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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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제목만 봐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급! 흥미진진할 것 같지 않나요?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라떼부터 역사는 시험용으로만 공부를 해왔던 저였기에 솔직히 잘 모릅니다. 달달 외웠던 역사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뇌에서 증발해 버리니까요. 학생 신분이 아닌 지금의 가장 큰 장점은 시험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있는 책으로 역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천년 신라가 무너지고 고려왕조를 세운 태조 왕건부터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까지 고려를 거쳐간 34인 왕들의 역사를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돋보기 삼아 그들 내면을 들여다보는 볼 수 있는 책입니다 :)



목차를 살펴보면 1장부터 9장까지 고려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으며, 시기별로 각 왕들을 묶어 부제목에 그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해 놓았습니다. <집단 무의식의 형성기>인 1장은 후삼국의 대표적인 인물 궁예와 견훤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 시기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던 궁예는 자기 안의 그림자를 다스리지 못해 무너진 반면 현종은 그 그림자를 잘 다스려 성군이 되었습니다. 2장 용인술의 천재 태조 왕건, 3장 자아의 여러 빛깔 (혜종, 정종, 광종, 경종), 4장 건강한 자아의 형성 (성종, 목종, 현종, 덕종, 정종), 5장 인간의 본성과 행동 유발 동기 (문종, 순종, 선종, 헌종, 숙종), 6장 승화 또는 모방과 미숙함 (예종, 인종, 의종), 7장 방어 기제와 성숙 (명종, 신종, 희종, 강종, 고종, 원종), 8장 경계선에 있었던 왕들 (충렬왕~충정왕), 9장 빛과 그림자 (공민왕, 우왕, 창왕, 공양왕)까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고려라는 시대가 안고 있는 정치 상황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왕의 업적이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집중을 했었다면, 이 책을 만난 후에는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고려를, 왕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고 있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상태를 간과했었던 것이죠. 부모와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 등 왕, 그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형태에 따라 인격이 형성되고, 자아가 발달하고 때로는 상처받은 내면의 영혼을 간직한 미숙한 성인이 되기도 하고. 결국 사후 성군 혹은 폭군이란 이름으로 기록된 왕들. 

폭군이란 이름 속에 감춰진 남모를 슬픔과 고통의 그림자, 성군이란 이름 속에 감춰진 인고의 시간 등 그들 내면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다양한 심리학 용어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고려를 세운 사람은 왕건이지만 개국의 주춧돌을 놓은 것은 왕건의 아버지 왕륭이었습니다. '호시우보'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멀리 내다보며 꿈을 품었으나 실제 행동은 소처럼 신중하고 우직하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고려 개국을 이끈 셈이었죠. 만족 지연 능력은 '자기 조절'과 '자기 통제'가 바탕이 되는데 궁예도, 견훤도 갖추지 못한 능력이었습니다.

바넘 효과, 확증 편향, 방어 기제로서의 투사,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마이어스와 브리그스가 연구, 개발한 성격 유형 지표인 MBTI, 터널 시야 현상, 인지 부조화 등 34인 왕의 심리학적 진단을 토대로 고려라는 거대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되고,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고, 저 역시 다양한 감정을 갖고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공민왕의 이야기였지요. 너무도 잘 알려진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 이야기. 이 또한 심리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공민왕의 나약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의 지배를 벗어나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고려를 꿈꿨던 개혁의 군주. 사실 이 꿈의 주체가 공민왕 그 자신이었다면 노국공주 사후 공민왕은 쉽게 스러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신분석 학자 로버트 존슨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라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면 두 가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내 안의 어둠을 타인에게 전가해 해를 끼치고, 내 그림자를 내던져 버림으로써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 그림자를 대하는 원칙은 우선 직면해서 수용하고, 그다음으로 함께 가볍게 춤을 추는 것입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그림자와 춤을 추어야지, 휘둘려선 안 된다는 것이죠. 공민왕은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은 신돈에게 휘둘리고 결국 개혁의 꿈도 물거품이 되어버렸지요. 

