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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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과의 소통의 공간으로 자주 활용되는 SNS, 안전을 위해 설치된 수많은 CCTV 그런데, 누군가 '다른 목적'으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면? 더불어 당신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습관의 동물이야. 당신도 다르지 않지.

당신은 매일 아침 같은 코트를 걸치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선호하는 좌석이 있어. 어떤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빠른지, 어떤 개찰구로 통과해야 하는지, 어떤 매점 줄이 가장 짧은지 정확히 알지. 나도 당신의 그런 점들을 알고 있어. (....) 반복되는 일상은 편할 거야. 친숙하고 안정적이겠지. 안심하게 만들겠지. 하지만 그런 일상이 당신을 해칠 수도 있어.  

어린 나이에 매트와의 사이에서 딸 케이티와 아들 저스틴을 낳고, 이혼 후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조 워커'.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그녀지만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딸 케이티는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며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아들 저스틴은 조의 친구인 멜리사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은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조와 함께 살고 있다.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 얼굴을 볼 수 있기에 조의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사이먼이 곁에 있기에, 힘들지만 조는 행복하다. 물론 사이먼과 아이들의 사이는 데면데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는다. <나는 너를 본다>는 이처럼 여느 평범한 가정(약간의 균열은 있을지라도)의 배경을 갖고 있는 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른 아침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도심 속 대다수의 직장인들. 조 역시 매일 같은 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런던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퇴근한다. 목 뒷덜미에서 원치 않는 타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질 만큼 지하철은 만원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흔들리다 문이 열리면 썰물이 빠져나가듯 쏟아지는 사람들. 겨우 플랫폼에 발을 딛고, 개찰구를 통과해 무사히 사무실로 들어선다.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실은 조. 손에 들고 있던 신문 <런던 가제트>를 펼쳐들다 데이트 광고 속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된다. 광고 속 여성의 사진은 흐릿하지만 분명 자신의 사진임을 알고 놀란다. 걱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조는 가족들에게 신문을 보여주지만, 그저 그녀를 닮은 사람일 뿐이거나,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거나,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조 역시 중년의 여성인 자신을 그런 데이트 광고에 내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생각한다.


소매치기 전담팀의 마지막 날 캐시 태닝의 도둑을 추적하며 보낸 후 지구 치안팀으로 복귀한 순경 켈리는 한 통의 제보전화를 받는다. 캐시 태닝이 소매치기를 당하기 전 그녀의 사진이 <런던 가제트> 광고 속에 실렸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제보자인 자신의 사진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제보한 사람은 다름 아닌 조 워커. 켈리는 더 이상 자신의 소관은 아니지만, 사건의 연관성을 깨닫고 수사를 시작한다. 한편,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는 조. 아침 뉴스에 한 여성의 살인사건이 보도된다.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다. 바로 전날 <런던 가제트> 광고에 실린 여성임을 알고 조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최근들어 여성들에게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 속엔 항상 <런던 가제트> 속 데이트 광고가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타인의 사진을 도용하여 광고를 내는 것인가? 이젠 예전 같지 않은 일상의 균열을 느끼며, 자신 또한 <런던 가제트> 속 데이트 광고에 한 차례 사진이 실린 이상 언제 자신의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뒤돌아보았지만 인도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위가 인파로 가득했으나 특별히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으니 상상 속 눈동자가 너무 뜨겁게 쳐다봐서 등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양 떼처럼 한데 뭉쳐 길을 건넌 사람들이 반대쪽에 도착할 때쯤 그들 사이에 숨은 늑대가 없는지 살폈다. <341page>


​그럼 이 남자들은 누굴까? 당신의 친구, 아버지, 형제, 친한 친구, 이웃, 상사들이지. 당신이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람들이야. 직장과 집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당신은 충격받을 거야. 그들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을 테니. 하지만 당신이 틀렸어.

<나는 너를 본다>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일상의 틈을 파고 들어와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익숙함과 편리함은 패턴화 되어 어느덧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만다. 특히 그 표적의 대상은 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흔한 범죄 유형으론 스토커가 있는데, <나는 너를 본다>는 단순한 스토커 물은 아니다. 그보다 한층 더 진화했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초반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 및 사건의 진행과정들이 나열되어 살짝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고조된다. 불쑥 불쑥 드러나는 각 인물들의 수상쩍은 행동에 독자들은 혼동할 수 있다. 혹시 이 사람이 범인인가? 아니면 이 사람? 그러나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그 의도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렇게 소설은 끝나는가 싶더니 하, 다시 한 번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반전! 세상에 진.짜.범.인은 따로 있었던 것인데, 그 정체가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결국 끝난게 아니니까!!!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다 끝났다고.

