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첫 임무.
8월(7월 출간물) 에세이 주목 신간을 작성했다.
제목, 표지, 지은이, 책소개, 목차, 책속에서&밑줄긋기 등을 이렇게 꼼꼼히 읽은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저자, 책을 기획한 출판사와 소통하는 기분이랄까.
반짝거리는 수십 권의 책들 중 다섯 권만 선정하는 작업도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고역이었음을 고백하며, 수많은 작가분들과 기획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하며, 엘리사벳(이하 '리즈')의 8월 에세이 주목 신간을 시작한다.
1.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아비요, 2013, 07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서른 살이 넘고 어른 소리좀 들으면 이런 고민은 안 하고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보다 이십년은 더 사신 분께서도 그런 고민을 한다니 반갑기도 하고, 위안이기도 하고, 이 끝나지 않는 존재론적 고민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가 수십년 간 부대낀 참된 자아찾기, 그 과정에서 알아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되찾을 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는" 깨달음은 읽어보기도 전에 내 마음을 잔잔히 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프로필에도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조립공 미싱사 학원강사를 전전하며 노동자들과 시를 쓰다 1998년에 등단하였고, 현재는 노동자, 장애인, 사회운동가 들과 함께 문학과 예술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짬짬이 농사를 짓고 바느질을 하며 산단다.
사실 나는 이렇게 일관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그것은 아마 하루만 지나도 옛 것, 오래된 것, 쓸모없는 것 취급을 당하기 십상인 이 시대에 어쩌면 낡고 오래되고 그래서 늘 그자리에 있어주는 것들만이 나를,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도.
나 역시 그녀를 통해 이상한 나와 이상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비로소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얻게 되길 바라는 마음인지도.
2.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태원준 지음, 북로그컴퍼니, 2013, 07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더욱 간절해지는 것 중 하나는 '부모'에 대한 마음일 것이다.
여전히 건장하게 내 곁에 계시건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장차 내가 내 아이와 보낼 시간보다 부모님과 함께할 날들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자각 때문이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자라나는 만큼 부모에 대한 애틋함도 깊어져 가지만, 이미 2순위로 밀려나버린 한계때문일까, 부모님께는 아쉽고 죄송한 일만 더욱 늘어난다.
나보다 '먼저'인 존재가 생겨버린, 즉 내가 엄마가 되어버린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꼭 함께 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나에겐 이제 만년 2순위가 되어버린 당신들과의 장기여행.
어쩌면 그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언젠가 그들이 내 옆에 계시지 않을 때 그들과의 추억으로 살아갈 나 자신을 위한 여행이 아닐까 한다.
여행할 때 가장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고향땅에 두고 온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내가 그들과 제대로 여행 한 번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하니까.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그동안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은 즐길 겨를도 없이 늙어버린 그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어린아이처럼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그런 꿈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더구나 서른 살 아들과 예순 살 엄마의 세계여행이라니!
모르긴 해도 무수히 황당하고 재밌는 여행 스토리, 눈물이 쏙 빠지는 감동의 사연, 그리고 엄마와 자식만이 나눌 수 있는 애틋한 사랑이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언젠간 나도 꼭 저렇게 말해야지.
"엄마, 아빠, 일단 한 번 떠나고 보자니까요!"
3. <학교를 찾습니다>, 오쿠노 슈지, 이선미 지음, 바다출판사, 2013, 07
매스컴에서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아이들의 학교폭력, 왕따 그리고 자살소식들.
부모가 된 덕분에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나하나 가슴에 와 박힌다.
내 일처럼 가슴이 저리고, 안타깝고, 급기야 이 사회에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했을 것이다.
사실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무조건 1등이 최고라고 가르치는 사회, 내 옆에 앉은 친구가 소중한 인격체가 아니라 내가 반드시 밟아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시키는 경쟁사회에서 학교폭력이나 왕따, 청소년 자살 같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테니까.
그것은 비단 일본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부모들이, 어른들이 달라지면 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 열심히 정진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내가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것 뿐이었다.
나를 믿어주는 것, 언제나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
"문제 학생은 없다, 문제 학교가 있고 문제 부모만 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부모와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
이 책이야 말로 아이들이 어른들, 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
제대로 살고 싶다고. 살려 달라고.
4. <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아킬 모저 지음, 배인섭 옮김, 더숲, 2013, 07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저자의 사막사랑은 뜸금없이 보일 것 같다.
아니 보고 즐길 거리가 세상 곳곳에 넘치고 넘쳤는데 사막이 뭐 볼 게 있다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호주에 2년간 머물고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일부는, 황무지 같은 광활한 사막에서의 날들이었다.
오로지 건조한 바람만 머무는 곳인 줄 알았던 그 곳에서 꿈틀대는 '살아있음'이란!
더 신기한 건 그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그 땅에서 우린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여행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모험이라면 사막 여행은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그래서 가장 쉽게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사막이 낯선 분들에게, 알라딘에 소개 된 본문 내용 중 일부로나마 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한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배낭에는 꼭 필요한 것만 들어 있다.
사막 트래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 등에 전해지는 무게의 대부분은 물이다.
12리터를 지니고 있다. 그밖에 나는 식수를 채울 수 있는 장소를 여럿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에서 내 삶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물을 아끼는 것이다.
사막에서 제한된 양의 물을 가지고 여러 날을 지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만족과 포기다.
…
한 걸음씩 내딛는 ‘조심스런 발걸음’에서 나는 다시금 드넓은 사막을 딛고 서서 사막의 거친 환경과 하나가 되어가는 나를 느낀다.
전화도, 약속도, 텔레비전도 없다. 달리 마음을 빼앗길 일이 없다.
집에서 가져간 복잡한 일들은 거대한 고요에 부딪혀 어디선가 멈춰서버렸다.
독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들이 어딘가 모래 속에 파묻혔든지 아니면 모래바람에 날아가버렸다.
그토록 나를 매혹시키는 무언가가 사막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자기 존재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의 장엄한 공허, 오로지 ‘여기 그리고 지금’에 의해 결정되는 지금 이 순간의 광야다." - <부처를 만난 순례자처럼> 중에서
5.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지음, 이병률 사진, 달, 2013, 07
여행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것을 멋진 도시에서 찾느냐, 사막에서 발견하느냐, 사람, 그 중에서도 이성에게서 느끼느냐의 차이일 뿐.
내가 읽어본 여성 작가의 섹스 칼럼치고 대담하고 도발적이며 솔직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무작정 기대가 된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건만, 그러나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그래서 더 궁금한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약간 벗겨진 침대 시트 아래 써진 저 한 줄 만으로도 난 이미 '흥분'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