만약 공민왕 그 자신이 꿈의 주체가 되고, 내면의 그림자를 떨쳐 이겨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비단 공민왕뿐 아니라 조선의 정조(정조 이후는...ㅠㅠ), 소현세자 등등 정말 위대한 왕,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위인들이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건들로 막을 내린 경우들이 참 많잖아요. 역사를 '만약에' 추측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해 보고 추측해 봅니다. 아... 어린 시절 좀 더 따뜻한 부모가 되어 주었다면, 다정하게 안아 주었다면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를 간직한 체 성장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들고 ㅎㅎ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고, 어떤 인간이 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상 심리학적 고찰로 들여다본 고려 왕들의 이야기이자 역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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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공을 잡아라 즐거운 그림책 여행 14
김점선 지음, 김도아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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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아들과 참 즐겁게 읽은 가문비어린이 출판사 김점선 작가님의 <빨간 공을 잡아라>입니다. 어제저녁 잠자리 독서로 아들을 앞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라 엄마인 저는 아주 깜짝 놀랐답니다. 어떤 장면에서 아들이 까르륵~ 빵빵 터졌거든요. 덩달아 저도 뿌듯했고요 :)



어느 날 골목 쪽에서 남매 앞으로 빨간 공이 데굴데굴 굴러옵니다. 누나는 그냥 지나치려 하지만 남동생은 빨간 공에 큰 흥미를 느끼며 공을 쫓아가지요.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따라 들어간 그곳은 <푸른 조각 공원> 빨간 공을 찾기 위한 남매의 작은 모험이 시작됩니다. 조각 공원의 나무들은 공원의 이름처럼 다양한 동물 모양들로 가꿔져 있습니다. 새, 악어, 하마, 곰 등등 (이떤 어떤 동물 모양으로 가꿔져 있지? 아들에게 물어도 보고~)

하늘은 파랗고, 온통 초록빛 세상 속에서 남매는 마냥 신나기만 합니다. 빨간 공인 줄 알고 보았으나 무당벌레이고, 풍선이고, 앵두이고 ㅎㅎ 빨간 공을 찾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가는 곳곳마다 남매는 작은 사건들을 마주합니다. 그 장면들 속에서 아들은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처럼 공감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누나가 빨간 원숭이의 습격(?)을 받습니다. 누나의 얼굴 위로 앉아 버린 장난꾸러기 빨간 원숭이.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보았는데요. 아들이 여기서 빵 터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의 상황을 파악한 남동생의 특단의 조치!!! 와 ㅋㅋㅋㅋ 저도 여기서 터졌는데 말이죠. 아들은 전보다 더 크게 웃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퇴근한 아빠가 왔는데도 책에 빠져서 인사조차 하지 못한 아들이었습니다. (서운한 아빠 얘기는 뒤로 ㅋㅋㅋ) 뭐랄까? 책육아를 지향하는 육아맘으로서 이럴 때가 가장 행복하고 뿌듯하지요. 좋은 책을 선택해서 읽어줬는데 반응이 폭발적일 때 말이죠. ㅎㅎㅎ 자~ 그럼 남매는 빨간 공을 찾았을까요? 네~ 빨간 공을 찾았지만 남매는 그냥 조각 공원을 뒤로하고 나옵니다. 뒷장에는 더 이상 설명없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그림을 통해 독자가 결말을 상상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빨간 공 덕분에 조각 공원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누나와 작지만 소중한 추억도 만들게 되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그곳 공원에 남겨두고 온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빨간 공이 어떤 OO 모양의 나무에 안겨 있었거든요. 마치 남매가 고맙다고 즐거웠다고 선물이라며 남겨준 것 같은 그럼 느낌의 마지막 그림이었답니다.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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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아이 소원우리숲그림책 10
박종진 지음, 서영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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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호기심이 많을 5세 우리 아들. "엄마 이건 왜 그런 거예요?", "왜요?", "엄마 이건 뭐예요?" 정말 질문이 끝도 없습니다. 대답을 해주면 그 대답에 또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대답을 해주지만 가끔(?) 영혼 없이 대답을 해줄 때가 있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말이죠. 그런데 <질문하는 아이> 책 속의 엄마는 아이에게 다정하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대답을 해주더군요. 와.. 나랑 비교되는 것 무엇! 그리고 언제 질문을 맺고 끊는지도 아는 현명한 엄마의 모습에서 전 오늘 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나도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 엄마인 저야 거의 반백년을 살았지만 우리 아들은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47개월인데... 얼마나 궁금한 것들이 많고, 의문들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기고 할까요?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해줘야 하는데. 이게 또 말이 쉽지 참 육아란 것이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내 자식인데. 힘들다고 귀찮다고 영혼 없이 대답하고, 아이의 무한한 호기심을 눌러버리게 되면 그건 결국 아이의 충만할 미래를 눌러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책 속 아이는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합니다. 어른인 저는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궁금해하고.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 혹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서 질문을 하지? 하는 것들 말이죠. 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제가 어렸을 때도 질문을 아주 많이 했다고 합니다. 동네 할아버지가 도망갈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이 없는 아이가 되어 버렸을까요? (라떼의 주입식 교육이 날 망쳤돠! 이 얘길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만 끝내고 ㅎㅎ)

내 안에는 궁금한 게 많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자주 질문을 해요.

