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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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피고인> 속 주인공도 검사이다. 비단 <피고인>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검사의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TV 속 검사의 모습은 때론 정의롭게, 때론 권력욕에 취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깔끔한 정장에 지적인 이미지와 어딘지 근엄해 보이는 모습은 좌중을 압도하는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긴다. 적어도 내 눈에 검사의 모습은 이런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신랑한테 "나중에 우리 자식이 검사가 되면 진짜 대박이겠다. 그치? 완전 좋다, 정말 멋지다!" 이런 실없는(?) 소리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환상 속의 검사;) 그런데 16년 차 부장검사로 재직했던 저자 안종오의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라는 에세이를 읽고 이런 이미지를 한 꺼풀 벗게 되었다. 검사라는 직업도 평범한 샐러리맨들처럼 늘 업무에 시달리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직장 내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보통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걸. 적어도 책 속 안종오 저자의 모습은 그랬다. 사실 가족이나 친인척 중 검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본인이 피의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고선 검사를 직접 대면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라는 직업이 알게 모르게 미화된 것도 같다. 이런 의미에서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라는 에세이는 검사, 그들이 사는 세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책이자, 검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진중한 고백록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면 각종 사건들이 많이 보도된다. 대부분이 안 좋은 소식들이다. 사기, 살인, 절도, 폭행 등 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고선 한 마디 내뱉는다. 아휴, 저것들 왜 저렇게 사냐?, 천벌을 받아야지 등 그들의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나 스스로 심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TV를 통해 보도되는 그들의 범죄행위는 대부분 단편적이고, 행해진 결과만을 보여준다.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관한 사연들은 잘, 말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사건들을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고, 법정에 세우고 하는 것은 변호사나 검사의 역할이다. 그러다 보면 사건 하나하나에 한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책의 제목처럼,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안종오 저자의 초임 검사 시절, 공판검사 업무를 맡았을 때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있었다. 실수로 어린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인데, 당시 피고인은 말기 암의 어머니를 둔 24살의 젊은 여성이었다. 깊은 참회 속에서, 법정 안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피고인의 가족은 딸의 인생을 위해 울고, 피해자의 가족은 사라져버린 아이의 인생을 위해 울었다. 이 상황에서 당시 안종오 검사는 그저 먹먹해져 앉아 있었다 한다.


검사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이러한 삶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누구라도 좀 가르쳐주었으면 좋으련만. 생각지도 못한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사회 초년생인 나의 가슴은 두려움으로 요동친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삶의 민낯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는 그 인생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배심원도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도 아니다. 그들의 먼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도 눈앞에 닥친 상황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검사다. 삶과 죽음, 피해자와 피의자, 분노와 처절함으로 들끓는 인생의 도가니를 지켜보는 이 순간이 두렵지만, 그들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것 또한 검사라는 직업의 비애다. 인생은 나에게 삶의 기쁨보다는 상처를 먼저 가르치려 든다. 그런 인생 앞에 용기 내어 이렇게 맹세해본다. 지금부터 내가 부딪칠 순간들을 두려움 없이 대할 것이다. 그리고 내 눈앞의 인생에 귀를 기울이며 삶을 배워나가리라.

