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지섭이의 나이는 38개월이다. 이제 못 하는 말, 못 알아 듣는 말이 없어서 애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할 정도지만, 당연히 아직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요즘에는 이게 당연한 것이 아닌 듯도 하지만...)
오늘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가방을 보라는 것이다. 양면 색종이가 들어 있을 거라는데, 지섭이가 아빠에게 보낸 편지란다. 굉장히 놀라워하면서 가방에 대충 접혀 있는 색종이를 꺼내서 펼쳐 보니 위와 같은 메시지(?)가 있다. 와이프 왈, 자기가 큰 처형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그 녀석도 색종이를 꺼내더니 아빠한테 편지를 쓴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걸 자기 딴에는 잘 접어서 아빠한테 전해 주라고 했다나? 와이프는 아들의 편지를 내가 잠자는 동안 가방에 넣어 주었다고 한다.
이제 와이프 방학이 실질적으로 끝나서 와이프는 내일부터 학교에 출근한다. 그래서 와이프와 아들은 오늘 원주로 내려갔다. 다른 집 아이들은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하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하는 척 하거나 오늘은 아빠, 내일은 엄마 하는 식으로 공평하게 대답하거나 할텐데, 이 녀석은 언제나 조금의 고민도 없이 너무 쉽게 '엄마가 좋아'한다. 주말부부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보다는 엄마와 지내기 때문에 당연할테지... 그래도 아빠를 싫어 하지는 않는 것같다. 가끔 아빠랑 잘 놀아주기도 하는 것을 보면...
뒤집힌 것인지, 옆으로 누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편지의 내용은 '아빠, 사랑해요'란다.
조그만 색종이가 빈 집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