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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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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우리에게 올 겨울은 결코 쉽지 않은 계절이었다.

 

첫 책을 마무리 하던 중 둘째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입덧과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첫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설렘을 다 누리기도 전에 시작된

고작 16개월 된 딸아이의 입원, 수술

그리고 시 외할아버지의 별세.

 

이때만큼 삶과 죽음을 생생하게 느꼈던 적이 없었다.

번뇌와 고통과 숱한 다짐이 제멋대로 떠다녔고,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날들이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그래서 내가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기만을 바랐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재밌게도, 이번 달에 서평을 작성해야 할 신간 두 권이

모두 고인이 되신 분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

 

가수 김광석의 <미처 다 하지 못한>.

이 책은 그가 생전에 쓴 일기,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아 놓은 것이다.

 

곁에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크기 때문일까.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누구나' 좋아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 역시 차 안에서, 노래방에서

그의 목소리를 즐겨 들었고, 부지런히 따라 불렀다.

그러다보면 아득한, 때론 실체도 알 수 없는 애잔함에 빠져들곤 했는데,

그처럼 깊고 풍부한 음색을 가진 가수라면,

그런 울림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세상 어떤 것에서도 초월했으리라, 내 멋대로 상상하며

그를 '완벽한' 어떤 대상의 틀 안에 가둬두곤 했다.

 

그런데,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어갈수록

그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었음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며

고통과 번뇌와 외로움을 친구처럼 껴안고 살아왔음을 알았다.

그것은 지금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

 

가장 몰입하며 읽은 부분은 일기 형식의 2장,

'악보에는 마침표가 없다-거리에서 부르는 노래' 이다.

 

'이런 노래를 불러야겠구나!'하고 다짐했던 시절의 이야기부터(82쪽),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같은

본인의 노래에 대한 자신의 소회(99쪽),

아내에 대한 사랑과(111쪽),

딸 서연에 대한 애틋함(126쪽)도 마음껏 드러낸다.

 

나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허전함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치열하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나.

후회도, 보람도 아닌 그저 살아 있음에 움직인

그 움직임이 불쌍한가.

무료하다.

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즐겁지 않다.

또 이러다 가라앉는 것인가.

무섭구나.

-'심연' 가운데, 117쪽.

 

특히 바쁘게 공연을 하고, 인기를 얻었어도

그가 여전히 쓸쓸해 하며,

살아움직이는 원동력, 그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길을 건널 때

신호등이 바뀔 때

지나가는 차 소리

왜 때려 니가 뭔데

금슬 좋지 않은 부부의 싸우는 소리

썩은 가로수도 하늘을 바라본다.

펄럭이는 깃발

새벽길 청소부의 입김

나는 용기가 없어 말은 못하고

보이는 것만 쓴다

-' 인간 풍경' 가운데, 128쪽.

 

 

그가 가장 탐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대상은

역시 '사람', 그리고 '사랑' 이었다.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너를 마주하고 싶어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들리는 너의 목소리가

마치 고양이 발톱처럼 날카롭게 나를 부르면

아아, 햇살은 방 안 가득 차지하고 나를 비웃고

너의 눈매는 바늘처럼 내 뒷머릴 꼭꼭 찌른다

하품 길게 하고 두 팔 휘저으며 뒤통수를 긁어보지만

내게 아침은 너무 요원하구나

나의 생활은 늘 이렇듯 쑥쓰럽게 시작되는구나

- '무제30', 225쪽.

 

 

김광석의 표현대로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너를 마주하고 싶고",

윤동주의 표현대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사랑.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풀어가고 있는 과제가 아닐까.

 

그러지 못해  괴롭고

그러지 못해 세상에는 잔뜩 화가 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귀 기울여보면

우린 늘 갈구하고 있다.

열렬히 사랑하기를, 그리고 사랑받기를.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살았으면서도

마치 그 험한 세상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고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었듯이

나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사실 그가 이 책을 달가워할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고 싶어 애쓰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미란 것이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을 적실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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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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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우리에게 올 겨울은 결코 쉽지 않은 계절이었다.

 

첫 책을 마무리 하던 중 둘째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입덧과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첫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설렘을 다 누리기도 전에 시작된

고작 16개월 된 딸아이의 입원, 수술

그리고 시 외할아버지의 별세.

 

이때만큼 삶과 죽음을 생생하게 느꼈던 적이 없었다.