좋든 싫든 매 순간 타인의 인생을 들춰 봐야 하는 것이 검사라는 직업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책상 위에 쌓여가는 사건 기록들, 아직도 해결되기 만을 기다리며 쌓여있는 캐비닛의 사건 기록들, 때론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하여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서슴지 않는다. 위 사건처럼 양측이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지만, 누가 봐도 반드시 법정에 세워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사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 허투루 다룰 수가 없다. 어쩌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일 수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눈앞에서 범인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검사나 판사가 과연 인과의 사슬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명확하게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우리네 의무라면, 삶과 죽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명확성을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네 숙명일 것이다. 불명확성을 견디는 힘, 그러한 용기를 갖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래야 가끔은 악마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고소제도라는 것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몰랐던 사실이다. 한국의 고소제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정말 독특하다고 한다. 미국은 고소제도라고 볼 만한 제도가 없고, 일본은 고소장을 내도 수사할지 어떨지는 검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검사가 모든 고소 사건을 수사해 수개월 내에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하고, 고소인은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항고,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보면 된단다. 이 얘긴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검사만큼 사건이라는 업무에 쫓기고, 시달리는 검사가 없다는 얘기와 같다. 그래서일까? 일주일 내내 업무에 시달리고, 치이다 보니 자기 자신과 가정에 대해선 점점 소홀해져 갔고, 급기야 공황장애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문제였다. 지적받지 않도록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지적을 받으면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탈이 난 것이다. 그리고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업무 강도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음이 분명했다. 자존심이 강한 데다가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어느 때는 우월감을, 어느 때는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남들의 칭찬이나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겉으로는 항상 괜찮은 척, 안 그런 척, 강한 척했다. 그러다 보니 신경 계통에 부조화가 왔을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의 사법시험 실패로 큰 좌절을 겪으면서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 안종오 검사는 말한다. 어차피 아픔 없는 삶이란 없다. 역경 없이 살아낸 사람이 있을까? 공황장애의 경험을 자신의 앞길을 비추는 손전등으로 사용하려 한다. 나를 뒤로 잡아끄는 장애물이 아니라 갑자기 내게 온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그래야 내 삶도 계속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그동안 겉모습만 보고 단순히 멋진 직업으로만 생각했던 검사라는 직업이 결코 녹록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찾아오는 피의자의 가족들이나, 관련자들에게 소홀히 대하지 않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안종오 검사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검사는 무섭고, 딱딱하다는 내 나름의 선입견 또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사건 이야기들과 더불어 안종오 검사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든가, 1년의 유학생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 이야기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내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늘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홀히 대했던 나의 가족... 그랬기에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가 또 생각이 나서 책을 읽다가 눈물을 펑펑 흘리기까지 했다.

책의 마지막 장 <고맙다, 지금까지 버텨주어서>는 저자 안종오 검사님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글이자, 독자에게, 나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또 가슴이 뭉클, 눈물이 훌쩍 나기도 했다. 검사로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 그리고 그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들, 그 속에 피어난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내가 얻은 것은 나 자신이다. <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너무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야. 너는 그냥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어떤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냐. 따라해 봐. '난 존재 자체로 빛난다.'


그동안 많이 아팠으니 이젠 그만 아프자. 넘어지는 연습 많이 했잖아. 그 수많은 마음의 상처들을 이젠 떠나보내자. 안 아픈 척하느라 수고 많았어. 이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자. <.......>오늘 진심으로 이 한마디 하고 싶다. 정말 고맙다. 지금까지 힘껏 잘 버텨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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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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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관의 살인>은 아야츠지 유키토의<관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임과 동시에 1기 마지막 작품이다. 1기 작품 중 네 번째 작품인 <인형관의 살인>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시계관의 살인>이 가장 재미있었고, 시리즈 중 평도 가장 좋고, 그래서인지 <일본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계관의 살인> 역시 반복 교차되는 '이중구조'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각의 시간을 형상하는 12개의 방과 시계추 모양의 진자의 방이 있는 독특한 구조의 '구관'과 '신관'이라는 두 곳의 물리적 공간이 바로 서술의 중심축이다. '시계관' 역시 '故 나카무라 세이지'가 일본 전역에 지었다는 기괴하고도 독특한 건축물들 중 하나이며, 이곳의 주인은 일본의 대표적인 시계회사 '고가 정계사'의 전 회장인 '故 고가 미치노리(63)'였다. (지금은 그의 아들 '고가 유키야'(17)가 '시계관'의 현 주인이다.) 그는 자신의 딸 '故 고가 도와(14)'를 위해 시계관을 설계했는데, <관 시리즈>를 읽다 보면 도대체 왜 이런 독특하고 기괴한 건축물들을 지은 걸까?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다행히 작가는 '시마다 기요시'를 통해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해 준다.


....

"내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지금 한 이야기와 같은 레벨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딱히 거기서 무슨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가 지은 건물에는, 글쎄 뭐랄까, 이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롭고 자 하는

어떤 장이 존재한단 말이야. 그런 기분이 들어.

거기에는 물론 설계를 의뢰한 '인간이 사육해 온 악몽'도 다분히 섞여 있을 것이고,

아니 오히려 그쪽이 메인인지도 모르지.

수차관의 주인이었던 후지누마 기이치, 미로관에 살고 있었던 그 선생의 경우에도, 말하자면 세이지는

그들의 '고독한 환상'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를

그런 관의 형태로 만든 것인지도 몰라.

그 점은 시계관을 지은 고가 미치노리도 예외는 아닐 거야.

.

.

