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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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킨트의 소설은 남성 모노드라마의 힘을 보여준다. 좀머씨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지만, 이것도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한 배우가 연극을 통해서, 자신의 평범한 삶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콘트라베이스의 속성과 오케스트라에서의 신분적 위치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내면적 깊이를 들여다보는 이 작품은 이미 독일어권에서는 가장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희곡이기도 하다고 한다.

비록 나는 연극을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좋아한다.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모든 개개인의 내면은 속깊은 이야기가 많고, 다 들어보면 공감을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에게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원한다면, 남의 이야기를 듣고 또 공감하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쥐스킨트는 나에게 항상 그런 연습을 하게 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이야기가 너무 깊고 아름다워, 계속 듣고만 싶다는 것이다. 쥐스킨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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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문 급소 150 - 아작아작 씹어먹는 책
이해영 옮김 / 시사중국어사(시사에듀케이션)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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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에서 가장 돈되는 장사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영어와 관련된 것일테다. 물론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과열화된 면이 없지 않다. 대중심리에 편승한 유행이 작용한 듯도 하다. 나 역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나 역시 대학원을 진학하고 학계에서 공부를 계속할 사람이지만, 영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사람은 동시통역사 등 몇몇 소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어라는 키워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한다. 그만큼 영어가 수단이 되어가고, 그 과정 속에서 영어와 관련된 여러가지들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특히 나는 영어교재로 나온 책들이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살펴보면, 영어교재들은 너무 쉽게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한 권 한 권의 책이 소중하고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쉽고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한 권의 영어책이 나올때 저자들은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좋은 것인지, 어떤 수준의 학생들이 보면 좋을지, 그리고 체계적인 교수법을 좀 갖췄으면 한다. 이 책에도 내가 바라는 점은 그런 것이다. 참고로 내 생각에 이 책은 대략 토익 500-600점 정도의 학생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작문에는 좀 더 체계적인 방법이 있을 듯 한데, 그것도 분명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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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인들
강문숙 외 / 문학세계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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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1991년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당선 작품집이다. 옛날에 시를 곧잘 쓴다고 혼자 부산을 떨 때 구입했던 선집이다. 그러나 이젠 그 시절도 추억인가보다. 당시에는 이들을 시를 읽고 또 합평회를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젠 그런 습관들이 낯설다. 다만, 이 시집을 다시 들여다보니 예전처럼, 그렇게 잘 쓴 시는 보이지 않는다.

시에서 멀어지면서 시를 보는 눈까지 멀었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는 아직 거칠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너는 이제 무엇인가? 얼마전 신경림이 묶은 모 출판사의 시선집이 나왔다. 그 후기에 이렇게 적혔었지. 정확하진 않지만, 그는 시가 언젠 주류였을 때가 있었느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70년대에도 시집에 인세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없었던 일이라며. 거리에는 시인들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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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을 찾아서 - 1993 제1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남상순 지음 / 민음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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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 책은 유년시절, 그러니까 민족상잔의 아픔을 등에 업고 있는, 그 세대 유년시절을 투명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가 많이 생각이 났는데, 아마도 성장기의 소설이나 어린 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이 같은 분위기를 가지기 때문이리라. 사실 어느 정도의 문장력만 있다면 이런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에 부담없이 다가온다. 마치 친구가 자신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듣는이를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의 시작은 그런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옛날에 시를 썼을 때, 선배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네 시는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가가기가 어렵다고. 시는 체험에서 나와야 한다고. 아니 적어도 그렇게 씌어졌다면, 읽혀지지 않는 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재미있게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므로. '흰뱀을 찾아서'는 그런 소설이다. 귀기울여 들어보고 싶은 너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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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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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광수생각의 열풍이 잠잠해졌지만, 나는 내 책장 한 켠에 꼽혀있던 박광수의 광수생각을 다시 꺼내들어,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광수생각은 누가 뭐래도 재미있다. 그 반전이 매력적이다. 심플한 만화컷으로 일상의 유머를 잘 잡아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곧잘 진지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그의 책을 던져버리지 못한다. 가슴 시린 사랑의 기억이나, 부모님, 우정 등등 마치 '좋은 생각'을 읽는 것처럼, 우리에게 미덕으로 각인되어 있는 단어들을 그는 하나씩 풀어낸다. 그것은 그의 만화의 장점이다. 그리고 이 장점이 잘 어필되어 그는 소위 인기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만화는 너무 많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왜 조선일보에 연재되는지 누가 시비를 걸 수도 있다. 또한 너무 첨예한 이익집단의 문제에 대해서, 과도하게 순박한 내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의료사태에 대한 그의 만화가 그랬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진지함의 깊이는 한계를 가진다. 물론, 그 진지함이 너무 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화니까. 그것도 몇 컷으로 제한되는 짧은 분량의 만화이니까.

그래도 나는 광수생각을 좋아한다. 그의 캐릭터가 좀 더 성숙하고 지속적인 미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우리가 영원히 지니고 있어야 할 가치인지를 좀 더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그의 만화 속에 더 설득력있는 철학적 깊이가 묻어난다면 훨씬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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