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할매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장준영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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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할머니의 소소한 삶 속에 녹여낸 따뜻한 그림책 <봉숭아 할매>를 만나 보았습니다. 어제저녁에도 잠자리 독서로 아들에게 읽어 주었더니 자신도 할머니의 옥상 텃밭이 갖고 싶답니다. 책장을 한 장 넘기면 할머니의 집, 옥상 텃밭의 귀여운 일러스트로 그려진 평면도가 내지를 가득 채웁니다. 뭐랄까? 할머니의 집 안과 옥상 텃밭을 몰래 엿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세미, 땅콩, 호박, 파, 고추, 고수, 봉숭아, 가지, 맨드라미, 토마토, 수박, 상추 등등 다양한 자연의 산물들을 가꾸는 할머니의 느긋하지만 쉼 없는 바쁜 손길이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다양한 자연의 산물들. 봄에는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먹으면 알싸하니 향긋한 냉이나물과 각종 쌈 채소들의 향연.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할머니의 옥상 텃밭은 싱그러운 초록 빛깔로 가득 채워집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귀여운 무당벌레와 달팽이도 할머니의 옥상 텃밭을 방문합니다. 대형 튜브에 한가득 물을 채운 후 손수 키운 수박 한 조각을 입에 배어 물며 한낮의 무더운 여름을 만끽하는 할머니의 느긋한 모습도 멋스럽습니다. 

봉숭아 꽃이 한 아름 가득 피면 꽃과 잎을 따서 할머니와 손녀의 손톱에 빨갛게 물도 들입니다. 어렸을 적 저도 보라색, 주황색, 흰색 알록달록 예쁜 봉숭아 꽃과 꽃잎을 따서 백반에 섞어 빻아 손톱 위를 빨갛게 물들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면 손수 키운 다양한 자연의 산물들을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정감 깊은 할머니의 모습도 보입니다. 겨울이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김장김치죠. 이웃 할머니들과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한 포기씩 양념을 넣어 만드는 김장김치~ 큰 통에 넣기 전 맛을 보기 위해 한 줄기 따서 돌돌 말아 입안에 넣어 맛보면~ 캬~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리면 할머니가 키우는 고양이 친구들은 눈밭 위를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할머니의 옥상 텃밭도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조용히 내리는 눈 속에 잠깁니다. 손수 키운 다양한 채소와 열매들이 한가득 모습을 뽐내는 할머니의 옥상 텃밭. 정겹고 다정하고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이곳을 저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지어 주신 따뜻한 밥상에 앉아 맛보는 자연의 맛, 할머니의 정성 어린 맛. 왠지 모르게 그립고 또 그립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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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 맑은아이 15
신영란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 맑은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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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물 출판사의 <엄마 사랑>에 이어 <아빠 사랑>을 만나 보았습니다. 엄마 사랑은 문어의 생태에 기반해 헌신적인 엄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유아그림책이라면 <아빠 사랑>은 남극의 가장 추운 곳에 자리 잡은 황제펭귄의 생태에 기반한 아빠의 굳건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유아그림책입니다. 두 발등 위에 펭귄 알이 아닌, 얼음덩이를 품고 있는 아빠의 슬픈 표정이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암시해 더욱더 책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아빠 펭귄은 엄마 펭귄이 알을 낳을 동안 차가운 바닷속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갑니다. 목구멍 속 먹을 것을 가득 담고 돌아오면 엄마 펭귄이 낳은 하얗고 뽀얀 알을 볼 수 있지요. 아빠 펭귄, 엄마 펭귄은 언젠가 태어날 아기 펭귄을 기대하며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제 순서를 바꿔 엄마 펭귄이 먹을 것을 구하러 바닷속으로 떠납니다. 엄마 펭귄이 돌아올 오랜 시간 동안 아빠 펭귄의 알을 지키기 위한 험난한 시간들이 시작되는 것이죠.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호시탐탐 알을 노리는 도둑갈매기들의 위협을 견디면서 말입니다.



