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일요일 오후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엄마를 떠나 보냈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이가 떠나려는 차창을 자꾸 내리고는 작고 오동통한 손을 내민다. 아이의 손을 나긋하게 붙잡고 놓아 주었지만, 차창이 올라가는 듯하더니 다시 내려와서는 어미새가 물고 온 먹이를 받아 먹으려는 새끼새의 주둥이처럼 절실함이 느껴지는 손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 멀어져가는 흰색 소나타의 한 귀퉁이에 짙은 분홍빛 새싹이 노스탤지어를 향한 깃발처럼 나부끼며 꿈틀거린다. 그곳으로 모든 빛과 소리가 블랙홀처럼 휘감겨 들어가지만, 오로지 나만이 멀어져가는 우주의 중심에 무심한 듯 작별의 손짓을 날리며 절대정지 상태로 서 있을 뿐이다.

도착한 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열이 조금 있다고 한다. 오늘따라 많이 칭얼거리고 우울해하던 아이의 창백할 것만 같은 손을 다시 꼬옥 잡아 주고 싶다.

저녁에는 잡곡소보로빵 한 개 반과 우유를 먹었고, <Multitude>와 <Theological-Political Treatise>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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