번뇌와 고통과 숱한 다짐이 제멋대로 떠다녔고,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날들이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그래서 내가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기만을 바랐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재밌게도, 이번 달에 서평을 작성해야 할 신간 두 권이

모두 고인이 되신 분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

 

 최인호 작가 유고집 <눈물>.

 

이 책은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가 2013년 가을 영면하기까지

5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사랑하는 벗에게' 쓴

편지 형식의 영적 고백들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재밌다.

 

이 편지를 받는 그대가 누구인지 아직 저는 모릅니다.

그대는 이미 제가 만났었던 사람인지, 친하였던 동무였는지,

아니면 오가는 길가에서 스쳤던 사람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내 사랑하는 벗이 되어 생전 처음 그대에게 쓰는

이 편지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 19쪽.

 

 

죽음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써내려간 것이

사랑하는 아내나, 자식이나, 혹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조차 불분명한 이들을 위한 것이라니.

 

독자들 중에는 그의 강한 종교적 색채나 신앙 고백이

불편한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인간은 언젠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그의 행보를 먼저 간 어떤 이의 것으로 이해하면

글이 신앙 고백의 형식인 것 역시 죽음에 이르는 수많은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죽음을 앞둔 순간이야 말로 신과 가장 가까울 수 있을 테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그가 부르는 '사랑하는 벗'이란 종교 유뮤를 떠나

본인이 경험한 신의 기적, 신앙의 신비를 공유하고픈 모든 사람들,

혹은 (본인처럼) 세상의 모든 고통받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어찌 외롭고 무섭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곡해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였고,

고통속에 절망했고,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가끔 내가 상상헤보곤 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과도 무척 닮아 있었다.

그 같은 신앙의 동료가, 선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 자인 나에겐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언뜻 보면 이 책은 한 개인의 신앙, 혹은 성경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

투병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 외로움,

특히 작가로서 죽고 싶어한 그의 '숭고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과연 나에겐 그 만큼의 열정이, 확고한 의지가 있는가.

자신이 없다.

 

 

수십년 간 그를 곁에 지켜본 이들의 말을 빌어보면

그의 유쾌하고 정이 많았으며, 자신의 일에 무척 열정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청년이라 부르고, 반항아라 묘사한다)

 

손톱이 다 빠져버릴 만큼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손가락에 골무를 끼워서까지 마지막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완성했고(337쪽),

"나는 수녀님이 나랑 사귀다 실망해서

수년원 간 거라고 뻥치고 다닐거다. 으하하"하며 이해인 수녀님과 장난을 쳤다(290쪽).

"망가져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냥 써 쓰고 싶은 걸 쓰기만 하면 되는 거야." 라며

살뜰히 후배들을 아끼고 챙겨주는 선배였다(327쪽).

 

내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무척 많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초보작가로서

마음에 새기고 싶은 두 부분만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문에도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만

우리에게 잘못한 형제를 무한정 용서하라는 말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중략)

내가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인 것 같지만

실은 교만인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남을 용서할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남을 단죄할 수 없듯이

내가 남을 용서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발견입니다."

- 210쪽.

 

 

둘.

 

"저는 주님에게만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실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잊히지 않고 싶은 분은

오직 단 한 사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만년필을 잡은 제 손 위에 거짓이 없게 하소서.

제 손에 성령의 입김을 부디 내리소서."
- 194쪽.

 

 

이제 그가 남긴 글을, 한 인간의 역사를

천천히 따라가며 읽어가야 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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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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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인생의 목적어>는 카피라이터 정철 씨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뽑아낸 50가지 단어에 대한 글이다.

설문에 답한 사람 2,820명, 그들이 지목한 단어 3,063개.

작가는 "수천 명의 독자와 함께 쓴 책"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단다.

 

그럼 우리 이웃들은

그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무엇을 꼽았을까.

 

가족, 사랑, 나, 엄마, 꿈, 행복, 친구, 사람, 믿음, 우리

열정, 너, 도전, 지금, 희망, 돈, 건강, 자유, 이름, 추억

감사, 밥, 아버지, 여유, 웃음, 실패, 재미, 생각, 시작, 책,

마음, 여행, 변화, 다름, 배움, 만남, 일, 다시, 오늘, 왜,

보통, 휴식, 매력, 길, 술, 그러나, 굳은살, 스무 살, 자식, 그냥

 

굉장히 보편적이고 단순한 소재들 같지만,

이런 주제들이야말로 글로 풀어내기 굉장히 어렵다.

 

사실 나는 자기계발서 류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이 책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선했다거나

공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진부할 것 같은 일상마저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 관찰력은 여기저기서 진가를 발휘했다.