아니, 틀렸어.

이건 시작에 불과해.


(...)

날마다 똑같은 일상을 사는 수많은 당신.

나는 당신을 보지만 당신은 나를 볼 수 없어.

당신이 나를 보도록 만들지 않는 한.



스토리상 오류로 생각되는 부분 : '로라 킨'을 살인한 자는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캐시 태닝'을 살해한 용의자 역시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468page> 그러나 <352page ~ 353page>를 보면 캐시는 열쇠만 도난당했고 이후 증인으로 증언하기로 했지만, 사건을 잊고 싶어서 켈리한테 다른 곳으로 이사하겠고 말한다. 켈리가 설득하려고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 그냥 고맙다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여기까지가 캐시 태닝의 이야기다. 책 속에서 직접적으로 살해를 당한 여성은 '타냐 베켓'과 '로라 킨'일 뿐. 캐시 태닝은 살해당하지 않았는데, 그녀를 살해한 용의자를 추적한다는 건 스토리상 오류인 것 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의 뜻

백기사 신드롬 :  백기사는 위험에 처한 상대를 찾아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이것은 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백기사는 파트너에게서 칭찬이나 확인, 사랑을 받길 원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속여 감정적으로 건전한 관계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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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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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노보노>라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주인공인 <보노보노>가 귀여운 해달 캐릭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 자신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보노보노>는 어린이를 위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에 '보는 행위'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알게 된 김신회 작가님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에세이는 꽤 신선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만화이고, 애니메이션이기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 말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라는 소 타이틀을 달고 말이다. 그러자 일전에 읽었던 백영옥 작가님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에세이가 떠올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빨강머리 앤> (물론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애니메이션 속 아름다운 영상 및 주옥같은 대사들을 통해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단 차이가 있다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보았으나, 그 속에 이렇게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있었단 말인가? 하면서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에세이는 본 적 없는 <보노보노> 애니메이션(만화 포함)의 새로운 발견과 함께 단순하지만 그 내용의 심오함을 알게 된 감동과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김신회 작가님의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서툰 어른'적인 면모를 알게 된 것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에세이를 읽다보면 보노보노 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나처럼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책 뒷날개 부분에 <보노보노> 주요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보노보노 아빠, 너부리, 너부리 아빠, 포로리, 포로리 아빠, 야옹이 형, 도로리와 아로리, 홰내기, 울버린과 린, 프레리 독, 큰곰 대장네 가족'까지 말이다. 사람도 각자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노보노>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도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들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부딪히고, 때론 아웅다웅 다투며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서로를 배척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각자가 추구하는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포로리처럼,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마음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는 너부리처럼, 진심을 못된 말과 못난 행동으로밖에 표현할 줄 몰라도 우정과 사랑 앞에서만큼은 진지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곳에는 보노보노처럼, 끊임없이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나를 아끼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결국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당신처럼, 그리고 보노보노처럼... -프롤로그 中 >

짧지만 긴 여운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보노보노> 4컷 만화 속 주옥같은 대사들도 좋았지만, 나는 위에 적어놓은 김신회 작가님의 <프롤로그> 속 저 글이 너무 좋았다. 물론 작가님께서 이렇게 생각하고, 쓰게 된 것이 <보노보노> 때문이니, 역시 <보노보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기회가 된다면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챙겨 봐야겠다 :)

김신회 작가님의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들의 '다름을 인정'함과 동시에 우리 자신의 '서툰 면들도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괜찮다'라고 말해준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소심해도 괜찮다고, 화가 나면 솔직하게 감정을 토로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과잉된, 수많은 그 '올곧음'들을 잠시 내려놔도 괜찮다고. 부족하고 못난 나여도 '나'니까, '나'이기에, 이런 '나'까지도 보듬어주고 품어주라 말한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그동안 경직되어있던 내 어깨가 풀어지는 느낌이었고, 뭔가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못한 것 같아서 늘 자책감을 달고 살았는데, 이런 나도 나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이렇게라도 살아온 나에게 '잘 살아왔다고', '고맙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 밑줄>


어른은 비록 꿈은 없을지 몰라도 세상 물정은 안다. 포기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현실도 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꿈 없이도 살아가는 나를 장하게 여기며 살자. 어른이란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이니까. 꿈 없이도 살아간다는 것, 그건 또 다른 재능이다. 130page


가장 멋진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꿈 같은 거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182page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공간 안에는 나보다 큰 것들은 그다지 없잖아. '가장 큰 나'의 고민이니까 엄청난 일이라 느껴지는 거 아닐까.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면, 나보다 큰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게다가 그것들은 고민 같은 건 하지도 않는단 말이지. 대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고민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거야. 205page


누구에게나 아무도 모르는 모습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내 모습을 나만 알고 있는 거라면 나, 대단하네. 나, 대단하네. 235page


슬픔은 병이야.

