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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5

 

1. 최인호 <눈물>

2.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작가의 얼굴>

3. 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

4. 헤르만 헤세 <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5. 윤성근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내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 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

: 오로지 '우리 아이들', '미래'를 위해 선정된 50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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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꽤 한가했지,

 

하고 기억될 만한 순간이 과연 있을 지 모르겠다.

밀려왔다가 떠나가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파도처럼,

한 가지 큰 일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이내 다른 일이 시작되고

때론 내가 나서서 쉴새 없이 주변을 북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알라딘 13기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했던 지난 6개월.

 

서울을 떠나 전남 화순으로 이사를 했고,

첫 아이가 돌을 맞았으며,

퇴고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우리에게 두번째 천사가 찾아왔다.

그리고 예정대로, 나의, 우리의 첫 책이 출간됐다.

 

틈만 나면 원고 수정을 해야 했고

그 틈을 다시 쪼개 아이와 놀고 집안 일을 하느라

사실 책 한권 제대로 읽기 힘들만큼 바빴다.

자연에 묻어 살고 싶어 산골마을로 들어갔건만,

앞마당에 조차 나갈 여유가 없던 날들이 숱했다.

 

마감 전 날부터 헐레벌떡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좀 더 정성을 다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내가 직접, 내 글을 쓰는 시기라 그랬겠지만

작가, 기획자, 편집자, 출판사의 심정까지 헤아려지다보니

누군가의 글을, 책을 고르고 평가하는 일도 고역이었다.

 

그러나 한달에 한 번,

내 이름 앞으로 배달되는 신간 에세이 두 권을 손에 쥘 때마다 난 얼마나 기뻤던가.

그 즐거움을 더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서운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애닯고 애틋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그 마음을 담아 한 권의 책을 골랐다.

 

 

 

<눈물>, 최인호, 여백, 2013, 12

 

어줍짢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글을 쓴다는 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삶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감히 상상해 본다.

끝까지 '작가'로 남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끝까지 제대로 살고 싶은 인간의 고뇌가 아니었을까, 하고.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5년 동안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오묘하게.

그러니 저를 죽음의 독침 손에 허락하시진 않으실 것입니다.

제게 글을 더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어 몇 년 뒤에 제가 수십 배,

수백 배로 이자를 붙여 갚아 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본문 261쪽

“저는 주님에게만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실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잊히지 않고 싶은 분은 오직 단 한 사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만년필을 잡은 제 손 위에 거짓이 없게 하소서.

제 손에 성령의 입김을 부디 내리소서.”
-본문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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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능적인 삶>, 이서희, 그책, 2013 11

 

 

애매모호한 각각의 글들을 관능이란 것으로 엮어낸

저자, 혹은 편집자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능이라.

묘하게 매력적이고, 은밀한 단어다.

 

늘 사랑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는 솔직한 여자들.

임경선 작가의 <나라는 여자>가 떠오른다.

그녀와 얼마나 비슷할 지, 혹은 얼마나 다를 지를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2. <시골 낭만 생활>, 고민숙, 청출판, 2013 11

 

 

나 역시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왔지만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한 독자의 리뷰 때문이었다.


"블로그 오랜 이웃으로 그녀의 사진과 글을 사랑한 나머지 네이버가 망해버리면 어쩌나.

저 예쁜 사진과 글들이 한순간 에러로 사라지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8년간의 그 많은 에피소드중 아주 일부이긴 하나

안전하게 책으로 나오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두고두고 아껴놨다 곶감 빼먹듯 보고 싶은 책"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사람의 인생에는, 글에는

분명 우리의 결핍된 무언가, 어딘가를 어루만져주는

묘약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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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들판은 참 쓸쓸하다.

이등병의 머리처럼 밑동만 남은 논이 그렇고

바짝마른 콩자루들은 가축들의 여물이 되거나

장작더미와 함께 타들어갈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어쩌면 책을 읽기에, 사색을 하기에

가을은 가장 나쁜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짧아서 뭘 해볼래도 금방 지나가 버리기 일쑤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이 말을 거는 날엔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쓸쓸하고 애틋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계절.

