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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솔직히 중국을 이렇게 해서 보고 들었다는 것은 퍽 모자란 감이 있다. 한비야의 다른 책들이 정말 발로 뛰면서 세계 각국과 오지를 탐험했던 것에 비해서, 이 책은 단지 10개월 정도 중국에 체류하면서, 그것도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녔던 것을 적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속에도 한비야 특유의 꼼꼼함이 중국의 일상을 잘 살려내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방대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중국견문록'이란 제목을 붙이기엔 퍽 모자란 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딱 한 번, 그것도 우연히 해외여행을 갔던 것이 중국이었다.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고, 게다가 나는 중국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그 이해의 깊이가 얕을 수는 있지만, 보고 온 것은 정말 기억들에 많이 남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 즉 한비야가 구석구석 중국을 헤집고 다니면서 보여주는 중국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일상성의 힘이랄까? 조근조근한 하루 얘기와 주변의 동네, 사람,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여기서는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참 소박하고도 재미있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혹시 개정판이 나온다면, 이 책에서 곧잘 사용되는 중국어를 한글로만 음을 달지 말고, 중국어와 한글을 다 같이 병기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 가운데에는 중국에서 돌아온 그 많은 유학생들도 있을테니, 중국어를 같이 병기한다면 더 향수를 자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