<345page>


3년 전 <십각관의 살인>에서 대학생이었던 '가와미나미'가 이제는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재등장 하는데, 무척 반가웠다. '카오스'라는 잡지를 펴내는 '희담사'의 신입 편집자로 재직 중인 그는 '시마다 기요시'가 '시시야 가도미'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회사에 추리소설을 낸 것에 대하여 반가워하면서도 한 가지 부탁을 한다. '故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시계관'에 소녀의 원혼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 진상 파악을 위해 교령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혹 시간이 되면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희담사 직원들, W대학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원들, 초능력자 '고묘지 미코토'는 먼저 '시계관'을 방문하고 108개의 시계로 가득 찬 '구관'에서 교령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날 밤 '가와미나미'는 진자의 방에서 '미코토'가 누군가와 다투는 소리를 듣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다음 날, 구관의 출입열쇠를 가지고 있던 '미코토'가 사라진 것을 시작으로 밀실이 되어버린 구관에선 정체불명의 살인자에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임을 당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시계관'에 합류하게 된 W대학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원 중 한 명인 '후타나시 료타'와 '시마다 기요시'(=시시야 가도미)는 '구관'으로 가지 않고 '신관'에 머물면서 관리자인 '사요코'를 통해 10년 전 '시계관'에서 연이어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신관에선 '시마다 기요시'가 10년 전 사건을 추적하는 한편, 구관에선 '가와미나미'가 밀실 속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나간다. 결국 10년 전 발생한 사건은 현재 발생한 사건과 전혀 무관치 않은데, 어쨌든 한 곳은 죽음과 공포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고, 한 곳은 큰일 없이(약간의 수상쩍은 일들은 있지만) 돌아가는 일상의 장이 되어버린 이 극명한 상황이라니. 읽으면서 뒤늦게 합류한 '후타나시'가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는지 모른다. 휴.............


<시계관의 살인>은 밀실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물리트릭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가장 충격적이고 큰 비중을 두었던 트릭은 이 '공간'이 아니다. 어쩌면 책의 제목에서도 그 암시하는 바를 충분히 알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저 눈에 보이는 실체만을 쫓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실체만을 쫓고, 그것을 현실이라 명명하며, 그 틀안에서 안심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라는 어쩌면 관념적인 것조차도 '사물화'(=실체화) 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시계가 아닌가? 그리고 완벽하게 시간을 통제했다고, 통제하고 있다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리석게도. 그래서일까? '故 고가 미치노리'의 딸에 대한 집착과 사랑으로 세워진 <시계바늘이 없는 시계탑>의 모습은, 결코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유한함을 느낌과 동시에 애달프기까지 했다.

마지막, 침묵의 여신이 노래할 때 독자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스펙터클한 장관이었다. 시간의 감옥에서 해방된 그녀의 영혼이 마침내 영원한 안식을 이루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니... 1기 전 시리즈들 보다 꽤 두꺼웠던 <시계관의 살인>이었지만, 흡입력 있게 잘 읽혔고, 무엇보다 '시마다 기요시'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았던 책이다. 덕분에 서평이 조금은 길어지겠지만, 그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아 아래 적어두도록 한다.



"시시야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이하생략)

"그렇지만, 주의주장이란 관점에서 마음속으로 전혀 믿지 않고 있을 거야.

물들어 있으니까 말이지.

이른바 과학적 사고란 것에 말이야. 하지만, 무조건 비과학적이라고 부정하는 것은

현대인의 구제받을 길 없는 교만이란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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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page>




"우리들이 평소에 굳건하다고 믿는 이 현실이 실은 얼마나 위태롭고 빈약한 균형 위에 성립되어 있는 것인지를 말이야.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현실은 절대로 견고한 실체가 아니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사회라는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에 지나지 않아."

"환상이오?"


"현실이란 이름의 거대한 환상을 만들어내서 만인으로 하여금 분명한 실체라고 인정하게 하고,

또 믿도록 최대한 압력을 가하는 일이 이 사회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인간들에게 안정이 공급되는 셈이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이 도식은 변함이 없어.

그러나 동시에 종종 그것이 일종의 지배 - 통제의 장치로 과잉되게 기능하는 것 또한 사실이지.

결과적으로, 그런 도식을 인정조차 하지 않고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라고 단언하면서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 소인배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게 되었어.

그들은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현실에 불만을 터뜨리는 자가 나타나면,

거의 신경질적으로 과민반응을 일으키지.

맹목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화를 내고, 그들을 배제하고, 매장시키려고 해.