아빠 펭귄들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알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지어 몸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부성애도 느낄 수 있지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서 새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동물들의 사투와 지혜로움에 뭔지 모를 뭉클함과 위대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렇듯 최선을 다해 알을 보호하던 아빠 펭귄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발등에 품고 있던 알이 떨어져 깨저버린 것입니다. 망연자실한 아빠 펭귄은 알과 똑같이 생긴 얼음덩이를 발등에 올려 품기 시작합니다. 처량한 아빠 펭귄의 모습에 주변에서 수군대는 다른 아빠 펭귄들의 시선. 아... 그 모습을 그림책으로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요. 

펭귄 외에도 자식이 죽었음에도 죽은 자식을 계속 깨우며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도 영상을 통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내 자식의 죽음 앞에 어찌 슬픔과 비탄이 없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믿고 싶지도 않겠지요. 하.... 이렇게 슬프게 끝나나 싶었던 어느 날! 아빠 없이 홀로 울고 있는 아기 펭귄을 발견하게 된 아빠 펭귄! 서로 같은 상실감을 가진 아빠 펭귄과 아기 펭귄.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리고 먹을 것을 구해 돌아온 엄마 펭귄은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빠 사랑> ㅠㅠ 유아그림책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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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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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 수학 분야 50주 연속 1위, NHK 교육 TV 최고 필진이 만든 창의성 수학 <풀고 싶은 수학>. 처음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뭐지? 싶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았던 느낌의 수학 책이 아니었거든요. 뭐랄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있어서 무슨 '화보집'을 보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아래 간결한 문장으로 된 설명과 질문. 오잉? 복잡한 공식 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 앞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맞닥뜨린 느낌이랄까요? 신기함과 의아함, 호기심이 동하는 <풀고 싶은 수학> 어렸을 적 수포자였던 저였지만 이 책만큼은 재미있게 퀴즈를 풀듯 풀고 싶어졌습니다.

책장을 한 장 넘겼는데 좌우로 큼직만 한 저울이 보입니다. 두 저울 위에 너트들이 한가득 놓여있고요. 오른쪽 저울은 누군가 너트 하나를 집어 든 모습이 보입니다. 당연히 왼쪽에 비해 오른쪽 저울의 무게가 더 줄어들겠지요. 왼쪽 너트의 총 무게는 360g, 오른쪽 너트의 총 무게는 357g (너트 하나가 빠짐) '그렇다면 너트는 전부 몇 개일까?'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답은 뒷장에 나와있지만 조금 생각한 후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라네요. (사실 전 생각 안 하고;;; 바로 뒷장을 넘겨 보았............. ㅠㅠ)




아, 여기서 수포자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 간에 극명한 차이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문제를 풀다가 안 풀리면 생각하기는커녕 바로 답지와 설명을 보았거든요. 이게 굉장히 안 좋은 방법이자 수포자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 뭐예요. 한 문제를 풀더라도 깊이 있게 사고하고,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 그런 사고의 힘이 필요한 영역이 수학인데... 아무 생각 없이 편리한 방법으로 수학을 대했던 저.....

그러고 보니 옛날 학교 어떤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수학 잘 할 필요 없다. 일상에서 뭐 수학이 필요하니? 계란프라이 할 때 뭐 원지름 따지면서 부치냐? 당시 수포자였던 저는 선생님의 이 말에 깊은 감탄과 감동을 받았었더랬죠. 맞아. 일상에서 무슨 수학이 필요해. 못해도 괜찮아. 자기 위안을 삼았던. 그런데 최근 아이를 위해 홈스쿨을 하면서 수학이야말로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연관되어 있는지 정말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몰라서 안 보였던 것이지, 알고 나면 주변 모든 것들이 수학 아닌 게 없더라고요. 이 책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수학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을 길러주고, 추상화 작업, 논리 구조 등 향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학문임을요.