그렇다면 낫기 위해서 살자고 생각했어.

살아 있는 게 분명 낫게 해줘. 31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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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노보노, 짱구는 못말려. 이런 만화들을 어린이들이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말한 사람들 대부분은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았을 겁니다. 두 만화작품을 계속 보면 어른에게 교훈을 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

별해무 2017-04-14 21:29   좋아요 0 | URL
네 ㅎㅎ 그렇더라고요 ㅎ 이번 기회에 보노보노 만화랑 애니 찾아서 꼭 봐야겠어용 ㅎㅎ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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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점점 더 무뎌지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연인 간의 사랑으로 뜨겁고, 달콤하고, 설레고, 두근거리고, 애틋하고, 이별 후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그리운... 사랑이, 그런 사랑에만 머문다면 말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우연히 스친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누가 머라 하건 사랑은 그냥 사랑인 것 같다. 미지근한 것도 사랑이고, 차가운 것도 사랑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우리 몸을 지나갈 것은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 원하던 것을 가졌고, 가지지 못한 것들은 포기했다. 그리고 남은 것이, 희미한 재 같은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를 먹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56page> 더 이상 가슴 두근거릴 일도, 볼 빨개질 일도 없는 불혹의 시간을 기다리는 나이기에, 사랑은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처럼 까마득한 옛일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미지근한 것도 차가운 것도 사랑이라니. 나 아직 사랑을 하고 있는 거구나. 사랑의 온도만 조금 변했을 뿐, 사랑은 그냥 사랑으로 내 가슴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구나.


오래전 나는 오로지 한 사람, 하나의 사랑에만 함몰되어 있었다.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갔었고, 우리는 세상의 한가운데에 멈춰 있었다. 모든 노래의 가사는 내 얘기였고, 구슬픈 멜로디는 귓속에 스며들어 마음을 적시곤 했다. 눈물은 詩가 되고 손끝에서 피어난 문장들은 오롯이 그와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 사랑의 설렘과 두근거림에 숱한 밤을 잠 못 이루며 뒤척였고, 후에 찾아온 이별엔 몇 개의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곤 했던, 오래전 나의 뜨거웠던 사랑. 그때의 나는 뜨거웠지만, 하나의 사랑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랑은 보질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아니, 그랬다. 사랑을 잃은 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엄마와 할머니. 나의 세계에 함몰되어 있던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고, 그저 나의 세계 속에서 웅크린 채 하염없이 슬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다' 생각되면서도 그 시절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무모했기에, 어쩌면 순수했기에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믿고, 내 모든 것을 던졌던 사랑. 비록 상처로 끝나긴 했지만, 이 또한 사랑이었음을...


<헤어져야 할 때 헤어져야 하는 사랑. 헤어져야 할 때 헤어질 수 있는 사랑. 그것도 사랑. 그래야 사랑. 바다 앞 어느 여관 낡은 방에 쓸쓸히 누워 헤어짐을 결심하기 좋은 장소는 바다만 한 곳이 없지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 스무 살 시절이 있었다. 192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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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이 나를 떠나갔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왜 나를 떠나갔는지. 떠나갈 거면서 왜 왔는지.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


내게 웃었던 그것들이여.

팔짱을 끼었던 그것들이여. 나를 망쳐버린 그것들이여.

잘 지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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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렇게 하나의 사랑에 함몰되었던 그 시절의 뜨거웠던 사랑이 그립기도 하다. 새까맣게 가슴이 타버려 재만 남았던 시절의 사랑. (아마 두 번 다시 이런 사랑을 할 순 없겠지만) 잊고 있었는데, 최갑수 작가님의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을 읽으면서 풋풋했던, 그리고 무모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비록 상처로 남고, 상처로만 기억된 사랑이었지만. 아, 나에게도 그렇게 뜨거웠던 계절이 있었지 하며. 지금은 어쩐지 낯간지러운 '사랑'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기도 한데, 오랜만에 소녀감성에 젖어들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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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건 말이야,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 거야.