그런 모습을 보고 웃는 것은 언제나 그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그 거대한 지배 = 통제 장치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뽑아내려고 분주한 패들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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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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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수호자 수호자 시리즈 1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김옥희 옮김 / 스토리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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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의 수호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환상적인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된 <동양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판타지 모험담>이었는데,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에하시 나호코의 수호자 시리즈는 총 12권으로 현재 제4권 '허공의 여행자'까지 출간되었다. <정령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신의 수호자>는 '단창의 바르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30대의 여성무사가 주인공이며, <허공의 여행자>, <푸른 길의 여행자>는 신요고 황국의 제2황자 챠그무가 주인공이다.

 

보통 판타지 문학이나 작품의 경우 10대 소년,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령의 수호자 속 주인공인 무사 '바르사'는 30대 여성이다. 출간 당시 출판사 측에서도 난색을 표했다고 하는데, 작가 '우에하시 나호코'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공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인생 경험이 풍부하며, 어린 생명을 푸근히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성애를 지닌 여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했다 한다. 나 역시 당시 애니메이션을 접했을 때에도 그랬고, 책을 읽을 때에도 주인공이 나와 같은 30대 여성이어서 보다 친근감이 가고, 공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령의 수호자 속 스토리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주인공 '바르사'는 북방의 칸발 왕국 출신으로 어렸을 적 아버지가 궁중 암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게 되면서 아버지의 친구 '지그로'의 손에 무사로서 길러지게 된다. 이후 '지그로'마저 목숨을 잃게 되자 '바르사'는 고향인 칸발 왕국을  떠나 사람들을 경호하면서 번 돈으로 세상을 떠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르사'는 우연한 계기로 신요고 황국의 제2황자 '챠그무'의 목숨을 구하면서 제2황비의 은밀한 부탁을 받게 된다. 바로 '챠그무'의 호위무사가 되어달라는 것. 알 수 없는 것의 알을 품은 제2황자 '챠그무'가 부황으로부터 몇 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아 왔고, 이번 사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르사'는 이를 받아들이고 '챠그무'의 몸속에 존재하는 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주술사 '토로가이'를 찾아가게 되고, 이는 '늉가로임의 알' 즉, 물정령의 알임과 동시에 '챠그무'가 이를 수호하는 '정령의 수호자'로서 선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챠그무'가 품은 알은 나라의 가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느 것이든 자기가 선택한 역할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자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정령의 수호자 늉가로차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자 묵직한, 주체할 길 없는 분노를 느끼며 챠그무는 또다시 처음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왜 나일까?


왜 나일까? 수없이 자문해 보고 괴로워했지만, 이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챠그무'는 깨닫게 된다.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지금의 이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겠다고. '바르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객으로 온 친우들을 베어넘기며 살아남았던 '지그로', 당시에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 또한 '챠그무'를 구하고 지켜내면서 '지그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굴곡진 삶을 살아왔지만 따뜻한 심성을 갖고 있는 '바르사'와 어리고 연약하지만 점차 강인한 성인으로 성장해 갈 '챠그무', 험난하지만 따뜻한 둘만의 여정 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왜냐고 물어도 알 수 없는 뭔가가 갑자기 주변 세계를 바꿔 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 커다란 손아귀 안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아무런 후회가 없는 삶 따위는 있을 수 없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라 말하지만, 위 말처럼 아무런 후회가 없는 삶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언제나 뒤돌아보면 늘 후회로 남아있는 것이 누구나의 삶이다. 차그무의 삶과 선택도, 바르사의 삶과 선택도 돌아보면 후회 따윈 없는 삶이나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삶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옳다고 생각한 믿음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제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하는 마지막 장면은 담담한 듯 슬펐지만, 이 헤어짐이 결코 끝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슬픔을 떨치고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바르사, 나를 챠그무라고 불러줘. '안녕, 챠그무'라고 말해줘."

바르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안녕, 챠그무".

챠그무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 안녕, 바르사, 탄다, 토로가이 님.....고마워."