 

친구에 대한 부분을 보자.

 

새 친구 사귈 나이 지났다.

사회에 나가면 진짜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을 물 마실 나이 지났다, 책 읽을 나이 지났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가슴 한 구석에 친구가 들어올 자리가 남아 있다면

친구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도 내 인생 속으로 들어올 다음 친구는 누구일까 기대한다.

-94쪽, 7위 친구 가운데.

 

나이 든 어른이 어린 아이처럼 새 친구 사귀기를 기대하는 모습도 부럽지만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사회에 나가면 진짜 친구 사귀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돌이켜 보았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것들.

특히 다시, 왜, 그러나, 굳은살 같은 주제들이 그랬다.

 

이번엔 밥에 대한 글.

 

"저희 집에서 금방 싼 김밥입니다."

"제 딸아이랑 금방 싼 김밥입니다"

달랐다. 다르게 들렸다.

분명 김밥 사세요!랑 같은 말인데

그 말을 들은 내 귀는 금세 따뜻해졌다.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이른 새벽 서울 변두리 낡은 연립주택.

둥그런 프로판 가스통이 아슬아슬 벽에 붙은 꼭대기 층.

아직 밖은 깜깜하지만 그 집 창에선 꽤 오래전부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불빛과 함께 어떤 소리도 새어 나온다.

따각따각, 차르륵 차르륵. 그리고 가끔 깔깔 웃는 소리.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밖으로 새어 나온 불빛은 식탁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갓을 쓴 백열등이다.

백열등 아래에 두 사람이 보인다.

조금 전 내 귀를 따뜻하게 만들어준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이다.

두 사람은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아 김밥을 싸고 있다.

딸은 계란과 단무지를 열심히 썰고

엄마는 그것을 돌돌 말아 김밥으로 완성하는 분업.

그 따뜻한 그림이 머릿속에 잔잔히 그려졌다.

...

나는 아주머니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지갑을 열었다.

엄마와 딸이 마주 앉은 그 따뜻한 그림을 사기로 한 것이다.

아주머니는 내게 김밥 두 줄을 건넸다.

그러나 그것은 김밥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는 재료가 단무지나 계란보다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뜻했다. 그녀의 새벽에 그대로 내 손에 전해져왔다.

-210~212쪽, 22위 밥 가운데.

 

그렇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단어는

'사람'이었다.

 

그는 8위로 뽑힌 사람의 부제를 이렇게 달았다.

- 정철이라는 사람이 책을 쓰는 이유.

그리고 거기다 두 줄을 덧붙였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셋을 내게 물었다면

사람, 사람, 사람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 273쪽.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도,

유쾌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글빨도 아니다.

바로 저자가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에 대한 희망과 기대.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나는 무엇을 꼽을까, 하고

잠시나마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자유'가 아니었나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

내가 살고 싶은 데서 살 자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

아이를 낳을 자유,

여행을 할 자유,

마음대로 사랑할 자유,

행복할 자유.

 

마침 이 책을 읽은 건 아이가 무척 아플 때였다.

물론 지금은 내 아이, 자식이 제일 먼저다.

사실 우선 순위의 문제지, 저 50가지의 단어 중

우리 인생에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물론 1순위로 무엇을 꼽아야 한다는 당위성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자주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다듬고, 발전시키고,

고마워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어느 연령대에나 다 "그냥 괜찮은" 책이지만

특히 20대 초반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가장 좋은 시절이므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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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9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즈 2014-02-23 17:13   좋아요 0 | URL
라일락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수술 부위는 잘 아물어가고 있어요.
참 여러가지 일을 겪은 올 겨울,
우리 모두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그간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다음 기수에도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남자를 위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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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가 스물한 살, 그가 스무살 때부터 만났다.

연애한 지 만 7년 째 되던 해 봄 결혼을 했고,

새해가 되었으니 올해로 결혼한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나의 책,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그 세월 동안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은

기복이 심한 굴곡선을 그려왔다.

 

맨 처음, 나는 내 스스로가 유치찬란하다고 느껴질 만큼 그에게 집착했다.

하긴, 이것이 사랑이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으니 눈이 뒤집힐 만도 했다.

 

하루 종일 그의 생각에 정신이 없었고,

어떻하면 그가 나에게 더 안달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보고싶다고, 그립다고, 더 사랑해 달라고,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도도하게, 센 척 하며 기선제압을 하고 싶었지만

애초에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울고 불고 매달리고 질척거리며

그렇게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결혼을 한 뒤, 그가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한 뒤 상대방이 변했다고 화를 내는데,

내가 화가 나는 건 바로, 그의 한결같음이었다.