네가 엿본 건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너에게는 네게 꼭 맞는 행복이 분명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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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지금의 내 사랑이 좋다. 비록 사랑의 온도는 미지근할지 몰라도, 하나의 사랑에만 함몰되지 않고 많은 것들을 보고,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길섶에 핀 노란 민들레의 얼굴이 사랑스럽고, 솔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사랑스럽고, 봄이 오는 소리에 맞춰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나무들의 열정이 사랑스럽다. 매일 아웅다웅 다투는 남편이지만, 함께 있음에 행복하고 사랑한다. 비록 늦어버리긴 했지만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딸을 걱정했는지, 당신의 아픔과 고민은 좀처럼 내비치지 않았던 엄마의 사랑도 이젠 이해할 수 있다. 세월과 함께 주름살 하나 더 늘어가겠지만, 보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나는 좋다. 한차례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격정적이고, 뜨거웠던 그 계절을 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그 계절을 거쳐왔으니 아쉬움은 없다. 단지 가끔, 아주 가끔 꺼내보는 추억의 사진첩처럼 그리울 뿐. 또 가끔 또 그렇게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사랑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또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 나를 위해.


<인생이란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 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22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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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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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현명한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녀상에 정액을 뿌리자니... 하.. 어떻게 이런 망발을... 이젠 이 작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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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사색 -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서
강원상 지음 / 지금이책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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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어제처럼 이날도 평범한 일상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제와는 다른, 너무도 다른 날이었다. 수많은 어린 영혼들이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그 깊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수장되어버린 날. 바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날이다. <TV로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앞에 놓인 점심식사를 마저 하고 있더라고요. 한참이 지나 그릇이 깨끗이 비워진 걸 깨달았어요. '아, 인간은 참 잔인하구나......'> 강원상 작가님은 이때의 깨달음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오로지 잊지 않기위해. 그리고 이 책을 펼친 당신들이 잊지 않으려는 자들로 남아주길 바라는 애절한 마음으로. 작가님과 그리고 잊지 않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하늘도 움직였을까? 2017년 3월 23일(비록 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드디어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었고, 하늘엔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이 드높게 그려졌다.

 

 

강원상 작가님의 <공감사색>은 '관객과 죄수', '부르주아의 국가', '다시 한번 희망을'이란 소제목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소제목 속엔 작가님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세월호 사건부터 국정농단 사태까지, 우리 국민 모두가 겪어야 했던 현시대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강원상 작가님의 비판적 시각아래 하나씩 하나씩 풀어져 있다. 또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해 따뜻한 후원과 관심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사색>을 한 꼭지씩 읽어가면서 내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잊어버렸던 것들은 다시금 부끄러운 반성과 함께 기억하게 하고, 편협했던 나의 생각에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해주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 자화상을 바라보며 내 가슴에 울분을 느끼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광장으로 달려가 촛불을 든 희망의 불씨인 우리 국민들이 있다는 것에 눈물을 흘리게 했다.     


1791년 영국의 뛰어난 건축자 겸 개혁자였던 벤담은 최소의 비용과 감시로 최대 효과가 가능한 감옥을 설계한다. 바로 '모두 본다'(pan+opticon)는 뜻의 판옵티콘이란 원형 감옥이다. 아래 그림처럼 중앙에 감시탑이 있으며 그 주변을 죄수의 방들로 채운다. 중앙의 감시탑은 늘 어둡게 하고 죄수의 방은 밝게 하여 감시탑에서 언제나 죄수의 방을 볼 수 있지만 죄수들은 어두운 감시탑을 보지 못한다. 그 결과 죄수들은 24시간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 규율을 지키고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다. 무서운 것은 권력자들은 언제나 하늘에서 땅을 지켜보는 신처럼 <판옵티콘>을 꿈꾼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놉티콘은 '함께 본다' (syn + opticon)는 뜻이다. 즉 감시에 대한 역감시이다. 다수가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양상이랄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관중으로 둘러싸인 중앙 무대에서는 배우도 관객을 볼 수 있지만 주로 관객이 배우를 지켜본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들은 선택해야 한다소수의 권력자들이 감시하는 다수의 힘없는 죄수로 남을 것인지, 소수의 권력자들을 원형의 무대에 세워 역감시함으로써 그들의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놉티콘의 사회를 구현할 것인지. 그동안의 대한민국은 판옵티콘의 양상을 보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016년 12월 9일 234표로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광장으로 달려나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치켜든 촛불의 힘은 2017년 3월 10일 8:0으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이끌었다. 이는 헌정사상 첫 탄핵이자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너무도 명백한 진리를 실현한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진보와 보수는 자주 대립한다. 그러나 진보를 표현하는 단어가 좌익(左翼) 즉, 왼쪽 날개를 뜻하고, 보수를 뜻하는 우익(右翼)은 오른쪽 날개를 뜻한다. 세상 어떤 새도 한쪽 날개로만 하늘을 날 순 없다. 두 날개가 몸에 붙어 있어야 드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진보와 보수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으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서 균형을 필요로 한다. 잊지 말자.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것을.


