪은 전인권은 연합뉴스와의 뒤이은 전화통화에서 '레옹마틸다'를 예로 들며 자신과 고 이은주의 관계를 '정의'하기도 했다.

△6월16일0시 이후=전인권은 자신의 핸드폰은 물론 매니저, 홍보담당자 등에게 모든 (매체의) 전화를 받지 말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고 '추악한 사랑' '무책임한 폭로' '스토커식 폭로' 등으로 묘사되며 '전인권 파문'이 됐기 때문이다. 전인권의 사랑고백이 '아름다운 고백'이거나 '용기있는 고백'이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팬들이 '이은주를 사랑했다'는 것은 문제가 안되고 그녀의 곁에서 열렬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은주를 사랑했다'는 전인권만 문제가 되는 까닭 또한 짚어야 할 사안이다. 직접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은 팬들도 그녀를 사랑하는데, 곁에서도 지켜본 전인권은 그녀를 사랑하면 안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고 이은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전인권 죽이기'로 잘 못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유족들이 전인권 고소를 검토중이다"라고 보도한 스타뉴스 등은 '사랑고백'의 당사자인 전인권이 어떤 뉘앙스로 사랑을 고백했는지, 직접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6월17일=오마이뉴스는 '은주 죽음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가졌던 전인권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기사 서두에는 인터뷰 이후 벌어진, 소위 '전인권 파문'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다. 하지만 16일 어렵게 이뤄졌다는 오마이뉴스와 전인권과의 전화통화가 말해주듯 전인권의 사랑고백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고 이은주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자 가슴 아픈 추억이다.

△맺으며=전인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은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적어도 전인권을 '추악한 늙은이'로 오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난하는 팬들이 있을지언정, 어쨌든 '아름다운 고백'일 수 있었던 전인권의 사랑고백은 뉘앙스의 미묘한 오해와 한 쪽 방향으로만 치닫는 분위기 속에서 쉰 둘의 록커를 '주책바가지'이거나 '무책임한 스토커'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전인권과 고 이은주가 남다른 친분을 나눴다는 것의 진실은 오로지 두 사람, 전인권과 이은주만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는 표현의 애매함이 비난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전인권은 "은주를 사랑했다"고 고백했을 뿐이다. '전인권 스타일 문법'을 설령 모른다쳐도, "순수하고 진실된 이야기에 감동하던 그녀를 사랑했다"는 고백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고 이은주를 여전히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전인권은 그녀를 사랑하지도 말았어야 했고 사랑했다고 해도 입 밖으로 사랑했다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한다면 그건 '사랑의 이기심' 아닐까. 한국 록 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던 쉰 둘의 로커를 '사랑했다'는 말 한마디로 '추악한 남자'로 만들어버린다면, 그건 매체의 폭력이고 인터넷에서 자행되는 또 하나의 ‘왕따 사건’이 아닐까.

anemone@newsen.co.kr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kr)

전인권과 이은주의 관계에 관한 모든 가능성

1. 진짜 둘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2. 예술과 영혼을 교류하는 쏘울 메이트였다.

3. 전인권이 혼자 이은주를 좋아했으며 이은주는 선배라 심하게 대하지 못했다.

지금 네티즌들은 3번이라 단정하고 전인권을 맹비난하고 있다. 윗글을 쓴 기자는 2번을 염두에 두고 말하고 있고. 진실은 뭘까? 윗글은 일단 진실성이 있어 보이긴 하고,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로커 전인권의 이미지와도 맞는다. 그렇다면 언론의 천박함은 정말 기도 안 찰 노릇이다. 제기랄이다, 제기랄.

그러나 전인권이 스토커였다는 다른 기사에서의 주장들도 들어 보면 그럴듯 하니 정확한 진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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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6-1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에 가까운 2번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 !

엔트로피 2005-06-1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을 보면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송수정 그림, 루디야드 키플링 원작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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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전혀 보지 않고 그림만 보고 덥석 산 책이다. 묘하게 정적이고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이다. 마치 올컬러로 꾸는 소리없는 꿈을 보는 듯한.

동물들은 옛날에 모래초원에 살고 있었는데 모두들 모랫빛의 몸을 하고 있었다.

사냥꾼인 표범과 사람은 특히나 눈에 띄지 않았다. 동물들은 이 사냥꾼들 때문에 살아가기가 어려웠다.

동물들은 정글 속으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글에서 눈에 띄지 않는 여러 얼룩무늬로 갈아입었다. 표범과 사람은 이렇게 변한 동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도 변해야겠군. 사냥꾼은 갈색으로 자기 몸을 물들이고 표범에게는 손으로 무늬를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표범에게는 얼룩점이 생겼고 사냥꾼은 흑인이 되었다.


검은 것은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 그것도 그렇고, 더 넓혀서 다양한 것은 아름답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굳이 메시지를 찾자면 위와 같이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아름답고 특이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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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위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8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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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ㅡ 왠지 매력적이다.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동화 <꼬마 마녀>도 내가 좋아하는 책. 마녀 위니는 또 어떨까? 일단 그림이 매우 발랄하며 심술궂으면서도 유쾌하다.

마녀 위니는 이렇게 온통 까만 집에 살고 있었다. 집안의 모든 가재도구도 다 까만색이다.

심지어는 고양이까지도. 고양이의 이름은 윌버이다. 윌버는 이 까만 집에 사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보호색'을 가진 탓에 수시로 마녀 위니의 엉덩이 밑에 깔리고 만다.

위니도 힘들다. 툭하면 걸려 넘어지기 일쑤고 계단에서 구른다.

귀찮아진 마녀 위니는 까만 고양이 윌버를 이렇게 총 천연색으로 만들어 버렸다. 윌버는 좋았을까? 깔깔 웃으며 놀려대는 저 새들을 보라. 윌버가 과연 좋아할 수 있겠는지. 윌비가 슬퍼하니 위니도 마음이 좋지 않다.

고민하던 위니에게 반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윌버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집을 변화시킨 것. 이제 모두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려면 내가 변해야 한다. 그림책으로 이렇게 효과적으로 설명하다니 감탄스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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