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에서...

‘난자 모으기 운동’ 문제있다

[일다 2005-11-28 10:15]
“황우석 스캔들”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이 연구의 필수적인 재료인 '난자'의 출처다.

MBC PD수첩 보도를 통해 불임전문병원으로 명성이 높았던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원장이 ‘난자매매’를 통해 황우석 교수팀에게 연구용으로 난자를 제공해왔다는 것과,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원 여성들의 난자 역시 사용됐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기관윤리위원회 (IRB) 심의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이러한 배경엔 일명 '황우석 사단' 인물들의 인맥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무엇보다 우리는 ‘난자의 출처’인 여성의 몸, 여성의 인권이 생명공학연구 과정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가에 대해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난자채취의 경험은 무엇인가

배아줄기세포연구의 과정과 연구지침에 있어서 관건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난자다. ‘난자’는 화석자원도 아니고, 장신구나 금품은 더더욱 아니다. 난자는 여성의 난소에 있는 것이며, 난자를 채취해내는 과정은 그 여성의 몸, 그리고 인격과 뗄 수 없는 연관관계가 있다. 난자채취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어떤 경험인가.

“(난자)채취과정은 사실 많이 힘든 일이다. 호르몬 약을 주사하거나 먹어서 배란을 여러 개 나오게 유도를 한다. 생리 후 배란 일이 14일인데 그 기간 맞춰서 계속 주사한다. 호르몬제 약이 원래 몸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클 수 있고, 인위적으로 배란을 조정하기 때문에 몸이 힘들 수밖에 없다. 뽑고 넣을 때 아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A씨/최근 인공수정시술을 받은 30대 중반 여성/ 직업: 약사)

“지금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하루 밤새 몇 백 명 늘었다고 하는 걸 보면, 너무 (황우석 박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건가? 글쎄, 아마 미혼인 아가씨들이 기증하겠지. 연구에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 같다. 일부 장기를 떼어주는 정도에 비교하면 좀 그런가? 어쨌든 내겐 그런 것 같다.” (A씨)

“(시술)과정이 힘들다. 약도 먹어야 하고, 처음에 나팔관 검사 하는 것부터 무척 아프다. 검사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는 산부인과에 가기가 싫다. 생살에서 떼어나는 것인데 얼마나 아프겠나.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정자야 방출되는 것이지만. (난자는) 속에서 긁어내서 다시 붙여야 하는 일이다. 이런 게(인공수정시술)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B씨/6년 전 불임 클리닉을 통해 아이를 낳은 30대 후반 여성)

난자‘공유’만 허락하는 이유

많은 유럽국가에서 자발적 ‘난자기증’까지 불법으로 하고 오직 인공수정시술을 한 여성들에게서 나온 난자를 ‘공유’하는 것만을 허용하는 것은, 난자채취가 여성의 몸에 일으킬 수 있는 많은 부작용들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기술발달을 위해 여성의 건강권 및 몸의 권리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언론에 보고된 바로는 (불임시술로 유명한 한국에선 난자채취와 여성건강에 관련한 아무런 집계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난자채취를 한 20% 가량의 여성들이 후유증과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고,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1% 가량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선 ‘ILOVE황우석’을 외치는 분위기 속에서 난자 모으기 운동을 펼치며, 언론이 나서서 난자 제공예비자의 수(난자의 개수)를 백 단위로 세어가면서 보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여성이 자신과 두 딸의 난자를 내놓겠다고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포털 저널리즘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을 때, 불임 클리닉 과정에서 고통을 겪었던 지인을 두고 있는, 30대의 두 딸을 가진 여성 C씨는 이러한 상황이 “엽기적”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안 겪어봐서 그런 것이겠지. 과배란을 해서 인공적으로 난자를 뽑아내는 건데, 그게 뭔지를 아직 모르니까 그러는 거겠지. 여자 몸에 대해 너무 무지해. 남자들 고환에 주사를 해서 뭘 끄집어낸다고 하면 좀 비교가 될까? 난소에 하는 것보다는 그 쪽이 더 편해도, 남자들 당장 입 다물텐데…” (C씨/두 딸을 둔 50대 여성)

과다투약 등 인권침해 가능성 배제 못해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미즈메디 병원이 ‘매매’를 통해 난자를 조달했다는 것인데, 난자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같은 값에 더 많은 난자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여성의 몸에 호르몬제를 과다투약하거나 신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약을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성에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설명해주지도 않고, 심지어 난자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은 채 난자를 뽑아냈다는 것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몇 개의 난자를 빼낼지 환자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데, 사실 과다투약은 힘들 것이다. 약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부종이 심해지고 복수가 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양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부작용이 심한 약이다. 60개를 뽑기도 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내가 시술을 받을 때 나는 3개였고, 많게는 6개 정도로 알고 있었다. 기간을 연장해서, 투약기간 연장해서 (많은 양의 난자를 뽑아내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D씨/3년 전 인공수정시술을 한 30대 초반 여성/ 직업: 의학 관련계 종사자)

“약을 쓸 때 약의 종류나 양을 조절한다. (자연적으로) 배란되는 과정에서 보면 1~2개 나오는데, 그것은 많은 난자가 동시에 배란되려고 준비하다가 한두 개만 선택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생리 5일째에 쇠퇴한다. 그런데 과배란 하면 ‘선택되는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여러 개가 다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과배란으로 인한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한 개당 나오는 여성호르몬 양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여러 개 과배란 하면 여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복수가 찬다든지, 그런 것들은 의사들이 감안하면서 진료한다.” (E씨/산부인과 의사)

이 같은 사실은 동의에 기반한 ‘난자공유’도 환자들(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연구기술이 발달할수록 난자는 더 많이 필요하게 되어있는데, 난자가 필요한 의사들이 인공수정시술을 하러 병원을 찾는 환자를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이며 시술과정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의 권리’ 희생시켜선 안돼

2005년 6월 30일 영국 BBC 방송은 유럽의회 의원들이 생식의학윤리위원회 회의에서 ‘난자’ 매매, 기증, 공유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문제를 깊이 다루었다. 방송은 여성의 건강권을 이유로, 자발적 ‘난자기증’ 정책을 문제삼고 있을 뿐 아니라 불임시술에 사용되고 남은 잉여난자와 배아의 ‘공유’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의회, 불임시술의사와 연구진, 그리고 언론이 간과해 온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난자의 출처’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도 정작 ‘난자의 출처’인 여성의 몸 속, 여성의 인권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우리 현실을 반성해야 할 때다. 인간의 권리를 위해 종사한다는 목적을 내세운 과학기술연구가 그 과정에서 인간의 권리를 희생시켜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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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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