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개념
길버트 라일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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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현대철학은 언어를 중심으로 인식론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는 분석철학의 영향도 컸겠지만, 일상언어학파도 있었다. 그 핵심은 단연 길버트 라일인데, 이 책은 바로 그의 주저이다. 아시다시피 여기서 그는 데카르트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즉,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을 '기계 속의 유령'으로 규정했다. 그 근거는 본문 19쪽 이하에서 나오는데, 데카르트가 범주적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주적 오류란 실제로는 A라는 논리적 유형이나 범주에 속하는 정신생활의 사실들을 엉뚱하게 B라는 유형이나 범주에 귀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를 유기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관찰 불가능하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혼동스럽게 했다. 이런 지적은 본문 39쪽에 있는 '방식에 대해 안다는 것'과 '사실을 안다는 것'이 다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라일의 이 책은 일상언어학파가 아주 상식에 기초한 논리를 전개하듯이, 의지, 정서, 자기인식, 상상력과 지성에 관해 아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철학이 관념론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하는 독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철학 서적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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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지각
E.BRUCE GOLDSTEIN / 시그마프레스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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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지각은 우리의 주관과 객관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다. 또한 의식의 판단에도 절대적인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감각과 지각이 어떤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해명한 책이다. 피츠버그 대학의 E. Bruce Goldstein이 지었으며 국내의 여러 대학 교수들이 공역을 맡았다. 책의 내용은 시각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의 과정을 일단 수용기와 신경처리, 중추과정으로 나눠 설명했으며, 색체지각, 물체지각, 깊이와 크기에 대한 지각, 움직임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청각, 언어지각, 체감각, 화학물질 감각 등을 다루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외부세계의 정보를 담고 있는 자극이 감각기관에 수용되어 두뇌에서 해석되는 과정을 감각과 지각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것의 해명에 아주 충실한 책이다. 물론 심리학 전공서라서 혼자 읽기에는 벅찬 감이 있지만, 그래도 여타의 심리학 책보다는 쉬운 편이다. 책 속에 있는 그림과 도표가 많아 이해를 돕고 있으며, 책 끝에 첨부되어 있는 상세한 용어해설도 마음에 든다. 심리학 학부생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전공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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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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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일찍이 임마누엘 왈라스타인과 같은 학자는 세계체제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남미에는 종속이론과 같은 것도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통점은 인류는 같이 진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일부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만이 세계의 부와 진보를 이루고 있을 뿐, 많은 아시아의 국가와 제 3세계, 남미 등의 국가는 가중되는 부채와 저개발에 몸살을 알고 있다. 티베트의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작은 마을인 라타크에서 검소한 생활과 협동, 그리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은 그래서 흥미롭다.

물질적이거나 기술적으로 편리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은 주어진 것을 나누며, 행복한 공동체를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평등과 자유가 있으며, 안정과 유대가 있다. 물론, 어느 사람들은 그래도 서구의 선진국들이 약간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절대적인 행복은 선진국이 큰지 이 라타크 마을이 큰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개발과 산업화 일변도에서 우리가 정말 추구했던 소망들이 전치되지는 않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의 생활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알 수 없는 경쟁의 의미 속에서 우리는 단지 맞춰 살고 있다. 각박한 변화와 촉각을 다투는 경쟁 속에서 우리는 단지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다.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경쟁이 주어졌으니 살아남으려고 한다. 그러나, 설사 거기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더 극심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우리의 눈으로 직시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는 우리의 눈과 욕망을 속박시키고 있다. 이 책의 제목 '오래된 미래'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래된 전통과 오래된 미래'가 하나로 의미심장하게 합쳐진 것이 이 책의 제목이라 생각한다. 즉, 미래는 전통을 알고 그것의 의미를 반추할 때, 진정한 것이라는 의미 같다. 이제 우리는 더 큰 것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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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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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에 대한 소개는 앞의 서평에도 있으며,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 또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기에 재차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지하철 대신 버스를 선택하여 도시교통 문제를 독창적으로 극복했으며, 시민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를 실현했고, 환경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었다. 물론 전통과 역사가 잘 보존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꾸리찌바는 생태학적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도시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놀랐던 점은 이런 도시가 브라질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배우기로 선진국은 유럽과 북미, 그리고 예외적으로 일본이 있으며, 그 외의 국가에는 선진적인 무엇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브라질이라니. 그리고 북미의 도시들이 이 모델을 배워갔다니.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이 사실은 선진국만이 꼭 생태학적으로 우수한 환경 혹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것 같다. 즉, 도시와 생태적 환경은 그 안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 도시를 관장하는 사람이 의지와 창조적인 생각으로 실천하는 경우에 실현되는 것이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하는 것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곧, 우리나라에도 이런 도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서울, 부산, 대구에 모두 살아봤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정말 탁한 공기와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은 놀라울 지경이다. 제2, 3의 도시라는 부산과 대구만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 기본적인 것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의식이 전파되고 확산되면,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도시를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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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Smoking
알렌 카 지음, 심교준 옮김 / 한언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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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책이다. 이 책은 이 땅의 수많은 흡연자들 가운데, 담배를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담배를 끊게 하는 태도와 의지를 형성하게끔 유도한다. 아니 저자의 의도에 따른다면, 유도가 아니라 그렇게 판단하게끔 한다. 나의 짧은 지식에 따르면, 인간의 태도는 아주 유동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일정하게 형성된 선호는 매우 두드러지기도 한다. 즉, 민주당을 지지하느냐 공화당을 지지하느냐와 같은 질문에 대한 태도는 유동적이기 쉽지만,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느냐 그렇지 않느냐와 같은 선호는 상대적으로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무의식적이기도 하지만, '인지적 조화'에 의한 것이 많다. 즉, 사회심리학적으로 볼 때, 담배를 피는 사람들에게 폐암으로 인한 사망이나 담배로 인한 각종 질병에 대한 정보를 주면, 그들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아니면 담배를 끊음으로서 태도를 바꾼다. 이런 것을 인간은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onance)'를 항상 회피한다고 표현한다. 즉, 태도와 판단을 항상 일관되게 가져간다는 말이다. 따라서 알렌 카의 이 책은 이런 점을 노리고 있다.

즉, 흡연자의 인지적 부조화를 강하게 자극하여, 담배로 인한 부정적 정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를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담배를 끊게 만드는 여러가지 강한 정보들이 있다. 나는 비록 담배를 거의 피지 않지만,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으면 약물치료나 다른 물리적 치료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흡연자들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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