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 선생 방랑기 범우문고 187
김상용 지음 / 범우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내 나이 48. 1902년에 태어나 소학교 시절 나라는 일본의 손에 넘어가고 식민지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25에 일본유학을 마치고 이화여전에 자리를 잡을 때만 해도 모든 일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영문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로서의 삶이었던 거다. 나는 문학을 사랑했고 자연과 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순박한 이들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내 나이 42살 때 아이들의 징병문제가 불거지고 일본은 대학에 있는 우리들에게 징병이라는 것이 조선인이 진정한 일본인으로 거듭나는 귀한 기회임을 알리는 역할을 하도록 요구했었다. 잘못 생각 했었다는걸 안다. 변명할 마음은 없다. 나는 그런저런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출세코자 한 것도 아니었다. 인생이 그런 것일뿐.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해방. 할 일은 많았고 네 삶은 짧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좌우의 싸움.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나는 한 시인으로, 학자로만 살고프다.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이 험난한 세상에 아직도 사람들은 살고 있고 꽃은 피고 잎은 진다. 사는게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또 글을 쓰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보고 삶의 이유들을 찾아가리라. 인생은 요강 같아 멀리서 보면 그럴듯 하지만 가까이 가서보면 또 파헤쳐 열고 보면 온통 찝지름하고 지린내나는 어두컴컴한 것일뿐인걸 요사이처럼 잘 느끼는 때가 또 있을까?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모양이다. 6월인데 벌써 이리 마르고 찌는걸 보면... 

1950년 40고개에 올라 생을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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