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모든게 노래>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 2013. 9
가만 보면 예술가들은 참 다재다능하다.
글만 쓰는 사람도 있고 음악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자처럼 글을 쓰며 음악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거기다 아마추어라기엔 상당히 '조예'가 있어서
(이렇게 책으로 묶어 낼 만큼)
추종자들은 그를 '음악 마니아'라고 부른다.
자유를 사랑하는 나는 여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만
변화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소설도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만 읽고,
음악도 늘 듣던 것만 들었다.
가요를 들어온 지난 20년 동안 카세트테이프에서 시디플레이어,
엠피쓰리에 아이팟 까지 음악을 감상하는 도구들은 눈부시게 진화해 왔건만
내 폴더의 80%는 여전히 서태지, 부활, 김경호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이들을 보면
추억에 얽매이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 늘 부럽다.
더불어, 정체성이 분명한 제목도
노란색 실로폰 케이스 같이 산뜻한, 헤드폰 모양의 표지도 좋다.
궁금하다. 그의 음악취향이, 그리고 글이.
2. <아빠에게 말을 걸다>
신현림 신동환 지음, MY, 2013. 9
시인 누나와 의사 남동생이 전하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도 내 아빠에게
참으로 좋은 딸이고 싶을 뿐!
*여기서부턴 그냥 덧붙이는 이야기
지난 달 에세이 분야 신간도서에 선정된
<작가의 얼굴-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에서
작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괴테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위대한 자각들이 쓴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괴테에게서 배웠다...
그는 참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 했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되는, 삶의 가장 진솔한 부분에 대한 갈증.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줍짢은 실력으로 첫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보니
남의 글이나 기획자의 능력에 대해 평가하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처럼 '문학의 교황'이라 불릴 자신도,
아니 그럴듯한 평론가가 될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 싶어 사족을 보탠다.
아쉽지만 이번 달에는 눈길을 끄는 신간이 별로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쪽으로 쏠린 느낌이었다.
달달한 사랑이야기 아니면
가볍게 욕심 내지 말고 살라는, 진부하기까지 한 설법들.
물론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평생 자문해야 할 문제다.
가을이야 말로 이 두가지 주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계발서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라서 그런가.
가장 자유로워야 할 에세이마저 대중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 주제에 갇혀있는 것만 같아 즐겁지가 않았다.
아는 척, 다른 척 하지 말고
누구를 가르치려고도 위로하려고도 말고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순 없을까?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 말고
그냥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문학은, 에세이는 자유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할!
어쩌면 이것은 잘못 없는 책들이 아니라
책을 준비하는 나에게, 내 삶에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한 지인 작가님이 말 한 것처럼
뻔한 것들의 일부가 되어 애먼 나무들만,
자원만 축내는 것은 아닌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