올 가을 마지막 주목신간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에 의한 것들로만 골랐다.

여행, 사람, 글쓰기.

 

 

그 첫번째, <여행지에서만 보이는 것들>

주디스 페인 지음, 정미현 옮김, 문학테라피, 2013 10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때야 말로 내가 가장 나답고, 자유로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유의 댓가는 혹독하다.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은 하지만

두고 온 사람들이 그리워 매일 밤 베갯잇을 적신다.

 

 

여행을 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내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소중한 건 늘 옆에 있었다는 것을 난 왜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오랜 질문에 답을 구하고 싶다.

이 책의 원제는 Life is a Trip(삶은 여행이다) 이다.

 

 

 

 

 

 

 

 

<달리는 인생>, 김창현, 오마이북, 2013 10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진보’가 피상적이거나 허망하지 않으려면,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나와 우리 이웃들의 구체적 삶과 행복을

바닥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모든 정치인이 사회 지도자가

이런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믿는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이윤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3 10

 

 

글을 쓰는 사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좋은 글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

바로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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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게 노래>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 2013. 9

 

 

 

가만 보면 예술가들은 참 다재다능하다.

 

글만 쓰는 사람도 있고 음악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자처럼 글을 쓰며 음악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거기다 아마추어라기엔 상당히 '조예'가 있어서

(이렇게 책으로 묶어 낼 만큼)

추종자들은 그를 '음악 마니아'라고 부른다.

 

자유를 사랑하는 나는 여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만

변화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소설도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만 읽고,

음악도 늘 듣던 것만 들었다.

 

가요를 들어온 지난 20년 동안 카세트테이프에서 시디플레이어,

엠피쓰리에 아이팟 까지 음악을 감상하는 도구들은 눈부시게 진화해 왔건만

내 폴더의 80%는 여전히 서태지, 부활, 김경호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이들을 보면

추억에 얽매이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 늘 부럽다.

 

더불어, 정체성이 분명한 제목도

노란색 실로폰 케이스 같이 산뜻한, 헤드폰 모양의 표지도 좋다.

궁금하다. 그의 음악취향이, 그리고 글이.

 

 

2. <아빠에게 말을 걸다>

신현림 신동환 지음, MY, 2013. 9

 

 

 

 

시인 누나와 의사 남동생이 전하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도 내 아빠에게

참으로 좋은 딸이고 싶을 뿐!

 

 

*여기서부턴 그냥 덧붙이는 이야기

 

지난 달 에세이 분야 신간도서에 선정된

<작가의 얼굴-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에서

작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괴테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위대한 자각들이 쓴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괴테에게서 배웠다...

그는 참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 했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되는, 삶의 가장 진솔한 부분에 대한 갈증.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줍짢은 실력으로 첫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보니

남의 글이나 기획자의 능력에 대해 평가하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처럼 '문학의 교황'이라 불릴 자신도,

아니 그럴듯한 평론가가 될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 싶어 사족을 보탠다.

 

아쉽지만 이번 달에는 눈길을 끄는 신간이 별로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쪽으로 쏠린 느낌이었다.

달달한 사랑이야기 아니면

가볍게 욕심 내지 말고 살라는, 진부하기까지 한 설법들.

 

물론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평생 자문해야 할 문제다.

가을이야 말로 이 두가지 주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계발서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라서 그런가.

가장 자유로워야 할 에세이마저 대중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 주제에 갇혀있는 것만 같아 즐겁지가 않았다.


아는 척, 다른 척 하지 말고

누구를 가르치려고도 위로하려고도 말고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순 없을까?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 말고

그냥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문학은, 에세이는 자유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할!


어쩌면 이것은 잘못 없는 책들이 아니라

책을 준비하는 나에게, 내 삶에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한 지인 작가님이 말 한 것처럼

뻔한 것들의 일부가 되어 애먼 나무들만,

자원만 축내는 것은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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