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육기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5
심복 지음, 권수전 옮김 / 책세상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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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763년에서 1820년대까지의 청나라 건륭제,가경제 시대를 살았던 막우인 심복의 개인적 회고기와 같은 수필이다. 심복은 오직 이  한 편의 수필을 남겼을 뿐이지만, 이 작품은 중국 수필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그는 막우로서 평생 살았던 사람이다. 막우란 [ 막빈() ·내막() ·막객()이라고도 한다. 명나라 이후 장관과 지방의 유력자와의 사적인 결합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연회피()의 제도’가 특히 엄격히 실시되었으므로, 지방장관은 임지의 실정에 매우 어두운 상태였다. 또한 종래부터 그들에게는 공식적인 속관이 전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소수의 인원만이 배치되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정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특히 경찰 ·재판 ·재정 등에 풍부한 지식과 사무능력을 가진 인재를, 응분의 사례금을 주고 고용하여 쓸 필요가 있어 막우를 두게 되었는데, 막우가 되는 자는 독서인계급의 출신으로, 과거를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이런 위치로 인해 고정적이지 못한 수입과 임지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삶을 살았고, 또한  경제적 어려움과 풍류와 인생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지식인으로서의 괴리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직에서의 삶이 지저분하고 얼마나 간교와 계략으로 얼룩진 것인지 염증을 느낀 그는 동업자와 얼마간의 돈을 합쳐 장사에 나서보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이 뭐 그리 만만한가. 홀라당 다 말아먹고 다시 막우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굴곡 많은 인생에 그래도 되돌이켜 보면 의미있는 여섯가지가 있다. 浮生六記.  행복한 운이와의 결혼생활, 힘들지만 멋을 알았던 시절, 아내, 부모, 자식의 죽음을 맛보았던 아픔들, 아름다운 중국 각처의 절경과 풍치들, 오키나와라는 이국에서의 독특한 경험, 그리고 인생에 뭐그리 대단한건 없다는걸 깨닫고 병들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며 마무리하고자 하는 마음.

싱가포르로 가는 기내에서 읽는 이 책은 내게 인생에 여유로운 마음과 아름다움에 눈뜨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은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과 감사에 있고, 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에 있음이다. 그들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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