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삐에르 부르디외 지음 / 새물결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21세기를 접어들면서, 가장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계급 및 계층 개념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축에는 부르디외가 서 있다. 물론, 그가 최근에 경주에 왔을 때, 스스로 자신은 맑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계급 및 계층 개념에 대해서 불평등 구조의 입장에 서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는 맑스가 사용하는 계급 개념과 스스로를 분명히 구별하기 위해서 그렇게 답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맑스의 계급 개념은 대자/즉자라는 적대적 양식과 의식적 양식을 통해서 파악되는 것으로 보지만, 부르디외는 계급 개념이 문화 전체의 영역에서 분석되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문화양식이나 학력자본 등을 아비투스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나는 이런 부르디외의 논의가, 새로운 사회상에 대한 모습이 사라져버린 현대에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아리에스나 하비, 동즐로, 엘리아스, 푸코 등과 부르디외를 함께 공부하면 아마 미래사회의 이행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사회학 논의는 정보사회와 같은 기술결정론적 입장에 너무 가까이 가 있다. 그러나, 기술을 수용하는 것도, 거부하는 것도 인간이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어떤 결정이 있는 계급 및 계층들이 그것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부르디외의 계급 논의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사골에서 쓴 편지
고정희 / 미래사 / 1991년 10월
평점 :
절판


고정희 시인. 시인. 시인. 그녀의 시에는 더 큰 것들에 대한 염려와 배려가 있다. 그리고, 그 염려와 배려의 형식은 슬픔이다. 사적인 슬픔도 시가 되지만, 공적인 슬픔도 시가 된다면, 당연히 시가 된다면, 그 슬픔은 고정희 시인에게서 빛을 발한다. 사적인 슬픔은 이미 허수경 시인에게서 느꼈었다. 자잘하고 또 미시적인 것들을 클로즈업 하여, 슬픔으로 묶어내는 그 허무의 힘이 허수경 시인에게서 있다면, 고정희 시인은 큰 것들을 작게 감싸 앉는다. 큰 것들을 무리없이 작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옆에 있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것이 시인의 업보이며, 시인의 관심일 것이다.

나는 그 점 때문에 고정희 시인의 시를 즐겨 읽는다. 그녀의 시는 큰 것들을 과도하게 부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피 끓는 열정으로 큰 것들 속으로 몸을 던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큰 것들을 내 몸 속으로 담아낸다. 그래서, 냉정한 슬픔으로 형상화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평생 시인의 모습인가.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시인이 떠난 후, 그 슬픔이 차오른다. 큰 것들을 담아두었던 그 가슴이 터지고 터져,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둑첫걸음 - 바둑기획시리즈 1
양동환 / 민서출판사 / 1989년 11월
평점 :
절판


바둑을 시작하는 교과서적인 책이다. 대개의 책은 이 단계에서 바둑의 규정과 기본요소(즉, 단수나 돌의 이음과 끊음), 그리고 축, 장문, 환격, 촉촉수, 회돌이 등을 가르쳐준다. 이 책도 그런 내용을 잘 다루고 있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옥집을 비롯한 돌의 사활 문제가 나오고, 붙임과 젖힘을 비롯한 기본적인 행마, 그리고 수상전, 패싸움 등이 나온다. 초급 책에서는 대체로 이 정도가 다루어진다. 물론 초입자가 그것이 비록 이해된다 하더라도 잘 사용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좋은 초급책은 이 기초적 형식들이 잘 몸에 베이도록 이끌어주는 책일 것이다.

나는 바둑을 좋아하고 자주 두지만, 기원에는 가보지 못했다. 그냥 아버지와 삼촌의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되었는데, 책만 어느정도 열심히봐도 3-4급은 대체로 둘 수 있는 것 같다. 그 이상 올라가려면 스승이 있어야하는 것 같지만, 3-4급만 둬도 취미생활로 바둑을 두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깊이있는, 동양 최고의 지적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직 초입자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바둑을 배우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은 없는 것 같다. 늙어서도 이렇게 머리를 많이 쓸 수 있는 여가활용법이 어디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까뮈를 추억함'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장 그르니에가 까뮈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추억을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사실 나는 이런 쟝르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 밤에 잠이 안오면 서재에서 종종 이런 류의 책을 꺼내 읽곤 한다. 그러고보면 자잘한 이야기를 조근거리는 그들의 세계가 나름대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독자들에게 이런 독법을 권한다. 잠언은 잠 안오는 밤에 혼자서 조용히 읽을 것. 글을 쓴 저자들도 그런 쟝르의 글쓰기는 분명 밤에 혼자서 사색과 명상에 빠져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책은 까뮈와 그르니에의 진득한 우정을 보여주면서도 이상하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한 번쯤 읽어보면 자신의 내면을 게워내어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될 듯하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하얀 밤에 잠언을 듣다. 그 잠언 속에서 나는 또다른 카뮈와 그르니에가 되어, 다른 세상으로 먼 여행을 다녀온다. 이 잠언 속에서 나는 한 세상을 알게 된다. 사는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없이 낮은 숨결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8
이인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비록 다른 전공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인문학의 많은 분야는 문학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다. 나의 전공 분야도 이런 의미에서 문학에 몸을 뉘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집을 많이 읽지만,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는 듯한 몇몇 소설도 읽었었다. 백민석과 이인성의 경우가 그랬는데, 이인성은 참 운좋게 만난 경우였다. 백민석의 경우야 젊고 얼마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인성은 김현 선생님이나 연극과 같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인성의 소설은 낮고 깊다. 백민석처럼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경우도 있으나, 이상하게 나즈막하다. 그래서 자꾸 읽고 싶어진다. 대체로 이런 분위기는 구체적이고 잔잔한 1인칭 소설에서 느끼는 것인데, 이인성의 소설의 경우는 구체적이지 않다. 그런데, 나즈막하다. 그의 소설을 해체하고 분석하기엔 워낙 역량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거듭 읽어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그가 말하는 내용의 심연에 닿을 수 있겠지. 그 바닥 언저리에 내 나즈막함을 두고 올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