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김기덕 감독이 네이버 인물 검색순위 20위다. 그가 네이버 검색순위에 오르는 꿈을 실제로 꾸는지 모르겠지만, 평상시의 그라면 꿈도 꾸지 못할 순위다. 그가 영화 <괴물>, 그리고 한국 관객과 네티즌들을 상대로 했던 감정적 발언에 대한 감정적 사과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이메일을 보내며 사과했다는데, 자신의 영화는 '쓰레기'요, 자신은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라고 했단다.

비록 내가 본 김기덕의 영화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도, 나는 그의 영화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좋아한다. (내가 본 김기덕의 영화를 읊어 볼까나? <사마리아> - 사실 나는 이것이 김기덕의 영화인지, 이창동의 영화인지 지금도 헷갈린다. 그러나, 김기덕이 맞는 것같다. -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빈 집>, 그리고... 끝! 이런, 세 편 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나같은 사람이 한 감독의 영화를 세 편씩이나 본다는 것은 많이 본 것이 아닐까? -.-;;) 그의 영화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거칠게 표출되지만, 종교적 수행의 끈은 언제나 팽팽하게 잡아 당겨져 있다. 그의 영화는 고행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고행은 구원에 대한 열망 또는 절망이 아웃사이더의 삶속에 녹아든 상태로 드러난다.

지난주 <100분 토론>에서 김기덕 감독이 말하는 것을 보았다. 공중파 방송의 격조높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썬글라스를 끼고 말하고 있었다. 말하는 태도도 불량한 것이 억양도 어색하기도 하고 말 내용도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듯하고, 게다가 즉흥적이기까지... 아무튼 그의 토론 태도는 그의 영화의 분위기와 빼다 박은 듯이 닮았다. 이런 그이기 때문에 저토록 독특한 힘이 있는 영화가 나왔겠거니 생각했다.

이번 사과발언도 마찬가지다. 조울증을 방불케하는 감정의 기복, 자신을 괴롭히는 수행자의 자세,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은밀한 조롱을 퍼붓는 뻔뻔함까지... 그의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 중 많은 부분이 그의 사과발언에 녹아 있다.

나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백남준을 떠올렸다. 시체냄새난다고 기겁을 하는 서양인들 앞에서 태연히 말린 오징어를 씹던, 세계 최고의 권력자 앞에서 바지를 훌렁 벗어 버리던, 자신의 작품과 평소 행동이 일치했던 위대한 예술가를. 그런 기인을 나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들의 작품이 흥미로운, 그리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들이 흥미롭고 논란스러운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김기덕이고 그의 영화인데, 무어 그리 대단한 꼬투리라도 잡은 듯 난리법석을 떠는지? 세상이 김기덕의 발언때문에 무척 시끄럽다. 심지어는 김기덕의 영화를 좋아했다던 이들도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어댄다. "영화는 감독 혼자만의 예술이 아닌데도 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린 행태만 계속하고 있"단다. 김기덕이 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 그의 영화는 더 이상 볼 가치가 없을텐데?

내가 김기덕 감독에 대해 갖는 불만이라면 그런 것들이 아니고, 그가 앞으로 만들 영화를 한국에서는 못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런 불만이 위선이 되지 않으려면,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이 순서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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