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의 국제이동
설동훈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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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그들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바야흐로 '시-공간을 압축'하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초국적 기업과 투기자본이 전 세계를 넘나들며 경제를 불안하게 요동치게 만들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부의 격차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찾아나선 후진국 국민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되는 이론적 배경을 담고 있다. 설동훈 교수님은 이미 국내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는 손꼽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과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사회'(서울대 출판부, 1999)도 꼭 읽어보서야 할 것이다. 국제 노동력이 유입되는 이론적 배경은 사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 대한 이론틀로는 행위이론, 구조이론, 그리고 사회적 연결망 이론이 있다. 앞의 두 개는 기존부터 있는 것이고, 설동훈 교수님은 사회적 연결망 이론이 결국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서 노동력이 이동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강변한다. 즉, 두 나라 사이의 국경을 넘어선 사회 이동은 해당 국가 간의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문제 뿐만이 아니라, 두 나라의 정부 정책,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정도와 역사적인 긴밀성이 다 함께 고려되는 것이다.

그래서 목적지 국가에 대한 흡인요인(pull factor)가 기원지 국가의 배출요인(push factor)과 함께 크게 작용한다면 이주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어떻게 노동력 이동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강제이동, 강요이동, 이민, 계약노동이동 등 역사적으로 유형을 분류해서 잘 개괄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역시 만주나 하와이로 20세기 초에 이주노동자를 보냈으며, 미국에까지 진출해서 혹독한 이주노동자의 삶을 겪었음을 감안한다면 꼭 한번 공부해봐야 할 매력적이고도 중요한 분야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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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과 미래
송병준 외 / 미래인력연구센타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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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리케이트'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다뤘다고, 한때 이슈가 되었던 영화이다.물론, 흥행에는 참패했고, 그렇게 소리없이 묻혀갔다. 그러나, 그 영화는 엄연하게 현실이다. 얼마전 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짧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과 현재 정부의 정책에 대항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명동성당에 심층면접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우선 공장에서는 그들의 작업조건과 한국 사회의 적응, 그리고 유입배경 등을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명동성당에서는 그들의 집회를 유심히 관찰했다. 요즘 월드컵 기간을 맞아서 정부에서 '자진신고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벌이고 있는 시위였다. '자진신고제'란 지금 신고를 하면, 1년까지는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가게 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단 1년만이라도 합법적인 신분을 가지고 싶어서 여기에 많이 신청을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든지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이 전지구화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저 먼 나라의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단지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제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 정확한 지위를 줘야하지 않을까?

물론,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자기 나라에 외국인을 받아들인다면, 그 사회에 도움이 될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그렇게만 돌아갈 수는 없다. 복잡한 문제이지만, 지금 눈 앞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리고 우리 역시 외국인 노동자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좀 더 인간적인 대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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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의료백서
김미선 외 지음,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엮음 / 청년의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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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제 길거리에서 우리도 흔히들 보지만, 전혀 딴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여전히 그런 시선을 보내고 마는 외국인 노동자의 의료실태에 관한 책이다. 사실, 나는 전공(사회학) 때문에, 특히 그 가운데에서 산업사회학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몇 번 수업도 듣고, 관련 글도 써 봤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은 좀 과장된 면도 있다. 사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온 것은 아시다시피 단기간에 돈을 벌고 싶어서였고, 그만큼 강한 의지가 있다. 마치 우리의 교민들이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에 가는 것처럼, 강한 동기와 의지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단지 피해자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에 마땅한 대책을 내 놓지 않았다. 즉,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3D 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저기 동남아 지역의 노동자나, 조선족을 받아들였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말 열악한 임금을 받는 산업기술연수생의 신분이 아니면, 모두 미등록 노동자, 즉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다. 법적 신분이 그렇다보니, 그들은 항상 도망다니고, 공장에서도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의료보험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다. 물론, 한국말을 좀 하는 조선족이나 오래 머무른 동남아 인은 그나마 대우가 좀 낫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딱히 좋은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외국인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 그들의 거친 호흡과 함께 담겨져 있다. 그들의 건강실태에 관한 상세한 조사는 물론이거니와, 의료 실태 개선을 위한 제언도 함께 담겨 있다. 정말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라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진 대우를 받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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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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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중국을 이렇게 해서 보고 들었다는 것은 퍽 모자란 감이 있다. 한비야의 다른 책들이 정말 발로 뛰면서 세계 각국과 오지를 탐험했던 것에 비해서, 이 책은 단지 10개월 정도 중국에 체류하면서, 그것도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녔던 것을 적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속에도 한비야 특유의 꼼꼼함이 중국의 일상을 잘 살려내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방대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중국견문록'이란 제목을 붙이기엔 퍽 모자란 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딱 한 번, 그것도 우연히 해외여행을 갔던 것이 중국이었다.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고, 게다가 나는 중국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그 이해의 깊이가 얕을 수는 있지만, 보고 온 것은 정말 기억들에 많이 남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 즉 한비야가 구석구석 중국을 헤집고 다니면서 보여주는 중국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일상성의 힘이랄까? 조근조근한 하루 얘기와 주변의 동네, 사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여기서는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참 소박하고도 재미있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혹시 개정판이 나온다면, 이 책에서 곧잘 사용되는 중국어를 한글로만 음을 달지 말고, 중국어와 한글을 다 같이 병기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 가운데에는 중국에서 돌아온 그 많은 유학생들도 있을테니, 중국어를 같이 병기한다면 더 향수를 자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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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 진단 - 문학 삶 그리고 철학
질 들뢰즈 지음, 김현수 옮김 / 인간사랑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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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이 책을 새삼 다시 읽었다. 그러고보니, 이제 <차이와 반복>만 번역된다면, 들뢰즈의 책 가운데 중요한 것들은 다 읽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들뢰즈가 1970년부터 1992년 사이 발표한 시론 8편과 미발표 시론 8편을 묶어 펴낸 텍스트집이다.

들뢰즈가 익히 주목했던 니체, 칸트, 마조흐, 카프카 등이 짧은 글들로 다뤄져 있으며, 이와 더불어, 휘트먼, 루이스 캐럴, 스피노자, 베케트, 알프레 자리, T. E. 로렌스 등에 관한 글도 있다. 들뢰즈를 읽을 수록 그의 개념이 다시금 어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가 재조명하는 인물들을 다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피노자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스피노자를 때때로 읽는데, 들뢰즈의 68년 박사학위 부논문이 보여주는 스피노자에 대한 해석은 정말 탁월하다고 본다. 그래서, 들뢰즈가 쓰는 스피노자에 관한 모든 글에 관심이 많다) 스피노자 이외에도, 니체, 칸트에 관한 글도 재미있었다. 그가 출판했던 니체와 칸트에 대한 단행본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아주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는 '저작목록'이다. 들뢰즈가 쓴 모든 글 뿐만이 아니라, 비디오 녹화물, 편집했거나 감수한 출판물, 뱅센느 대학에서 지도한 박사학위논문, 그리고 그가 서명한 호소문과 청원서를 다 훑어볼 수 있었던 것은 기쁨 그 자체였다. 여하튼 여러모로 들뢰즈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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