탄탄한 세계관과 건국신화, 다양한 민족 문화에 대한 생생한 묘사, 여러 나라의 역사와 정치적 관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게 곁들여진 <수호자>시리즈. 이는 분명 여느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부분이다. 특히 <정령의 수호자>라는 제목처럼 모든 만물에 소생하는 정령의 존재는 결코 황당한 것이 아닌 오히려 작품의 세계관 속에 녹아있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경의임을 알 수 있다. 그럼, 다음권 <어둠의 수호자>로의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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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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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하고 있는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님의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미로관의 살인>이다. 기존의 두 작품 <십각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이 섬과 육지, 과거와 현재라는 이중적 교차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미로관의 살인>역시 소설과 소설 속 소설(즉, 액자소설)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관 시리즈> 기존 작품들에서 '탐정'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시마다 기요시>에게 어느 날, 한 권의 책이 배송된다. 발송인은 <시시야 가도미>로 책의 내용은 1년 전 일어났던 '미로관의 참극'을 쓴 것이다. 당시 <시마다 기요시>는 이 사건과 관련된 경험자이기도 했다. 작가인 <시시야 가도미>는 책의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으며, 탐정 역할을 했던 <시마다 기요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힌다.

이제 독자들은 소설 속의 소설인 <시시야 가도미>의 <미로관의 살인>을 통해, 1년 전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조우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보통의 액자소설의 경우 스토리를 통해 액자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로관의 살인>은 실제 책 중간에 <시시야 가도미>의 <미로관의 살인>이 '물리적인 형태'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시야 가도미>의 <미로관의 살인>이 끝나는 마지막 장에 인지, 몇쇄, 지은이, 출판사 등의 정보가 실제 책과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인데, 심지어 같은 장 마지막 부분엔 * 이 페이지는 잘못 끼어든 것이 아닙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순간 책이 주는 긴장감을 잠시 잊고, 피식 웃어 버렸다. 이런 귀여운 디테일이라니.


추리소설계의 원로 대가이자 미로관의 주인인 <미야가키 요타로(60)>는 자신의 환갑잔치를 맞아 사람들을 초대한다. 초대된 인물은 다음과 같다. 추리작가이자 후배인 <기요무라 준이치(30), <후나오카 마도카(30)>, <하야시 히로야(27)>, <스자키 쇼스케(41)>와 평론가인 <사메지마 도모오(38)>, 추리소설 마니아 <시마다 기요시(37)>, 그의 오랜 전담 편집자인 <우타야마 히데유키(40)> 마지막, 남편 따라 함께 미로관으로 오게 된 아내 <우타야마 게이코(33)>까지 총 8명이다.

<故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기괴한 건축물인 미로관에 모인 사람들. 그러나 <미야가키 요타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그의 비서인 <이노 미쓰오(36)>가 <미야가키 요타로>의 자살소식과 함께 그의 유언을 전한다. 내용인즉, 4명의 추리 소설가들에게 최고의 추리소설을 쓰라는 것. 심사는 <우타야마 게이코>를 제외 한 3명의 사람들이 하고, 1등이 된 사람에게 자신의 막대한 유산을 넘겨 주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을 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이는 앞으로 있을 연이은 살인 사건과 무관치 않다. <미노타우로스>로 불리는 응접실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스자키 쇼스케>를 필두로 나머지 추리 소설작가들이 자신들이 쓴 소설 속 표현대로 하나씩 살해되고, 유일하게 열쇠를 가지고 있던 비서 <이노 미쓰오>마저 종적을 감추고, 전화선까지 끊기며 미로관은 완벽한 밀실 상태가 된다.


* 

정신을 차리니 어두운 미궁을 홀로 방황하고 있었다.
온통 회색으로 칠해진 좁은 통로, 울퉁불퉁한 벽면에서 흔들리는 희미한 불빛.

바닥에 길게 뻗은 자기 그림자가 걸을 때마다 크게 흔들리며 형태를 바꾸고,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맞추어 괴상하게 춤을 추었다.

'...... 여기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곧게 뻗은 긴 복도가 아득한 저편에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아...... 여기는?'

*

 

자신의 방조차 찾기 어려운 복잡하게 얽힌 미로관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언제 살해당할지 모를 공포와 불안감 속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시마다 기요시>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씩 단서들을 조합하여, 밀실 트릭과 범인을 밝혀냄으로써 <시시야 가도미>의 <미로관의 살인>은 끝을 맺는다. 그러나 소설이 끝난 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밝혀지는 반전과 진짜 범인. <시시야 가도미>의 <미로관의 살인>은 진범에게 읽히기 위해 썼던 것인데, 사실 소설 속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진범이 아니었던 것. 작가인 <시시야 가도미>는 진범을 알고 있었고, 이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진 않았으나 소설 속 함축적 표현들을 통해 진범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로관의 살인>은 앞선 <십각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에 비해 공간적 특성을 훨씬 더 잘 살린 작품이다. 더불어 범인 감추기를 위한 서술트릭 또한 한몫했는데, 이는 사실 평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수께끼의 저자 <시시야 가도미>그는 누구인가? 하는 것인데, 이 또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과 반전의 연속, 밀실 속 물리트릭과 서술트릭의 조화. 한순간도 독자를 책 속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이 작품 역시 별 다섯! ★★★★★