<풀고 싶은 수학>은 정말 풀고 싶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혁신적인 비주얼 수학 문제집입니다. 복잡한 공식과 원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사위, 타일, 사람 뒤통수, 초콜릿, 부두, 종이컵, 케이크 등 다양한 사물들 속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밝혀내고, 깨닫게 해주고, 이해하게 되는 진짜 진짜 신박한 수학 책입니다. 아직은 아들이 어려서 함께 하긴 어렵겠지만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엄마랑 같이 머리 맞대고 서로 누가 먼저 생각해서 문제를 풀어내나 게임하듯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막 방 탈출 게임하는 그런 느낌도 들 것 같아요. 아. 라떼 이런 수학 책을 만났었더라면 수포자가 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책 구성은 1장부터 9장까지 다양한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 창의력을 길러주는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요. 마지막 장은 단초가 된 문제 및 3명의 저자와 책의 탄생 배경이 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한 꼭지씩 도장 깨기 하듯 미션 완료를 하면 굳어졌던 뇌가 다시 말랑말랑해질 것 같습니다. 향후 주변 사물들을 수학적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길 소망하며~ 뭔가 막 멋질 것 같고 말이죠! 아, 수학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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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유령 아치와 포동포동 아이스크림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 2
가도노 에이코 지음, 사사키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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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제 안데르센 상 작가 상을 수상한 <마녀 배달부 키키의 작가> 가도노 에이코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그림책 시리즈 중 두 번째인 <꼬마 유령 아치와 포동포동 아이스크림>을 만나 보았습니다. 1권 <꼬마 유령 아치와 오싹오싹 요리>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3권 꼬마 유령 아치와 하늘을 나는 케이크는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생을 갖고 싶어 하는 꼬마 유령 아치는 종달새 레스토랑의 먹보 요리사입니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다들 형제나 자매가 있지요. 그런데 자신만 혼자인 아치. 에효. 그러고 보니 저희 집 5살 아들도 동생이 갖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시도를 좀 해보았을 것 같은데. 이제 마흔 초 중반인 제 입장에선 10개월의 임신 기간과 출산 후 100일이 될 때까지(더 될 수도 있음 ㄷㄷㄷㄷ) 잠도 못 자고 키워야 하는 숱한 시간들...핡!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 -0- ... 하늘에서 3살 아이가 그냥 뚝 떨어지면 모를까... 그 모든 과정들을 다시 거칠 생각을 하니 정말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런데 또 외동인 아들... 아들처럼 혼자인 아치를 보니... 마음이 막 짠하고...

어쨌든, 어느 날 아치는 무시무시한 드라큘라 성에 사는 드라큘라의 손녀인 드라라가 포동포동한 조그만 유령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당장 드라큘라 성으로 달려가는 아치. 새장 속에 갇힌 포동포동한 조그만 유령을 보니 자신과 너무도 닮았지 않았겠습니까? 혹시 나의 잃어버린 동생은 아닐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도 잠시! 드라라의 할아버지는 새장 속에 잡아 둔 조그만 유령에게 먹을 것을 많이 먹여 잡아먹을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새장 속에 갇힌 조그만 유령을 구할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아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조그만 유령과 닮은 포동포동 아이스크림을 드라라와 드라라의 할아버지에게 맛보게 하는 것이죠. 아치가 누구입니까! 종달새 레스토랑의 요리사 아닙니까! 열심히 만든 포동포동 아이스크림!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군침이~ 드라라와 드라라 할아버지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하고 포동포동한 아이스크림 맛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아치는 새장 속 조그만 유령을 탈출시킵니다. 그리고 동생이 생겼다는 기쁜 마음을 안고 성 밖을 나갑니다. 