 

여전히 틈만 나면 오락을 했고,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운다거나,

남편으로서 의무 같은 것을 고민해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나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결혼한 여자'로서 나에게 부과된 모든 일들, 예를 들어

퇴근한 뒤 몇 시간씩 집안 일을 하고,

시댁의 경조사를 챙기는 일들이 무의미해졌다.

나만 희생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다행인 건, 우리가 여행중이라는 거였다.

그것도 텅 빈 황무지가 대부분인 거대한 대륙, 호주를.

몇날 며칠 똑같은 풍경을 보며 계속 달리는 캠핑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드디어 '대화'를 나누었다.

도대체 연애를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진짜 우리, 각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는 나의 불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그릇들을 부딪혀가며 큰 소리를 냈던 것이

그를 향한 분노의 표출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 이유는 또 얼마나 허망한지!

바로, 내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헤어질 뻔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대화'의 힘이었다.

해법치곤 너무 간단해서 허망하기까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많은 요인은

이 대화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여자는 남자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고,

남자는 여자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형경 작가의 <남자를 위하여>, 부제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는

남자, 여자 모두가 숙지해두면 좋을 '남자'들의 속성 내지는

결핍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남자에게 최초의 여자는 엄마라던가,

그래서 헌신적으로 사랑해주고 보살펴주는,

이상화된 엄마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던가,

남자에게 남자는 (심지어 아버지조차) 경쟁자라던가,

섹스는 남자들이 모든 감정과 욕구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창구라던가,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는 것 등.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유명해서 식상하기까지 한 오이디푸스 신화가 등장하고,

해외의 심리 상담 사례들을 인용하는 것도

기존의 심리학 책들의 패턴과 비슷하다.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가정,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한사람이 생을 두고 사용하는 생존법과 생의 목표는

대체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성격이란 유아기부터 부모에게 잘 의존하기 위해 만들어 갖는 생존법이다.

정체성의 절반은 부모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고,

생의 목표는 대부분 부모의 꿈이거나 부모가 채워지지 못한 것들을

보상받고자 하는 노력이다"

- 남자의 관계 맺기, 86쪽.

 

"남자들이 그토록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유아기에 받은 애정의 양과 관련이 있다.

충분히 사랑받은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고,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며,

심지어 부모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 태어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

자기가 집안에 필요한 존재인지, 부모에게 유익한 자식인지 거듭 되묻고 확인한다.

그런 이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부모를 돕는다."

-남자의 관계 맺기, 87쪽.

 

결국 제대로 된 남자, 아니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대부분) 부모에게 달린 셈이다.

문제라면 아이를 좋은 어른으로 길러내야 할 주체인 부모가

애초부터 '너무도 다른' 남자와 여자의 조합이라는 것.

 

저자가 지적한 대로,

 

"...남녀는 원래 관계 맺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는 유아기부터 쌓아온 애착, 결핍, 분노, 환상 등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있다.

남녀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 사이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끼어든다.

페니스나, 반대 성의 부모나, 지하 칠층보다 더 깊은 무의식까지.

성적 관계, 그런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열정은

집요하고 격정적으로 반대 성을 추구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관계는 더 어려워진다."

-남자의 열정 사용법, 137쪽.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만난 지 14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싸우고,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나는 이런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 서로 안에 내제된 결핍을 인정하고 보듬어주는 것,

그리하여 열심히 대화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

애초에 극과 극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일 테니 말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내가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꼈던 건,

그가, 우리의 결혼생활이 완벽하리라는 환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결핍, 더불어 나의 부족함을 깨닫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나는 좀 더 그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안에 내제되어 있던 상처를 보듬어주고

새 살이 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위로받고 싶었다.

 

"남녀가 사이 좋게 지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각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숙한 생존법, 성격의 왜곡된 측면을 알아차려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불편이 해소되고 관계가 개선된다.

자기 마음이나 행동은 볼 줄은 모르면서 상대방을 원망하더 태도가

바로 문제의 핵시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더 큰 사회든 똑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삶과 변화, 326쪽.

 

그렇다.

우리는 제일 먼저 자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므로.

우리 삶은 결국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므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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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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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점.

 

책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이 두 장소에 특별한 애착이 없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저렇게 글로만 써놓았을 뿐인데도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햇살이 자욱하게 들어오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져버리고 마는, 나는 책, 활자 중독자다.