그러면 엄마는 손가락을 한 개 펴요.

"우선 옷부터 입고!"

아이의 질문에 깊게 공감하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답을 해주는 책 속의 멋진 엄마. 아이와 길을 걸으며 가는 내내 짜증 한 번을 안 냅니다. 아, 물론 동화니까 그럴 수 있지만 현실 속에서도 이런 멋진 엄마들은 분명 많을 거예요. 그리고 아이와 엄마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은 그칠 줄 모르죠. 그때 저라면 좀 짜증을 냈거나 화를 냈을 것 같은데. 책 속 엄마는 현명하게 아이의 질문을 역이용합니다. 

내가 다시 질문을 하려고 할 때예요.

엄마가 손가락 하나를 펴요.

"잠깐만, 이번에는 엄마가 질문할게. 우리가 여기 왜 왔지?"

오늘부터 손가락이다! 아이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동작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말! 역으로 아이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조잘조잘 질문을 쏟아내던 아이는 잠시 질문을 멈추고 엄마의 질문에 곰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질문보다 더 중요한, 먼저 해결해야 할 일부터 해야 하는 것이죠. 유아그림책이지만 엄마인 제가 아이의 마음, 아이의 시선에 맞춰 배울 게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전 그림책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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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시계탑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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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작가님의 신작 <약속의 시계탑>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내지는 반은 번역본, 반은 영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향후 영어 공부를 위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11시 59분에 멈춰서 있는 시계탑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시계를 돌보고, 시계에 대해 잘 아는 '틱톡'이라는 친구가 살고 있었지요. 시계 수리공이 찾아와 고쳐 주려 해도 시계는 고장 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틱톡'. 틱톡이 살고 있는 시계탑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고장 나지 않았다고 하는 시계는 왜 11시 59분에 멈춰있는 것일까요?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갑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계를 돌보는 틱톡에게 날아든 소식 하나. 불새의 공격으로 마을이 불타버려 고아원에 살고 있는 '니나'가 틱톡이 있는 마을로 오게 된 소식이죠! 사랑스러운 '니나'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사랑했지요. 틱톡과 니나는 시계탑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옥신각신. 원래 사랑이 꽃피우기까지 거치는 과정이 있잖아요. ㅎㅎ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더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게 됩니다. 

날마다 그들은 시계탑 안에서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계탑 창을 통해 은빛 별똥별과 밤하늘을 나는 배달부와 산타클로스도 보았다.

그들은 시계탑 안에서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와

하늘의 오르골에서 쏟아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는 틱톡에게 한 가지 사실을 고백합니다. 자신의 팔에 자라고 있는 '불꽃 나무'에 대해서 말이죠. 저주에 걸린 북섬에서만 자라는 불꽃 나무는 예전에 니나의 엄마를 집어삼킨 적이 있었죠. 그러나 틱톡은 그런 니나를 피하기는커녕 그녀를 위로해 줍니다. 그리고 둘은 약속을 하죠. 시계가 12시 자정을 알리는 소리를 함께 듣기로 말이죠. 아.. 왜 비극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일까요. 니나의 마을을 덮쳤던 불새가 이번에는 틱톡이 사는 마을을 덮칩니다. 니나는 행방불명이 되고, 틱톡은 니나를 찾아 헤매지만 그녀를 찾을 순 없었지요. 시계탑 안에서 니나를 그리워하며 슬피 우는 틱톡... 그런 틱톡의 슬픔과 간절한 마음이 시계탑의 시계에게도 전해졌을까요?