- ​ps

<아리아드네의 실>

: <아리아드네>로 불리는 넓은 홀 앞에 <아리아드네의 실꾸리>를 들고 있는 동상이 있다. <시마다 기요시>는 이 동상이 상징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밀실트릭을 밝혀낸다. 개인적으로 이와 관련된 신화를 찾아 정리해 보았다. < 아테네 최고의 화가이며 조각가인 <다이달로스>가 조카를 살해한 죄로 아테네에서 추방당하여 크레타 섬으로 건너왔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그를 크게 환영하였고, <다이달로스>는 보답으로 인공의 암소를 바쳤다. 그런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미노스 왕>에게 선물한 황소에게 욕정을 느낀 <파시바 왕비>는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다이달로스>가 만든 인공 암소의 몸속으로 들어가 황소와 교미를 했고 그 결과, 몸은 사람에 머리는 소인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태어나게 했다. <미노스 왕>은 이 괴물을 부끄럽게 여겨 <다이달로스>로 하여금 라비린토스라는 지하 미로를 만들게 했는데, 한 번 사람이 들어가면 두 번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 안에 갇혀 <미노스 왕>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아테네인들이 공물로 받친 사람들을 먹고살았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 <테세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크레타 섬으로 건너온다. 그리고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드네>와 사랑에 빠지고,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라비린토스에 들어갈 즈음 실꾸리를 건네준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그녀가 건네준 실꾸리 덕분에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오게 된다. 즉, 신화 속 <아리아드네의 실꾸리>는 어떤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의미한다는 것이 포인트.> 여러모로 <미로관의 살인>은 신화까지 곁들여 재미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켜 준 멋진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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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본깨적 - 평범한 직장인이 대체 불가능한 프로가 되기까지
박상배 지음 / 다산3.0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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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곳에서 일어서려면 우리를 넘어뜨린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합니다.

삶을 바꾸고 싶으면 지금의 삶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 구본형


현장 본깨적이란, 현장에서 보고, 깨닫고,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왜 본깨적인가?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현장에서 살아남아 제대로 된 노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청년 실업률 증가, 경기 침체 등 현실은 녹록지 않고, 마음과 미래는 불안하다. 현장 본깨적은 그 불안함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금 현재 당신이 몸담고 있는 현장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것. 평균 52세를 기준으로 경쟁력에 밀려 퇴직을 강요당하거나, 퇴직 후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현장의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선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좇아 <현장 본깨적>속으로 길을 떠나보자.

 

<현장 본깨적>은 <왜 본깨적인가>에 대한 장과, 업무력, 실행력, 현장으로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본깨적을 해야하는 이유와 나이에 따른 일의 4단계, 100세 현역들에 대해 설명한다. ​50세가 넘어서까지 여전히 내가 해왔던 직업을 갖고 현장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누구나 드는 의문이고, 불안함일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나이로 여전히 현역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 READY 업무력

제2장 업무력에선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업무 실행력 8주 프로젝트>에 임하기 앞서 <자신의 업무력>을 점검할 수 있는 장이다. 먼저 독서 본깨적으로 의식 수준을 점검해 보는데, 저자는 <의식 수준 향상을 위한 추천도서> 20권을 초급, 중급 단계별로 구분해 놓았다. 자신의 독서수준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읽어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의식 수준을 깨닫고, 의식이 변하기만 해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그것은 곧 성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을 '선택적 지각'이라고 하는데, 일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아이젠하워의 원칙> 즉, 업무를 쪼개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알고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도식화하니 좀더 실질적으로 다가와 도움이 되었다.

 

 

업무를 쪼개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파악했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쓰레기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다. 위 표를 보고 나의 직업과 관련하여 업무들을 대입해 보았더니 은근히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내가 잘할 수 없는 일들에 매달렸던 경우가 꽤 많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시간낭비인지.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모든 일을 끌어안지 말고 버려야 할 일은 버려야 한다. 숲 속에 큰 나무를 키우려면 큰 나무 사이에 있는 작은 나무를 솎아내야 한다. 일을 할 때도 내가 하는 일 중 큰 나무가 무엇이고 작은 나무는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다음 과감하게 작은 나무를 버려야 한다."