 

어려서부터 책은 특별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빠를 따라 산골의 벽지학교로 전학을 다니던 시절.

수업이 끝나고나면 특별한 과외수업이 따로 없던 때라

오후 나절의 대부분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냈다.

내가 주로 있던 곳은 학교 도서실이었다.

 

빈 교실을 도서실로 꾸며 놓은 곳도 있었고,

여의치 않으면 교실 한쪽 벽에 책을 쭉 쌓아두기도 했는데

이러나 저러나 책으로 가득한 그 공간을 나는 무척 좋아했다.

일선 학교의 교사이자 작가인 선생님들이 쓴 소설부터 성교육 교재,

뤼뺑전집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다 읽었던 덕분에

일찌감치 문학, 책의 매력을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그러니까,

보물 같았다.

 

북미, 남미, 유럽 등지의 독특하고 유서 깊은 서점에 대한

한 페이지 남짓한 설명이 때론 짧다고 느껴졌지만,

서점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칼럼과 인터뷰가 목마름을 채워주었다.

 

 

"서가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공간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차츰 자신의 윤곽이 녹아내리다 못해 중력과 거리감까지 흐려져

책의 바다와 자신이 같이 호흡하며 어우러지는 기분이었다.

기뻤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곳에서만은 헤엄을 치고 달리고 날아도 되고, 넘어지거나 자빠져도 되고,

잠들었다가 그 잠에서 깨어도 절대 끝나지 않을 무한의 세계에

나 홀로 흠쩍 잠겨 있을 수 있으니까..."

- 히라마츠 요코, 파리 시청사에서의 망상, 76쪽.

 

 

"서점은 여행하는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다.

출발하기 전에도 그렇고 여행지에서,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도 그렇다.

떠나기 전에는 지도나 여행안내 책자만 눈에 들어오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소설과 평론까지 읽고 싶어진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독서로 정리하고 싶고,

그 독서를 통해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된다.

이 두가지의 경험은 실제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나눌 수가 없다.

시작은 끝의 일부이며 끝은 시작에 포함되어 있다."

- 미나토 치히로, 서점의 여행자들, 155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20곳의 서점 중

가장 나의 마음을 끌어 당긴 것은 런던의 돈트 북스였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내가

언젠간 이런 서점을 차리고 싶다, 고 생각했던 곳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여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서점이나 도서관을 다녀볼 생각을 못했던가, 아쉽기도 했다.

 

 

"여느 평범한 서점에서는 지도, 가이드북, 소설, 평론을 다른 분야로 분류하지만,

돈트 북스의 생각은 다르다.

책을 장르별로 구분하지 않고 지리별로 나누고 있다.

대륙별, 나라별로 서가에 표식을 하고

거기에 픽션, 논픽션, 사진집을 가리지 않고 모아놓았다...(중락)

단순히 지리적으로 한데 모아놓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함께 읽어야 비로소 보이는 현실이 있다는 걸 그 서점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미나토 치히로, 서점의 여행자들, 155~156쪽.

 

 

같은 시기에 읽은 이윤기 선생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도

등장했던, 종이책의 소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금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21세기의 새로운 이코노그래피 문화, 이미지 문화가,

유구한 글말 문화의 전통을 드난살이로 전락시킬 것을 위태롭게 여기어 마지않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바닥에 깔려 있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지 문화는 고대 종교의 유구한 구전 문화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뮈토스(옛 이야기)', 근 3천 년 가까이 그 뮈토스를 기록하고 발전시킨 문자 문화(문학)의 적자다.

이미지 문화는 뮈토스와 문학이라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자식들이지,

뮈토스와 문학의 어머니는 아닌 것이다."

-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203쪽.

 

 

"전자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서점을 찾는 사람 역시 증하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독서란 장소의 경험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소의 경험은 색, 냄새, 촉감처럼 책 특유의 분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중략)

사람보다도 오래 사는 책이 모여 있는 그 장소에도 우연한 만남이 있다.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이 책과 서점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해피니스, 보누르, 행복이라고 한다."

- 미나토 치히로, 서점의 여행자들, 157쪽.

 

 

그렇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종이는, 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한가.

서점과 도서관과 이야기와 역사가 있어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책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아아, 인간으로 태어나서 얼마나 좋은가.

인류에게 역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새삼스레 내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기 되는 한순간이었다."

- 하라 켄야, 서점도 도서관도 지금부터다, 189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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