시계는 11시 59분에 멈춰버립니다. 마치 틱톡과 니나가 언젠가 함께 자정을 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이죠. 틱톡과 니나는 약속을 지키고 자정을 알리는 시계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이라도 누군가의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이 더해지면 그런 마음들이 사물에도 깃들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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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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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와 대지를 향해 팔을 벌린 풀들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거릿 D. 로우먼의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는 제목부터 뭔가 가슴 한쪽이 아릿해져오는 느낌을 받은 책입니다. 예전에 호프 자런의 <랩 걸>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책도 뭔가 저에게 많은 영감과 수많은 감정들을 불러오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겉표지를 보면 40년 동안 숲 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있습니다. '우듬지란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란 뜻으로 결국 맨 꼭대기 줄기 위에 올랐다는 뜻인데요. 이 문장이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큽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나무 하층부만 관찰하며 숲 건강을 추론하던 과학계에서 나무의 95퍼센트에 해당하는 나무 상층부, 숲 우듬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최초의 여성 과학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즉, 늘 발밑만 쳐다봤던 과학계의 새로운 지각변동이었던 것이죠. 그녀는 우듬지로 오르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을 고안해 냈고, 성공했습니다. 우듬지에 올라 바라본 생태계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녀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무가 건강해야 숲이 건강하고 숲이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하고 결국, 인간의 삶이 건강하게 되는 것인데. 너무나도 당연한 이 진리를 인간은, 가끔 망각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지구 건강이 숲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숲 우듬지는 산소를 생산하고, 담수를 여과하고, 햇빛을 당분으로 전환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며, 무엇보다 이곳에는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 도서관이 자리한다. 전기 배전망이나 정수장과 달리 지구 건강을 지키는 이 복잡한 삼림 기계를 유지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세금이나 자금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만 이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간의 파괴 행위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16page

<랩 걸>의 호프 자런도 어렸을 적 아버지의 실험실을 놀이터 삼아 놀았던 것처럼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의 저자 마거릿 D. 로우먼 역시 숲을 놀이터 삼아 놀았습니다. 향후 그녀에게 많은 영감을 전해 줄 진귀한 보물들이 숲엔 가득했으니까요. 오감을 활용해 만지고, 느끼고, 표본을 만들기도 하고. 숲은 그녀의 세상이자 사랑이었습니다. 대학을 진학하고,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를 하며 소수의 여성 과학자들에게 많은 조언과 영감을 주기도 했지요.

첫째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교훈으로, 나는 대개 혼자서 자연을 관찰해 지역 야생화는 물론 새알에 관해서도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었으며, 그 시절 내디딘 걸음마가 현장 생물학 전문가가 되는 길로 이어졌다.

둘째는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라'라는 교훈으로, 처음에 뒤뜰에서 자연을 배우고 나중에 지구 생태계로 시야를 넓힌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유능한 현장 생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43page

단, 과학자 앞에 '여성'이라는 성은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과학계에 그녀가 겪어야 할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유리 천장 깨기. 결혼 후 시어머니와의 갈등 또한 여성으로서 견뎌내야 할 고난과 어려움이었습니다. (육아 및 살림도 일 외에 그녀가 해야 할 것들이었죠. 왜! 여성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것인지!) 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그녀는 더 단단해졌습니다. 풍성한 숲은 초목 하나하나를 품고 있는 우리 어머니들의 따뜻한 품을 닮았지요. 그런 닮은 마음으로 저자는 더욱더 따뜻하게, 섬세하게, 사랑으로 나무를 연구하고, 돌보고, 결국 (처음에는) 그녀 한 사람의 힘으로 파괴되어가고 있는 살림의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숲을 지켜내자고 호소할 수 있는 힘도 생겼습니다.

나는 평등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여성이었지만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퇴근을 허락받기 두려웠고, 교수 회의에서 커피를 타 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감히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빨래하고, 저녁 차리고, 아들 숙제를 돕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믿었지만 많은 남성 동료는 죄책감 없이 늦게까지 일하고, 술집에서 동창들과 어울려 인맥을 쌓고, 승진을 목적으로 골프를 쳤다. 나와 여성 동료들이 현장 생물학 분야를 선도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예상에서 벗어나는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유리 천장에 부딪혀 멍 들었고, 그래서 나는 멍이 든다는 걸 예상하고 더욱 부당한 일도 참게 되었다. 동료들이 상기시켜주었듯 '멍'이라는 말은 너무 순화한 단어이며 실제로는 '베일 상처'였다. 과학계 여성들이 결국 '유리 우듬지'를 산산조각 낸 결과는 혁신적이었지만 우리는 그 깨진 유리 조각에 베여 피를 흘렸고 여성은 그런 고통을 가볍게 여기도록 훈련받았다.- 226page 

오로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나무처럼 그 자리, 그곳에서 자신의 신념과 목표만을 위해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과학자 (이젠 앞에 여성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리라.)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발밑 땅속에서 나무가 되길 소망하며 움트고 있을 작은 씨앗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귀를 기울여 보리라.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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