그런데, 조그만 유령이 아치에게 '어떤 말'을 합니다. 충격과 실망을 금치 못한 아치... 두려운 드라큘라 성이었지만 설레는 마음 하나 만으로 달려갔던 아치였는데... 이럴 수가.... 아치는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그때! 아치에겐 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아치의 마음은 잘 풀렸을까요? 궁금하다면 책으로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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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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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어렸을 적 꿈이 화가였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받는 상은 못 받았지만, 교내 미술대회에선 많은 상도 받았더랬죠. 그러던 어느 날 아빠 때문에 엄청 화가 난 적이 있었는데, 보란 듯이 제가 받은 상들을 전부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아깝 ㅠㅠ) 그 모습을 보고 아빠가 좀 충격을 받기를 바랐던 것이죠. 그런데 당시 아빠는 그것조차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 진학도 미대를 가고 싶어 했으나 미술 나부랭이 하면 피죽도 못 끓여 먹는다는 강한 압박에 결국 공대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적성에도 안 맞는 공대 생활은 뭐 알파벳 F와의 조우... 결과는 학사경고 ㅋㅋㅋ. 에효 지금이야 그냥 웃어넘기지만 당시는 참 고민도 많았고 힘들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 자신에 대해 느껴졌던 패배감은 여전하더라고요. 

아무리 부모가 반대를 하고 지원을 해주지 않았더라도, 그림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뜨거웠다면 어떻게 해서든 네 힘으로 뭐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었냐고 말이죠.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당시 IMF의 거센 바람에 K장녀였던 저는 꿈이고 뭐고 그냥 돈을 벌어야 했죠. 생계를 위해 휴학을 2번이나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여전히 남아있는 내 안의 그림에 대한 열망과 그러지 못했던 변명과 패배감이 남아있습니다. 더욱이 오늘과 같이 이런 책을 읽으면 더 그렇습니다. 여기 책 속의 화가분들은 전쟁, 가난, 고난 등... 저보다 더 험하고 힘든 역경과 과정 속에서도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오직 '그림', '미술'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때론 집착과 신념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작품을 남기고, 위대한 이름을 남겼으니까요.



그래서 뭐랄까? 주눅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게 바로 '예술 혼'이구나. 차마 나 같은 범인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 뭐 그런 양가감정이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나는 이루지 못한 꿈 한 조각을 여기 책 속 작가님들은 이루었으니까요. 그렇게 감정이입이 된 것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습니다. 나는 극복하지 못한 것들을 극복한 위대한 그들의 숨 막히는 열정 때문에, 혹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안타까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화폭 하나에 건 그들의 숭고하기까지 한 그 삶 때문에...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 미술사>, <서양 화가>들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렇고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참 많이 부끄럽더라고요. 덕분에 한국에도 서양 못지않게 위대한 예술가분들이 계셨구나. 알게 된 기쁨도 얻게 되었습니다. <미술관 읽는 시간>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7개 미술관을 테마로 생전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과정 등 굴곡진 삶 속에서 꽃처럼 환하게 피어난 작품 세계 및 작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환기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 기념홀>, <이응노미술관> 제가 가본 곳은 박수근 미술관 한 곳뿐이네요. 추후 기회가 된다면 책에 나와있는 미술관을 다 가봐야겠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감정도, 감각도 고착되고 무뎌질 수 있습니다. 가끔 산책하듯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가 작품 앞에 섰을 때 느껴질 신선한 충격과 감동은 일상의 무뎌지고 고착된 감정을 새롭게 일깨워 줄 것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전시회나 공연을 보며 일상을 환기하곤 하거든요. 책에 소개된 미술관을 찾기 전, 이 책을 먼저 읽고 작품과 작가의 생을 바라본다면 못 보던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니까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새로운 감각과 경험이 미술관에 있습니다. 미술관에 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기분을, 전에 없던 감각을 느끼려 그곳에 가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 책 속 들어가며 

또한 책은 사철 제본(누드제본)이라 180도 펼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읽기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미술관을 방문하기 전 책을 통해 먼저 깊어가는 가을 미술관 산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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