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빙글빙글 소용돌이를 이루더니 허리케인으로 변하는 그림... 하나의 이미지로 훌륭하게 정리된 엘 고어 출연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의 스토리다. 그러나 주연이 빠져 있다. 1900년대에 걸쳐서 아래로 꺾이거나 위로 치솟아 오르는 각종 시계열도가 그것. 주연은 알래스카에서 땅이 얼어서 트럭이 지나다닐 수 있는 연중일수의 감소를 아주 침울하게 연기하다가도, CO2 농도의 최근 변화를 연기하는 대목에서는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며 관객을 놀라게 한다. 결국 이 영화 포스터는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며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던 주연을 싣지 않는 실수를 범한 것.
조연들의 연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경악스러운 양의 빙하를 다이어트했음을 화면분할을 이용한 비포 & 애프터 비교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 준 세계 각지의 산, 계곡 들. 그들의 다이어트 수기는 '지구 사우나'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물겹도록 처절하고 비참하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특수 효과는 아이슬란드나 남극 일부의 얼음이 완전히 녹았을 때 상하이,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맨하탄이 해수에 가라앉게 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데, 이건 전통시절 평화의 댐 운운하며 국회의사당이 물에 잠기는 상황을 연출했을 때의 공포 정도와는 그 스케일이 다르다.
주연, 조연 배우들의 맹활약과 큰 돈 들이지 않았을 것 같지만 효과는 굉장한 특수효과에 비해, 나레이션을 맡은 고어는 약간 실망스럽다. '환경운동가'하면 떠오르는 호리호리한 체구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정치인 스타일의 거구에, 툭하면 전용 리무진에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이런 환경 다큐멘터리와는 양립하기 힘든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는 핵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있으니...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절대 타지 않고 자전거만을 이용한다는 영국의 어떤 운동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보여주었더라면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진정성'에 흠결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긴, '한 때 대통령이 될 뻔한 인물'이라는 '가오'가 중요하기는 했겠지...
대선 홍보용 프로파겐다 영상물 냄새가 썩 개운치는 않지만,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너무 '편하게' 보여준 것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불편한 진실'은 그냥 추천하는 정도가 아니라 꼭 한 번쯤은 봐야하는 영화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프로파겐다 냄새가 풍기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이 영화의 특징이야말로 다른 환경관련 저작이나 영상물에서 찾기 어려운 이 영화만의 미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