 

우리가 성과를 내기위해선 <Project>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업무를 프로젝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가벼운 예로 단순포장 업무를 생각해보자. 아무 생각없이 반복적으로 포장만 한다면 이것은 노가다일 뿐이지만, 꼼꼼한 포장으로 올 연말까지 상품 훼손 5퍼센트 줄이기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포장을 한다면 이는 더 이상 노가다가 아닌 <프로젝트>가 된다. 포장 중 상품을 덜 훼손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와 같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Stress>부분인데 웹디자이너로 몸담고 있는 나의 경우, <중요한데 내가 잘할 수 없는 일>들에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두려움까지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물론 나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역시나 실행력이 문제였을 뿐) <현장 본깨적>에서도 이야기한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스트레스 영역에 있던 일을 프로젝트 영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 저자 또한 OA를 못해서 자신의 무능함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혀 어느 정도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줄었다 한다.

마지막 <Hobby>부분이다. 중요하진 않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아마 누구나 꿈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 그러나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계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나 역시 웹디자이너로 업을 삼고 있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독서과 글쓰기이다. 이것을 업으로 삼을 수가 없는 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해서 (어쩌면 당장)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취미를 성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종종 전혀 다른 세계와의 부딪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SET 실행력

제3장에선 실행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3가지를 제시한다.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실행력 장에선 총 12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테마 부분만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다. <자기규정이 곧 실행력이다>에선 실행력을 높이려면 부정적인 자기규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잠시 책 읽기를 중단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유유자적(어떤 의미론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 부족, 끈기 부족, 남에게 의지하려는 성향 (남 = 남편 등X 먹고 있는 ㅠ), 본인 관심 밖의 일에 대해선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 어른을 별로 공경하지 않는 것, 남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 등등 하.. 감자 캐듯 계속 나오는 것이다.

 

이런 나의 부정적인 자기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성과를 제대로 낼 수도 없을 뿐더러 인생조차도 우울해 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도한 자기 긍정도 위험하다고 하니 "건전한 자기규정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주변에서도 도와주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규정은 오히려 주변 사람을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부정적이지도, 과장되지도, 허황되지도 않은 건전한 자기 규정만이 행동을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일주일 중 하루는 다르게 살기>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평소의 나대로 살다가 최소 일주일에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보는 것'이다. 이유는 변화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고 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보는 것'은 변화에 대한 내성을 주기위함이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학습하는데 관여를 하는 부분인데, 특히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활성화 된다고 한다.

<확실한 성과를 내는 8주 프로젝트> 보통 신년이 되면 신년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들론 다이어트, 금연, 영어공부와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처음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들이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경우를 많이들 경험하곤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닌데, <현장 본깨적>에선 작심삼일을 떨쳐낼 비장의 무기로 8주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위 표의 양식을 참고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일단 8주 동안 이루려는 목표를 적고, 가능한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게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전술부분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는다.

 

긴 기간을 설정하고 목표를 세우면 다소 욕심을 부리게 되고, 지나치게 많은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현실 가능성이 없는 과한 목표를 세워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간을 8주로 한정하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거품을 뺄 수 있다. 물론 모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 때문에 8주 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만 선택하고 집중하면 된다. 자격증 시험공부와 같은 것이 대표적일 수 있고, 성과나 실행이 긴 것들 (영어공부, 다이어트, 책 읽기 등등)은 8주라는 간격으로 나누고 세분화해서 목표를 쪼개면 될 것이다. 중간중간 작은 성과들은 자신감을 줄 것이고, 마지막 어느 순간엔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꿈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 GO 현장으로

마지막 4장 <현장으로>에선 저자 자신과, 저자의 멘토 강규형 대표, 한현모 대표, 김수용 대표 등 자신의 현장에서 어떻게 현장을 장악하고, 성과를 끌어 올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장이다. 3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페이지로 읽기에 부담이 없었고, 일과 성과, 현장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현재 나는 현장을 떠나있는데, 현장이라는 것이 비단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나의 인생 역시 내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위 책에서 읽고,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모든 일들을 실행하고 성취해 나간다면 나의 가정과, 나의 인생이 어제보단 나은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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