뉴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4년간 12억 원가량 재산이 증가했다 한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국정농단 등, 전 국민을 슬픔에 젖게 하고 두려움과 울분, 분노에 빠뜨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포함 정치인들은 자기들 밥그릇 채우기에 급급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연평균 50회가 넘는 출장을 가는데 대부분의 명목은 쓸데없는 것들이다. 그들이 해외출장비로만 일 년에 약 4천만 원을 사용하며, 국민 혈세에 대해선 그 어떤 사용 검증도 하지 않는다. 2015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OECD국가 가운데 1인당 GDP대비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수 수준은 3위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스웨덴은 24위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보수 대비 의회의 효율성은 스웨덴이 2위, 우리나라는 26위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 속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그저 비탄과 울분에 젖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가슴 아픈 사건들이 너무도 많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운동화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해야 했던 가난한 여고생들의 이야기까지... 너무도 대비되고, 모순되는 이 상황 속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 역시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했던 방관자는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비통하고 답답하여 그저 속절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러라고 그들에게 권력을 준 것이 아닌데, 힘을 준 것이 아닌데, 언제까지 우리는 국가의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대한민국 18세 청년들은 OECD 35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권이 없다고 한다. 촛불집회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중 자신들의 작은 목소리를 내기위해 모인 청년들을 보았다. 한창 공부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쪼개 광장으로 모인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어린 학생들이 아니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만약 이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다면 유권자가 6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청년을 위한 교육 및 노동정책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한다. 하루빨리 청년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2017년은 대한민국 건국 69주년이 아닌 98주년이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언제 탄생했을까. 1919년 4월 10일 독립지사 29명이 국호 논의를 위해 모였고, 결국 표결 끝에 '대한민국' 국호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를 건국 60주년으로 하겠다." 발표했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건국 68주년이라 언급했다. 즉, 대한민국의 시작이 1948년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1919년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독립군과 독립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즉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하게 되면 조선과 대한민국 사이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제 하의 모든 친일 활동이 정당화되며, 당시 행위에 대한 어떤 책임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타국까지 넘어가 목숨 걸고 투쟁한 항일 독립투사들의 죽음과 눈물의 가치를 축소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57Page

건국 98주년이 되는 2017년도는 대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썩은 뿌리는 잘라내고, 다시금 씨를 뿌려 새로운 싹을 틔워야 한다. 미국의 문예평론가 조지 진 나단의 말처럼 "나쁜 관리들은 투표하지 아니한 좋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것"이라는 말처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두 번 다시 "최순실과 그 무리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강원상 작가님의 <공감사색>은 곁에 두고 여러 번 곱씹어 읽어 볼 것이다. 이 책 <공감사색>은 잊지 않기 위해 기록된 것이며, 회색빛으로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 나라이지만,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다시 한번 희망을 꿈꿔 볼,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다. 잊지 말자. 나도, 너도.


*

밤은 깊어지고 수면 위에 슬픔이 떠오른다.

비는 점점 짙어지고 별은 휘청거린다.

꽃잎은 모두 져버리고 흙탕물에 버무려졌다.


봄은 다시 왔건만 우리 아이들은 언제 돌아오려나.

꽃은 다시 활짝 피겠지만 웃음꽃은 오직 사진뿐이구나.


바람아 불지마라, 밤에라도 편히 잠들도록.

구름아 달을 가리어라, 떨군 내 슬픔 감추도록.

밝혀라 촛불아, 진실을 인양할 때까지.

*


개인의 탄생과 죽음은 필연이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존은 국가와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이 무시한 안전과 어른들의 잘못된 구조와 어른들의 소홀한 대처로 우리 아이들이 너무 빨리 별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난 그날의 아픔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날의 어른들은 너무 무능했고, 너무 무신경했고, 너무 뻔뻔했다.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은 뼈와 심장이 없는 소리일 뿐 절대 인간의 언어가 아니다. <책 속 한 방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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