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문명사 문명탐험 1
김명섭 지음 / 한길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김구 선생은 [세계는 꽃밭과 같다. 형형색색의 꽃이 있어야 아름답다]고 했지만 지금은 분명 미국과 영국의 장미꽃밭 일색인 세계화의 한가운데 있다. 저자는 미국 주도적 앵글로색슨 표준이 어떻게 대세가 되어오는지 되짚고 있다. 그 이전은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 또 그 이전은 프랑스가 유럽의 표준을 이끌었다. 이 기준들은 다시 그 이전의 네덜란드, 에스파냐, 포르투갈을 표준을 제압하고 흡수하여 등장한 것들이었다. 물론 더 전에야 지중해 표준의 베네치아나 이슬람적 또는 그리스로마적 표준이 존재해 왔지만 이 책은 현재까지 헤게모니의 중심을 차지한 대서양에 초점을 맞추어 이슬람에서 포르투갈로 즉 대서양 표준의 등장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산업과 금융의 폭발기에 거대한 자원과 자본의 힘으로 경쟁을 불허하는 헤게모니를 미국은 장악했다. 그리고 이만한 자원을 가진 러시아는 스스로 주저앉고 말았고, 중국은 이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슬슬 몸을 움직여보고 있을 뿐이다. 당분간 이 구도는 지속될 것이고 그래서 이 책이 보여주는 대서양 패권의 역사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

우리에게 미국은 어떤 의미인가? 현재의 미국주도의 세계 속에서, 아는 사람들이, 특히 고급인력들이 하나둘 아이들 교육과 삶의 질 혹은 더 나은 임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그들은 다시 그 격차를 심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자국의 기준으로 세계를 조율하면서, 손대지 않고 훈련된 노동력의 이득을 얻고 있는 셈이다. 생산이 줄어들어도, 적자가 나도 자본을 들고 들어오는 이민들은 여전히 이 패권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교육된 고급 두뇌들이 줄서서 그린카드를 기다리고 있으니...저자는 대안으로 [자기표준에 입각한 동심원적 구조의 세계화]를 이야기한다. 이 제안은 확실한 전망이라기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희망으로 비칠 정도로 한편으로 이 책이 전해주는 현 미국의 힘은 아득해 보인다. 과연 우리는 독자적으로 그 강력한 힘과 분리된 강소국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그늘아래 [조용하고 길게] 사는게 나을까? 미국의 그늘아래 오래 살아온 우리가 지금 직면하는 물음의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9.11로 본격화된 미국의 힘 과시로서의 이라크전과, 유로화와 얽힌 프랑스 중심의 유럽과의 갈등이 비로소 선명히 이해가 된다. 끊임없는 패권 싸움의 한 가운데서 견제자가 없어진 저 나라와 어떻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그들과 다투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아니면 장미의 변종으로 만족할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