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튀프. 서민귀족 동문선 현대신서 54
몰리에르 지음, 백선희 외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타르튀프는 몰리에르가 그리는 17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의 악한이다. 악한 중 가장 혐오스럽고 비웃음거리인 것은 선인을 위장한 악한이다. 위선은 발각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찬사받으며 악을 행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돌아가는 사기꾼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쉽게 간파하나 보다. 이런 종류의 악은 보통 그 사회의 주도적 종교의 탈을 쓰고 등장한다. 신을 경외하고 그 뜻을 따르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사는 것보다 안전한 도피처가 어디있을까? 주도적 종교에 기생하며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하여 불노소득하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종교도 멀리해야할지 고민스럽다. 우리의 신중한 몰리에르는 그리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그는 현명한 클레앙트의 말을 빌려 [사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진정한 신앙을 모욕해서도 안된다네. 한쪽 극단을 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사기에 걸리는 편이 나을걸세] 사기를 당하더라도 진정한 신앙을 찾아 가는 것과, 사기는 안 당하지만 진정한 삶의 표준도 얻지 못하는 것. 지혜는 결국 삶에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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